부동산개발사업에서 매수인 지위 변경 시 사전동의 조항에 따라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매매계약을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1. 문제의 소재
부동산개발사업에서는 최초 시행사가 사업부지를 매수한 후 자금조달, 신탁구조 편입, 사업권 양도 또는 사업주체 변경 등의 사유로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승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토지매매계약에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면,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단순히 공법상 사업주체 지위만 승계한 것인지, 아니면 종전 시행사의 매매계약상 매수인 지위까지 포괄적으로 인수한 것인지가 문제 된다.
매수인이 사업 추진상 필요에 따라 매수인을 변경하려는 경우 매도인은 이를 조건 없이 승낙하고, 매수인이 변경되는 경우 이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도 동일하게 승계되는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조항은 원칙적으로 장래의 매수인 변경 및 계약상 지위 이전에 대한 매도인의 사전동의 또는 사전승낙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종전 시행사와 새로운 사업시행자 사이에 사업권 및 매수인 지위를 이전하려는 합의가 있고, 객관적인 사업승계 행위가 확인된다면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토지매매계약상 매수인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사전동의 조항만으로 특정한 새로운 사업시행자에게 계약상 지위가 자동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종전 시행사와 새로운 사업시행자 사이에 실제로 매수인 지위를 이전하려는 합의가 있었는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2. 계약인수의 의의와 성립요건
가. 계약인수의 의의
계약인수란 계약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이전하여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제3자가 그 지위를 승계하는 계약을 말한다.
계약인수는 개별 채권이나 개별 채무만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계약상 법률관계 전체를 이전한다.
대법원은 계약인수가 계약당사자와 인수인 사이의 3면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관계 당사자 중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 또는 승낙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동의나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대법원 2009다45221, 45238 판결
따라서 부동산개발사업에서의 계약인수는 통상 다음과 같은 구조로 성립한다.
따라서 부동산개발사업에서의 계약인수는 통상 다음과 같은 구조로 성립한다.
나. 계약인수 여부의 판단기준
계약인수는 계약 주체의 변경을 가져오는 중요한 법률행위이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3. 매수인 변경 사전동의 조항의 법적 성격
가. 단순한 등기명의자 지정조항과 구별된다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제3자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원칙적으로 등기명의자 지정에 관한 약정일 수 있다. 그러한 조항만으로는 매매계약상 매수인의 지위 전체가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전동의 조항이 다음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면 단순한 등기명의자 지정조항과 성격이 다르다.
이는 계약당사자 자체의 변경과 계약상 지위의 포괄승계를 직접 예정한 조항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실제로 매수인 지위를 인수하기로 한 경우, 매도인이 별도로 다시 승낙하지 않더라도 사전동의 조항에 의해 계약인수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나. 매도인의 사전승낙에 해당한다
위 조항은 장래의 계약인수에 필요한 매도인의 동의 또는 승낙을 계약 체결 단계에서 미리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수인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승낙의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부동산개발사업에서는 자금조달구조, 신탁구조 및 사업권 양도에 따라 시행사가 변경될 수 있고, 매도인도 이러한 사업 특성을 인식하면서 사전동의 조항에 합의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전승낙이 있다는 것과 실제 계약인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이 세 요소가 결합되어야 계약인수의 성립을 안정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
4. 대구고등법원 2022나21768 확정판결의 법리
대구고등법원 2023. 1. 11. 선고 2022나21768 판결은 부동산개발사업의 토지매매계약에 위와 같은 매수인 변경 사전동의 조항이 존재한 사안에서 새로운 사업자의 매수인 지위 승계를 인정하였다.
가. 판결이 인정한 사전동의 조항의 효력
해당 매매계약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다.
사업 추진상 필요에 따라 매수인을 변경할 경우 매도인은 이를 조건 없이 승낙하고, 매수인이 변경되면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도 동일하게 승계되는 것으로 본다.
법원은 이 조항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조항은 매수인 지위 이전에 대한 매도인의 사전승낙에 해당한다.
나. 사전동의 조항 외에 고려된 사정
법원은 사전동의 조항만으로 계약인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다음 사정을 함께 고려하였다.
법원은 이를 종합하여 종전 사업자의 매매계약상 매수인 지위가 사업권 양도계약과 매도인의 승낙에 따라 새로운 사업자에게 포괄적으로 이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5. 사업주체 변경승인의 의미
가. 공법상 지위 변경만으로는 부족하다
주택법 등에 따른 사업주체 변경승인은 기본적으로 공법상 사업시행자 지위의 변경이다. 따라서 사업주체가 변경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종전 시행사의 모든 사법상 계약과 채무가 새로운 사업주체에게 자동으로 이전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단순한 담보신탁에서는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더라도 위탁자의 모든 계약상 지위와 사업채무까지 당연히 인수하는 것은 아니다.
나. 다른 사정과 결합하면 계약인수의 강력한 징표가 된다
그러나 다음 사정이 함께 존재한다면 사업주체 변경은 계약인수를 인정하는 강력한 객관적 근거가 된다.
이러한 경우 사업주체 변경은 단순한 행정상 명의변경이 아니라, 종전 시행사의 사업상 지위가 새로운 사업시행자에게 실질적으로 이전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6. 사업부지의 신탁과 사업주체 변경이 함께 이루어진 경우
종전 시행사가 매도인으로부터 사업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직후 수탁회사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치고, 이어 수탁회사가 동일 사업의 사업주체가 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판단이 가능하다.
가. 단순한 담보관리 관계인지 판단해야 한다
수탁회사가 신탁부동산의 담보관리와 처분만 담당하고 사업시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면 계약인수 인정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수탁회사가 신탁등기뿐 아니라 사업주체 지위까지 승계했다면 단순한 담보수탁자의 범위를 넘어선다. 수탁회사는 대외적인 토지소유자이자 사업시행자가 되어 해당 사업을 계속 수행하기 때문이다.
나. 계약인수를 인정할 수 있는 논증
다음과 같이 논증할 수 있다.
해당 매매계약은 특정 법인의 부동산 보유를 목적으로 한 계약이 아니라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사업부지 취득을 목적으로 한 계약이다. 계약은 사업 추진상 매수인이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 변경된 매수인에게 권리와 의무가 동일하게 승계된다고 정하였다. 새로운 사업시행자는 사업부지의 소유권과 동일 사업의 사업주체 지위를 함께 취득하였으므로, 사전동의 조항에서 예정한 변경된 매수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종전 시행사와 새로운 사업시행자 사이에서 계약상 지위를 제외하기로 한 명시적 특약이 없는 한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매매계약상 매수인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7. 이미 발생한 채무도 승계되는지
계약인수가 성립하면 이미 발생한 채권·채무도 원칙적으로 새로운 사업시행자에게 이전된다. 대구고등법원 2022나21768 판결도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계약인수가 이루어지면 계약관계에서 이미 발생한 채권·채무도 이를 인수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한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수인에게 이전된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계약상 매수인의 지위를 인수한 경우에는 다음 채무도 원칙적으로 승계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해당 채무가 매매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에서 발생했거나, 사업승계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었다면 별도의 채무인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매매계약과 별도의 문서로 약정했더라도 계약의 목적, 체결 시기, 당사자, 지급조건 및 경제적 대가관계에 비추어 사업부지 취득계약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면 계약인수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8. 종전 시행사와 새로운 사업시행자의 책임관계
가. 완전한 계약인수
전형적인 계약인수가 성립하면 종전 시행사는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그 지위를 승계한다. 이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매매계약상 채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계약인수 법리는 새로운 사업시행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는 강력하지만, 종전 시행사와 새로운 사업시행자의 연대책임을 당연히 발생시키는 법리는 아니다.
나. 병존적 채무인수
매도인이 종전 시행사의 면책에 동의하지 않았고,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기존 채무를 추가로 인수한 것으로 해석된다면 병존적 채무인수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다49428, 49435 판결에 따르면 병존적 채무인수에서 원채무자와 인수인은 원칙적으로 연대채무관계에 있다. 대법원 2013다49428, 49435 판결
따라서 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다.
9. 입증상 핵심 자료
새로운 사업시행자의 계약인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주체 변경승인 신청서와 사업약정서에 “사업에 관한 권리·의무 일체를 승계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계약인수 인정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10. 종합 정리
부동산개발사업의 매매계약에 매수인 변경 및 권리·의무 승계에 관한 사전동의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은 새로운 사업시행자로의 계약상 지위 이전에 대한 매도인의 사전승낙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사전동의 조항은 계약인수의 한 요소일 뿐, 그것만으로 특정한 새로운 사업시행자에게 계약상 지위가 자동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종전 시행사와 새로운 사업시행자 사이에 사업권 및 매수인 지위를 이전하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인 계약인수 문서로만 증명할 필요는 없다.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인 계약인수를 인정할 수 있다.
특히 대구고등법원 2022나21768 확정판결은 동일한 취지의 제10조 제2항을 매수인 변경에 대한 사전승낙으로 해석하고, 사업권 양도·양수계약 및 매도인의 태도와 결합하여 새로운 사업자의 매수인 지위 승계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택개발사업의 사업부지 매매계약에서 사업 추진상 매수인을 변경할 수 있고, 변경된 매수인이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동일하게 승계한다는 조항을 둔 경우 이는 계약인수에 대한 매도인의 사전승낙에 해당한다. 이후 종전 시행사와 새로운 사업시행자 사이에 사업권 및 매수인 지위를 이전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사업부지의 소유권 또는 신탁상 권리와 공법상 사업주체 지위를 취득하여 동일 사업을 계속 수행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매매계약상 매수인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인수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채무가 아니라면 계약인수 이전에 이미 발생한 매매대금·이주비·명도비 등 사업부지 취득 관련 채무도 함께 승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