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매로 사업부지를 매수한 자의 기존 설계용역비 채무에 대한 병존적 채무인수

핵심 결론 공매 매매계약에서 건축주 지위와 용역계약 일체를 승계하기로 한 부지 매수인에게 기존 설계용역비 채무의 병존적 인수를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이를 유지하면서 계약인수에 따른 책임도 추가로 인정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7다54627, 2009다45221, 2010다54535, 2020다245958

해당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2. 20. 선고 2025나209434 판결
미확정 사례. 부지 매수인 D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항소심은 D의 병존적 채무인수를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인용·유지하면서, 설령 병존적 채무인수로 보지 않더라도 계약인수에 따라 기존 미지급 용역비를 부담한다는 판단을 추가하였다.
다만, 제1심 공동피고 B·C에 대한 부분은 분리·확정되었다고 판결문에 명시되어 있다.
하급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7. 24. 선고 2023가합95630 판결
부지 매수인 D가 기존 시행사 C의 설계용역비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다고 판단하여, C와 D가 공동하여 A에게 940,761,835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병존적 채무인수의 인정 여부는 위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계약해석 기준에 따라 판단되었다.

사실관계

설계용역계약과 기존 시행사의 미지급금
A는 건축설계용역회사이고, B는 공동주택·판매시설 신축사업의 종전 시행사였다. C는 B와 사업을 공동으로 시행하다가 사업부지를 양수하고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하였다.
A는 B와 설계용역계약 및 변경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2022년 7월 4일 A·B·C는 C가 B의 설계용역계약상 권리·의무를 승계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C가 수탁자 N, 시공사 D 등과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2022년 8월 2일 A·C·N은 N이 설계용역계약을 승계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승계계약에는 신탁 종료 시 N의 권리·의무가 C에게 돌아가고 N은 책임을 면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A와 C는 2023년 2월 27일 미지급금을 정산하면서, 지연이자를 포함한 설계용역비 940,761,835원을 2023년 5월 31일까지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사용승인 완료 시 지급하기로 한 용역비 300,300,000원은 위 정산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 지급분이었다.
D의 부지 공매 취득과 용역계약 승계약정
사업자금 대출의 차주인 특수목적법인 K가 대출이자를 지급하지 못하자 대주단의 요청으로 사업부지에 대한 공매가 진행되었다.
기존 시공사이자 2순위 우선수익자였던 D는 2023년 6월 28일 사업부지를 낙찰받고, 같은 해 7월 5일 수탁자 N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계약 제19조 제13항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D은 건축주의 지위 및 용역계약 일체(확인되지 않은 계약 포함)를 승계하는 조건이며”
건축주 지위 승계, 사용승인 등에 관한 책임도 D가 부담하도록 정하였다. 공매공고에도 확인되지 않은 계약을 포함한 용역계약 일체의 승계조건이 기재되어 있었다.

D는 공매 이전부터 기존 설계용역 및 미수금 문제를 알고 있었음

D는 공매 이전부터 해당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하였다. A는 D의 요청에 따라 설계변경을 위한 용역비 제안서를 제출하고 변경계약서 초안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
또한 A는 D에게 기존 미수금을 조속히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미수금 지급이 완료된 후 설계변경 및 현장 설계지원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D가 기존 설계용역계약과 미지급금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고려하였다.
사업시행자 지위 이전은 별도의 관계
부지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N과 D였고, 사업시행자 지위는 C로부터 D로 이전되었다.
A는 C와 D가 2024년 2월 7일 사업시행자 변경에 따른 권리·의무 인수합의를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제시하였다. 항소심도 D가 C로부터 사업시행자 지위를 이전받았음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1심이 병존적 채무인수를 인정한 직접적인 근거는 N과 D 사이의 공매 매매계약상 승계조항과 거래 경위였다. 제1심은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였으므로 위 별도 합의를 근거로 한 예비적 청구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법리

쟁점은 A가 부지 매수인 D에게 직접 용역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이 사건에서 중요한 문제는 D가 N과의 관계에서 기존 채무를 처리하기로 약속한 데 그치는지, 아니면 설계회사 A에 대해서도 직접 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였다.
구분법률효과A의 D에 대한 직접 청구
이행인수인수인이 계약 상대방과의 내부관계에서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그 약정만으로 직접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음
병존적 채무인수기존 채무자의 책임을 유지하면서 인수인도 채권자에게 채무를 부담직접 청구 가능
제1심은 이 사건 승계약정을 병존적 채무인수로 판단하였다.
판별 기준은 채권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사
계약서에 ‘병존적 채무인수’라는 표현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의 문언뿐 아니라 체결 동기·경위·목적, 당사자의 지위와 이해관계, 거래관행 등을 종합하여 해석한다.
특히 인수인이 채무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거나 해당 채무의 기초가 되는 권리관계를 함께 취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병존적 채무인수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제1심이 적용한 법리이다.
따라서 채권자가 인수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사가 인정되는지가 핵심이었다.
D의 병존적 채무인수를 인정한 구체적인 이유
제1심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였다.
  • 포괄적인 승계문언: D가 건축주 지위와 용역계약 일체를 승계하고, 확인되지 않은 계약까지 포함하도록 정하였다.
  • 채무부담에 상응하는 이익: D가 사업부지와 그 지상 건축물을 매수하면서 관련 지위와 계약을 승계하는 구조이므로, 채무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었다고 보았다.
  • 기존 사업에 대한 관여: D는 공매 이전부터 시공사로서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에 참여하였다.
  • 기존 용역관계에 대한 인식: D는 A와 설계변경 업무를 협의하였고, 기존 미수금 지급요구도 받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N과 D는 A가 D에 대하여 직접 설계용역비 채권을 취득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은 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였다.
“피고 D은 피고 C의 원고에 대한 용역비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부지 매수인의 병존적 채무인수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사례이다.

기존 채무자 C의 책임도 유지됨

제1심 주문은 C와 D가 공동하여 A에게 940,761,835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이는 D가 채무를 부담하게 되면서 C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면책적 채무인수로 처리한 것이 아니다. C의 기존 지급책임을 유지하면서 D에게도 지급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A가 같은 용역비를 이중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동일한 미지급 용역비에 관하여 C와 D의 지급의무가 함께 인정된 것이다.

신탁 종료 시 C에게 채무가 돌아간다는 조항도 D의 책임을 배제하지 않음

D는 신탁 종료 시 N의 권리·의무가 C에게 포괄승계되므로, N이 자신에게 설계용역비 채무를 승계시킬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은 해당 조항을 신탁 종료 후 N의 책임을 면제하기 위한 조항으로 이해하였다. 그 조항이 있더라도 N과 D가 부지 매매계약에서 용역계약 일체의 승계를 별도로 약정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신탁 종료에 따라 C가 부담하는 채무와 D의 병존적 인수책임은 양립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은 병존적 채무인수 판단을 유지하면서 계약인수 법리를 추가
항소심은 제1심의 D에 관한 판단을 인용하고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에 더하여, 위 승계조항이 병존적 채무인수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N의 설계용역계약상 지위를 D에게 이전하는 확정적인 계약인수 약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A가 그 약정을 근거로 계약상 지위의 승계와 미지급금 지급을 주장한 행위는 계약인수에 대한 동의로 보았다. 제외특약이 없는 이상 계약인수 전에 발생한 미지급 용역비도 이전된다고 판단하였다.
두 심급의 판단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심급책임 인정의 법적 구성
제1심D가 C의 설계용역비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
항소심제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계약인수로 보더라도 기존 미지급금 지급책임이 인정된다는 판단 추가
따라서 항소심에서 병존적 채무인수가 부정되고 계약인수로만 결론이 변경된 사건은 아니다.

건축주 명의를 이전받지 않았다는 사정도 책임을 면제하지 않음

D는 N의 기존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자신이 신규 허가를 받았으므로, N의 건축주 지위나 용역계약을 승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계약에서 건축주 지위와 용역계약을 승계대상으로 병렬적으로 정했을 뿐, 건축주 명의 이전을 용역계약 승계의 선행조건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또한 기존 허가 취소와 신규 허가 취득은 D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며, N이 이에 협조하였다고 하여 기존 용역계약 승계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인정된 지급책임의 범위
C와 D에게 공동 지급을 명한 금액은 정산된 설계용역비 940,761,835원이다. 지연손해금은 2023년 6월 1일부터 2025년 7월 24일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연 12%이다.
별도로 청구된 300,300,000원은 사용승인 완료 시 지급하기로 한 금액이었고, 사용승인 완료가 인정되지 않아 지급시기 미도래를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다.
즉, 병존적 채무인수의 인정 여부와 개별 용역비의 지급시기 도래 여부는 구별하여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공매 취득 사실보다 매매계약의 채무부담 조항이 중요하다
이 사건은 공매로 부지를 취득하면 기존 시행사의 채무를 당연히 부담한다는 사례가 아니다. 공매 매매계약의 포괄승계조항과 거래 경위를 근거로 병존적 채무인수를 인정한 사례이다.
‘용역계약 일체 승계’는 채권자의 직접 청구를 허용하는 약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매수인이 기존 계약과 사업상 이익을 함께 취득하고, 기존 미지급금 문제도 알고 있었다면, 승계조항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내부적인 채무처리 약속을 넘어 채권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지 매매계약과 사업시행자 지위 이전 합의를 각각 검토해야 한다
사업시행자 지위 이전이 별도 계약으로 이루어졌더라도, 부지 매매계약에 포함된 채무부담 조항은 독자적인 책임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병존적 채무인수는 별도 사업시행자 이전 합의에 의존하지 않고 인정되었다.
기존 채무자의 면책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매수인의 승계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기존 시행사의 책임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제1심은 C와 D의 공동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채무인수의 유형과 함께 기존 채무자의 면책 여부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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