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사현장과 자재를 인수한 것만으로 임대차계약상 지위까지 승계하는지 — 계약인수의 합의와 상대방의 동의

핵심 결론 계약인수에는 기존 계약당사자와 인수인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먼저 합의하고 나머지 당사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할 수도 있지만, 공사현장을 인수하고 자재를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임대차계약상 지위까지 승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2다296165, 2009다45221, 2010다54535

해당 판례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 [부당이득금]
대법원은 피고의 임대차계약 인수를 부정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계약인수와 별개로 인정될 수 있는 부당이득반환 및 가설자재 인도·대상청구 부분은 일부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계약인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대법원에서 유지되었다. 환송심이 피고에게 일부 금전 지급과 자재 인도를 명한 것은 피고를 임차인으로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 소유 자재의 사용·점유에 따른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5221, 45238 판결 계약인수는 삼면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두 당사자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승낙으로도 가능하며, 동의·승낙은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
  •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54535, 54542 판결 계약인수는 계약 주체를 변경하여 당사자의 법률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거래의 성질·동기·경위·형식·내용·목적과 거래관행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05조 계약인수 합의의 성립과 내용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데 관련되는 규정이다.
  • 민법 제629조 제1항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와 기존 임차인의 합의만으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부분과 관련된다.
계약인수의 일반적인 성립 요건은 위 판례들이 정립한 법리에 따른다.

사실관계

가. 기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원고와 연평건설이었다

피고 케이케이건설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숙소 신축 시설공사를 도급받아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연평건설에 하도급하였다.
가설자재 판매·임대업자인 원고는 연평건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공사현장에 자재를 공급하였다. 피고는 원수급인이었지만 원고와의 임대차계약 당사자는 아니었다.

나. 피고는 연평건설로부터 현장을 인수하였다

연평건설이 공사를 중단하자 피고는 하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정산합의 및 양도양수합의를 체결하였다. 이후 현장을 인도받아 남은 자재를 사용하면서 나머지 공사를 직접 진행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경위를 근거로 피고가 연평건설의 임차인 지위를 승계하였으므로 계약상 임대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 현장 인수 합의에 임대차계약 인수 내용은 없었다

피고와 연평건설 사이의 정산합의 및 양도양수합의에는 피고가 원고와의 임대차계약상 임차인 지위를 인수한다는 언급이 없었다.
피고가 현장과 자재에 관한 권리를 넘겨받았다는 사실은 있었지만, 기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를 교체하기로 합의했는지는 별도의 문제였다.

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임대차 협의도 성립하지 않았다

원고와 피고 등은 자재 수량과 차임을 협의하였다. 그러나 자재 일부가 다른 현장에 반입되었는지 등을 둘러싼 수량 다툼으로 임대차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원고는 기존 임차인인 연평건설을 상대로 차임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도 제기하였고, 그 소송에서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법리

가. 계약인수는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합의이다

계약인수는 기존 계약당사자 중 한 사람이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제3자가 그 당사자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채무를 대신 이행하거나, 일부 자산을 넘겨받거나, 기존 당사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구별된다. 판단 대상은 “누가 실제로 일을 하였는가”를 넘어 “누가 계약상 당사자가 되기로 합의하였는가”이다.

나. 세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계약인수에 필요한 당사자는 다음과 같다.
  • 원고: 기존 계약의 상대방인 임대인
  • 연평건설: 계약관계에서 탈퇴할 기존 임차인
  • 피고: 임차인 지위를 인수할 제3자
세 사람이 한 문서에 동시에 서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연평건설과 피고가 먼저 계약인수를 합의하고 원고가 나중에 동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방식이 유연하다는 것과 동의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다르다. 원고의 동의 없이 연평건설과 피고의 합의만으로 원고에 대한 계약당사자를 교체할 수는 없다.

다. 묵시적 동의도 가능하지만 계약상 지위의 교체에 관한 동의여야 한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동의·승낙이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다만 현장 인수를 알고 있었다거나 제3자와 비용을 협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인수에 동의했다고 곧바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한 행동이 기존 임차인을 계약관계에서 탈퇴시키고 제3자를 새로운 임차인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로 해석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다음은 구별해야 한다.
  • 제3자가 자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
  •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협의
  • 기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에 대한 동의
사용을 허용하거나 새 계약을 협의하는 행위가 언제나 기존 계약의 인수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라. 계약인수 여부는 법률상 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한다

계약인수가 성립하면 상대방이 계약상 의무 이행을 요구할 대상이 바뀐다. 계약상 지위와 책임을 부담하던 기존 당사자가 탈퇴한다는 효과도 발생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중대한 효과 때문에 계약인수 여부를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 계약의 성질
  • 당사자의 거래 동기와 경위
  • 합의서의 형식과 구체적인 내용
  • 거래로 달성하려던 목적
  • 거래관행
따라서 합의서에 ‘양도양수’ 또는 ‘모든 권리’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특정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지위까지 이전하는 뜻인지 구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마. 이 사건에서는 인수 합의와 임대인의 동의를 인정하기 어려웠다

대법원이 계약인수를 부정한 핵심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정산·양도양수합의에 임차인 지위를 인수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재 수량·차임 협의가 결렬되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 원고가 연평건설을 상대로 차임 등을 청구하여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이를 종합하여 피고가 임대차계약상 지위를 인수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원고가 이에 동의·승낙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존 임차인에게 차임을 청구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계약인수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합의 내용과 협의 경위 등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다.

바. 계약인수의 부정과 실제 사용자에 대한 책임 인정은 양립한다

피고가 임차인 지위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그 계약을 근거로 피고에게 차임 지급을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 임대차가 종료된 뒤에도 피고가 원고의 자재를 사용하였다면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원고 소유 자재를 점유하고 있다면 인도의무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환송심은 이러한 근거에서 피고에게 부당이득금 27,452,560원과 자재 인도를 명하고, 인도집행이 불가능하면 56,095,000원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이는 계약인수를 인정한 결과가 아니다.

결론

이 판결은 현장이나 자산의 인수, 기존 업무의 계속 수행만으로 개별 계약의 당사자 지위까지 승계했다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계약인수를 인정하려면 지위 이전에 관한 합의와 기존 계약 상대방의 동의가 확인되어야 한다. 묵시적 동의도 가능하지만, 당사자 교체라는 중대한 효과에 상응하는 의사가 인정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실무상 유의점

  • 인수 대상 계약, 승계 시점, 기존 당사자의 탈퇴 여부와 미지급 채무의 처리 범위를 명시해야 한다.
  • 기존 계약 상대방의 동의가 자산 인수나 사용 허락에 그치는지, 계약당사자 교체까지 포함하는지 구별해야 한다.
  • ‘포괄양도양수’라는 명칭만으로 개별 계약의 승계를 단정하지 말고 합의 내용과 상대방의 동의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 계약인수가 부정될 경우에 대비하여 채무인수·별도 계약·부당이득 등 다른 청구 근거는 각각의 요건에 맞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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