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수인 변경에 협조한다는 특약만으로는 매도인의 동의 없는 계약인수를 인정할 수 있는지

핵심 결론 매수인을 변경할 수 있고 매도인이 협조한다는 특약만으로 계약인수에 대한 사전 승낙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매수인이 새 매수인을 지정·통지했더라도 매도인의 명시적·묵시적 동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새 매수인은 계약상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45958, 2022다296165, 2015다36167

해당 판례

대전지방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나225021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홈페이지 게시자가 직접 확인한 판결문을 토대로 정리한 사례이다.
하급심
대전지방법원 2023. 11. 8. 선고 2023가단203693 판결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항소심은 원고가 매수인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제공된 항소심판결에 나타난 범위에서만 반영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45958 판결 계약인수는 기존 당사자가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제3자가 그 계약상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미 발생한 채권·채무도 함께 이전된다.
  •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 계약인수는 관계 당사자 중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승낙으로도 성립하며, 묵시적 동의도 가능하다. 다만 계약 주체의 변경이라는 중대한 효과가 있으므로 계약인수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다36167 판결 부동산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에는 채무자인 매도인의 승낙이나 동의가 필요하다.
위 판례들은 이 사건 판결문이 직접 인용한 판례이다.

관련 법령

이 사건 판결은 계약인수의 요건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양도에 관한 위 대법원 판례를 직접적인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해당 법리 부분에서 특정 민법 조문이나 구법을 명시적으로 인용하지는 않았다.
  •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 항소심판결의 이유에 제1심판결을 인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 항소심은 인정사실에 관하여 제1심판결을 인용하였다.

사실관계

  1. 기존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의 농지 매매
피고 B영농조합법인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전 755㎡에 관하여 소외 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소외 회사가 기존 매수인이고, 원고 A는 이후 자신이 매수인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원고는 소외 회사가 농업법인이 아닌 일반 법인이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을 수 없으므로, 계약 체결 당시부터 소외 회사가 지정하는 자연인으로 매수인을 변경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 매수인 변경에 관한 특약
매매계약서 특약사항 제5항에는 다음 내용이 있었다.
“잔금 지급 시 매수인은 변경 가능하고, 매도인은 적극 협조한다.”
원고는 이 특약을 기존 매수인과 매도인이 계약인수에 미리 합의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기존 매수인이 원고를 새로운 매수인으로 지정하고 원고가 동의하면, 매도인의 추가 승낙 없이 계약인수가 성립한다는 주장이었다.
  1. 잔금 지급 후 매수인 변경 요청
소외 회사는 2021년 11월 10일 매매대금 잔금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잔금 지급 전후에 소외 회사가 피고에게 매수인이 원고로 변경되었다고 알리거나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였다는 자료가 없다고 보았다.
판결에서 인정된 것은 소외 회사와 원고가 잔금 지급일로부터 2주가 지난 뒤 내용증명을 통해 매수인 변경을 요청하였다는 사실이었다.
  1. 원고의 등기청구와 매도인의 동의 여부
원고는 자신이 소외 회사의 매수인 지위를 승계하였다며 피고를 상대로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항소심 제2회 변론기일에서, 자신이 매수인 지위를 승계하는 것에 관하여 피고가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동의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결국 쟁점은 계약서의 협조 특약 자체를 계약인수에 대한 사전 합의 또는 승낙으로 볼 수 있는지에 모아졌다.

법리

  1. 계약인수에는 계약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
계약인수는 개별 채권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 전체를 이전하는 것이다. 기존 당사자가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고 새로운 당사자가 그 지위를 승계하므로, 계약 상대방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사건처럼 매수인 지위를 이전하려면 기존 매수인과 새로운 매수인 사이의 합의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 상대방인 매도인의 합의 또는 승낙이 필요하다.
매도인의 승낙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1. 매수인 변경 가능성과 계약인수의 성립은 구별된다
법원은 “매수인은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를 매수인 지위가 원고나 제3자에게 확정적으로 이전된다는 뜻으로 보지 않았다.
또한 기존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매수인을 지정하면 매도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계약당사자가 곧바로 바뀐다는 의미로도 해석하지 않았다.
즉, 장래 매수인을 변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과 실제 계약인수에 필요한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것은 다르다.
  1. 적극 협조한다는 문구가 사전 승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매도인은 적극 협조한다”는 표현을, 매수인 변경에 매도인의 별도 동의·승낙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이 문구만으로 다음 사항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매도인이 기존 매수인이 지정하는 사람으로의 변경에 반드시 동의할 의무가 있다는 것
  • 매도인과 기존 매수인 사이에 계약인수에 관한 합의가 이미 성립하였다는 것
이는 모든 협조 특약에 법적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아니라, 이 사건 특약의 문언만으로 매수인 지위의 이전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1. 특약에서 정한 변경 시점도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특약은 매수인 변경 시점을 “잔금 지급 시”로 정하였다.
법원은 설령 특약을 매도인의 협조의무로 보더라도, 잔금 지급 전후에 매수인 변경을 요청하였다는 자료가 없고 2주가 지난 뒤에야 요청한 점을 추가로 고려하였다.
다만 판결의 중심 근거는 매도인의 동의와 계약인수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경 요청이 늦었다는 사정은 특약에 기초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추가 사유이다.
  1. 내용증명 통지만으로 매도인의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
기존 매수인이 새 매수인을 지정하여 통지하였다는 사실과 매도인이 그 교체에 동의하였다는 사실은 별개이다.
이 사건에서는 내용증명에 의한 변경 요청은 인정되었지만, 이를 매도인이 승낙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었다. 따라서 통지 자체만으로 원고가 매수인 지위를 취득하지는 못하였다.
  1. 등기청구권 양도로 보더라도 매도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법원은 계약상 지위 전체의 이전이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 양도된 것으로 가정하더라도 결론이 같다고 판단하였다.
부동산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에도 채무자인 매도인의 승낙이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고는 계약인수에 의하든 등기청구권 양도에 의하든 피고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었다.

실무상 유의점

  • 협조 특약과 사전 승낙을 구별해야 한다. “명의변경 가능”, “적극 협조”라는 표현만으로 추가 동의 없는 계약인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 새 매수인 지정권과 변경 절차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사전 승낙인지, 별도 승낙이 필요한지, 지정·통지의 기한과 방법은 무엇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 계약인수를 주장하는 사람은 매도인의 동의를 입증해야 한다. 묵시적 동의를 주장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언행이나 거래 경위가 필요하다.
  • 등기청구권 양도라는 구성으로도 동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이 사건과 같은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도인의 승낙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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