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선보상금반환〕 국가법령정보센터
예멘 석유광구의 증산 가능성과 경제성에 관한 원고의 인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기대 또는 예상으로 보아 착오취소를 부정하였다. 또한 공동참여계약에서 보상금 지급 부분만 분리하여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하급심
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2. 4. 선고 2014가합395 판결
원고의 보상금 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는 가집행선고가 붙은 제1심판결에 따라 2015. 3. 10. 원고에게 원리금 합계 9,346,483,860원을 지급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 2016. 1. 21. 선고 2015나8508 판결
공동참여계약 중 보상금 지급 부분을 별도의 계약으로 보고, 광구에 최소한의 경제성이 있다는 인식을 동기의 착오로 평가하였다.
이에 따라 보상금 지급 부분의 취소를 인정하여 피고에게 5,978,735,700원 및 법정이자·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다만 제1심보다 이자 등의 인정 범위를 줄여, 원고에게 가지급금 중 일부를 반환하도록 명하였다.
이 판결의 보상금 계약 분리 및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 서울고등법원 2020. 9. 10.자 2020나20250 화해권고결정
환송심에서 제공된 자료는 본안판결이 아니라 화해권고결정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원고는 피고에게 결정 확정일부터 14일 이내에 18억 원을 지급한다.
- 원고는 피고에 대한 청구를 포기한다.
- 원고가 위 금액을 모두 지급하면, 피고에 대한 가지급물 반환의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
-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따라서 이 18억 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돌려주는 보상금이 아니라, 원고가 이미 받은 가지급금의 반환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피고에게 지급하도록 정한 금액이다.
제공된 결정문만으로 화해권고결정의 확정 여부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관련판례
가. 장래의 기대와 착오를 구별한 선행 판례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직접 인용한 판례들이다. 계약 당시의 인식과 사실이 어긋나는 착오와, 장래의 사정에 대한 예상이 빗나간 경우를 구별한다.
나. 공동의 세액 착오를 인정한 비교 판례
앞서 정리한 양도소득세 사건이다. 구체적인 세액 계산에 오류가 있었고, 매도인에게 별도의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이 계약의 핵심 전제가 되어 착오취소가 인정되었다.
이 사건과 비교할 때에는 계약의 전제가 된 구체적 사실에 대한 오인인지, 당사자가 감수한 불확실한 사업전망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다. 장래의 기대에 현재 사실에 대한 인식이 포함된 경우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676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사건 판결을 인용하면서, 장래에 대한 기대라도 그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관한 인식이 포함되어 있고 그 인식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면 착오로 다룰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장래와 관련된 사항은 모두 착오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109조 —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이면 취소가 제한된다.
이 사건에서는 중요부분인지,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원고의 인식이 법적으로 ‘착오’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나. 민법 제105조 — 임의규정
계약 내용의 해석과 관련된다. 공동참여계약과 보상금 지급약정을 별개의 법률행위로 나눌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다. 민법 제2조 — 신의성실, 민법 제543조 — 해지·해제권
원고가 함께 주장한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제와 관련된다.
위 조항들은 대법원판결의 참조조문에 구법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사실관계
가. 한국석유공사가 확보한 광구 사업에 한화가 참여한 구조
피고 한국석유공사는 2005년 예멘 국영기업인 YICOM이 시행한 국제입찰에서 예멘4광구 운영권의 50% 지분을 취득할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피고는 그중 일부를 국내 기업에 배분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이 광구 운영권의 15%, 원고 주식회사 한화가 5%에 참여하게 되었다.
국내 공동참여자들의 몫을 광구 전체 운영권 기준으로 보면 한국석유공사 30%, 현대중공업 15%, 한화 5%에 해당한다. 국내 컨소시엄 내부 참여비율로는 각각 60%, 30%, 10%에 해당한다.
나. 한화가 지분매입대금 외에 프리미엄을 지급하게 된 경위
입찰에서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보상비율을 경쟁 기준으로 삼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분매입대금의 205%를 제시하여 1위가 되었다. 이는 지분매입대금 100%에 프리미엄 105%를 더한 금액이다.
한화는 당초 120.99%를 제시하였으나, 현대중공업과 같은 205% 조건으로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사자들은 2007. 7. 11.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하였고, 한화는 한국석유공사에 다음 금액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에서 반환을 구한 것은 위 금액 전부가 아니라 보상금·프리미엄 부분이다. 원고는 이를 원화로 환산한 5,978,735,700원과 이자 등을 청구하였다.
다. 긍정적인 사업전망과 함께 불확실성도 제시되어 있었다
한국석유공사는 기존 시추공의 보수, 추가 시추, 회수증진기술 등을 통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화에 제공된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도 기재되어 있었다.
- 기초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매장량이 검증된 수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 작업계획과 예산이 잠정적이라는 점
- 저류층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
- 생산성과 회수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광구는 이미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노후광구였다. 한화는 관련 보고서와 기술자료를 제공받았고, 별도로 지질학 교수에게 기술평가를 의뢰하였다. 그 평가 역시 추가 연구와 기술 적용을 전제로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내용이었다.
라. 실제 평가 결과 경제성이 낮아지고 손실이 누적되었다
광구 인수 후 추가 탐사와 기술평가를 진행한 결과, 저류층의 압력을 높이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증산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중장기적인 접근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였고, 운영을 계속할수록 손실이 누적되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분 매각과 사업 철수를 추진하다가 2013. 9. 26. 조합의 해산을 청구하면서 공동참여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마. 한화는 최소한의 경제성에 관한 동기의 착오를 주장하였다
한화는 광구에 최소한의 경제성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지분매입대금보다도 많은 보상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믿음이 한국석유공사의 설명으로 유발되었고, 양측 모두 같은 착오에 빠져 있었으므로 보상금 지급 부분을 취소하고 지급액을 반환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환송 전 원심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원고가 위험을 알고 한 장래의 예상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로 판단하였다.
법리
가. 동기의 착오를 논하기 전에 ‘사실의 오인’과 ‘장래의 예상’을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9조의 착오가 인정되려면 계약 당시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실제 사실 사이에 불일치가 있어야 한다.
반면 당사자가 장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경우에는, 그 예측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당시의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한화의 투자 동기가 중요하였는지가 아니라, 그 동기를 이루는 인식이 확정된 사실에 대한 오인이었는지, 불확실한 미래 성과에 대한 기대였는지였다.
나. 원심은 ‘현재의 경제성에 관한 오인’, 대법원은 ‘장래 성과에 관한 예상’으로 보았다
대법원은 광구의 매장량, 저류층 특성, 회수기술, 예상 생산량, 기술용역비용 등이 직접 확인하기 어렵거나 불확실성을 가진 변수라는 점을 중시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조건을 알고 사업에 참여하였으므로, 예상보다 경제성이 낮게 나타난 위험도 감수한 것으로 보았다.
다. 상대방이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동기의 착오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한국석유공사가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공기업이고, 한화의 사업성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국석유공사가 보고서 등을 제공하면서 생산량 예측의 불확실성을 알렸고,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닉하여 적극적으로 착오를 유발한 사정은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상대방의 긍정적인 전망을 신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투자위험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판단을 상대방의 고의가 있어야만 동기의 착오가 인정된다는 일반 법리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에서는 제공된 정보의 내용과 위험 고지 여부를 종합하여, 착오 유발이 아닌 위험을 수반한 공동투자로 평가한 것이다.
라. 쌍방이 같은 전망을 가졌더라도 곧바로 ‘공통의 착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환송 전 원심은 양측이 같은 경제성 평가를 하였다는 점을 공통의 착오로 보았다. 나아가 공통의 착오에는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의 중대한 과실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인식 자체가 법적 의미의 착오가 아니라 기대 또는 예상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근거로 ‘공통의 착오에는 중과실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명제가 확립되었다고 정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원심의 설명이며, 대법원이 그 명제의 당부를 판단하여 승인한 것이 아니다.
마.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경제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한화는 지분매입대금의 105%에 이르는 프리미엄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금액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경제성에 관한 기대가 보장된 사실로 바뀌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보상금의 성격은 한국석유공사가 먼저 확보한 사업 참여 기회의 일부를 이전하는 대가였다. 그 자체로 최소 수익이나 투자원금의 회수를 보장하는 대가는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가 보상금을 받는 대신 일정한 수익을 반드시 실현하여 분배할 의무를 별도로 부담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 보상금 지급 부분만 분리하여 취소할 수도 없었다
대법원은 착오의 성립 여부와 별도로, 취소 대상으로 삼은 법률행위의 범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보상금이 별도 항목으로 기재되고 별도로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 사정상 독립된 계약으로 분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보상금 조항은 지분매입비용을 정하는 약정의 일부였다.
- 입찰에서도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의 합계 비율을 기준으로 경쟁하였다.
- 보상금에 대응하는 별도의 독립된 급부가 없었다.
- 보상금 부분만 별도의 계약으로 체결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하나의 공동참여계약 중 대가의 일부인 보상금만 떼어 취소하고 반환을 구하는 구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 장래와 관련된 인식이라도 현재 사실에 대한 오인이 포함되어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 법리의 적용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시간 구분이 아니다.
예컨대 ‘앞으로 수익이 날 것이다’라는 예상과 ‘현재 확보된 계약이나 실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인식은 구별된다. 후자의 구체적인 기초 사실이 잘못되었다면, 이를 근거로 한 장래의 기대가 포함되어 있어도 착오 문제가 될 수 있다.
후속 판례인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6760 판결도 이러한 구별을 명확히 하였다.
따라서 투자계약에서 착오취소를 주장하려면 실패한 전망 자체가 아니라, 계약 당시 어떤 구체적 사실을 어떻게 잘못 인식하였는지를 특정해야 한다.
아. 앞선 양도소득세 착오 사건과는 위험을 받아들인 전제가 달랐다
이 사건 판결이 앞선 세액 착오 판결을 변경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구체적 계산 오류를 계약의 전제로 삼은 경우와,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사업위험을 부담한 경우를 구별한 것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동기를 표시하였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한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알렸다’는 주장에 앞서, 경제성 판단 중 무엇이 사실에 대한 인식이고 무엇이 전망인지 구분해야 한다.
취소 주장은 계약 당시의 자료, 사실의 존재 여부, 자료의 한계에 대한 설명, 위험 고지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나. 설명자료의 긍정적인 부분과 유보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예상 매장량·매출·수익률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그 수치가 검증된 사실인지 추정치인지, 어떤 가정에 의존하는지, 추가 조사나 승인이 필요한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보고서에 기재된 자료 부족과 생산량 변동 가능성, 원고의 자체 기술평가가 착오취소를 부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다. 수익 보장과 사업전망을 계약서에서 구분해야 한다
최소 생산량·최소 수익·투자원금 회수 등이 계약 체결의 필수 조건이라면, 이를 구체적인 의무나 조건으로 정하고 미달 시의 환급·해제·손해배상 효과까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을 지급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보장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라. 환송심의 화해권고 내용을 대법원의 법리 판단과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은 동기의 착오를 부정하였다. 이후의 화해권고결정은 소송의 복잡성, 장기간의 소송으로 확대된 가지급물 반환의무,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고려한 분쟁 해결안이다.
따라서 화해권고결정의 18억 원을 착오취소에 따른 반환액이나 손해배상액으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