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매도인의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의 취소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건물에 관한 등기말소청구 부분만 파기환송하고,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였다.
건물 부분의 파기 이유는 착오취소를 부정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철거되어 멸실된 건물이라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소의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하급심
가.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1992. 6. 18. 선고 92가합629 판결
추가 세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착오취소를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는 인용하였다.
원고는 주위적 청구가 기각된 부분에 항소하지 않았고, 피고 은행만 예비적 청구가 인용된 부분에 항소하였다.
나. 부산고등법원 1993. 4. 14. 선고 92나11329 판결
세금 부담에 관한 착오가 매매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하고, 원고 측에 중대한 과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착오취소 판단은 받아들였으나, 원심이 건물의 멸실 여부와 등기말소청구의 소의 이익을 심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였다.
관련판례
가. 중요부분의 착오에 관한 판례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세금 부담에 관한 착오를 매매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로 판단하면서 인용한 판례들이다.
나. 장래 부과될 세액에 관한 착오
부동산 양도에 따라 부과될 세액에 관한 착오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09조의 적용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인용되었다.
다. 멸실된 건물의 등기말소청구
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3민상765 판결
이미 멸실된 건물에 관하여는 종전 소유자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소구할 이익이 없다는 판단에서 인용되었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109조 —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인 경우에는 취소가 제한된다.
나. 민법 제105조 — 임의규정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계약 내용의 해석과 관련된다. 이 사건에서는 실제 세액을 알았더라면 당사자들이 어떻게 약정하였을지를 고려하여 초과세액의 부담 주체를 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위 민법 조항들은 판결에서 구법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사실관계
가. 은행의 점포 신축을 위한 부동산 매수
피고 경남은행은 진주남지점의 영업장이 협소해지자 새로운 점포를 지을 부지를 물색하였다. 그 과정에서 대로변에 있는 원고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하려 하였다.
원고는 처음에는 매도를 거절하였으나, 은행 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다음 조건으로 매도하기로 하였다.
- 건물 가격은 별도로 계산하지 않고 토지를 평당 500만 원으로 평가할 것
- 부동산 매매로 원고가 부담하게 되는 제세공과금을 은행이 부담할 것
원고의 남편이 원고를 대리하여 협상을 진행하였고, 은행 측에서는 지점장이 본점의 지시에 따라 매수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은행이 계산한 세액과 추가 부담을 제한하는 특약
은행은 고문회계사에게 양도소득세 등의 계산을 의뢰하였다. 회계사가 계산한 세액은 다음과 같았다.
은행 본점은 위 세액을 은행이 부담하되, 차후 세액에 변동이 있더라도 은행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은 계약서안을 보냈다.
이에 원고의 남편은 추가 세금이 발생할 경우 은행이 부담하지 않는다면 매도할 수 없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였다.
다. 세무서의 확인을 거쳐 ‘추가 세금은 없다’고 믿고 계약 체결
은행 지점장은 위 특약이 내부 결재와 금액 특정에 필요한 형식적인 문구라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또한 은행의 고문회계사가 계산하고 본점이 검토한 금액이므로 추가 세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세무서에 확인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원고 측 직원과 은행 직원 등이 관할 세무서를 방문하여 세무담당자들에게 문의하였고, 계산된 세액이 맞다는 구두 확인을 받았다.
원고 측은 더 이상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1988. 12. 31. 은행이 제시한 계약서안대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같은 날 은행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쳤다.
원고 측이 계약을 체결한 전제는 ‘추가 세금이 발생하여도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부담하는 금액 외에는 추가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라. 세액 계산의 오류로 거액의 세금이 추가 부과
은행의 고문회계사는 세액을 계산하면서 공제해서는 안 되는 양도소득특별공제액을 공제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였다.
과세관청은 이를 뒤늦게 발견하여 과세표준을 다시 계산하고, 1990. 8. 6. 원고에게 다음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였다.
추가 세액은 매매대금의 20%를 넘는 금액이었다.
은행이 세금을 대신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과세관청에 대한 납세의무자는 매도인인 원고였으므로 추가 세금도 원고에게 부과되었다.
마. 추가 세금 지급청구와 착오취소에 따른 등기말소청구
원고는 은행에 추가 세금도 부담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은행은 계약서에 기재된 금액 외에는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는 주위적으로 추가 세액 등에 관한 금전 지급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세액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취소 의사표시가 담긴 서면은 1992. 5. 12. 피고 측에 도달하였다.
한편 은행은 매수한 부동산의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은행 건물을 신축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가. 세금 부담에 관한 착오도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중요부분의 착오를 인정하였다.
- 원고는 자신에게 세금 부담이 없다는 조건으로 매도하려 하였다.
- 원고 측이 실제 세액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였다.
- 잘못된 세액 계산과 설명 등 착오를 일으킨 계기는 은행 측이 제공하였다.
- 은행 역시 추가 세금이 없을 것이라는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었다.
- 실제 추가 세액이 매매대금의 20%를 넘는 거액이었다.
이 사건에서 세액은 원고만의 내심에 머문 사정이 아니었다.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이 협상 과정에서 반복하여 제시된 핵심 거래조건이었고, 당사자 쌍방이 잘못된 세액을 공통의 전제로 삼았다.
따라서 단순히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는 사정만으로 취소를 인정한 사건과 구별된다.
나. 추가 세금 면책특약이 있다고 하여 계산 오류의 위험까지 매도인이 인수한 것은 아니다
계약서에는 세액이 변동하더라도 은행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문구의 적용 범위를 계약 체결 경위와 특약의 목적에 따라 판단하였다.
은행이 매도인의 세금을 대신 부담하면 그 부담액도 양도가액에 포함되어 세금이 다시 늘어날 수 있었다. 대법원은 이 특약이 이러한 세금 대납에 따른 반복적인 세액 증가를 제한하려는 취지라고 보았다.
반면 회계사의 잘못된 계산으로 당초 예상액 자체가 틀린 경우까지 원고가 모두 부담하기로 한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추가 세금’이라는 표현이 같더라도, 당사자가 예정한 세액 증가와 계산 오류 때문에 발생한 세액 증가는 구별하여 해석한 것이다.
다. 쌍방의 공통된 착오가 있더라도 계약의 보충적 해석이 가능한지 먼저 검토한다
대법원은 착오가 인정되면 언제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실제 세액을 알았더라면 은행이 초과세액까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으리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내용으로 계약을 해석하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그 경우 원고는 은행에 초과세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세액에 착오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전체를 취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계약 당시 당사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가정적 의사에 따라 보충하여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법리이다.
라. 이 사건에서는 은행이 초과세액을 부담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은행 지점장은 실제 추가 세액을 알았더라면 은행이 이를 부담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증언만으로 보충적 해석에 필요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추가 세액이 약 3억 7,780만 원의 거액이었고, 실제로 추가 세금이 부과되자 은행이 지급을 거절하여 소송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은행이 실제 세액을 알았더라도 그 액수를 불문하고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초과세액을 은행이 부담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보충하여 취소를 제한할 수 없었고, 원고의 착오취소가 인정되었다.
마. 지점장의 설명과 은행의 추가 세액 부담약정은 구별된다
지점장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세금 전액을 은행이 부담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 사정상 그 말만으로 실제 세액이 예상액을 초과할 경우에도 은행이 전액 부담하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 지점장은 본점의 지시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였다.
- 지점장이 단독으로 추가 세액 부담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원고 측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았다.
- 당사자 쌍방은 확인된 금액을 초과하는 세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추가 세액을 지급할 계약상 의무가 인정되는지와 잘못된 설명 및 공통된 전제로 인한 착오취소가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사건은 은행의 추가 세금 지급의무를 인정한 판결이 아니라,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판결이다.
바. 장래 부과될 세액이라는 이유만으로 착오취소가 배제되지 않는다
은행은 양도소득세액이 계약 당시 확정되지 않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이라는 취지로 다투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동산 양도에 따라 부과될 세액에 관한 착오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관한 것이라도 민법 제109조의 착오에서 당연히 제외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다만 이 사건은 당사자들이 구체적으로 계산하고 세무서에까지 확인한 세액을 계약의 공통 전제로 삼은 경우이다. 이를 일반적인 장래 수익이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빗나간 모든 경우로 확대할 수는 없다.
사. 세무전문가의 계산과 세무서 확인을 믿은 매도인에게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은 원고 측이 계약서의 면책문구를 알면서 서명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원고 측은 해당 문구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였고, 은행 측의 설명에 더하여 세무전문가의 계산과 세무서의 확인까지 거친 뒤 추가 세금이 없다는 전제를 신뢰하였다.
이러한 계약 체결 경위는 착오취소를 제한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었다.
아. 신축건물의 존재는 취소권 행사와 멸실건물의 소의 이익에서 각각 다르게 작용한다
은행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지어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취소권 행사가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기존 건물이 실제로 철거되어 멸실되었다면, 그 건물에 관한 등기용지는 폐쇄될 것이므로 종전 소유자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
대법원은 원심에 건물의 멸실 여부를 심리하고, 멸실이 확인되면 그 부분의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계약취소의 유효성과 개별 원상회복청구의 적법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무적 유의점
가. 세금 부담약정에는 계산 오류와 추가 과세의 위험을 구분하여 정해야 한다
매수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계약에서는 단순히 부담액이나 면책문구만 기재해서는 분쟁을 충분히 예방하기 어렵다.
세액 산정의 오류, 공제·감면의 부인, 세금 대납액의 양도가액 산입, 가산세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원인을 구분하고, 각 위험의 부담 주체를 정할 필요가 있다.
나. 공동의 착오에서는 지급청구와 취소청구를 구별하여 구성해야 한다
검토 순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실제 합의에 따라 상대방에게 추가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지
-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계약의 보충적 해석으로 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 그러한 해결이 어렵다면 중요부분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상대방의 추가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착오취소까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 공통된 전제와 위험 인수 여부를 보여주는 협상자료가 중요하다
세액 계산서, 계약서 초안, 면책문구에 대한 이의, 본점의 지시, 담당자의 설명, 세무서 확인 경위 등은 당사자가 무엇을 전제로 계약했는지 판단하는 핵심 자료이다.
특히 추가 부담이 없다고 잘못 믿은 것인지, 추가 부담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위험을 받아들인 것인지를 구분하여 입증해야 한다.
라. 판결 결과는 ‘착오취소 인정, 건물 부분만 소의 이익 문제로 파기환송’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 판결을 전체 파기환송으로만 소개하면 착오취소까지 부정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반대로 은행에 추가 세금의 지급을 명한 판결로 소개해서도 안 된다.
대법원은 착오취소 판단을 유지하면서 토지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고, 건물 부분만 멸실 여부와 소의 이익을 심리하도록 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