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약 당사자 모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착각했다면, 상대방에게 세금을 부담시킬 수 있는가

핵심 결론 쌍방이 과세 여부를 착오하여 세금 부담을 정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보충하여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객관적인 이익조정에 따라야 하며, 이 사건에서는 국가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도록 계약을 해석하거나 착오로 취소하는 것이 모두 부정되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5다13288, 2002다38828, 2000다12259

해당판결

가.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3288 판결〔부당이득금〕
계약 당사자의 공통된 착오로 약정에 공백이 생긴 경우 보충적 계약해석이 가능하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다만, 기부채납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국가가 이를 부담하기로 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환송심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 2. 8. 선고 2006나116599 판결〔부당이득금〕
국가의 세금 부담에 관한 묵시적 약정, 부가가치세법에 근거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및 보충적 해석에 의한 계약내용 조정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여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9. 9. 선고 2003가합35845 판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환송 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5. 1. 25. 선고 2003나66914 판결
당사자들이 부가가치세 부과 사실을 알았다면 국가가 이를 부담하는 내용으로 약정하였을 것이라고 보아, 국가에 본세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다. 심급별 판단의 차이

구분판단결과
제1심국가에 세금 상당액을 청구할 근거가 없음원고 청구 기각
환송 전 항소심공통착오가 없었다면 국가가 세금을 부담하기로 하였을 것으로 해석원고 일부 승소
대법원보충적 해석은 가능하지만 국가 부담이라는 결론에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함파기환송
환송심약정·부당이득·착오취소·계약내용 조정 모두 불인정원고 항소 기각

관련판례

가. 부가가치세의 사법상 지급청구 근거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다38828 판결〔건물명도〕
부가가치세 거래징수 규정만으로 공급자가 상대방에게 세금 상당액을 직접 청구할 사법상 권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상대방이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에 따라 청구할 수 있다.
그 약정은 공급 후에 이루어져도 되고, 명시적 약정뿐 아니라 묵시적 약정도 가능하다. 이 사건 대법원과 환송심이 직접 인용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예상 세액에 관한 착오와 계약취소

대법원 1994. 6. 10. 선고 93다24810 판결〔약정금〕
세금 부담에 관한 착오가 없었다면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고, 상대방이 착오의 계기를 제공하였으며 상대방도 동일한 착오에 빠진 사정 등 아래에서 중요부분의 착오를 인정한 사례이다.
이 사건 환송심은 위 판례를 검토하면서도, 국가가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였다는 증거 등이 없다는 점에서 구별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다.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례

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환송심은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계약의 내용으로 되고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법리와 관련하여 이 판결을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가. 계약의 해석·착오·부당이득

나. 판결 당시의 부가가치세 규정

  •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항 — 판결 당시 조문: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의 납세의무
  • 부가가치세법 제15조 — 판결 당시 조문: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할 때 부가가치세를 공급받는 자로부터 거래징수하는 규정
판결문은 부가가치세법에 별도의 개정 전 법률을 특정하는 괄호를 붙이지 않았다. 위 링크는 판결 당시의 조문으로 연결하며, 현재의 동일 조문번호와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다. 기부채납과 사용료 면제에 관한 구 국유재산법

구 국유재산법(2004. 12. 31. 법률 제73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첨부 판결 이유에는 시행령의 개정 형식을 ‘법률 제18886호’라고 기재한 부분이 있으나, 정확한 표기는 ‘대통령령 제18886호’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참조조문 및 법령 연혁에 따라 이를 바로잡았다.

사실관계

가. 건물을 기부채납하는 대신 토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대한민국 소유인 서울 송파구 소재 대지 1,363.5㎡ 위에 건물을 신축하여 국방부에 기부채납하고, 그 대가로 대지와 건물을 일정 기간 사용·수익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2002. 5. 9. 연면적 1,618.33㎡의 건물을 신축하여 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하였고, 같은 달 27. 관할 부대장으로부터 사용·수익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기부채납은 건물을 제공하고 그에 대응하여 사용료 면제의 이익을 받는 구조였다.

나. 건물 가액에 대응하여 사용료 면제기간을 정하였다

항목약정·허가 내용
기부채납 건물의 감정평가액802,559,990원
대지 및 건물의 연간사용료187,386,000원
사용료 면제기간2002. 5. 1.부터 2006. 8. 12.까지
기간 산정의 기본 구조면제되는 사용료 합계가 기부채납금액에 달하는 기간
원고와 국가 담당자는 이 과정에서 기부채납이 부가가치세 부과대상이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부가가치세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약정하지 않았다.

다. 세무서는 대가관계가 있는 거래라고 보아 원고에게 과세하였다

송파세무서는 건물 기부채납과 사용료 면제를 전체적으로 보아 경제적 대가관계가 있는 유상기부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2003. 1. 16.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고, 원고는 2003. 2. 17. 이를 납부하였다.
구분금액
본세80,255,999원
가산세23,675,517원
부과·납부액103,931,510원
비고합산액에서 10원 미만 버림
이 소송은 해당 과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이 아니라, 기부채납 계약의 상대방인 대한민국에 세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청구한 민사소송이다.

라. 원고는 네 가지 근거로 국가에 지급을 청구하였다

청구 근거원고의 주장
사후의 묵시적 약정세무공무원과 국방부 담당자의 설명 등을 보면 국가가 세금을 부담하기로 하였다.
부가가치세법 및 부당이득건물을 공급받은 국가가 부담할 세금을 원고가 납부하였으므로 반환해야 한다.
착오에 의한 취소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착오로 계약했으므로 취소하고 세금 상당액을 돌려받아야 한다.
보충적 계약해석쌍방이 과세 사실을 알았다면 국가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을 것이므로 그 내용으로 계약을 조정해야 한다.
환송 전 항소심은 마지막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를 일부 승소시켰으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하였고 환송심은 네 가지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법리

가. 공통착오로 계약에 공백이 생기면 보충적 해석이 가능하다

계약 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같은 착오에 빠지고, 그 때문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지 않았다면 계약내용을 보충하여 해석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양측 모두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여 세금 부담에 관한 약정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공통착오 때문에 생긴 계약의 공백을 보충할 수 있는가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보충적 해석이라는 접근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부정한 것은 곧바로 “국가가 세금을 부담하기로 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린 부분이다.

나. 보충하는 의사는 실제 속마음이 아니라 객관적인 이익조정 의사이다

보충적 해석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한쪽 당사자의 사후 주장이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주관적 의사의 추측이 아니다.
다음 요소에 비추어 착오가 없었다면 정당하게 정하였을 계약내용을 객관적으로 찾아야 한다.
  • 계약의 목적
  • 거래관행
  • 적용되는 법규
  • 신의성실의 원칙
  • 당사자 사이의 정당한 이익조정
따라서 원고가 “세금이 나오는 줄 알았다면 상대방에게 부담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상대방도 그 부담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볼 객관적 근거와 법적 가능성이 필요하다.

다. 부가가치세 거래징수 규정만으로 상대방에게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세법상 납세의무와 계약상 세금 부담의무는 구별된다.
이 사건에서 건물을 공급한 원고가 세법상 납세의무자였다. 국가가 건물을 공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국가에 원고 대신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생기지는 않는다.
당시 부가가치세법 제15조는 거래징수 구조를 정한 규정일 뿐, 그 자체로 공급자에게 상대방을 상대로 하는 사법상 지급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가 세금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고의 납부는 자신의 납세의무를 이행한 것이다. 국가의 채무를 대신 갚았다는 전제에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라.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나 국유재산법령도 국가 부담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별도 약정이 없으면 공급받는 사람이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는 일반적 거래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기부채납의 경우 국가가 그 세금을 부담한다는 관행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국유재산법령은 기부채납 재산의 가액을 기준으로 사용료 면제와 사용·수익허가기간을 정하도록 하였다.
법원은 이 기준이 되는 기부채납 재산가액을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은 공급가액으로 보았고, 국가가 그와 다른 약정을 할 수 있는지도 법령에 따라 제한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계약해석을 통하여 국가의 세금 부담을 새로 인정할 객관적·법적 근거가 없었다.

마. 담당자의 긍정적인 설명만으로 국가의 부담약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원고는 세무서에서 먼저 납부한 뒤 국방부로부터 변상받으라는 권유를 받았고, 국방부 담당자도 긍정적으로 답변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환송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국가가 세금을 부담하겠다는 묵시적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그러한 설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공무원이나 재산관리관에게 국가의 세금 부담 여부를 종국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즉, 약정의 존재와 함께 그 의사표시를 한 사람의 권한도 문제 되었다.

바. 공통착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취소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환송심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동기의 착오로 보았다.
그러나 다음 사정 때문에 민법 제109조에 따른 취소는 인정하지 않았다.
  • 과세되지 않는다는 동기가 계약내용으로 편입되거나 표시되지 않았다.
  • 국가가 원고에게 그와 같은 착오를 일으키게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었다.
따라서 공통착오에 따른 보충적 해석의 문제와 중요부분의 착오에 따른 계약취소의 문제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은 공통착오를 인정하면서도 국가에 부담을 전가하는 계약해석과 계약취소는 모두 부정한 사례이다.

사.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조정과도 구별된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 체결 후 새 법률이 생기거나 거래환경이 달라져 세금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계약 당시 이미 존재하던 과세관계를 양측이 잘못 이해한 것이다.
따라서 판단의 중심은 사후적 사정변경이 아니라, 계약 체결 당시의 공통착오와 그로 인한 계약의 공백이었다.

실무적 유의점

가. 과세 여부와 세금의 계약상 부담자를 별도로 정해야 한다

“부가가치세가 발생하는가”와 “발생한 세금을 거래 당사자 중 누가 부담하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기부채납처럼 현금 지급 없이 사용권·면제 이익 등이 대가로 제공되는 거래에서도 과세와 부담 배분을 따로 검토하고 약정해야 한다.

나. 사후 세금 발생을 이유로 한 청구는 법적 근거별로 나누어야 한다

검토할 근거핵심 확인사항
약정금 청구명시적·묵시적 부담약정의 존재와 체결권한
부당이득반환상대방에게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이 실제로 발생하였는지
착오취소중요부분의 착오, 동기의 표시·내용 편입, 상대방의 유발 여부 등
보충적 계약해석계약의 공백과 객관적인 이익조정 기준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별도의 조세법상 과세요건 및 불복 문제
이 사건에서 국가가 과세주체이자 계약상대방이었다고 하여, 두 법률관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아니다.

다. 보충적 해석으로 법령상 제약을 넘어서는 의무를 만들 수는 없다

공통착오는 보충적 해석을 검토할 출발점이지만, 원하는 계약내용을 인정받는 근거가 곧바로 되지는 않는다.
특히 국가나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는 상대방의 처분권한과 적용 법령에 비추어, 주장하는 부담약정이 법적으로 가능한 내용인지 확인해야 한다.

라. 판결문의 금액 표기는 구별하여 인용해야 한다

환송심의 인정사실에 기재된 실제 부과·납부액은 103,931,510원이다. 반면 청구취지에는 103,931,151원으로 기재되어 있어 숫자 배열에 불일치가 있다.
따라서 홈페이지의 사실관계에는 인정사실상 납부액을 사용하되, 청구취지를 그대로 인용할 때에는 이러한 표기 차이가 있음을 구별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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