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다229536 판결〔계약무효에따른원상회복등〕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보험계약의 착오취소에 따른 부담금 반환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를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가. 청주지방법원 2015. 8. 13. 선고 2014가합3266 판결
원고 측에 불리한 판단을 하였고, 원고가 항소하였다. 구체적인 제1심 판단 이유는 제공된 원심판결만으로 확정하여 정리하기 어렵다.
나. 대전고등법원 2017. 4. 25. 선고 (청주)2015나11398 판결
제1심판결 중 일부를 취소하고, 다음과 같이 부담금 반환과 위자료 지급을 명하였다.
위 금액에 판결에서 정한 법정이자와 지연손해금이 추가된다.
원고 A가 처음 납입한 금액은 2억 2,000만 원이지만, 그중 2억 원 부분은 소송 전에 해지환급금을 받았으므로 위 반환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련판례
가. 보험상품의 중요사항에 관한 설명의무
보험회사는 고객이 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중요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 약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면 상품설명서 등 추가자료를 활용해야 한다는 법리에서 인용되었다.
나. 재산상 손해의 입증곤란과 위자료 산정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으나 증명곤란으로 손해액을 확정할 수 없어 배상받지 못하는 사정을 위자료 산정에 참작할 수 있다는 법리에서 인용되었다.
다. 부당이득반환에서 악의의 수익자의 의미
악의의 수익자란 자신의 이익 보유에 법률상 원인이 없음을 인식한 사람을 뜻한다. 반환의무를 발생시키는 기초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법리에서 인용되었다.
관련법령
가. 착오취소·부당이득·위자료
- 민법 제109조 제1항: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와 중대한 과실에 따른 취소 제한
- 민법 제748조 제2항: 악의의 수익자의 이자 반환 및 손해배상
- 민법 제749조: 수익자의 악의 전환 및 패소한 선의의 수익자에 대한 악의 의제
- 민법 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
나. 보험회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판단 기준
- 구 보험업법(2010. 7. 23. 법률 제103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5조 제1항, 제97조 제1항
- 구 보험업법 시행령(2011. 1. 24. 대통령령 제226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대법원은 위 규정에서 정한 보험회사와 보험모집종사자의 의무 내용을 설명의무의 유력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다. 당시의 세금 경감 및 과세이연 제도
- 구 조세특례제한법(2011. 12. 31. 법률 제111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6조 제1항
-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의2 제5항
전자는 2009년 퇴직자의 퇴직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경감한 규정이고, 후자는 일정한 요건으로 퇴직급여를 개인퇴직계좌에 입금한 경우 과세를 이연하는 규정이다.
라. 개인퇴직계좌의 설정과 급여 수령
-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11. 7. 25. 법률 제109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2012. 7. 24. 대통령령 제239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원심이 개인퇴직계좌의 구조와 급여 수령요건을 설명하면서 제시한 규정이다.
아래 과세방식의 설명은 이 사건 계약 당시의 구법과 해당 상품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의 개인형퇴직연금 과세방식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실관계
가. 보험회사에서 퇴직한 직원들이 퇴직금을 같은 회사의 보험상품에 납입하였다
원고 A와 선정자 B·D·E는 피고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 당시 상호인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에서 약 20년간 근무하다가 2009년 4월경 퇴직하였다.
원고들은 퇴직금을 활용한 노후생활 준비를 위해 2009년 5월경 피고의 개인퇴직계좌 상품인 ‘대한개인퇴직계좌 자산관리보험’에 가입하였다.
납입금액은 A가 2억 2,000만 원, B가 2억 원, D와 E가 각 1억 5,000만 원이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보험회사의 퇴직 직원인 동시에, 피고가 판매한 퇴직금 운용상품의 가입자였다.
나. 퇴직소득세 30% 경감과 상품의 과세이연은 서로 다른 제도였다
당시에는 2009년 말까지 퇴직한 근로자에게 퇴직소득 산출세액의 30%를 공제하는 한시적 특례가 있었다. 원고들은 퇴직할 때 이미 이 혜택을 적용받아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였다.
이 혜택은 이 사건 보험상품에 가입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편 별도의 과세이연 제도에 따라, 퇴직급여액의 80% 이상을 퇴직일부터 60일 이내에 개인퇴직계좌에 입금하고 필요한 신고를 하면 이미 원천징수된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아 운용원금에 편입할 수 있었다.
세금을 지금 낼지 나중에 낼지뿐 아니라, 운용원금의 크기와 이후 적용되는 세금의 종류까지 달라지는 구조였다.
다. 피고는 30% 경감혜택을 강조하며 과세미이연 가입을 권유하였다
피고 직원은 원고들에게 과세이연과 과세미이연은 퇴직소득세를 먼저 내느냐 나중에 내느냐의 차이이고, 나중에 내면 한시적인 30% 경감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과세미이연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권유하였다.
반면 상품설명서에는 과세이연, 이자소득세 절약, 연금 수령 등의 혜택이 강조되어 있었다. 뒷면에 작은 글씨로 퇴직금의 ‘일부’를 가입하면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 등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요건과 과세 차이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였다.
원고들은 결국 퇴직소득세를 이미 납부하였으므로 나중에 연금이나 일시금을 받더라도 별도의 세금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과세미이연 방식으로 가입하였다.
라. 실제로는 과세이연 여부와 수령방법에 따라 부담이 달랐다
판결이 설명한 당시의 구조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과세미이연으로도 형식상 연금 수령은 가능하였다. 다만 원심은 기존 퇴직소득세에 더하여 연금소득세를 부담하는 등의 불이익 때문에, 이를 제대로 알았다면 실질적으로 그 방식을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품을 판매한 사례로 정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핵심은 연금 수령의 가능성만 설명하고, 그 선택에 따르는 세금과 경제적 불이익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 가입자들은 과세이연을 선택할 기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였다
A는 퇴직급여액의 약 97%를 납입하여 이미 80% 요건을 충족하였다. 나머지 선정자들도 추가 납입을 통해 과세이연 요건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러한 선택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과세이연의 혜택을 배제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부담금의 0.7%에 해당하는 운용관리 수수료도 부담하였다.
바. 민원과 일부 해지 후 계약취소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들은 이후 연금수령액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초 이해와 다른 세금 부담을 알게 되어 피고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A는 2012. 12. 28. 납입금 중 2억 원 부분을 해지하고 223,850,766원을 받았다. 나머지 계약 등에 관하여는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고 부담금 반환과 위자료를 구하였다.
소는 2014. 10. 13. 제기되었고, 취소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 부본은 2014. 10. 22.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법리
가. 설명의무는 약관의 문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험회사는 고객이 개별 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이해하고 가입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중요사항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설명의 정도는 상품의 복잡성과 위험도, 고객의 가입 경험과 이해능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약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면 상품설명서 등 추가자료를 활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과세방식에 따라 실제 수령액과 선택의 유불리가 달라지므로, 과세이연 여부와 급여 수령방식에 따른 세금 차이 자체가 설명해야 할 중요사항이었다.
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유발된 동기의 착오도 계약취소 사유가 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경우 착오취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 보험회사 또는 모집종사자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
- 그 때문에 고객이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착오에 빠졌다.
- 착오가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내용으로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
이 요건을 갖추면 착오가 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에 관한 것이라도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제대로 설명을 들었다면 과세이연 혜택을 배제한 상태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취소가 인정되었다.
다. 장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계약 당시의 과세구조에 관한 착오였다
원고들이 잘못 이해한 것은 ‘앞으로 운용수익이 많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선택한 가입방식에서 어떤 세금이 부과되고 어떤 혜택이 배제되는지에 관한 계약 당시의 상품 구조였다.
앞서 본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라. 사기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착오취소는 가능하다
원심은 피고가 착오를 유발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기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기에 의한 취소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원고들이 중요한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사기행위가 인정되어 취소된 사건이 아니라, 설명의무 위반으로 유발된 착오를 이유로 취소된 사건이다.
마. 중대한 과실에 관한 주장은 실체 판단이 아니라 상고심 주장 제한으로 배척되었다
피고는 원고들의 착오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 주장이 원심에서는 제기되지 않고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되었으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설명의무 위반이 있으면 고객의 중대한 과실은 언제나 문제 되지 않는다거나, 대법원이 원고들의 중대한 과실을 실체적으로 심리하여 부정하였다는 취지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바. 설명의무 위반과 부당이득 수익자의 악의는 별도로 판단한다
민법 제748조 제2항의 악의는 자신이 보유한 이익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을 아는 것을 뜻한다. 그 증명책임은 악의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있다.
피고가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민원을 받았거나 계약취소의 원인이 되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부담금을 법률상 원인 없이 보유한다는 점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악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납입일부터 법정이자를 붙여 반환하라는 주장은 배척되었다.
다만 피고가 패소하였으므로 민법 제749조 제2항에 따라 소 제기일인 2014. 10. 13.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간주되어 그 이후의 법정이자 등이 인정되었다.
계약취소의 효력이 소급한다는 것과 납입일부터 이자를 반환해야 한다는 것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다.
사. 재산상 손해액의 산정이 어려운 사정을 위자료에 반영하였다
원고들이 설명을 제대로 들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퇴직금을 운용하였을지, 그 결과 재산이 얼마나 증가하였을지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는 어려웠다.
법원은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지만 그 액수를 확정하기 어려운 사정을 다음 요소와 함께 위자료 산정에 참작하였다.
- 퇴직금 대부분이 걸린 노후자금 운용 문제였다는 점
- 장기간 근무한 회사가 유리한 선택지를 설명해 줄 것이라고 신뢰하였다는 점
- 과세이연 방식을 선택할 기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였다는 점
- 소 제기 전 상당 기간의 법정이자를 반환받지 못한다는 점
- 민원과 소송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
이에 따라 A에게 500만 원, 나머지 선정자들에게 각 2,0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었다.
이는 입증하지 못한 재산상 손해 전액을 그대로 위자료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 사정을 포함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정신적 손해의 배상액을 정한 것이다.
아. 이미 해지한 계약을 나중에 취소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일반 법리로 확정하지 않았다
원심은 A의 2억 원 부분이 소송 전에 합의해지되고 환급금도 지급되었다는 이유로 부담금 반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대법원은 그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악의를 전제로 한 추가 이자청구인데, 악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 합의해지한 계약은 나중에 착오취소할 수 없다는 일반 명제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실무적 유의점
가. 설명의무 위반과 계약 체결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어떤 설명이 빠졌는지, 고객이 무엇을 잘못 이해하였는지, 정확한 설명을 들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지를 연결하여 주장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과세방식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은 것이 과세미이연 가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중요하였다.
나. 상품의 장점과 그 혜택을 받는 조건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연금 수령 가능’, ‘세금 절약’이라는 장점만 강조해서는 부족하다. 납입비율, 신고절차, 수령방법에 따라 혜택이 달라진다면 그 조건과 불이익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작은 글씨의 모호한 문구만으로 충분한 설명을 하였다고 인정되기는 어렵다.
다. 반환원금·이자·위자료를 구분하여 청구해야 한다
계약취소에 따른 부담금 반환, 악의의 수익자가 부담하는 이자,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은 각각 요건이 다르다.
특히 납입일부터의 이자를 구하려면 보험회사가 언제부터 이익 보유에 법률상 원인이 없음을 인식하였는지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
라. 사건의 핵심은 당시 제도에 따른 선택권 침해에 있다
이 판결은 과세이연 방식이 모든 가입자에게 언제나 유리하다는 일반적 판단이 아니다. 원고들의 노후설계 목적과 당시 제도 아래에서 중요한 선택지와 불이익을 설명하지 않아, 합리적인 가입 결정을 방해한 점을 문제 삼은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