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년 9월 21일 선고 2022나2036521(본소), 2023나2019622(반소) 판결〔약정금·매매대금반환 등 청구의 소〕
매수인의 계약해제 주장을 배척하고, 매도인의 감자 후 주식 94,161주 인도 및 담보 질권 말소와 동시에 매수인이 잔금 29억 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매수인이 청구한 계약금 1억 원 반환 반소는 기각하였다.
대법원 2024년 2월 29일 선고 2023다293521(본소), 2023다293538(반소) 판결: 매수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하의 구체적인 법리는 항소심 판결에 설시된 판단이다.
하급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년 9월 2일 선고 2021가합103403 판결
제1심은 상장폐지와 감자·증자에 따른 최대주주 지위 상실 등을 예견하기 어려운 사정변경으로 보아, 매수인의 계약해제를 인정하고 매도인의 잔금 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은 매수인이 계약 당시 그 위험을 충분히 예견하고 감수하였는지에 관하여 판단을 달리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0년 5월 14일 선고 2016다12175 판결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일방이 변경 위험을 부담하기로 한 사정은 사정변경 해제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경제적 변동도 해제사유가 되지 않는다. 항소심이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21년 6월 30일 선고 2019다276338 판결 사정변경의 예견가능성은 계약 내용, 당사자의 지위·거래경험, 위험의 구체성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제1심이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21년 7월 15일 선고 2018다214210 판결 최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이행거절은 명백하고 종국적인 것이어야 한다. 제1심이 인용하고 항소심이 해당 판단을 유지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2조 제1항: 신의성실의 원칙.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제 법리의 근거.
-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에 따른 최고와 계약해제 및 이행거절 시 최고의 예외.
- 민법 제546조: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의 계약해제.
사실관계
당사자와 거래 대상
매수의향서 작성과 담보 제공
A와 B는 2020년 1월 13일, A가 보유한 C 주식 5,649,717주, 지분율 약 5.12%를 50억 원에 매매하는 내용의 매수의향서를 작성하였다.
매수의향서에는 대상회사의 증자·감자 등이 있더라도 매수의향대금은 변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B는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이 보유한 별도 회사의 주식 90,000주에 A를 위한 질권을 설정하고, 대상회사가 발행한 액면금 합계 32억 원의 전환사채증권을 A에게 교부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말소가 문제 된 질권은 매매목적물인 C 주식에 설정된 질권이 아니라, B가 별도로 담보 제공한 주식에 설정된 질권이다.
거래정지 후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대상회사는 감사의견 거절로 2020년 3월 20일 주식거래가 정지되었다. B는 이를 이유로 같은 해 5월 19일 매수의향을 철회하였다.
그럼에도 A와 B는 2020년 11월 13일 같은 주식을 30억 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다시 체결하였다. 주요 조항은 다음과 같다.
증자·감자에도 대금이 변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앞선 매수의향서에 있었고, 위 주식매매계약에는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다.
질권말소 지연과 계약해제 통지
B는 계약금 1억 원만 지급하였다. A는 전환사채를 반환하였으나 질권말소는 이행하지 않았다.
A가 2021년 1월 25일 “잔금이 준비되면 질권을 해제하겠다”는 취지로 통지하자, B는 다음 날 질권말소 선이행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통지하였다. 다만 A의 통지에는 언제라도 질권을 해제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장폐지·감자 이후의 소송
대상회사 주식은 2021년 10월 6일 상장폐지되었다. 이후까지 이루어진 두 차례 감자와 한 차례 증자로 A의 보유 주식은 5,649,717주에서 94,161주로, 지분율은 약 5.12%에서 3.41%로 변경되었고, A는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였다.
A는 주식 인도와 질권말소를 조건으로 잔금 29억 원을 청구하였다. B는 질권말소 이행거절 외에도 사정변경 및 주식 인도의무의 이행불능을 주장하였고, 항소심에서는 계약금 1억 원 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법리
예견하고 감수한 상장폐지·감자 위험은 사정변경 해제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항소심은 다음 사정에 비추어 B가 계약 당시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 감사의견 거절과 거래정지를 알고, 이를 이유로 매수의향까지 철회한 뒤 다시 계약하였다.
- 매매대금을 5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낮춘 것은 상장폐지 등의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 매수의향서에 증자·감자에도 대금이 변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고, 본계약도 같은 거래의 연장선에서 체결되었다.
따라서 상장폐지와 지분율 하락이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계약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주가 상승이나 경영참여에 대한 기대와 계약 성립의 기초는 구별된다
제1심은 상장 유지와 최대주주 지위의 이전을 계약의 기초로 보았다. 반면 항소심은 이 사건에서 B의 시세 상승이나 경영참여에 대한 기대는 계약 체결의 동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상장폐지·증자·감자를 예견할 수 있었던 이상, 그 결과 투자 목적이나 경영참여 기대가 실현되지 않은 것도 별도의 해제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감자에 따른 주식 수 감소와 주식 인도의무의 이행불능은 다르다
B는 계약상 주식 5,649,717주 중 94,161주만 남았으므로 나머지 주식의 인도가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주식 전부가 소각된 것이 아니고, 감자 후에도 매매목적물이 동일성을 유지하며 남아 있으므로 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B가 증자·감자 위험을 예견하고 감수하였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였다.
그 결과 감자 후 남은 94,161주를 인도받는 조건으로도 당초 약정한 잔금 29억 원 전액의 지급의무가 유지되었다.
질권말소 지연만으로 명백하고 종국적인 이행거절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질권말소는 계약상 A의 선이행의무였다. 다만 A가 언제라도 말소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B 역시 질권말소에 필요한 설정자 측 서류를 준비하여 전달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에 법원은 A의 통지를 명백하고 종국적인 이행거절로 볼 수 없으므로,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이루어진 B의 해제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질권말소가 부수적 의무여서 해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아니라, 최고를 생략할 수 있는 이행거절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실무적 유의점
이 사건은 주식의 경제적 가치·지분율·최대주주 지위가 달라진 것과, 계약상 주식 인도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을 구별한 사례이다. 사정변경 해제 여부에서는 변동의 크기뿐 아니라 계약 당시 위험의 인식과 부담이 중요하다.
계약 검토 시에는 상장 유지, 최소 지분율, 최대주주 지위 또는 경영권 확보가 단순한 거래 동기인지, 매도인이 보장한 계약 내용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본계약에 반복되지 않은 매수의향서의 조항도 이 사건처럼 위험의 예견가능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질권말소 선이행의무의 지연을 이유로 해제하려면, 말소에 필요한 자신의 협조를 제공하였는지, 상대방의 종국적 거절이 명백한지, 상당한 기간의 최고를 거쳤는지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