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격담합 후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지속된 경우 공동행위의 종료와 과징금 산정

핵심 결론 매립 기준가격을 함께 정했다면 실제 거래가격이 달라도 담합이 성립한다. 다만 이후 업체들이 상당 기간 독자적으로 가격을 크게 낮추며 경쟁하여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면, 그 이후 매출액을 포함한 과징금 산정은 위법하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두37433, 2007두12774, 2009두4159, 2015두35536

해당 판례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두37433 판결 [과징금납부명령취소]
하급심
서울고법 2015. 1. 9. 선고 2013누30942 판결
원심은 가격담합의 존재를 인정하여 시정명령 취소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담합 종료 시점을 잘못 판단하여 산정한 과징금 179,000,000원의 납부명령은 취소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개별적인 탈퇴로 설명한 원심의 이유를 담합 전체의 사실상 파기로 보완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위 판례들은 이 판결에 참조판례로 기재되어 있으며, 가격담합에 따른 실행행위와 공동행위의 종료 판단에 관련된다.

관련 법령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54호로 개정된 것) 제19조 제1항 제1호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 결정·유지·변경 행위를 합의하는 것을 금지한다.
대법원과 원심은 개정일을 한정하는 괄호 없이 법률명과 제19조 제1항 제1호를 기재하였다. 위 표기는 현행법과 구분하기 위해 공동행위 종료 당시 시행되던 법령을 특정한 것이며, 판결에 없는 “개정되기 전의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

가. 법령 개정으로 폐석면 매립처리시장이 확대됨

원고 주식회사 유니큰과 동양에코, 에코시스템, 이에스티, 케이엠그린, 코엔텍, 인선이엔티는 지정폐기물 최종처리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이었다.
원심이 설명한 당시 제도에 따르면, 2008년 7월 1일 전에는 석면이 함유되어 있어도 비산 우려가 없는 제품의 폐기물은 지정폐기물에 포함되지 않아 일반폐기물 처리업체가 매립할 수 있었다. 비산 우려가 있는 폐석면은 지정폐기물로 분류되어 고온용융 또는 고형화 등의 방법으로 처리되었다.
이후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비산 우려가 없는 석면제품의 폐기물도 지정폐기물에 포함되었고, 폐석면의 매립처리 범위도 확대되었다.
이처럼 새롭게 확대되는 폐석면 처리시장에서 사업자들이 매립가격을 협의한 것이 사건의 출발점이었다.

나. 네 차례 모임을 통한 기준가격 합의

원고 등 7개 사업자는 2008년 3월 6일경부터 6월 24일경까지 총 네 차례 열린 전국매립장협의회 대표자 모임과 영업팀장 모임을 통해, 2008년 7월 1일부터 적용할 폐석면 매립 기준가격을 톤당 25만 원으로 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가격은 개별 거래에서 반드시 그대로 받아야 하는 확정가격은 아니었다. 실제 거래가격은 폐기물의 성상, 물량, 거래처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정하되, 톤당 25만 원을 참고 기준으로 삼는 구조였다.
원고는 이러한 모임이 새 제도의 처리방식, 추가비용, 원가 등에 관한 정보교환에 불과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일부 업체가 적정 단가를 25만 원으로 제시했을 뿐, 자신은 운송업체가 제시한 가격과 자체 원가를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가격을 정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원심은 관련 증거를 종합하여 단순한 정보교환을 넘어 기준가격을 공동으로 정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다. 초기 가격 유지 이후 일부 업체가 큰 폭으로 가격을 인하함

합의 시행 초기인 2008년 7월부터 2∼3개월 동안은 사업자들이 대체로 기준가격에 근접한 가격을 책정하였다.
그러나 2008년 10∼11월경부터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크게 낮추기 시작하였다.
  • 이에스티: 톤당 217,000원에서 150,000원으로 인하
  • 케이엠그린: 톤당 213,000원에서 155,000원으로 인하
이들 업체는 이후 일시적으로 가격을 올리기도 하였지만, 대체로 2013년 7월까지 상당히 낮아진 가격을 유지하였다.
원고 역시 거래상대방인 폐석면 수집·운반업체 등으로부터 경쟁업체의 가격인하 소식을 듣고 점차 가격을 낮추었다. 특히 2009년 11월경에는 톤당 174,000원으로 인하하여 이전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후 원고는 2011년 11월경까지 약 2년 동안 기준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을 유지하였고, 2012년 1월부터 2013년 7월까지는 대체로 톤당 20만 원 수준을 유지하였다.
동양에코와 에코시스템에서도 유사한 가격인하가 나타났으며, 적어도 2009년 9∼11월경부터는 업체별 실제 가격의 차이도 상당히 커졌다.

라. 신규 업체의 진입과 담합 유지에 관한 증거 부족

2008년 9월경과 2009년 3월경 신규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담합 제보를 받고 2008년 10월경과 2011년 11월경 두 차례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시장 변화와 조사 역시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 사정으로 보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들이 이후에도 매월 협의회 모임에 참여하면서 가격인하 경쟁을 자제하는 등 기준가격 유지에 노력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합의를 위반한 업체에 대한 제재수단이나 합의를 계속 유지·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확인되지 않았다.

마.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10월 23일 의결 제2013-175호로 기준가격 합의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하고, 원고 등에게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말라는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원고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179,000,000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동행위가 2013년 7월까지 계속되었다고 전제하여 관련매출액을 산정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모두 청구하였다.

바. 원고가 제기한 세 가지 쟁점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모임에서 정보를 교환하였을 뿐 가격담합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
  • 설령 합의가 있었더라도 늦어도 2009년 11월경에는 자신이 탈퇴하였거나 담합 자체가 사실상 파기되었다.
  • 관급공사는 발주처의 예정가격 산정 및 입찰절차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므로, 관련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
원심은 첫 번째 주장은 배척하고 두 번째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하면서, 관급공사 매출액 제외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다.

법리

가. 개별 거래가격이 달라도 기준가격에 관한 담합이 성립할 수 있음

원심은 합의의 대상이 최종 거래가격이 아니라 참고용 기준가격이라는 사정만으로 담합의 성립을 부정하지 않았다.
경쟁사업자들이 각자 결정해야 할 가격의 기준을 공동으로 정했다면, 실제 계약에서 물량이나 거래조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더라도 가격합의가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실제 가격이 모두 같지 않았다”는 사정과 “가격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구분해야 한다.

나. 일부 사업자의 탈퇴에는 의사표시와 합의에 반하는 행동이 필요함

가격합의에 따른 실행행위가 있었다면 공동행위는 그 실행행위가 끝나야 종료된다.
일부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담합에서 탈퇴하려면 다른 사업자들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탈퇴 의사를 표시하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원심은 원고의 지속적인 가격인하를 다른 업체들도 알고 경쟁하였다는 점에서, 원고가 묵시적으로 탈퇴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았다.

다. 담합 전체는 반복적인 가격경쟁으로 사실상 파기될 수 있음

담합 전체의 종료는 개별 사업자의 탈퇴와 구별된다.
참여 사업자들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뿐 아니라, 상당 기간 반복적인 가격경쟁을 벌여 합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경우에도 공동행위가 종료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원고 한 업체의 탈퇴 문제로 설명한 원심의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대신 여러 업체의 지속적인 가격인하와 상당한 가격 차이를 근거로, 늦어도 2009년 11월경에는 담합 자체가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두37433 판결

라. 일시적 가격인하와 담합의 실질적 종료를 구분해야 함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인하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었다.
원심은 기준가격 합의가 개별 거래에서 참고하는 비교적 느슨한 형태였다는 점, 가격인하가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점, 경쟁업체들도 이를 알고 가격경쟁을 벌였다는 점, 신규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가 다른 참여자들 몰래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어 거래를 확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지 않았다. 담합을 유지하면서 일부 거래에서만 합의를 어기는 행위와, 합의가 실질적으로 무너진 상태를 구별한 것이다.

마. 담합의 성립과 과징금 산정의 적법성은 별개임

원심은 담합이 실제로 성립하고 실행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은 유지하였다.
그러나 담합이 종료된 이후까지 참여가 계속되었다고 전제하여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아 과징금납부명령은 취소하였다.
이는 담합이 없었다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아니라, 위반기간을 잘못 산정한 해당 과징금납부명령이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결론

원심은 기준가격 담합의 존재를 인정하여 시정명령을 유지하면서, 원고에 대한 과징금 179,000,000원의 납부명령을 취소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개별적 탈퇴가 아니라 참여 사업자들의 반복적인 가격경쟁으로 담합 전체가 2009년 11월경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그 이후 매출액까지 포함한 과징금 산정이 위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두37433 판결

실무상 유의점

  • 기준가격이나 권장가격의 합의도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최종 거래가격이 달랐다는 사정만으로 담합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 개별 사업자의 탈퇴와 담합 전체의 파기를 구분하여 주장해야 한다. 전자는 탈퇴 의사표시와 독자적 행동, 후자는 시장 전반의 지속적인 경쟁 회복이 핵심이다.
  • 가격인하의 폭·지속기간, 업체별 가격 차이, 신규 진입, 합의 유지·제재 조치 등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와 시정명령 취소는 별개이다. 이 사건에서는 과징금납부명령만 취소되었다.
  • 관급공사 매출액 제외 주장은 판단되지 않았으므로, 이 판결을 해당 매출액의 제외 근거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같은 또는 유사한 사안을 다룬 다른 글
외국에서 한 항공화물 유류할증료 담합, 우리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나 함께 인용한 판례 2007두12774 담합의 종료 인정 요건과 가격 일부에 관한 담합의 과징금 산정 범위 함께 인용한 판례 2007두12774 외국 항공사들의 국외 유류할증료 담합에 국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인용한 판례 2007두12774
이 글이 다룬 조문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