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이 사건의 중심 쟁점은 그룹 차원의 계열회사 지원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인지, 지원한 회사에 대한 업무상배임인지이다.
대법원은 통합구매, 고철 외상거래 및 계열회사 자금대여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검사의 상고는 기각하였다. 다만 다른 횡령·배임 등의 유죄 판단까지 모두 잘못되었다고 본 것은 아니다. 여러 범죄에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 유죄 부분 전체가 파기된 것이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제1심: 창원지방법원 2015. 1. 30. 선고 2013고합245, 327(병합) 판결
- 환송 전 원심: 부산고등법원 2015. 7. 27. 선고 (창원)2015노74 판결
- 파기환송심: 부산고등법원 2018. 2. 7. 선고 (창원)2017노311 판결
파기환송심은 통합구매와 고철 외상거래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계열회사 자금대여는 회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던 시기의 지원과 변제능력 상실이 명백해진 뒤의 지원을 구분하였다.
그 결과 그룹 회장 A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자금담당 임직원 B와 C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였다. 이는 아래에서 설명하는 일부 횡령·배임 등 유죄 부분을 종합한 형이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변제능력이 없는 상대방에게 회사 자금을 대여하거나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 없이 만연히 대여하는 행위는 배임이 될 수 있다.
-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기업의 경영에는 위험이 따르므로, 신중한 경영판단의 결과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도1149 판결 경영상 판단의 경위와 동기, 사업 내용, 경제적 상황, 손실과 이익의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배임의 고의를 판단한다.
-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더라도 계열회사는 독립된 법인이므로, 그룹의 공동이익과 개별 회사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8 판결 회사 재산을 주주나 대표이사의 사적인 용도로 임의 사용했다면,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횡령책임을 면할 수 없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55조 제1항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횡령죄를 규정한다.
- 형법 제355조 제2항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반하여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배임죄를 규정한다.
- 형법 제356조 업무상 임무를 위반하여 횡령죄 또는 배임죄를 범한 경우의 가중처벌을 규정한다.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에 관한 규정이다.
-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 파기환송심이 일부 횡령·배임 범행에 적용한 가중처벌 규정이다. 파기환송심은 범행 시기에 따라 개정 후 같은 법 제3조 제1항 제1호도 적용하였다.
-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20조 제1항 함께 기소된 허위 재무제표 작성 부분에 적용된 규정이다.
사실관계
1. 조선업 중심의 기업집단에서 계열회사 간 지원이 이루어졌다
A는 기업집단의 회장이었고, B와 C는 그룹의 자금을 관리·집행하는 임직원이었다. 그룹에는 조선회사와 원자재·단조제품 등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있었다.
계열회사들은 공장을 신설하고 생산설비를 확충하면서 자금이 필요해졌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원자재를 대신 구매해 주거나, 거래대금 지급을 늦춰 주거나, 직접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였다.
검사는 이러한 지원이 지원 회사에 손해를 입힌 배임행위라고 보았다. 피고인들은 계열회사들의 사업을 연결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하였다.
2. 원자재를 통합구매하고 계열회사들로부터 어음을 받았다
조선회사 AE는 계열회사들이 사용할 철강재 등 원자재를 한꺼번에 구매하여 공급하였다. 구매 규모를 모아 원가를 낮추려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현금으로 대금을 받았으나, 계열회사들의 공장 건설 등으로 자금이 부족해지자 2010년 2월경부터 점차 어음으로 결제받았다. 결과적으로 AE가 계열회사들의 원자재 구매자금을 지원하는 효과가 발생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중요하게 보았다.
- 통합구매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이전부터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 AE는 회계상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
- 자본잠식의 원인이 된 파생상품 관련 결제기일도 연장되어 있었다.
- 지원받은 계열회사들이 생산·판매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고, 사업 성장으로 그룹 내 관련 회사들에도 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통합구매와 어음 결제만으로 AE에 손해를 가하려는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계열회사에 고철을 외상으로 공급하였다
AE는 2008년 1월경부터 계열회사 AH와 고철 거래를 해 왔다. 검사는 2010년 5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약 176억 원 상당의 고철을 외상으로 넘겨 AH가 그 처분대금을 사용하도록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기존 거래관계에서 대금 지급을 유예하는 형태의 지원으로 보았다.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들 사이의 공동이익을 기대할 여지가 있었고, AE의 부담능력을 초과했다거나 변제 불가능을 알면서 거래를 계속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로 보았다.
4. 같은 계열회사에 대한 대여도 시기에 따라 결론이 달라졌다
AD는 단조제품 생산회사 AI에 자금을 대여하였다. AI는 조선업과 원자력·풍력발전 분야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대규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금융기관과 평가기관의 사업전망이 긍정적이었고 실제 외부 대출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투자협상 결렬, 일본 원전사고,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사업 여건이 악화되었다.
파기환송심은 지원 시기를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AI는 2011년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539억 원 초과하고 손실도 급증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적어도 2012년 1월경부터는 피고인들이 대여금 회수가 어려워졌음을 충분히 알았다고 보았다.
5. 회장 개인과 아들 소유 회사의 이익을 위한 자금 사용도 문제 되었다
A는 개인적으로 부담할 주식매수대금 261억 원을 회사 자금으로 지급하였다. 법원은 차용 형식을 취했더라도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횡령을 인정하였다.
또한 회사 자금 183억 원을 A의 아들이 주식 전부를 소유한 회사에 담보 없이 대여한 부분도 배임으로 판단하였다. 지원 회사가 얻을 수 있다는 물류비 절감 등의 이익만으로는 대규모 지원의 부담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법리
1. 그룹을 위한 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계열회사는 각각 독립된 법인이다. 각 회사에는 자신의 주주와 채권자가 있으므로, 이사는 그룹 전체의 이익뿐 아니라 자금을 내주는 회사 자체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그룹을 살리기 위한 지원이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원 회사에도 어떤 이익이 돌아오고, 부담한 위험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2. 지원의 합리성은 다섯 가지 사정을 함께 판단한다
이 사정들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범위에 속한다면,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배임의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
3. 지원 당시의 정보와 전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업이 나중에 실패했다는 결과만으로 과거의 지원을 배임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에서도 초기의 적자나 자본잠식만으로 지원이 부당하다고 보지 않았다. 실제 영업이익, 자금 만기 연장, 외부기관의 사업성 평가, 투자 및 대출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하였다.
다만 처음에 합리적이었던 지원도 사정이 바뀌면 계속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음을 알면서 별다른 대책 없이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면 그때부터 배임이 될 수 있다.
4. 회계상 자본잠식과 실제 지원능력은 구분해야 한다
회계상 자본잠식 상태라고 해서 언제나 다른 회사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평가손실이나 환차손이 자본잠식에 미친 영향, 실제 영업현금흐름, 채무의 지급시기, 금융기관과의 협약 등을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장부상 수치만으로 회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5. 담보가 없다는 사정 하나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회수 전망이 사라진 뒤의 무담보 지원은 다르다
계열회사 간 거래에서 담보가 없었다고 언제나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 당시 회수 가능성이나 지원 회사에 돌아올 이익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 회사의 변제능력 상실이 명백하고 다른 보상도 기대하기 어려운데 담보나 회수 대책 없이 지원을 계속하였다면, 경영판단이라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실무상 유의점
- 지원 회사의 이익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룹 전체의 이익이라는 추상적 설명보다 원가 절감, 공급망 유지, 투자수익 등 해당 회사에 돌아올 이익이 중요하다.
- 의사결정 당시의 근거를 남겨야 한다. 사업성 평가, 현금흐름, 회수계획, 지원 규모의 산정 근거가 판단 자료가 된다.
- 추가 지원 때마다 상황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최초 지원이 합리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지원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구분해야 한다. 개인 채무의 변제나 가족 소유 회사에 대한 편중 지원은 별도로 엄격하게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