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2986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 피고인: ING은행에서 기업금융자문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2명
- 피해자: ING은행
- 인정된 죄명: 업무상배임
- 대법원 결과: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유죄 확정
첨부된 판결문을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이 판결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판결 전문이 별도의 판례정보로 검색되지 않으므로, 사건번호 검색 페이지에 연결하였다.
하급심
- 제1심: 피고인들의 행위가 ING은행의 업무를 빼앗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0. 2. 10. 선고 2009노1507 판결
- 원심 결과: 제1심판결을 뒤집고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죄를 인정
- 대법원: 원심의 유죄 판단을 확정
관련 판례
-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신임관계에 따라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임무위배행위에는 법령·계약·신의칙상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는 본인의 전체 재산가치가 감소한 경우를 말하며, 현실적인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한다.
-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배임의 고의는 임무위배,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 취득 및 본인의 손해 발생에 대한 인식을 말하며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다.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도9652 판결 피고인이 배임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도 고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55조 제2항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
- 형법 제356조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배임죄를 범한 경우 업무상배임죄로 가중하여 처벌한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사기·공갈·횡령·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한다.
- 구 은행법 시행령(2008. 2. 29. 대통령령 제206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 제4호 은행이 고유업무에 부수하여 영위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규정하였다.
-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ING은행에서 기업금융자문업무를 담당하였다.
ING은행의 일반적인 기업금융자문 절차는 직원이 영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발굴하면 담당 전무에게 구두로 보고하고, 추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싱가포르 지역본부의 심사와 사전승인을 받아 업무를 진행한 다음 자문 완료 후 성공보수를 받는 방식이었다.
피고인들은 재직 중 새로운 투자사업을 발굴하고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였다.
-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국민연금공단 사이의 투자거래 추진
- 거래당사자 사이의 회의 주선
- 당사자들이 제시한 매매조건의 교섭
- 간접투자 방식에 관한 조언
- 간접투자를 담당할 자산운용사의 추천 및 조언
- 투자자와 자산운용사 등 관계자 사이의 거래구조 설계
피고인들은 초기에는 이 프로젝트를 ING은행이 참여하는 금융자문업무로 인식하였다. 관련 이메일에도 ING은행을 인수단 컨소시엄 구성원 중 하나로 표시하였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이 프로젝트를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싱가포르 지역본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피고인 중 한 명은 은행에 보고하면 퇴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은 ING은행에서 퇴직한 다음 별도의 회사 F를 설립하였다. 이후 F가 독자적으로 모든 금융자문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G 주식회사와 금융자문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자문수수료를 F가 지급받도록 하였다.
또한 퇴직하면서 ING은행 재직 중 수행한 금융자문업무를 인계하지 않았고, 관련 자료와 이메일 중 일부를 삭제하였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ING은행에 귀속되어야 할 금융자문업무와 수수료를 자신들이 설립한 회사에 귀속시켜 ING은행에 손해를 가했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하였다.
법리
금융자문이 은행의 업무에 해당하는지
피고인들은 이 사건 업무가 주식매매 중개 또는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상 투자자문에 해당하므로 ING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은행의 부수업무가 반드시 예금·대출 등 고유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구 은행법 시행령과 당시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은 기업의 경영·구조조정 및 금융에 대한 상담·조력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기업의 금융’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뿐 아니라 여유자금을 투자·운용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이 사건 업무는 단순히 주식 매수인과 매도인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투자사업 발굴, 거래조건 교섭, 간접투자구조 설계, 자산운용사 추천 등이 결합된 포괄적인 금융자문이었다. 따라서 ING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부수업무에 해당하였다.
내부승인을 받기 전에도 은행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피고인들은 ING은행이나 싱가포르 지역본부가 이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았으므로 아직 은행의 업무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내부승인 여부만을 기준으로 은행의 업무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ING은행 직원의 지위에서 영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를 은행의 금융자문 프로젝트로 인식하여 추진하기 시작했다면, 최종 내부승인을 받기 전이라도 이미 은행을 위하여 처리하는 사무에 해당한다.
내부승인 절차는 발굴된 프로젝트의 추진 가치와 위험을 심사하여 계속 추진할지를 결정하는 절차일 뿐이다. 직원이 보고를 생략했다는 이유로 이미 은행 직원으로서 발굴·수행한 업무가 직원 개인의 사업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퇴직 시 프로젝트를 은행에 인계할 의무가 있는지
피고인들은 ING은행과의 고용계약 및 신임관계에 따라 재직 중 담당하거나 퇴직 당시 수행하던 금융자문업무를 은행에 인계할 의무가 있었다.
특히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과 상당 부분이 재직 중 처리되었다면, 그 성과로 발생한 수수료 중 재직 중 수행한 업무에 대응하는 부분은 ING은행에 귀속되도록 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직원이 퇴직 후 자기 회사에서 전혀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우와 달리, 재직 중 은행의 인력·정보·업무상 지위를 이용하여 발굴하고 추진한 프로젝트를 그대로 가져간 경우에는 은행의 사업기회와 수수료 수익을 침해하게 된다.
은행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피고인들이 신설회사 F가 독자적으로 금융자문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계약을 체결하고, ING은행에 귀속되어야 할 수수료를 F가 받도록 했다면 ING은행은 그 금액 상당의 수익을 잃게 된다.
대법원은 이를 ING은행에 대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적어도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으로 평가하였다.
여기서 손해액은 금융자문수수료 전액이 언제나 은행의 손해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판결은 피고인들이 ING은행 재직 중 처리한 업무에 대응하여 은행에 귀속되어야 할 수수료 상당액을 손해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퇴직 후 추가로 수행한 업무의 가치가 있다면 전체 수수료 중 어느 부분이 재직 중 업무에 대응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가 은행에 대한 임무를 위반하고, 신설회사에 이익을 귀속시키며, 은행에 손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확정적인 인식까지는 필요하지 않고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였다.
- 처음에는 이 사건을 ING은행의 금융자문업무로 인식하고 추진한 점
- 관련 이메일에서 ING은행을 거래 참여자로 표시한 점
- 은행에 보고하면 퇴사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여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
- 준법감시인 등에게 은행의 업무 해당 여부를 문의하지 않은 점
- 국민연금공단이 계약 상대방의 변경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신설회사를 설립한 점
- 퇴직하면서 프로젝트를 인계하지 않은 점
- 관련 자료와 이메일 일부를 삭제한 점
이러한 사정은 단순히 업무의 법적 성격을 오해한 것이 아니라, 은행에 귀속될 프로젝트와 수수료를 신설회사로 이전한다는 점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고 판단하였다.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한 문제
원심은 금융위원회의 사실조회 답변서와 ING은행의 회신서를 유죄 판단의 자료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공판정에서 적법한 증거조사를 실시한 흔적이 없어 그 자료에는 증거능력이 없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해당 자료를 제외하더라도 적법하게 조사된 나머지 증거만으로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지 않았다.
결론
대법원은 이 사건 금융자문이 ING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포괄적인 기업금융자문업무이고, 피고인들이 은행 직원으로서 프로젝트를 발굴·추진하기 시작한 이상 내부승인 전이라도 은행을 위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퇴직할 때 프로젝트를 ING은행에 인계하고, 재직 중 수행한 업무에 대응하는 수수료가 은행에 귀속되도록 해야 했다. 그런데도 신설회사 명의로 자문계약을 체결하여 수수료를 받게 한 것은 임무위배행위이고, ING은행에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발생시킨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보아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직원이 재직 중 발굴한 사업기회가 회사에 귀속되는지는 최종 계약 체결이나 내부승인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직원의 직무범위, 발굴 경위, 회사 자원 사용 및 추진 정도가 중요하다.
- 회사 내부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은 직원에게 유리한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직원이 의도적으로 보고·승인을 회피했다면 오히려 임무위배와 배임의 고의를 뒷받침할 수 있다.
- 퇴직 후 동일한 사업을 수행할 때에는 재직 중 프로젝트와 퇴직 후 새로 형성된 사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관련 자료, 고객 접촉 및 협상 경과를 객관적으로 남겨야 한다.
- 배임죄의 손해액은 퇴직 후 신설회사가 받은 수수료 전액으로 당연히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재직 중 회사 업무의 기여분과 퇴직 후 독자적으로 수행한 업무의 기여분을 구분하여 산정해야 한다.
- 금융기관에서는 사업기회 귀속, 퇴직 시 진행 프로젝트의 인계, 이해상충 신고 및 외부회사 설립·겸업 제한을 취업규칙이나 내부규정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 형사재판에서 사실조회 회신도 공판정에서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한다. 다만 해당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 유죄가 충분히 인정되면 증거법상 잘못만으로 판결이 파기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