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열회사 지원과 배임죄의 경계

핵심 결론 계열회사 지원도 지원하는 회사의 이익·부담·회수 가능성을 검토한 합리적 경영판단이면 배임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다. 그러나 변제능력 상실을 알면서 검토 없이 지원하거나, 금지된 신용공여를 우회한 경우에는 그룹 회생 목적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도17067, 2015도12633, 2004도5742, 2013도5214, 2014도12619

해당 판례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5도17067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업무상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상법위반·증권거래법위반]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하급심 및 확정 경과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30. 선고 2014고합513 판결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5. 10. 14. 선고 2014노3512 판결
  • 상고심: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5도17067 판결 — 상고기각
원심은 계열회사 지원행위를 일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지원 시기, 지원하는 회사의 이익, 상대방의 변제능력, 의사결정 과정과 지원 방법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구분하였다.
주요 판단은 다음과 같다.
지원행위판단
일부 계열회사의 V회사 기업어음 매입공동사업 관계와 상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무죄
2012년 말 N·P·O회사의 V회사 기업어음 합계 115억 원 매입변제능력 상실을 알면서 충분한 검토 없이 지원하여 배임 유죄
M회사의 V회사 유상증자 200억 원 참여보유자산 가치 보호, 지원 규모와 절차 등을 고려하여 무죄
N회사의 V회사 보증채무에 대한 연대보증공동사업 유지에 따른 N회사 자신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무죄
실제 추진 의사 없는 공사계약의 선급금 231억 원 지급자금지원 수단으로 공사를 가장하여 배임 유죄
M회사의 V회사에 대한 무담보 대여 72억 원위험 검토 부족과 신용공여 금지 회피 등을 이유로 배임 유죄
M회사의 X회사에 대한 대여 형식의 자금 지급 240억 5,000만 원횡령 유죄
L회사가 M회사 채무를 위해 제공한 주식담보 252억 원 상당배임 유죄
그룹 회장인 A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사회봉사 160시간이 선고되었다. B·C·E·F도 각 유죄로 인정된 범행에 관하여 집행유예가 선고되었고, D는 무죄로 판단되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계열회사 지원이 합리적 경영판단인지 판단할 때에는 계열회사 사이의 실질적 결합관계, 공동이익, 지원 규모와 능력, 지원 방법의 적법성, 부담에 상응하는 보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 대법원이 직접 인용한 핵심 판례이다. law.go.kr
  •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상대방의 변제능력 상실을 알면서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합리적인 회수조치 없이 대여한 경우 배임이 될 수 있으며, 상대방이 계열회사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기업경영에는 위험이 내재하므로, 신중한 경영판단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기업집단의 공동이익과 별개로, 각 계열회사는 독립된 법인격과 고유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부당한 담보제공에 관한 배임죄의 성립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위한 이득액 산정은 구별해야 한다.

관련 법령

계열회사 지원 및 횡령·배임
  • 형법 제355조 제1항·제2항, 제356조 횡령·배임 및 업무상횡령·배임에 관한 규정이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제2호 횡령·배임 등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에 따른 가중처벌 규정이다.
  • 상법 제542조의9 제1항 제1호, 제624조의2 상장회사의 주요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등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와 벌칙에 관한 규정으로, 이 사건 판결에서 적용·인용되었다.
  •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공포되어 2009. 2. 4.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91조의19 제1항 제1호 가목, 제207조의3 제7호 구 증권거래법이 적용되는 기간의 이해관계자 거래에 관한 규정이다. 위 폐지법 표기는 원심판결의 기재에 따른 것이다.
분식회계 관련

사실관계

그룹 경영진이 자금난에 빠진 계열회사를 지원하였다
Q그룹 경영진은 자금사정이 악화된 건설 계열회사 V 등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계열회사들의 자금을 동원하였다.
지원 방식은 기업어음 매입, 유상증자 참여, 연대보증, 부동산·주식 담보제공, 자금대여, 공사 선급금 지급 등으로 다양하였다.
검사는 이러한 지원이 지원받는 회사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자금을 부담한 계열회사에는 손해를 가한 것이라며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하였다.
일부 지원에는 지원하는 회사 자신의 사업상 필요가 있었다
N회사와 V회사는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였다. N회사는 설계·조달을, V회사는 현장 시공을 담당하는 관계였다.
N회사로서는 V회사의 부도가 공동사업 수주와 수행에 직접적인 지장을 줄 수 있었다. 일부 기업어음 매입 당시에는 V회사의 공사대금으로 상환받거나 공동사업 정산금과 상계할 가능성도 검토하였다.
M회사는 V회사 지분 약 25%와 괌 사업 현지 시행법인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었다. V회사가 도산하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사업 관련 자산의 가치도 하락할 수 있었다.
이에 M회사는 2012년 7월경 V회사의 유상증자에 200억 원을 출자하였다. 이는 미리 마련된 구조개선계획에 포함되어 있었고, 회계법인의 평가와 두 차례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뒤에도 지원이 계속되었다
2012년 9월경 다른 기업집단의 부도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V회사는 외부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워졌다. 같은 해 말에는 차입금과 급여 지급도 연체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그룹 경영진은 N·P·O회사에 V회사의 기업어음 합계 115억 원을 매입하도록 하였다.
지원하는 회사들 역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그룹 지시에 따라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기업어음을 매입하기도 하였다. 법원은 이 단계에서는 기존 지원정책을 재검토하고 회생 가능성과 각 지원회사의 위험을 새롭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공사 선급금이나 대여 형식을 이용한 지원도 있었다
L회사는 실제로 추진할 의사가 없는 사업에 관하여 V회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 231억 원을 지급하였다.
M회사는 V회사에 72억 원을 무담보로 대여하였고, 별도로 실질적인 인적·물적 설비가 없는 X회사에 대여 형식으로 240억 5,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X회사는 그 돈을 금융기관 대출원리금 등의 상환에 사용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거래가 지원회사의 이익과 위험을 충분히 검토한 결정이 아니고, 일부는 상장회사의 신용공여 금지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하였다.
분식회계와 이를 이용한 자금 조달도 함께 심리되었다
R회사에서는 실제 발생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원가 대신, 경영상 달성하려는 원가절감 목표를 회계상 예정원가에 반영한 문제가 있었다.
대법원은 E의 2009 회계연도 분식회계 관여와 관련 대출·회사채 발행에 대한 책임 등을 인정하였다. 반면 A가 회장이라는 사정만으로 분식회계를 공모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고, 관련 무죄 판단을 유지하였다.

법리

기업집단의 이익과 개별 계열회사의 이익은 구별해야 한다
그룹 전체가 살아남으면 개별 회사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각 계열회사는 독립된 법인이고, 회사마다 주주와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따라서 “그룹을 살리기 위한 지원이었다”는 설명만으로 자금을 부담한 회사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지원하는 회사가 어떤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고, 그 이익에 비추어 부담한 위험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계열회사 지원의 합리성은 다섯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다.
판단 요소확인할 내용
실질적 결합관계자본·영업상 결합과 공동사업 등 실제 협력관계가 있는가
지원 목적지원하는 회사를 포함한 공동이익을 위한 것인가, 특정인·특정회사만을 위한 것인가
지원 규모와 결정 과정지원회사의 의사와 재무능력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결정했는가
지원 방법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는가
부담에 상응하는 이익지원회사가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이나 사업상 이익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범위에 있다고 인정되면,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아래 의도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회사에 대한 같은 방식의 지원도 시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기업어음 매입 중 일부는 무죄, 2012년 말의 115억 원 매입은 유죄로 판단되었다.
그 차이는 단순히 돈을 돌려받았는지에 있지 않았다.
앞선 거래에서는 공동사업의 이익, 공사대금에 의한 상환, 정산금과의 상계 가능성 등을 고려할 여지가 있었다. 반면 후기 거래에서는 변제능력이 사실상 상실되고 지원회사도 자금난을 겪는데, 종전 지원을 충분한 재검토 없이 계속하였다.
따라서 과거에 합리적이었던 지원정책도 상대방의 재무상태가 급변하면 새로 검토해야 한다.
실제 추진하지 않는 사업을 내세운 자금지원은 경영판단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공사계약과 선급금 지급이라는 외형이 있어도 실제 공사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면, 정상적인 사업상 거래와 다르다.
이 사건의 선급금 231억 원 지급은 V회사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고, 법원은 객관적 근거와 적정한 절차를 갖춘 경영판단으로 보지 않았다.
이사회 결의가 있어도 배임이 될 수 있고, 절차상 미흡만으로 배임이 되는 것도 아니다
O회사의 부동산 담보제공에서는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결의했지만, 이미 그룹 측이 정한 방침에 따라 사업상 관계와 회사의 위험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법원은 배임을 인정하였다.
반대로 N회사의 연대보증에서는 정식 안건 처리 여부에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이사들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과 공동사업 유지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판단의 핵심은 결의서의 존재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검토와 회사의 이익을 위한 판단이 있었는지이다.
금지된 신용공여를 우회한 지원은 그룹 회생 목적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상장회사가 주요주주의 지배회사 등에 직접 신용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다른 계열회사를 이용한 거래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탈법적 지원 방식과 위험 검토의 부재를 중요한 사정으로 보았다.
다만 모든 법령 위반이 곧바로 횡령·배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구체적인 자금 흐름, 회사의 불이익, 지원 목적, 회수조치와 피고인들의 인식 등을 함께 판단하였다.
배임죄의 성립과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은 별개이다
O회사의 부동산 담보제공에서는 배임 자체는 인정되었지만,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중처벌은 적용되지 않았다.
반면 L회사가 M회사 채무를 위해 제공한 주식담보는, 당시 M회사가 사실상 변제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252억 원 상당의 손해발생 위험과 이익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담보제공이 배임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담보채무액이나 담보가액 전부를 곧바로 이득액으로 정할 수는 없다.
원가절감 목표와 회계상 예정원가는 다르다
경영진이 “앞으로 원가를 이만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과 실제 재무제표에 반영할 원가를 합리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별개이다.
대법원은 내부적인 검토 절차 없이 경영목표를 총공사예정원가에 반영한 행위를 적법한 회계추정으로 보지 않았다. 장래의 희망적인 목표를 이미 실현 가능한 원가절감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실무상 유의점

  • 지원회사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룹 전체의 필요성뿐 아니라 자금을 부담하는 회사가 얻을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
  • 지원 때마다 최신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유동성 악화, 차환 실패, 급여 연체 등이 발생하면 기존 지원정책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
  • 기대이익과 위험을 기록해야 한다. 공동사업 유지, 보유자산 가치 보호, 상계·상환 가능성, 지원 한도 등을 당시 자료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 결의 절차와 거래 실질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이사회 승인만으로 책임이 없어지지 않으며, 허위 공사계약이나 우회대여는 별도의 중대한 문제가 된다.
  • 분식회계와 사업계획을 구분해야 한다. 경영목표는 객관적인 회계추정을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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