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소멸시효연장을위한]대여금반환청구의소〕
확정판결에 따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기존의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선택할 수 있다고 선언한 판결이다.
다만 실제 이 사건은 이행소송으로 제기되었고, 대법원도 그 형태를 유지한 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자체가 새로운 확인소송으로 변경되어 확인판결이 선고된 것은 아니다.
하급심
피고에게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파산절차에서 면책결정이 확정되었다고 항변하였으나, 원심은 해당 채권이 피고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유지하였다.
제공된 대법원판결에는 이 사건 제1심의 사건번호와 선고일자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제1심이 피고의 답변서 미제출에 따라 무변론으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한 사실은 확인된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확정판결에 따른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하면 동일한 이행청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종전 법리를 유지하였다.
이번 판결은 그 법리를 폐기하지 않고, 시효중단만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확인소송 방식을 추가하였다.
나.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자가 재판상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경우,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를 넓게 인정하는 법리이다.
다.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
채권자가 피고로서 응소하면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재판상 청구에 포함될 수 있다는 법리이다.
이번 판결은 위 법리들을 기초로,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를 반드시 채권 자체의 이행청구나 존재확인청구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법령
판결에서 아래 규정에 관하여 별도의 ‘구법’ 표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 표기에 따른다.
사실관계
가. 대여금 1억 6,000만 원에 관한 최초 승소판결
원고는 피고에게 1997. 2. 말경 6,000만 원, 1997. 4. 초경 1억 원을 각각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면서 대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4. 11. 11. 선고 2003가합15269 판결에서 대여금 1억 6,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에 관한 전부승소판결을 받았다. 판결은 2004. 12. 7. 확정되었다.
나. 시효 완성이 임박하여 동일한 지급청구를 다시 제기
원고는 확정판결에 따른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완성이 가까워지자, 2014. 11. 4. 피고를 상대로 다시 1억 6,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번 소송의 목적은 기존 판결금채권의 시효중단이었다. 그러나 소송 형태는 종전과 동일하게 돈의 지급을 구하는 이행소송이었다.
다. 피고의 면책 항변과 원고의 비면책채권 주장
피고는 항소심에서 파산절차의 면책결정이 확정되었으므로 이 사건 채무에 관한 책임도 면제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이 채권의 존재를 알면서 악의로 채권자목록에서 누락하였으므로 비면책채권이라고 다투었다.
원심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대법원도 관련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라. 대법원이 후소의 형태를 직권으로 검토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면서, 별도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반드시 이행소송으로 제기해야 하는지를 직권으로 검토하였다.
그 결과 기존 이행소송은 계속 허용하되,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만 확인받는 새로운 소송 형태도 허용하였다.
법리
가. 핵심은 ‘채권이 존재하는지’와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가 있었는지’를 구별하는 데 있다
일반적인 이행소송은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해당 채권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받는 소송이다.
이번 판결이 허용한 새로운 확인소송은 이들과 확인 대상을 달리한다.
확정판결로 인정된 채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법률관계만 확인받는 것이다.
따라서 이 소송의 소송물에는 채권의 실체적 존부와 범위가 포함되지 않는다. 전소와 소송물이 다르므로, 동일한 채권에 관하여 다시 판단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나. 새로운 확인소송에서는 전소 판결의 확정과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 제기를 심리한다
채권자는 다음 사실을 주장·증명하면 된다.
- 전소에서 해당 채권에 관한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
-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후소를 제기하였다는 사실
판결문 사본과 확정증명서 등이 기본적인 증거가 된다.
법원은 채권이 현재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전소 이후 변제나 면책이 있었는지, 이미 시효가 완성되었는지 등 실체관계 자체를 이 소송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행소송과의 가장 중요한 차이이다.
다. 청구취지와 주문은 ‘채권의 존재’가 아니라 ‘시효중단을 위한 소 제기’를 대상으로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이 사건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은 주문을 제시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수원지방법원 2004. 11. 11. 선고 2003가합15269 대여금 사건의 판결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하여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확인한다.
이는 보충의견이 제시한 예시이며, 실제 이 사건에서 선고된 주문은 아니다.
실무에서는 전소의 법원, 선고일자, 사건번호와 당사자 등을 통하여 시효중단 대상 채권을 특정해야 한다. 단순히 “원고에게 대여금채권이 있음을 확인한다”라고 기재하면 채권 자체의 존재확인을 구하는 다른 형태의 소송이 된다.
라. 10년의 경과가 임박할 필요는 없지만 소권남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기존의 동일한 이행청구는 원칙적으로 소의 이익이 없고, 시효 완성이 임박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새로운 확인소송은 전소와 소송물이 다르므로 10년의 시효 완성이 임박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장기간 해외체류를 예정한 채권자 등이 시효 완성이 임박하기 전에 미리 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다만 불필요하게 짧은 기간 안에 반복하여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소권남용의 일반 법리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마. 시효는 후소 제기로 중단되고 후소 판결 확정 시부터 새로 진행한다
새로운 확인소송도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 따라서 판결이 확정되면 전소 판결에 따른 채권의 소멸시효는 후소 제기로 중단되었다가 후소 판결 확정 시부터 새로 진행한다.
그러나 이 판결에는 시효중단 이외에 채권의 존부나 금액을 새로 확정하는 실체법상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미 변제되어 소멸한 채권이나 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이 확인판결만으로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는 그러한 사유를 별도의 청구이의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다.
바. 새로운 집행권원을 만들지 않고 전소의 기판력 기준시를 유지한다
새로운 확인판결은 채무자에게 지급을 명하지 않으므로 해당 채권에 관한 집행권원을 추가로 만들지 않는다. 채권자가 강제집행하려면 기존 이행판결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채권의 존부를 다시 판단하지 않으므로 기존 이행판결의 기판력 기준시도 그대로 유지된다.
채무자는 새로운 확인소송에서 전소 이후의 변제·면제 등 청구이의사유를 제출하도록 강요받지 않는다. 확인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전소 변론종결 후 발생한 사유를 들어 기존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사. 실제 이 사건은 이행소송이었으므로 면책 여부를 심리하였다
새로운 확인소송에서는 채권의 실체관계를 심리하지 않는다는 법리와, 이 사건에서 면책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사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원고가 실제로 선택한 소송은 이행소송이었으므로 피고의 면책 항변과 원고의 비면책채권 주장이 심리대상이 되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채권이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않은 청구권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아울러 이행소송에서는 청구원인도 전소와 동일하므로, 판결 이유에 구체적인 대여 사실 등 청구원인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전소 판결의 확정과 시효중단 목적의 제소 사실만 적는 방식은 새로운 확인소송에 적합한 설명이다.
기존 이행소송과 새로운 확인소송의 비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 자체의 존재확인을 구하는 ‘청구권 확인소송’도 이 판결은 허용한다. 다만 그 소송은 채권의 실체관계를 판단하므로, 위 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과 구별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시효보전만 필요한지, 실체관계까지 판단받을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판결금채권의 시효를 보전하려는 경우에는 새로운 확인소송의 취지가 맞는다.
반면 전소 이후의 변제·면책 등 실체관계까지 다투어 지급의무를 판단받으려는 경우에는 이행소송 등 다른 형태를 검토할 수 있다. 이 판결은 기존 이행소송을 금지하거나 새로운 확인소송만을 강제한 판결이 아니다.
나. 확인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채권의 현재 존속까지 확정되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새로운 확인판결은 시효중단을 위한 절차에 관한 것이다. 변제 여부, 면책 여부, 후소 제기 전의 시효 완성 여부에 관한 실체적 분쟁을 해결한 판결이 아니다.
따라서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시효중단의 효력과 채권의 실체적 존속을 구별해야 한다.
다. 소송비용에 관한 판결의 방향도 구별하여 이해해야 한다
다수의견은 새로운 확인소송을 채권의 관리·보전행위로 보아,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실무를 운용하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피고의 무익한 주장이나 불복으로 발생한 비용은 달리 부담시킬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였다.
다만 실제 이 사건의 상고비용을 피고가 부담한 것은 이행소송에서 피고의 상고가 기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새로운 확인소송의 비용 부담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라.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확대한 판결이다
앞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 완성이 임박한 경우 동일한 이행청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법리를 유지하였다.
이번 판결은 이를 전제로 채권의 실체관계를 다시 심리하지 않고 시효중단만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확인소송을 허용하였다. 두 판결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