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쟁점의 요지
대상 특허는 명칭 '일정 소량의 시료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시료도입부를 구비한 바이오센서'로, 혈당측정기 등에 쓰이는 전기화학적 바이오센서에 관한 발명이다.
제1항 발명의 구성은 단순하다.
작동 원리. 시료도입 통로부의 말단을 시료(혈액 등)에 접촉시키면 모세관 현상으로 시료가 통로부로 들어오고, 통로부를 채운 시료가 돌출부로 공급된 뒤 다시 통기부로 넘어간다.
해결하려는 문제 — 에어포켓. 액체 배관 도중에 불필요한 공기가 체류하는 현상으로, 배관이 꺾인 부위에서 발생하기 쉽다. 시료도입 통로부가 꺾이는 구석부위는 전극과 접촉하는 부분이어서, 이곳에 에어포켓이 생기면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해진다. 발명은 교차 지점에 여유공간인 돌출부를 두어 급격한 유동 변화를 완화함으로써 에어포켓을 최소화한다.
공격 포인트 — 명세서가 침묵한 부분. 명세서에는 ⓐ 돌출부의 크기와 형상에 관한 구체적 기재가 없고, ⓑ 에어포켓 발생의 이론적 원인이 설명되어 있지 않으며, ⓒ 효과가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다"고 추상적으로만 기재되어 있었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후2061 판결 [등록무효(특)] (공2016하, 893)
- 재판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대법관 — 관여 대법관 일치된 의견
- 원고(피상고인): 무효심판 청구인 (판결문상 비실명, 소송대리인 특허법인 신지)
- 피고(상고인): 특허권자 (소송대리인 유미특허법인)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기재불비를 이유로 특허를 무효로 본 원심을 특허권자의 상고를 받아들여 파기한 사례다. 명세서 기재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하는 경향에 제동을 건 판결로 평가된다.
하급심
※ 환송 후 특허법원 판결 및 확정 여부는 이 판결문상 확인되지 않으므로, 게재·인용 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관련 판례
실시가능요건(제42조 제3항)의 규정 취지
뒷받침요건(제42조 제4항 제1호) — 확장·일반화 기준
두 계열 모두 본 판결이 직접 인용한 선례다. 특히 뒷받침요건에서 "출원 당시 기술수준에 비추어 상세한 설명에 개시된 내용을 청구범위까지 확장 또는 일반화할 수 있으면 뒷받침된다"는 기준은 2004후1120에서 정립되어 본 판결로 재확인되었고, 이후 실무의 표준 문구가 되었다.
관련 법령
- 구 특허법(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3항 —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발명의 목적·구성 및 효과를 기재하여야 한다
- 구 특허법(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4항 제1호 — 특허청구범위의 청구항이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될 것
- 특허법 제2조 제3호 가목(물건발명의 실시 = 생산·사용·양도·대여·수입 등)
- 특허법 제133조 제1항(등록무효심판)
※ 현행법은 2007. 1. 3. 개정으로 조문 구조가 정비되어, 실시가능요건은 제42조 제3항 제1호, 뒷받침요건은 제42조 제4항 제1호에 규정되어 있다. 구법 사안이므로 판결문 표기를 그대로 따랐다.
사실관계
- 특허발명: 명칭 '일정 소량의 시료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시료도입부를 구비한 바이오센서'(등록번호 판결문상 생략). 2007. 1. 3. 개정 전 구 특허법이 적용되는 출원이다.
- 명세서의 기재 내용:
- 돌출부의 위치를 '시료도입 통로부와 통기부가 만나는 지점'으로 특정하면서, 도 1과 같이 통로부의 연장선상에 형성될 수 있으나 이에 한정되지 않고, 예컨대 통로부 및 통기부와 동일한 각도를 이루며 형성될 수도 있다고 기재
- 통로부와 통기부의 교차 모양 및 제조방법 명시
- 사용방법 기재(모세관 현상 → 통로부 충전 → 돌출부 공급 → 통기부 공급)
- 도 1에 통로부·통기부·연장선상 돌출부의 형태 도시
- 돌출부의 역할과 효과: 여유공간을 제공하여 구석부위의 에어포켓 현상을 최소화하며, 그 부위는 전극 접촉 부분이어서 에어포켓 발생 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취지
- 기재되지 않은 것: 돌출부의 크기·형상, 에어포켓 발생의 이론적 원인, 효과의 정량적 실험 데이터
- 분쟁 경위: 무효심판 청구인이 위 흠결을 들어 기재불비를 주장하였고, 특허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무효로 판단하였다.
법리
가. 실시가능요건(제42조 제3항)의 구조 — 두 갈래 심사
규정 취지는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제3자가 명세서만으로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하여 보호받고자 하는 기술적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2010후2582, 2013후525).
물건발명의 '실시'는 물건을 생산,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므로, 심사는 두 갈래로 나뉜다.
②의 문언이 핵심이다. 실험 데이터의 제시는 요건이 아니며, 예측 가능성으로 족하다. 화학·의약 분야처럼 효과를 구조로부터 예측하기 어려워 데이터가 사실상 필수인 영역과, 기계·전기 분야처럼 원리로부터 효과를 추론할 수 있는 영역이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나. 본 사안에의 적용 — 원심 논거의 해체
(1) 생산·사용 가능성 — "선택하면 된다"
명세서에 돌출부의 크기와 형상에 대한 구체적 기재가 없다는 점은 대법원도 인정한다. 그러나 통상의 기술자가 위 기재와 도 1을 참고로 필요에 따라 적절히 위치·크기·형상을 선택하여 돌출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보았다.
즉 모든 파라미터가 명세서에 특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가 통상의 설계 재량으로 채워 넣을 수 있으면 족하다.
(2) 효과 예측 가능성 — 기술상식의 원용
대법원이 결정적으로 활용한 것은 명세서 밖의 기술상식이다. '에어포켓 현상'은 액체 배관 도중에 불필요한 공기가 체류하는 현상으로 배관이 꺾인 부위에서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 출원 전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그 의미와 발생 위치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상의 기술자는 상세한 설명 기재로부터, 제1항 발명이 교차 부위의 급격한 유동 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여유공간인 돌출부를 통하여 에어포켓을 최소화·완화한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원심이 "명세서에 원인이 안 적혀 있다"고 본 것을 대법원은 "기술상식이므로 적을 필요가 없다"고 뒤집었다는 것이다. 명세서 기재요건은 명세서 문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을 배경지식으로 깔고 판단한다.
(3) 불완전한 효과도 효과다
원심은 "돌출부를 형성해도 에어포켓이 돌출부에서 없어지지 않는 이상 기술적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여유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에어포켓이 완화될 수 있는 이상, 현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로 인한 측정의 부정확성은 돌출부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제의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유의미한 개선이면 족하다는 취지로, 기재요건 심사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되는 논점이다.
(4) 이론적 근거의 불요
통상의 기술자가 상세한 설명 기재에 의하여 물건을 생산·사용할 수 있고 효과 발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이상, 에어포켓 현상의 원인이나 돌출부에 의한 완화의 이론적 근거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더라도 기재요건은 충족된다.
명세서는 학술논문이 아니다. 메커니즘의 규명이 아니라 재현 가능성과 효과 예측 가능성이 심사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대목이다.
다. 뒷받침요건(제42조 제4항 제1호)
규정 취지. 상세한 설명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이 청구항에 기재됨으로써 출원자가 공개하지 아니한 발명에 대하여 특허권이 부여되는 부당한 결과를 막으려는 데 있다. 특허제도가 '공개의 대가로 독점을 준다'는 교환 구조인 이상, 준 것보다 더 받아가는 것을 막는 규정이다.
판단 기준. 위 취지에 맞게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을 기준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입장에서 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과 대응되는 사항이 상세한 설명에 기재되어 있는지에 의하여 판단한다. 따라서 출원 당시 기술수준에 비추어 상세한 설명에 개시된 내용을 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의 범위까지 확장 또는 일반화할 수 있다면 뒷받침된다(2004후1120, 2012후832).
본 사안. 앞서 본 사정에 의하면 제1항 발명에 기재된 사항과 대응되는 사항이 상세한 설명에 기재되어 있고, 개시 내용을 청구범위 기재 범위까지 확장할 수 있으므로 뒷받침요건 위반이 없다.
라. 두 요건의 관계
본 판결의 구조를 보면, 실시가능요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그대로 뒷받침요건 판단의 전제로 쓰였다("앞서 본 사정에 의하면"). 두 요건은 심사 대상이 다르지만 — 전자는 설명 자체의 충분성, 후자는 설명과 청구항의 폭 비교 — 실제 사건에서는 동일한 사실 기반 위에서 함께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실무적 유의점
특허권자·출원인 측
- 명세서에 모든 수치를 적을 필요는 없다. 본 사건에서 돌출부의 크기·형상은 기재되지 않았으나, 도면과 위치 특정만으로 실시가능성이 인정되었다. 다만 이는 통상의 설계 재량으로 채울 수 있는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는 임계적 파라미터라면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 기술상식은 강력한 방패다. 명세서에 설명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출원 전 널리 알려진 현상이라면 기재 흠결이 되지 않는다. 무효 방어 시 해당 현상·원리가 출원 전 공지였음을 보이는 교과서·기술문헌·사전을 증거로 확보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본 사건에서도 "기록에 의하면 … 출원 전에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한 문장이 결론을 갈랐다.
- 효과의 이론적 규명은 불요하나, 효과의 방향성은 기재해야 한다. 본 사건 명세서도 "여유공간 제공 → 유동 변화 완화 → 에어포켓 최소화"라는 인과의 서술은 갖추고 있었다. 메커니즘 논증까지는 아니어도 그 정도의 연결고리는 필요하다.
- 실험 데이터 없이도 충족될 수 있으나 분야에 따라 다르다. 기계·전기 분야는 원리로부터 효과를 추론할 수 있어 본 판결 법리가 유리하게 작동한다. 반면 화학·의약·소재 분야의 선택발명은 효과의 현저성이 진보성 판단의 핵심이 되므로, 명세서 단계의 비교예·데이터 기재가 여전히 승부처다. 본 판결을 그 영역에 무비판적으로 원용해서는 안 된다.
- 뒷받침요건은 정정의 한계이기도 하다. 명세서는 출원 후 새 내용을 추가할 수 없으므로, 무효를 피하려 청구항을 정정하더라도 정정 후 청구항이 여전히 설명에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정으로 갈 수 있는 범위는 결국 처음 써 둔 명세서가 정한다. 실시예를 여러 변형까지 폭넓게 기재해 두면 기재불비 공격도 막고 정정 여지도 남는다.
무효(공격) 측
- "명세서에 안 적혀 있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항이 출원 당시 기술상식으로도 알 수 없었다는 점까지 적극 입증해야 한다. 본 사건 청구인은 특허법원까지 이겼다가 이 지점에서 뒤집혔다.
- 효과의 불완전성 공격은 잘 통하지 않는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논지는 배척되었다. 실효적 공격은 효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또는 오히려 악화된다는 수준이어야 한다.
- 파라미터 미기재 공격은 임계성을 증명해야 한다. 크기·형상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값에 따라 효과 유무가 갈리는데 명세서가 지침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실험으로 보여야 한다.
- 기재불비와 신규성·진보성은 병행해야 한다. 본 사건은 기재불비 하나에 걸었다가 파기되었다. 무효 주장은 다층으로 구성하는 것이 안전하다.
절차상
- 파기환송 후 결과를 반드시 확인할 것. 본 판결은 기재불비 부분만 파기했으므로, 환송 후 특허법원에서 신규성·진보성 등 다른 무효사유가 심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인용 전 최종 확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 구법 사안임에 유의. 2007. 1. 3. 개정으로 조문 위치가 바뀌었으므로, 서면에 인용할 때는 판결문 표기(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를 그대로 쓰되 현행 대응 조문(제42조 제3항 제1호)을 병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만 판단된다. 본 판결도 이를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