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21281 판결 [시정명령등취소]
- 원고: 엘아이지넥스원 주식회사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 결과: 원고의 상고 기각
하급심
서울고등법원 2013. 8. 30. 선고 2012누14486 판결
원심판결의 사실관계와 판단 내용은 홈페이지 게시자가 판결문을 직접 확인하여 반영하였다.
원심은 입찰분야별 참가자를 미리 정한 합의의 성립과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이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공동행위가 거래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한다. 경쟁촉진적 효과도 있다면 양자를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6084 판결 효율성 증대와 소비자 후생 증가를 고려하되, 해당 공동행위가 그 효과를 발생시키는 데 합리적으로 필요한지도 검토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과 가격에 관한 합의의 부당성 판단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판례이다.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26117 판결 법령에 근거한 행정지도나 효율성 증대 등 특별한 사정의 고려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판례이다.
관련 법령
처분 당시 시행본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법률 제11119호, 2011년 12월 2일 시행〕이다. 아래의 개정 전 표기는 판결문에 직접 기재된 문구가 아니라, 현행법과 구별하기 위해 해당 연혁을 확인하여 보완한 것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다. 대법원이 직접 인용한 핵심 조문이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8호 입찰 또는 경매에서 낙찰자·경락자·투찰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에 관한 규정이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의 근거이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근거이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의3 과징금 부과 시 위반행위의 내용·정도, 기간·횟수,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하도록 한 규정이다.
사실관계
방위산업의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
과거 방위산업에서는 무기체계 분야별로 연구개발업체를 미리 지정하고 향후 사업에 우선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운영되었다. 지정업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기술과 생산능력을 축적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가 후발업체의 진입을 막고 기술개발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폐지되었다. 업체들의 준비를 위해 2008년 12월 31일까지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되었다.
이 사건 입찰은 제도 폐지 직후인 2009년에 실시되었다. 따라서 기존 업체별 전문분야는 남아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장으로 보지는 않았다.
장보고-Ⅲ 사업과 다섯 분야의 입찰
장보고-Ⅲ 사업은 약 2조 7,000억 원을 투자하여 잠수함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하는 사업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09년 2월 12일 잠수함에 탑재할 전투체계와 소나체계 연구개발을 위해 다음 다섯 분야의 제안서를 공모하였다.
- 전투체계
- 소나체계의 체계종합
- 선측배열센서
- 선체부착형 능수동센서
- 예인선 배열시스템
전투체계는 탐지·추적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여 지휘관의 상황판단과 교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소나체계의 체계종합은 개별 소나가 탐지한 정보를 통합·분석하는 부분이다.
전투체계와 소나체계의 주사업자 분담
엘아이지넥스원과 삼성탈레스는 2009년 3월 20일 두 분야에서 주사업자와 협력업체의 지위를 교환하는 협약을 체결하였다.
전투체계에서는 삼성탈레스가 주사업자, 엘아이지넥스원이 협력업체가 되고, 소나체계의 체계종합에서는 엘아이지넥스원이 주사업자, 삼성탈레스가 협력업체가 되기로 하였다.
실제 제안서도 전투체계는 삼성탈레스가 주사업자가 되어 원고를 포함한 8개사를 협력업체로 두고, 소나체계의 체계종합은 원고가 주사업자가 되어 삼성탈레스를 포함한 7개사를 협력업체로 두는 방식으로 제출되었다.
소나체계 내부의 분야별 분담
엘아이지넥스원은 에스티엑스엔진·한화와도 협의하였다. 협의는 2008년 5월경부터 시작되어 제안요청서 공개 이후까지 계속되었다.
이들은 2009년 3월경 다음과 같이 분야를 나누어 단독 입찰하기로 합의하였다.
- 엘아이지넥스원: 체계종합과 선측배열센서
- 에스티엑스엔진: 선체부착형 능수동센서
- 한화: 예인선 배열시스템
원고와 에스티엑스엔진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계약가격을 기준으로 50:50으로 협력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화는 에스티엑스엔진과 별도로 합의하고, 에스티엑스엔진을 원고와의 협상 대표자로 내세운 것으로 인정되었다.
두 차례 유찰과 계약 체결
각 입찰에는 협약에서 정한 회사 한 곳만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되었고, 재공고 후에도 같은 이유로 다시 유찰되었다.
방위사업청은 2009년 5월 28일 각 분야의 제안서 제출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기술·조건·가격 협상을 거쳐 2009년 9월 30일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구조는 분야별 선정 구조와 달랐다.
- 전투체계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삼성탈레스가 계약하였다.
- 소나체계는 네 분야 전체에 관하여 국방과학연구소와 엘아이지넥스원이 계약하였다.
- 이후 엘아이지넥스원이 해당 센서 분야에 관하여 에스티엑스엔진·한화와 각각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모든 선정업체가 국방과학연구소와 직접 계약한 것은 아니다.
기술력 차이에도 경쟁관계가 인정된 사정
전투체계에서는 삼성탈레스가 원고보다 기술력과 개발경험에서 우위에 있었다. 원심은 기술성숙도 평가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원고가 수주하여 기한 내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원고는 전투체계 연구개발과 시장 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고, 필수 분야인 수중 무장통제에서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였다. 삼성탈레스도 원고의 진입을 경계하였으며, 이를 막으려는 목적이 협약 체결의 동인 중 하나로 인정되었다.
소나체계에서도 각 회사의 기술영역이 일부 중첩되었다. 특히 원고는 경쟁상황에 대비하여 전 분야의 제안서를 준비하였다. 에스티엑스엔진·한화도 인접 분야의 개발경험이나 기술협력 가능성이 있었다.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4월 24일 의결 제2012-055호로 원고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원고는 기술협력에 불과하고 실제 경쟁관계가 없으며, 사후 원가정산을 하는 계약이므로 담합으로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과징금이 실제 지급받은 금액에 비하여 과도하다고 다투었다.
원심은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법리
기술력이 열위라는 사정과 경쟁관계가 없다는 판단은 구별된다
수주 가능성이 낮더라도 입찰참가 의사가 있으면 다른 사업자에게 경쟁압력을 줄 수 있다.
신규 진입자는 기존 업체보다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투입하여 경쟁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 수주실적이나 현재의 기술력 격차만으로 경쟁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원고의 제안서 준비, 기술개발 노력, 보유 기술과 상대방의 진입 경계 등을 근거로 경쟁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21281 판결
주사업자를 미리 정한 뒤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구조도 담합이 될 수 있다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두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사업자들이 입찰 전에 분야별 주사업자를 미리 결정하고, 다른 회사는 독립적으로 입찰하지 않은 채 그 주사업자의 협력업체로 참여하도록 하였다면 입찰경쟁이 제거될 수 있다.
원심은 이 사건에서 협력업체의 몫이 주사업자 계약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공동수급 형태의 컨소시엄 구성과 같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술협력의 효율성은 인정하되 경쟁제한 효과와 비교해야 한다
원심은 협력의 효율성을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가 주사업자가 되면 개발비용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잠수함 개발의 높은 기술적 위험을 고려하면 국내 기술력을 모을 필요성도 있다고 보았다.
다만 다음 사정 때문에 경쟁제한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였다.
- 합의가 낙찰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하는 내용이었다.
-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와 경쟁 도입의 취지에 반하였다.
- 다른 분야에 제안서를 제출할 기술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 기술협력을 위해 반드시 분야별 단독 입찰을 합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법원도 경쟁촉진적 효과가 경쟁제한적 효과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21281 판결
발주기관의 기술력 결집 요청은 사전 낙찰자 결정의 허용이 아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국내 기술력의 결집을 강조하고 협력업체 참여를 허용한 것은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도록 한 것이었다.
원심은 이를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하라는 취지로 보았으며, 사업자들끼리 입찰참여를 포기하거나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하라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발주기관의 일반적인 협력 요청을 근거로 입찰분담 합의가 허용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개산계약과 원가정산이 있어도 담합의 경제적 영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원고는 실제 발생한 비용을 사후 정산하므로 담합을 통한 이익 취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최초 제안가격이 계약금액과 정산가격, 이후 양산단가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경쟁이 제거되면 경쟁이 있었을 경우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할 수 있고, 그 영향이 후속 거래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원가정산 절차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경쟁제한이나 부당이익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과징금 판단에는 과도기적 사정과 감경 여부도 고려된다
원심은 이 사건이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 직후에 발생하였고 기술협력의 필요성도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였다.
그럼에도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한 행위의 성격, 경제적 이익의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과징금을 감경한 점에 비추어 과징금 부과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를 유지하였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21281 판결
결론
원고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청구는 기각되었고,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기술협력의 필요성이 있는 사업에서도 경쟁사업자들이 주사업자와 입찰분야를 미리 정하여 경쟁을 제거하면 담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력의 우열, 정부의 협력 요청, 원가정산 방식은 각각 고려할 사정이지만 입찰분담을 당연히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실무상 유의점
- 협력계약에서는 기술 보완에 필요한 업무분담과 독립 입찰을 제한하는 수주 배분을 구별해야 한다.
- 경쟁관계는 기술력뿐 아니라 진입계획, 제안서 준비, 투자 가능성과 상대방의 인식까지 확인해야 한다.
- 발주기관의 요청은 구체적인 내용과 근거를 확인해야 하며, 일반적인 협력 권고를 입찰분담 승인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 사후 정산 계약에서도 최초 제안가격이 계약금액·정산가격·후속 단가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