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낙찰 가능성이 낮은 사업자도 경쟁자가 될 수 있는지와 기술협력 명목의 입찰분담 합의

핵심 결론 낙찰 가능성이 낮아도 입찰참가 의사가 상대방의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면 경쟁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기술협력을 명목으로 서로 응찰할 분야를 미리 나누고 경쟁을 포기했다면,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협력의 이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담합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3두19004, 2013두21281

해당 판례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19004 판결
사건명: 시정명령등취소[입찰분야별 참가자 사전 결정 시 경쟁 제한 합의의 성립 여부]
  • 원고: 삼성탈레스 주식회사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원고의 상호는 소송 진행 중 한화탈레스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가, 파기환송심 당시 한화시스템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서울고법 2013. 8. 21. 선고 2012누14462 판결
원심은 삼성탈레스와 엘아이지넥스원이 상대방의 담당 분야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기술력이 부족하므로, 해당 입찰에서 서로 경쟁하는 사업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협약을 기술적 강점을 결합하기 위한 협력으로 보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26억 7,8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2누1446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1. 3. 선고 2016누294 판결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두 회사 사이의 경쟁관계와 입찰분담 합의의 경쟁제한성을 인정하였다.
기술협력에 따른 효율성, 방위사업의 특수성, 계약금액의 협상·정산 구조에 관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징금 산정에 재량권 일 일탈·남용이 있다는 주장 역시 배척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결과 시정명령과 26억 7,8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이 유지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016누294 판결

관련 판례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21281 판결
같은 장보고-Ⅲ 잠수함 연구개발사업에서 엘아이지넥스원이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이다.
대법원은 사업자의 수주 가능성이 낮더라도 입찰참가 의사가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경쟁관계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과 동일한 입찰분담 합의에 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엘아이지넥스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두 사건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엘아이지넥스원 사건: 원심이 경쟁제한적 합의를 인정하였고, 대법원이 그 판단을 유지하였다.
  • 삼성탈레스 사건: 원심이 기술력 부족을 이유로 경쟁관계를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하였다.
  • 삼성탈레스 사건의 파기환송심: 경쟁제한적 합의를 인정하고 처분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공통된 합의에 대해서는 기술력이나 낙찰 가능성만으로 경쟁관계를 부정하지 않고, 실제 입찰참가 의사와 그로 인한 경쟁압력을 살펴야 한다는 기준으로 판단이 정리되었다.

관련 법령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8호
입찰 또는 경매에서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등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행위를 규정한다.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에는 제19조 제1항이 기재되어 있으며, 위 구법의 개정 전 표시는 첨부된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확인된다.

사실관계

1. 잠수함 전투체계와 소나체계의 분리 발주

국방과학연구소는 2009년 2월 12일 장보고-Ⅲ 잠수함에 탑재될 전투체계와 소나체계의 연구개발사업에 관한 제안요청서를 공고하였다.
전투체계는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여 지휘관의 판단과 교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은 개별 소나가 탐지한 정보를 통합·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전투체계는 단일 사업으로 발주되었고, 소나체계는 체계종합·선측배열센서·선체부착형 능수동센서·예인선 배열시스템으로 나누어 발주되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전투체계와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분야의 입찰을 두 회사가 나누어 참여하기로 한 합의이다.

2. 입찰조건과 두 회사의 기술적 강점

입찰평가는 기술능력 90점과 비용 10점으로 구성되었다. 협상 적격업체가 되려면 기술능력평가에서 배점 한도의 85% 이상을 받아야 했다.
전투체계에서는 국외 업체와의 기술협력이 금지되었다. 소나체계에서는 일정한 국외 협력이 가능했으나 정부 승인을 받아야 했고, 최소 국산화 목표율이 부품·금액 대비 70% 이상이어야 했다.
삼성탈레스는 수상함 전투체계 개발 경험이 풍부했으나 잠수함 전투체계, 특히 수중 무장통제 분야의 경험이 부족했다.
엘아이지넥스원은 수중 무장통제와 소나체계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전투체계 연구개발사업을 직접 수주하여 수행한 경험은 부족했다.
이처럼 두 회사의 기술은 서로 보완될 수 있었다.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중시하여 상대방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낙찰받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입찰분담 협약의 체결

두 회사는 2009년 3월 20일 다음과 같이 협약을 체결하였다.
  • 전투체계에서는 삼성탈레스가 주사업자로 응찰하고, 엘아이지넥스원은 무장통제 분야 등의 협력업체로 참여한다.
  •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에서는 엘아이지넥스원이 주사업자로 응찰하고, 삼성탈레스는 신호처리·전투체계 시뮬레이터 개발 등의 협력업체로 참여한다.
그 결과 각 분야에서 상대방은 독립된 주사업자로 응찰하지 않았다.
최초 입찰과 재입찰 모두 각 분야에 하나의 주사업자만 참여하여 유찰되었고, 이후 전투체계에서는 삼성탈레스가,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에서는 엘아이지넥스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4.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과 소송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가 기술협력의 형식을 이용하여 각자 응찰할 분야를 미리 나누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2012년 4월 24일 삼성탈레스에 시정명령과 26억 7,8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삼성탈레스는 기술력과 입찰조건 때문에 상대방 분야에 독자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으므로, 경쟁을 포기한 합의가 아니라 필요한 기술협력이라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청구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2누14462 판결

법리

1. 낙찰 가능성과 경쟁관계는 구분해야 한다

입찰에서 경쟁자로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낙찰 가능성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업자는 낙찰을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제안내용을 개선할 수 있다. 낙찰 가능성이 낮은 사업자의 참가도 이러한 경쟁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술력이 일부 부족하거나 수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경쟁관계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핵심이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19004 판결

2. 입찰을 포기한 원인이 기술적 제약인지, 경쟁자와의 합의인지 살펴야 한다

원심은 해외협력 제한과 기술력 부족 때문에 두 회사가 상대방 분야에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내부 문서와 협상 경위에 주목하였다.
엘아이지넥스원은 해외협력이 금지될 가능성을 알고도 전투체계 입찰의 경쟁전략을 검토하였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하여 제안서 준비를 논의했고, 입찰참가의 필수요건인 제안요청서 설명회에도 참석하였다.
삼성탈레스 역시 제안요청서 공고 이후 엘아이지넥스원을 경쟁자로 인식하면서 협상을 계속했고, 다른 업체와 협력하여 소나체계에 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두 회사가 처음부터 경쟁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경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합의하여 서로의 입찰참가를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19004 판결

3. 기술협력의 이점이 있다는 것만으로 입찰분담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기술협력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협력 과정에서 경쟁자들이 주사업자로 응찰할 분야를 사전에 나누어 경쟁을 제거했다면, 그 합의의 경쟁제한성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협약에 기술적 효율성이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제출된 증거만으로 그 효과가 경쟁제한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국방과학연구소 등의 정책이 협약 체결의 동기가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4. 계약금액을 협상하거나 사후 정산하더라도 가격경쟁은 존재할 수 있다

삼성탈레스는 방위사업의 계약·정산 구조 등을 근거로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제한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최초 제안가격이 계약금액과 추후 정산금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제조원가는 이후 양산단가에도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최종 대금이 협상이나 정산을 거쳐 정해진다는 사정만으로 입찰단계의 가격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쟁자를 배제하여 경쟁이 있었을 때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면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수 있다.

5. 과징금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파기환송심은 삼성탈레스가 합의에 단순히 따라간 것으로 보기 어렵고, 엘아이지넥스원보다 가담행위의 위법성이 현저히 작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두 회사에 동일한 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임의적 조정단계에서 20%, 최종 부과결정 단계에서 50%를 각각 감경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 부과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부정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6누294 판결

결론

원심은 독자적인 낙찰 가능성이 없으므로 경쟁관계도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낙찰 가능성이 낮아도 실제 입찰참가 의사와 경쟁압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두 회사의 입찰분담 합의가 경쟁을 제한하고 이를 정당화할 사정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앞의 엘아이지넥스원 사건과 함께 보면, 동일한 입찰분담 합의에 관하여 달랐던 원심의 평가가 경쟁관계와 경쟁압력을 중시하는 법리에 따라 일치하게 된 사례로 정리할 수 있다.

실무상 유의점

  • 기술력 부족만으로 경쟁관계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실제 입찰 준비, 과거 참여 실적, 내부 전략문서와 상대방의 인식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 기술협력과 입찰분담을 구분해야 한다. 협력 범위를 넘어 서로 독립적으로 응찰하지 않기로 하거나 주사업자 지위를 교환하는 약정은 담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국산화 정책이나 발주기관의 협력 권장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협력 방식이 경쟁을 얼마나 제한하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 협상·원가정산 계약에서도 가격경쟁의 의미를 확인해야 한다. 최초 제안가격이 계약대금이나 양산단가에 영향을 준다면 입찰단계의 경쟁 제거가 문제 될 수 있다.
같은 또는 유사한 사안을 다룬 다른 글
기술협력을 위한 입찰분담도 담합에 해당하는지와 수주 가능성이 낮은 사업자의 경쟁관계 함께 인용한 판례 2013두21281
이 글이 다룬 조문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