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도매상의 납품을 보장하는 합의의 경쟁제한성과 과징금 산정 범위

핵심 결론 입찰에서 탈락해도 기존 거래 도매상이 낙찰가격으로 납품하도록 보장하면 가격경쟁을 약화시키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될 수 있다. 다만 합의 전에 끝난 입찰에 경쟁제한 효과가 없다면, 그 입찰의 매출액은 과징금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3두1676, 2012두19298, 2013두24471

해당 판례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676 판결
사건명: 시정명령등취소
  • 원고: 주식회사 청십자약품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 결과: 쌍방 상고기각. 시정명령은 유지하고 과징금 납부명령은 취소한 원심판결 확정.
하급심
서울고등법원 2012. 12. 7. 선고 2012누11234 판결
원심은 의약품 도매상들의 합의가 2007년도와 2008년도 병원 입찰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합의가 2006년도 입찰이 종료된 다음 날 이루어졌으므로, 이미 끝난 2006년도 입찰의 가격경쟁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2006년도 입찰 관련 매출액까지 포함하여 산정한 과징금 납부명령은 취소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파기환송 사건은 아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에는 묵시적인 의사의 일치도 포함된다. 경쟁제한적 효과와 경쟁촉진적 효과가 함께 존재하면 효율성 증대, 소비자 후생 및 해당 합의의 필요성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두24471 판결
이 사건 대법원이 관련시장 획정의 기준에 관하여 직접 인용한 판결이다. 반드시 실증적인 경제 분석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공동행위의 유형과 내용,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 및 거래현실 등에 근거하여 시장획정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676 판결

관련 법령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9호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이나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관한 규정이다. 제한을 받는 사업자에는 그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 자신도 포함된다. 이 사건 처분에 실제 적용된 조항이다.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8호
입찰의 낙찰자·투찰가격 등을 결정하는 행위에 관한 규정이다. 심사보고서에서는 이 조항을 적용하였으나, 최종 처분에서는 제9호가 적용되었다.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2조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앞서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와 관련하여 원심에서 검토된 규정이다.
※ 공개된 대법원과 원심 판결 본문에는 법률의 개정 전 기준일·법률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원심의 관계법령 별지도 생략되어 있다. 따라서 확인되지 않은 “○○법률 제○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임의로 붙이지 않았다. 위 조문은 당시 구법의 조문으로, 현행법의 같은 조문번호에 연결해서는 안 된다. 서울고등법원 2012. 12. 7. 선고 2012누11234 판결

사실관계

병원의 의약품 구매입찰
울산대학교병원은 매년 경쟁입찰을 통해 약 1,300∼1,600종의 의약품을 구매하였다. 여러 의약품을 그룹으로 묶어 입찰하였으며, 낙찰자는 해당 그룹의 의약품 전체를 공급해야 했다.
병원은 의약품의 기준약가를 합산한 기초금액을 정하고, 그보다 낮은 예정가격을 설정하였다. 도매상들은 기초금액에서 얼마를 인하하여 공급할 것인지 경쟁하였다. 따라서 낙찰인하율이 높을수록 병원의 구매가격은 낮아지는 구조였다.
청십자약품을 비롯한 7개 의약품 도매상은 이러한 입찰에 참여하였다.
입찰 다음 날 체결된 도도매 거래 합의
도매상들은 2006년도 입찰이 끝난 다음 날인 2006년 6월 13일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 낙찰받은 도매상은 해당 제약사와 기존에 거래하던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한다.
  • 구매가격은 병원 입찰의 낙찰단가와 동일하게 한다.
  • 낙찰도매상이 병원에서 대금을 받으면 기존 거래 도매상에게 같은 금액을 송금한다.
이를 판결에서는 ‘도도매 거래’라고 표현하였다. 도매상이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하는 거래를 뜻한다.
이 사건 합의에서는 낙찰도매상이 해당 거래에서 별도 마진을 남기지 않고, 기존 거래 도매상이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공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마진 없는 거래’란 이러한 중간 거래구조를 뜻하며, 기존 거래 도매상까지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방식은 약 1년간 실행되었고, 2007년도와 2008년도 입찰에서도 계속 유지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사전에 낙찰자를 정했다는 혐의와 낙찰단가에 따른 도도매 거래 합의를 함께 조사하였다.
그러나 사전에 낙찰자를 결정했다는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고, 도도매 거래 합의만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2012년 3월 26일 의결 제2012-044호로 청십자약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과징금 산정에는 2006년도부터 2008년도까지의 입찰 관련 매출액이 포함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012. 12. 7. 선고 2012누11234 판결

법리

사전에 낙찰자를 정하지 않았어도 경쟁제한적 합의가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사전 낙찰자 결정이 증명되어 제재한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누가 낙찰받든 기존 거래 도매상이 낙찰가격으로 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는 데 있다. 이러한 합의가 유지되면 입찰에서 탈락하더라도 거래기회를 완전히 잃지 않으므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낙찰받으려는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법원은 합의 참가자들이 사실상 낙찰자의 지위를 공유하게 되어 가격경쟁을 통한 낙찰자 선정의 의미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도매상 사이의 거래라는 형식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합의가 입찰참가자들의 독립적인 경쟁을 제한하는지 살펴야 한다.
입찰시장과 납품을 위한 조달시장은 구분한다
법원은 거래단계에 따라 두 시장을 구분하였다.
첫째는 병원이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울산대학교병원 의약품 구매입찰시장’이다. 구매자와 공급할 의약품군이 정해져 있고 특별한 참가조건 아래 경쟁하므로, 일반적인 의약품 거래시장과 구별되는 독립된 시장으로 보았다.
둘째는 낙찰도매상이 병원에 납품할 의약품을 구입하는 ‘전국 의약품 조달시장’이다. 의약품을 반드시 부산권역에서만 조달할 필요가 없으므로 지역적 범위를 전국으로 보았다.
법원은 병원 입찰시장에서는 경쟁제한성을 인정하였다. 반면 전국 조달시장에서는 합의 참가자들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약 7.4%인 사정 등을 고려하여 경쟁제한 효과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는 동일한 합의라도 영향을 받는 시장별로 경쟁제한성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676 판결
비용 절감이나 가격 인하가 합의의 효과인지 확인해야 한다
원고는 제약사와 신규 거래를 하기 위한 담보 부담을 줄이고, 납품 지연을 방지하며, 병원의 구매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경쟁촉진 효과를 주장하려면 그 효과가 실제로 해당 합의에서 발생했는지, 그 효과를 얻기 위해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필요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법원은 마진 없는 도도매 거래가 불가피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주장한 가격 인하는 병원이 예정인하율을 높게 설정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합의가 없었다면 더 높은 인하율, 즉 더 낮은 낙찰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었다.
따라서 과거보다 가격이 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 경쟁제한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합의가 없었을 경우의 경쟁 결과와 비교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2012. 12. 7. 선고 2012누11234 판결
합의 시점에 따라 경쟁제한 효과와 관련매출액을 구분한다
합의는 2006년도 입찰이 끝난 다음 날 체결되었다. 그러므로 그 합의가 이미 끝난 입찰의 가격경쟁이나 낙찰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반면 2007년도와 2008년도에는 기존 합의가 묵시적으로 유지된 상태에서 입찰이 진행되었으므로, 해당 입찰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과징금의 관련매출액에는 2007년도와 2008년도 입찰에 따른 의약품 매출액만 포함해야 했다. 2006년도 매출액까지 포함한 과징금 납부명령은 위법하여 전부 취소되었다.
이는 공동행위 자체가 적법하다는 판단이 아니라, 위반행위의 영향이 인정되지 않는 입찰의 매출액까지 과징금 산정에 포함한 것이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적용조항 변경만으로 방어권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심사보고서는 입찰담합에 관한 제8호를 적용했지만, 최종 처분은 사업활동 제한에 관한 제9호를 적용하였다.
다만 심사보고서에는 도도매 거래 합의의 구체적 사실이 이미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도 그 거래가 정상적이고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서면과 전원회의에서 충분히 개진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적용조항이 변경되었더라도 실제 처분대상이 된 행위에 관하여 방어할 기회가 부여되었으므로 절차적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676 판결

결론

대법원은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도매상의 공급을 보장하는 합의가 후속 입찰의 가격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합의 전에 종료된 2006년도 입찰의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에 포함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은 유지하고 과징금 납부명령은 취소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 낙찰자나 투찰가격을 직접 정하지 않았더라도, 탈락업체의 공급물량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합의는 경쟁제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비용 절감이나 공급 안정성을 주장할 때에는 해당 합의와의 인과관계 및 경쟁제한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 과징금 검토에서는 합의일, 합의가 유지된 기간, 각 입찰일 및 관련매출액을 대조해야 한다.
  • 시정명령의 적법성과 과징금 산정의 적법성은 별개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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