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다31301 판결〔전세권설정등기말소〕
확정 여부: 확정
대법원은 전세권저당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에 전세권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명한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명한 것은 신용보증기금 명의의 전세권저당권설정등기 자체의 말소이다.
하급심 및 소송 경과
가. 제1심
서울지방법원 1997. 9. 24. 선고 96가합79045 판결
제1심은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원고의 말소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1998. 5. 26. 선고 97나50857 판결
항소심은 제1심판결 중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였다.
전세권이 기간만료로 종료되었고, 신용보증기금이 전세금반환채권에 관하여 압류·추심명령 등을 받았다는 자료가 없으므로, 전세금을 직접 지급받을 때까지 저당권등기 말소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1993. 9. 1. 접수 제27727호로 마친 전세권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명하였다.
다. 대법원
대법원은 항소심의 사실인정과 법률판단을 받아들여 신용보증기금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관련판례
가. 전세기간 만료 후에는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하여 담보권을 실행해야 한다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사용·수익 권능이 소멸하므로, 전세권 자체를 대상으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없다.
저당권자는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한 추심명령·전부명령이나 배당요구 등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이때 저당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등기자료를 제출하여 담보권 실행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별도의 집행권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면 그 효력이 전세금반환채권에 미친다
전세권저당권자가 적법한 방법으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면, 종전 저당권의 효력은 그 대상인 전세금반환채권에 존속한다.
따라서 저당권자는 그 반환채권으로부터 일반채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전세권설정자가 반대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지는 저당권 설정 당시 반대채권의 존재, 각 채권의 변제기 등 별도의 요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 물상대위권을 행사한 근저당권자와 전세권등기 말소의 관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한 전세권은 실제로 남아 있는 보증금을 담보하는 범위에서 유효하다.
그 사정을 알고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사람에게는 연체차임 등의 공제로 대항할 수 있지만, 근저당권자는 공제 후 보증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전세권등기의 말소를 저지할 이익을 가질 수 있다. 물상대위 절차를 밟지 않은 이 사건과 구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련법령
위 구 민사소송법은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현재의 관련 집행절차는 민사집행법 제273조, 제3채무자의 공탁은 민사집행법 제248조를 확인해야 한다.
사실관계
가. 부동산 소유자·전세권자·전세권저당권자가 서로 달랐다
피고가 저당권을 설정받은 대상은 원고 소유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쉐르담이 그 부동산에 관하여 보유한 전세권이었다.
나. 전세금 4억 원, 만료일 1994년 11월 28일의 전세권이 설정되었다
대상 부동산은 서울 동작구 소재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부터 5층까지의 전유부분들이었다.
판결에 첨부된 전세권 표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후 1993. 9. 1. 위 전세권에 관하여 신용보증기금 명의의 저당권설정등기가 이루어졌다.
다. 전세금 외에 월 차임과 관리비 등을 지급하는 약정이 있었다
원고와 쉐르담은 전세권을 설정하면서, 전세금과 별도로 월 차임 등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특약을 두었다.
판결에 첨부된 정산표에는 월 차임 1,870만 원, 월 관리비 363만 6,000원을 기준으로 한 내역이 나타난다. 부가가치세는 별도로 계산하였다.
차임에 관해서는 1994년 1월부터 9월까지 기한을 넘겨 납부한 데 따른 연체료와, 1994년 10월 이후의 미납 차임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관리비와 공과금, 원상복구비도 정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별지에 기재된 금액은 다음과 같다.
라.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통지가 있었고, 법원은 전세권이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보았다
쉐르담은 1994. 10. 29. 원고로부터 전세기간 만료 후에는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받았다.
항소심은 이 사실을 기초사실에 추가하였고, 이 사건 전세권이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마. 전세금반환채권에 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자 원고는 잔액을 집행공탁하였다
쉐르담의 원고에 대한 전세금반환채권에는 다른 채권자들의 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였다.
원고는 특약에 따라 지체된 차임 등을 전세금에서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구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에 따라 집행공탁하였다.
원고는 이를 근거로 전세금반환채권이 소멸하였으므로, 그 전세권에 설정된 피고의 저당권등기도 말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바. 원고는 전세권 자체가 처음부터 무효라는 주장도 하였다
원고는 전세권설정계약에 월 차임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전세권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 전세권이 무효라면 이를 목적으로 한 피고의 저당권도 무효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월 차임 등을 지급하는 특약을 전세권설정계약에 부가된 별개의 계약으로 보았다. 별도의 지급약정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세권설정계약 자체가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사. 피고는 자신에게 전세금을 지급하기 전에는 말소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피고는 전세권저당권자에게 전세금반환채권에 관한 우선변제권이 있으므로, 원고가 자신에게 잔존 전세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공탁하더라도 피고를 피공탁자로 특정한 변제공탁을 해야 하는데, 원고가 피공탁자를 특정하지 않은 집행공탁을 하였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하였다.
결국 피고의 주장은 전세금 지급이 저당권등기 말소보다 먼저 이루어지거나, 적어도 말소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가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압류·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 등을 받았다는 자료는 없었다. 법원은 이 점을 근거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법리
가. 월 차임을 지급하는 별도 약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세권 전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전세권은 법률이 정한 내용에 따라 성립하는 물권이다. 당사자가 그 본질과 양립할 수 없는 권리를 임의로 만들어 전세권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전세권을 설정하면서 별도의 채권계약으로 월 차임 등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항소심은 이 사건의 추가 지급약정을 전세권설정계약과 별개의 계약으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한 ‘전세권 무효에 따른 저당권 무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전세기간이 만료되면 전세권 자체를 대상으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없다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권능이 소멸한다. 이에 따라 전세권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자는 종전 전세권 자체를 대상으로 담보권을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기간만료로 전세권과 이를 목적으로 한 저당권이 소멸하였으므로, 피고가 소유자에게 저당권등기의 존속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것이 전세금반환채권까지 당연히 없어지거나, 저당권자의 우선변제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저당권자는 전세권에 갈음하는 반환채권에 대하여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 전세권저당권 등기와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한 권리행사는 구별된다
전세권에 설정한 저당권의 직접적인 목적은 전세권이다. 그 등기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소유자에 대한 전세금반환채권을 직접 추심할 권한까지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간만료 후 전세금에서 우선변제를 받으려면 반환채권에 대한 압류·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거나, 다른 채권자가 진행하는 집행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전세금반환채권에 담보권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이 물상대위이다.
따라서 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는 사실과, 반환채권에 대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라. 직접 지급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 그 지급을 조건으로 말소를 거절할 수 없다
전세금반환채권에 제3자의 압류 등이 없다면, 전세권설정자는 원칙적으로 전세권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면 된다.
전세권에 저당권이 설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반환의 상대방이 저당권자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반환채권에 대하여 압류·추심명령 등을 받았다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잔존 전세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가 인정되지 않았다.
동시이행항변권은 서로 관련된 채무의 이행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이다. 자신에 대한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그 지급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당권등기 말소를 거절할 수는 없다.
이는 전세권설정자와 전세권자 사이에서 인정되는 전세금 반환과 목적물 인도·말소서류 교부의 동시이행관계를 부정한 판단은 아니다.
마. 집행공탁에 관한 판단도 피고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를 전제로 이해해야 한다
피고는 자신을 피공탁자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집행공탁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피고가 원고에게 직접 전세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법원은 그 전제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모든 전세금 집행공탁이 당연히 유효하다거나, 소유자가 주장하는 공제액이 언제나 그대로 인정된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다른 채권자의 압류가 존재하는 경우의 공탁 요건, 실제 반환채무의 범위, 공제 항목의 적법성은 각각 확인해야 한다.
바. 기존 ChatByun 칼럼과의 연결
ChatByun의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아도, 연체차임을 공제한 보증금을 받았다면 말소에 승낙해야 한다」와 비교하면, 물상대위 절차의 유무와 말소 대상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두 사건 모두 담보권자가 전세금 지급과 등기 말소를 연계하여 다투었지만, 권리를 행사한 절차와 소송의 대상이 달랐다.
따라서 ‘전세권저당권자는 전세금을 받기 전까지 언제나 말소를 거절할 수 있다’거나 ‘기간이 끝나면 언제나 아무 조건 없이 모든 등기를 말소해야 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실무상 유의점
가. 등기상 만료일뿐 아니라 실제 종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판결은 전세권이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다른 사건에 적용할 때에는 등기상 날짜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계약 갱신 여부, 갱신거절 통지의 내용과 도달 시점, 기간 변경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전세권이 계속 존속한다면 담보권 실행의 전제도 달라질 수 있다.
나. 저당권자는 등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반환채권이 확보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세기간 만료 후에는 전세금반환채권을 대상으로 하는 물상대위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등기사항증명서, 피담보채권 자료, 전세권의 종료 사실, 반환채권의 내용 및 다른 채권자의 집행 현황을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압류·추심명령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소유자에게 전세금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말소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만으로 집행절차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 소유자는 저당권등기와 채권압류명령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전세권저당권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에게 곧바로 지급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압류를 무시하고 전세권자에게 지급해서도 안 된다.
이 사건에서도 다른 채권자들의 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여 집행공탁이 이루어졌다.
실제 지급 또는 공탁에 앞서 누구의 어떤 명령이 송달되었는지, 추심권한이나 전부명령의 효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반환채무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라. 말소 대상에 맞추어 청구취지를 작성해야 한다
전세권저당권설정등기 자체의 말소를 구하는 것과, 전세권설정등기를 말소하기 위하여 저당권자의 승낙을 구하는 것은 청구의 내용이 다르다.
등기부에서 말소할 등기와 이해관계인을 확인한 뒤,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구성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전세권저당권 자체의 말소가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전세권의 종료 사실과 함께, 상대방이 주장하는 전세금 지급청구의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마. 차임·관리비 등의 정산과 담보권자의 권리행사를 따로 검토해야 한다
전세권저당권자의 물상대위 여부는 권리행사 방식에 관한 문제이고, 전세금에서 얼마를 공제할 수 있는지는 반환채무의 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임대차계약과 특약, 차임·관리비 납부내역, 원상복구비의 발생 근거, 담보권자가 실제 계약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직접 지급을 전제로 한 피고의 항변이 배척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사건에서도 소유자가 주장하는 차임·관리비·원상복구비 전액의 공제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