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은 압류채권자 본인이 통정허위표시에 관하여 선의인지 심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1. 9. 22. 선고 2010가합27077 판결
원고 측의 추심금 청구를 인용하였다.
나.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5. 11. 선고 2011나82096 판결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전세권근저당권자가 해당 전세권이 실제로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건물 소유자인 피고는 연체차임을 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연체차임이 전세금 6억 원을 초과하므로 원고들이 추심할 금액은 남아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35743 판결
전세권설정등기말소등기절차이행등
통정허위표시에 의하여 외형상 형성된 전세권부채권을 가압류한 채권자도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하며, 선의라면 보호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직접 인용한 선행판례이다. 선행판례가 전세권부채권을 가압류한 사람의 보호를 다루었다면, 이 사건은 전세권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가압류·압류한 사람의 보호를 다루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다31301 판결
원심이 전세권근저당권의 실행 방법에 관하여 인용한 판결이다.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하여 전세권 자체에 대한 저당권 실행이 불가능하게 되면,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추심명령 등 물상대위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와 관련된다.
관련법령
가. 통정허위표시와 제3자 보호
민법 제108조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이지만, 그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는 제2항이다.
나. 전세권근저당권의 물상대위
민법 제342조
담보목적물에 갈음하는 금전 등에 대한 물상대위와 지급 또는 인도 전 압류에 관한 규정이다.
민법 제370조
민법 제342조의 물상대위 규정을 저당권에 준용한다.
민사집행법 제273조
채권 등에 대한 담보권 실행 및 물상대위권 행사 절차에 관한 규정이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세 종류의 채권
이 사건에서는 전세권자, 전세권근저당권자, 그 근저당권자의 채권자가 각각 다른 사람이므로 이를 구분해야 한다.
채권관계도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나. 임차보증금 중 6억 원을 담보하기 위해 전세권등기가 이루어졌다
A는 2004. 8. 12. 당시 건물 소유자로부터 건물의 지하층과 일부 지상층을 임차보증금 6억 5,000만 원에 임차하였다. 그중 6억 원의 반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받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04. 8. 17. 전세금 6억 원, 존속기간 2004. 8. 12.부터 2008. 8. 31.까지인 전세권설정등기가 이루어졌다.
법원은 이 사건 전세권설정계약이 실제 임대차관계를 전세관계인 것처럼 표시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다. B는 실제 임대차관계를 알면서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B 등 4명은 A에게 임차보증금 마련을 위한 돈을 각 1억 5,000만 원씩, 합계 6억 원 대여하였다.
당초에는 건물에 직접 담보를 설정받기로 하였으나, 대신 A의 전세권을 담보로 제공받기로 하였다. 수수료 절감 등을 위해 B 단독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로 합의하여, 2004. 8. 17. 전세권에 채권최고액 6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이루어졌다.
B는 A가 실제로는 월 차임을 지급하는 임대차계약에 따라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법원도 B가 전세권설정계약의 허위성을 알고 있었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을 받아들였다.
라. 전세권과 건물 소유권이 각각 이전되었다
교육지존은 2007. 1. 10. A로부터 전세권을 양수하고 전세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교육지존은 당시 건물 소유자와 2008. 10. 9.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임차보증금은 6억 5,000만 원이었고, 그중 6억 원은 기존 전세권으로 담보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2010. 6. 3.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였다.
마. C는 B의 채권을 압류한 다음 전세금반환채권을 추심하였다
C는 B를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제기하여 원금 7억 7,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다.
그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집행은 두 단계로 진행되었다.
- 첫 번째 단계: B가 A에게 가지고 있던 전세권근저당권부채권을 가압류한 후, 2009. 8. 24.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 두 번째 단계: 전세권 존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해, 2010. 10. 18. 교육지존의 피고에 대한 전세금반환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따라서 C는 처음부터 교육지존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채무자인 B가 가진 담보부채권을 압류하고, 그 담보권을 이용하여 건물 소유자에게 전세금의 지급을 청구한 것이다.
C는 소송 중인 2011. 5. 16. 사망하였고,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소송을 수계하였다.
바. 피고는 연체차임을 공제하면 반환할 돈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교육지존의 연체차임은 2011. 5. 12. 기준 약 6억 6,900만 원에 이르렀다.
피고는 실제 계약이 월세를 지급하는 임대차이고 B도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연체차임을 공제하면 전세금 6억 원은 전부 소진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B의 악의와 별도로 C의 선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법리
가. 허위표시의 직접 상대방과 거래하지 않았더라도 보호되는 제3자가 될 수 있다
민법 제108조 제2항의 제3자는 허위표시의 당사자와 직접 거래한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허위표시에 의하여 형성된 법률관계를 기초로 다른 사람이 권리를 취득하고, 다시 그 권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취득한 사람도 포함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이 법률관계가 이어졌다.
허위 전세권 설정 → 그 전세권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의 가압류·압류
C는 마지막 단계에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취득하였다. 전세권설정계약의 당사자와 직접 계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나. 근저당권자의 악의가 압류채권자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B는 허위 전세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선의의 제3자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B가 악의라는 사정만으로 C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C는 근저당권부채권을 가압류·압류함으로써 독자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취득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B와 C의 인식은 각각 판단해야 한다. C가 통정허위표시에 관하여 선의라면, 피고는 B의 악의를 들어 C에게 허위표시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다. 단순한 일반채권자라는 지위를 넘어 구체적인 담보부채권을 압류한 점이 중요하다
대법원은 C가 B에 대한 대여금채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C가 B의 특정 전세권근저당권부채권을 가압류하고 압류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근저당권의 목적물인 전세권에 대해서도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반채권의 보유와 특정 재산에 대한 집행으로 취득한 이해관계를 구별한 것이다.
라. 연체차임 공제의 허용 여부도 압류채권자의 선의 여부를 반영하여 판단해야 한다
원심의 논리는 실제 임대차관계를 알고 담보를 취득한 B의 지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C가 독립적으로 보호되는 선의의 제3자라면, 피고는 C에게 전세권이 허위라는 이유를 내세워 실제 임대차관계에 따른 연체차임 공제를 그대로 주장할 수 있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압류된 채권의 원래 채권자가 악의라는 이유만으로, 압류채권자에게도 당연히 공제항변이 가능하다고 본 점이 원심의 잘못이다.
마. 대법원이 원고들의 추심금 청구를 최종 인용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C가 실제로 선의였다고 확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원심이 C의 선의 여부를 전혀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심리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통정허위표시를 이유로 대항할 수 있는지 판단하라고 환송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선의의 압류채권자가 독립적으로 보호될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이며, 원고들에게 전세금 6억 원 전액을 지급하라고 직접 명한 판결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가. 선의·악의의 판단 대상을 사람별로 구분해야 한다
허위표시 당사자, 근저당권자, 압류채권자 등 여러 사람이 순차적으로 관여하였다면 각자의 법적 지위와 인식을 분리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자 B의 악의가 인정되더라도 압류채권자 C의 선의 여부는 별도 심리 대상이었다. 소송을 수계한 상속인들 자신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로 판단하는 사건도 아니다.
나. 압류한 채권과 최종 추심 대상 채권을 정확히 특정해야 한다
이 사건의 첫 번째 압류 대상은 B의 A에 대한 대여금채권이고, 두 번째 압류 대상은 교육지존의 피고에 대한 전세금반환채권이다.
이를 모두 단순히 “전세금채권 압류”라고 표현하면, C가 어떤 경로로 담보권에 관한 이해관계를 취득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다. 임차보증금 담보 목적의 전세권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정리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은 해당 전세권설정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는 사실인정을 전제로 제3자 보호 범위를 판단하였다.
따라서 임차보증금을 담보하기 위한 전세권설정등기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전세권이 무효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당사자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