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점시장에서 묵시적 가격 담합이 성립하는 경우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2두23075, 2012두17421, 2012두13665

핵심정리

경쟁사의 가격을 따라 정했다는 사정만으로 담합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판매가격의 사전 통보, 경쟁 자제·고가 유지에 관한 논의, 장기간의 가격 일치 등을 통해 서로 가격을 맞추려는 의사 연락이 인정되면 묵시적 가격담합이 성립한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23075 판결 [시정명령등취소청구]
  • 원고: LPG 수입업체인 주식회사 ○○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 결과: 상고기각. 가격담합을 인정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유지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서울고법 2012. 9. 13. 선고 2010누13670 판결
원심은 LPG 수입 2사와 정유 4사가 충전소 판매가격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의 처분시효 경과 주장과 과징금 산정의 위법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래 원심의 사실관계와 판단은 대법원 판결문에 기재된 내용을 반영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대법원 판결문은 주된 근거조문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으로 표시하고, 개정 전 법률을 특정하는 괄호는 붙이지 않았다. 아래는 현행법과 혼동하지 않도록 당시 조문과 개정 연혁을 확인하여 보완한 표기이다.
제19조·제21조·제22조는 공동행위가 종료한 2008년 당시의 규정을 기준으로 표시하였다. 제49조 제4항은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라는 처분시한을 이후 개정 규정과 구분하여 표시하였다. 위 괄호 표기는 판결문의 직접 인용은 아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개정문

사실관계

  1. LPG 수입사와 정유사의 거래관계 원고와 다른 수입업체는 LPG를 수입하여 전속 거래관계에 있는 충전소에 판매하면서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에도 공급하였다. 정유사들은 직접 생산하거나 수입사로부터 구매한 LPG를 충전소 등에 판매하였다. 따라서 수입사와 정유사는 LPG를 공급하고 구매하는 관계인 동시에, 충전소에 판매하는 단계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다.
  2. 수입 2사의 가격정보 교환과 가격정책 협의 수입 2사는 2002년 12월 31일부터 2008년 12월까지 거의 매달 말 전화 등을 통해 다음 사항을 교환하거나 협의하였다. 이와 같은 정보교환과 협의를 거쳐 충전소 판매가격을 결정하였다.
  • 판매가격의 근간이 되는 기준가격
  • 가격 변동요인을 반영할 것인지와 그 반영 정도
  • 판매실적과 판매계획
  • 적정한 중간이윤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정책
  1. 경쟁 정유사에 대한 다음 달 판매가격의 사전 통보 원고는 매달 말 정유사들에게 자신의 다음 달 충전소 판매가격을 미리 알려주었다. 정유사들은 그 가격을 따라 자신들의 판매가격을 결정하였다. 원고가 정유사에 알린 정보는 단순히 정유사가 LPG를 구매하는 가격이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충전소 판매시장의 가격이었다.
  2. 경쟁 자제와 높은 가격 유지에 관한 논의 원고의 임원·팀장·직원들은 다른 수입사 및 정유사 임직원들과 2003년부터 2007년 초까지 18차례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LPG 시장안정화를 위한 경쟁 자제와 높은 LPG 가격의 유지 등에 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3. 장기간의 가격 일치와 논의 중단 후의 변화 2003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72개월 동안 수입 2사의 충전소 판매가격 차이는 판결문 표현으로 kg당 평균 ±0.01원에 불과하였다. 정유사들의 판매가격도 수입 2사와 거의 같았다. 반면 가격정책에 관한 논의가 중단된 2009년 1월부터 수입 2사의 가격은 프로판의 경우 kg당 최대 6.26원, 부탄의 경우 최대 6.25원의 차이를 보였고, 같은 가격을 책정한 경우도 없었다. 또한 한 정유사가 이전과 달리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정하자, 수입 2사의 담당 직원들이 2008년 6월 30일 만나 손실금 분산반영을 논의한 사실도 인정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가격담합으로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고, 원고는 그 취소를 청구하였다.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23075 판결

법리

1. 가격 추종과 가격담합을 가르는 기준은 의사 연락이다

과점시장에서는 한 업체가 가격을 먼저 정하면 다른 업체들이 시장 상황을 관찰하여 같은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이 같다는 결과만으로 담합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쟁 사업자 사이에 가격 결정에 관한 의사 연락이 증명되거나 여러 사정으로 이를 추인할 수 있다면 묵시적 가격담합이 성립한다. 선도업체가 최초 가격을 독자적으로 정했더라도, 다른 업체들이 그 가격에 맞추기로 서로 의사를 연결하였다면 합의가 인정될 수 있다.

2. 경쟁사에 대한 개별적인 사전 통보는 공개가격의 관찰과 다르다

가격을 정하여 실제 판매 과정에서 공개한 뒤 경쟁사가 이를 관찰하고 독립적으로 따라가는 경우와, 경쟁사에 다음 달 가격을 개별적으로 미리 알려주는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사전 가격통보에 더하여 경쟁 자제와 고가 유지에 관한 반복적인 논의가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수입사가 먼저 가격을 정하면 정유사들이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정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였다.

3. 구체적인 가격 숫자를 함께 정하지 않아도 담합이 성립할 수 있다

매월 판매가격이 통보되는 구조에서 사업자들이 경쟁을 자제하고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로 논의하였다면, 모임에서 구체적인 판매가격 자체를 논의하지 않았더라도 가격담합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회의에서 가격 숫자를 합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의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4. 정보교환은 다른 사정과 함께 합의의 증거가 된다

이 사건은 정보교환 사실 하나만으로 담합을 인정한 판결이 아니다. 법원은 사전 가격통보, 가격정책 협의, 경쟁 자제에 관한 논의, 장기간의 이례적인 가격 일치, 논의 중단 후 가격 차이 발생 등을 함께 고려하였다. LPG의 품질 차이가 작고 가격이 거의 유일한 경쟁요소였다는 시장 특성도 판단에 반영하였다.

5. 매월 가격을 정했다고 매월 별개의 공동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판매가격을 매월 결정하였으므로 각 월의 행위는 독립된 공동행위이고, 처분일부터 5년을 거슬러 올라간 2005년 4월 이전의 행위에는 처분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과 같이 지속된 공동행위를 매월의 가격 결정 단위로 나누어, 과거 부분에 대해 별도로 처분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6. 과징금의 차등은 적용 법령과 가담 정도 등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한 원심의 과징금 판단도 유지하였다. 따라서 사업자 사이에 과징금 수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평등원칙 위반이 되거나, 이 사건 과징금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23075 판결
  • 참여 사업자들이 시장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공동행위가 약 6년간 지속되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인 7~10% 중 가장 낮은 7%를 적용하였다.
  • 다른 사업자는 위반행위 종료시점이 달라 구법상 5%의 과징금 상한이 적용되었다.
  • 원고를 단순한 추종자나 조사에 적극 협력한 사업자로 볼 수 없었다.
  • 수입사와 정유사의 이익 구조 차이는 감경비율 차이의 근거가 될 수 있었다.
  • 원고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하여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45%가 이미 감경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 경쟁사의 공개가격을 관찰하여 독립적으로 가격을 정한 경우와, 경쟁사에 미래 판매가격을 직접 전달하면서 가격을 맞추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 거래 상대방이라도 다른 거래 단계에서 경쟁한다면, 정보교환의 대상이 구매가격인지 경쟁시장의 판매가격인지 확인해야 한다.
  • ‘시장안정’이나 ‘적정이윤 유지’라는 표현도 사전 가격통보 및 경쟁 자제 논의와 결합하면 묵시적 합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 처분시효와 과징금 적용 법령은 개별 가격 결정일만 볼 것이 아니라, 공동행위의 계속성과 각 사업자의 실제 종료시점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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