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두23085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부과취소청구]
- 원고: 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 파기환송심 결과: 원고에 대한 시정명령과 263억 1,4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였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가. 환송 전 원심
원심은 수입사의 가격통보, 장기간의 가격 일치, 사업자들 사이의 모임과 연락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담합 가담을 인정하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
대법원은 원고의 가격 결정에 관한 상호 의사 연락을 인정할 사정은 제한적인 반면, 상당한 물량의 지속적인 저가판매 등 담합과 양립하기 어려운 행동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의 합의 가담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다.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15. 8. 19. 선고 2014누5165 판결
파기환송심은 가격통지의 거래상 필요성, 모임의 성격, 경쟁사 내부문서의 증명력, 원고의 저가판매와 물량거래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였다.
그 결과 원고가 공동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2010년 4월 23일 전원회의 의결 제2010-45호로 원고에게 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였다. 과징금 산정 자체의 하자에 관한 나머지 주장은 판단하지 않았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이 인용한 판례이다. 행위의 외형적 일치만으로 합의를 인정할 수 없고, 사업자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사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23075 판결 비교할 판례이다. LPG 시장에서 사전 가격통보, 가격정책 협의, 경쟁 자제와 고가 유지에 관한 반복적인 논의 등을 근거로 묵시적 가격담합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과 함께 보면, 동일한 시장의 가격담합 사건에서도 개별 사업자의 의사 연락과 실제 행동에 따라 가담 여부를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관련 법령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1호 사업자들이 합의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의 결정·유지 또는 변경 행위를 금지한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의 근거이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근거이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은 주된 적용 법률에 개정 전 법률을 특정하는 괄호를 붙이지 않았다. 위 괄호 표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의 종기로 인정한 2008년 12월 31일 당시의 조문을 기준으로 보완한 것이다. 해당 조문들은 2009년 3월 25일 개정에서도 변경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원고는 수입사의 경쟁자이자 구매자였다
국내 LPG 시장은 수입 2사와 정유 4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과점시장이었다. 신규 진입에는 대규모 시설과 판매망이 필요하였고, 사업자별 제품의 품질 차이가 작아 가격이 중요한 경쟁요소였다.
정유사인 원고는 직접 생산한 LPG를 판매하면서 부족한 물량을 수입 2사로부터 구매하였다. 따라서 충전소 판매 단계에서는 수입사와 경쟁하였지만, 물량을 조달하는 단계에서는 수입사의 고객이었다.
원고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매월 수입 2사로부터 LPG를 구매하였다. 2008년에도 프로판 전체 판매량의 약 36.8%가 수입 2사로부터 구매한 물량이었다.
나. 정유사 공급가격과 충전소 판매가격이 연동되어 있었다
수입 2사는 정유사에 LPG를 공급할 때 충전소 판매가격에서 수송비 상당액인 kg당 26.979원을 공제하였다. 정유사들이 구매한 LPG를 직접 수송하였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1999년경부터 적용되었다. 정유사들은 자신들의 구매가격에 kg당 26.979원을 더하면 수입사의 충전소 판매가격을 알 수 있었다.
원고는 수송비 할인금액을 높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지만 수입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수입사들의 가격통지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수입 2사는 매월 말 거래처에 다음 달 판매가격을 팩스로 통보하였다.
E1은 원고에게 보내는 문서에 원고만 수신자로 표시하고 정유사 공급가격만 기재하였다. 반면 SK가스는 원고와 다른 정유사들을 함께 수신자로 표시하면서 정유사 공급가격과 충전소 판매가격을 모두 기재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수입사들이 거래관계가 없는 정유사에는 가격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라. 원고는 상당한 물량을 지속적으로 저가판매하였다
원고는 장기 전속계약이 없는 LPG 대리점에 전체 판매물량의 약 20%를 충전소 판매가격보다 kg당 약 60원 낮게 판매하였다. 이러한 거래는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 계속되었다.
대리점들은 그 물량을 확보하여 수입사나 정유사의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충전소에 판매하였다. 다만 원고와 전속적인 거래관계에 있는 충전소에는 판매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말하는 ‘충전소 판매가격’은 개별 충전소와의 협상 기준가격으로, 실제 거래가격과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마. 수입사들은 다른 정유사의 저가판매 물량을 구매했지만 원고의 물량은 구매하지 않았다
수입 2사는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자신들의 스폿거래를 중단하고, 2006년부터 다른 정유사의 스폿거래용 물량을 직접 구매하였다.
그러나 원고로부터 LPG를 구매한 사실은 없었다. 원고에게 저가판매의 중단을 요청하거나 담합 위반을 이유로 제재한 사실도 증명되지 않았다.
원고가 SK에너지에 일부 부탄을 판매한 사실은 있었지만, 파기환송심은 그 물량과 가격, 기존 거래관계 등에 비추어 SK에너지가 부족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통상적인 구매로 판단하였다.
바.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를 담합 가담자로 보아 처분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가 2003년 1월 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수입 2사 및 다른 정유사와 의사 연락을 하여 LPG 가격을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정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에게 시정명령과 263억 1,4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원고는 선도업체의 가격을 독자적인 사업상 판단으로 따라갔을 뿐 합의한 사실은 없다며 처분을 다투었다.
법리
가. 가격의 외형적 일치와 담합 합의는 구분해야 한다
과점시장에서는 경쟁사의 가격을 따라가는 것이 개별 사업자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이 장기간 같거나 비슷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사업자 사이에 가격 결정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의사 연락을 인정할 추가 사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그 증명책임이 합의를 이유로 처분한 공정거래위원회에 있음을 명시하였다.
나. 다른 사업자들의 담합이 인정되더라도 원고의 가담은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
시장 내 일부 사업자가 담합하였다는 사실과 특정 사업자가 그 담합에 가담하였다는 사실은 구분된다.
원고의 가담을 추인할 사정이 제한적이고, 독자적인 이익 추구나 담합과 양립하기 어려운 행동이 상당한 기간 계속되었다면, 비슷한 가격을 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까지 가담자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두23085 판결
다. 거래관계에서 비롯된 가격통지는 그 맥락을 살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원고가 수입사의 경쟁자인 동시에 대량 구매자라는 점을 중시하였다.
수입사들이 거래관계가 없는 정유사에는 가격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통지는 공급거래 때문에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높았다. 또한 충전소 판매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과 고정된 할인금액으로 연결되어 있어 별도의 독자적인 가격정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수입사들이 원고의 가격 추종을 예상하였더라도, 그러한 수입사의 인식만으로 원고와의 합의가 증명되지는 않는다. SK가스가 문서에 다른 정유사들을 함께 표시한 일방적인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라. 모임 참석과 경쟁사 내부문서는 구체적인 증명력을 따져야 한다
원고의 임원 또는 팀장급 직원이 참석한 2회의 모임은 협회장 취임과 신년을 계기로 협회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자리였고, LPG를 공급받는 충전소 측도 참석하였다.
별도로 수급 담당자들의 모임이 있었지만 판매가격을 논의하였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E1 내부문서에 기재된 원고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SK가스가 원고의 거래처를 유치하였다는 사실을 E1이 알고 있었다고 하여 원고가 E1에 이를 알려주었다고 볼 수 없다.
- 가격 차이가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견은 기존 담합의 존재를 인정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
- 사후정산에 관한 문구가 있더라도 원고가 실제로 정산을 요구하거나 정산받았다는 증거가 없다.
- 일부 문서는 의미가 불분명하고 내부 결재도 이루어지지 않은 초안이었다.
마. 지속적인 저가판매와 다른 사업자들의 대응 부재는 중요한 반대 사정이다
원고는 전체 물량의 약 20%를 장기간 저가판매하였다. 이는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합의를 흔들 수 있는 행동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장기간 반복된 거래이므로 통상적인 스폿거래와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거래의 명칭이나 분류보다 지속적인 저가판매의 효과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오히려 장기간 반복되었다면 가격유지 합의를 흔들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도 다른 사업자들이 원고에게 중단을 요구하거나 제재하였다는 증거는 없었고, 수입사들이 원고의 저가판매 물량을 구매하여 이를 억제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정은 원고의 담합 가담을 인정하기 어렵게 하는 유력한 정황이었다.
바. 수입사로부터 구매하면서 저가판매한 행태도 독자적인 사업상 판단으로 설명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가 저가판매를 하면서 수입사로부터 구매를 계속한 것은 담합이익을 누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원고의 생산·저장시설과 전속 충전소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전국적인 브랜드와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면서 거래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두 거래를 병행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사업자 간 LPG 물량교환 역시 수송비 절감 등을 위해 장기간 이루어진 관행으로 보았고, 이를 담합과 연결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가격의 외형적 일치와 제한적인 접촉 사실만으로 원고의 담합 가담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거래관계와 증거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원고가 공동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처분사유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263억 1,4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였다.
취소의 이유는 과징금이 과다하다는 데 있지 않고, 원고를 담합 가담자로 제재할 근거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실무상 유의점
- 가격정보의 수신 사실뿐 아니라 실제 공급거래의 필요성, 정보의 내용, 회신·협의 여부를 구분하여 확인해야 한다.
- 담합 가담 여부를 다툴 때에는 지속적인 할인판매, 거래처 확보 경쟁, 독립적인 구매협상 등 실제 경쟁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 경쟁사 내부문서는 작성자의 인식과 해당 기업의 실제 의사를 구분하고, 정보 출처와 후속 실행 여부까지 검토해야 한다.
- 저가판매의 명칭보다 물량·가격 차이·지속기간과 다른 사업자들의 대응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