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다51265, 99다51272 판결〔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대여금〕 — 상고기각으로 확정
연 24%는 이 사건에서 인정된 당시의 약정이율이다.
하급심 및 소송경과
- 제1심: 서울지방법원 1996. 11. 21. 선고 95가합78816, 96가합6085 판결. 잔존채무 변제 후 근저당권 말소를 명하고, 대여금 반소도 일부 인용하였다.
- 환송 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1997. 11. 13. 선고 97나2728, 97나2735 판결. 근저당권 명의자를 대여금채권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본소를 인용하고 반소를 기각하였다.
- 첫 번째 상고심: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58620, 97다58637 판결. 근저당권 명의자가 불가분채권자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추가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하였다.
- 환송심: 서울고등법원 1999. 7. 16. 선고 99나13517, 99나13524 판결. 묵시적 약정에 따른 불가분채권관계를 인정하고, 제1심과 결론을 같이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 재상고심: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환송심의 판단이 확정되었다.
제1심과 환송 전 항소심의 내용은 첨부된 환송심 및 대법원판결에 나타난 범위에서 정리하였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0다13628 판결: 다른 채권자의 채권을 대신 수령할 권한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불가분채권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수령대리권과 채권자 자신의 권리는 구별해야 한다.
- 대법원 1993. 8. 14. 선고 91다41316 판결: 다수 당사자 사이의 금전채권·채무에는 분할 원칙이 적용되므로, 불가분채권·채무관계를 인정하려면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한다.
- 대법원 2001. 3. 15. 선고 99다48948 전원합의체 판결: 제3자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에 관한 합의와 함께 채권양도, 제3자를 위한 계약, 불가분적 채권관계의 형성 등으로 채권이 제3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그 근저당권은 유효할 수 있다.
-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다71100 판결: 채권자와 근저당권 명의자 중 누구에게든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불가분채권관계가 형성된 경우, 제3자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유효하다고 보았다.
관련법령
- 민법 제408조: 채권자나 채무자가 여러 명인 경우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각자가 균등한 비율로 권리와 의무를 부담한다는 분할 원칙을 정한다.
- 민법 제409조: 채권의 목적이 그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따라 불가분인 경우, 각 채권자는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각 채권자에게 모든 채권자를 위한 이행을 할 수 있다.
- 민법 제411조: 여러 사람이 불가분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의 준용규정을 정한다. 이 사건의 불가분채권과 구별되는 채무자 측의 규정이다.
- 민법 제361조: 저당권을 피담보채권과 분리하여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제한한다.
- 민법 제369조: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저당권도 소멸한다는 부종성을 정한다.
- 민법 제479조 제1항: 변제액이 채무 전부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한 경우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충당하도록 정한다.
사실관계
가. 거래 상대방과 근저당권 명의자가 달랐다
원고는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당좌수표나 약속어음을 할인받는 방식으로 돈을 빌렸다. 직접 금전거래를 한 상대방은 피고의 형이었다.
형과 피고는 함께 의약품 도매업을 운영하였고, 형이 자금 업무를 담당하였다. 대여자금 중 상당 부분은 피고 명의의 계좌에서 나왔다.
원고는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아파트에 관해 피고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두 건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채권최고액은 각각 7,000만 원과 1억 원이었다.
나. 근저당권 명의자에게도 채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서류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현재 또는 장래 부담하는 채무를 담보한다는 내용의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또한 피고에게 각 채권최고액과 같은 금액의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고, 담보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아파트를 임대하지 않으며 물권 등을 설정하려면 피고의 동의를 받겠다는 각서도 작성하였다.
원고는 대여자금이 형과 피고가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나온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고, 장부에도 그 사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처리하였다.
다. 일부 채무가 변제된 후 근저당권의 효력과 잔존채무가 문제 되었다
채무가 늘어나자 원고는 다른 부동산에도 형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후 그 부동산의 경매에서 형은 167,959,460원을 배당받았고, 배당금은 피고의 계좌로 입금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실제 채권자가 아니므로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새 담보를 제공하면서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하기로 약정하였고, 담보채무도 모두 소멸하였다는 주장도 하였다.
피고는 자신도 채권자라고 주장하면서 남은 대여금의 지급을 반소로 청구하였다.
법리
가. 이 사건은 채권자 측의 불가분성을 인정한 사례이다
불가분채권과 불가분채무는 여러 당사자가 관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문제가 되는 당사자와 법적 효과가 다르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는 원고였고, 형과 피고가 함께 채권자의 지위에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따라서 직접적인 근거는 민법 제409조이다.
나. 금전채권도 당사자의 묵시적 약정에 따라 불가분채권이 될 수 있다
금전채권은 금액을 나눌 수 있으므로 여러 채권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가분채권이 되지는 않는다. 민법 제408조의 분할 원칙을 벗어나려면 불가분성을 인정할 근거가 필요하다.
다만 계약서에 반드시 ‘불가분채권’이라는 표현을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내용과 거래 경위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를 종합하여 묵시적 약정을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다음 사정들을 함께 고려하였다.
핵심은 형제관계나 동업관계 자체가 아니다. 원고가 피고에게도 채무를 부담하고, 피고가 자신의 채권자로서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었는지이다.
다. 단순한 수령대리권과 불가분채권자의 지위는 다르다
누군가를 대신하여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채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령대리인은 다른 사람의 채권에 관하여 변제를 받을 권한을 행사한다.
이 사건의 피고는 그 범위를 넘어, 형과 함께 자신의 채권자로서 원고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를 인정받았다.
대법원은 원고가 실제 대여자금을 제공한 피고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근저당권까지 설정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최초로 돈을 빌려준 사람이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만 채권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송심은 추가 심리를 거쳐 피고의 불가분채권자 지위를 인정하였고, 재상고심은 이를 수긍하였다.
라. 불가분채권관계의 인정은 근저당권의 유효성으로 이어졌다
근저당권은 채권을 담보하는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채권자와 근저당권자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도 불가분채권자로서 피담보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었다. 따라서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은 채권이 없는 사람에게 형식적으로 설정된 담보라고 볼 수 없었다.
법원이 인정한 것은 근저당권 명의만 빌려주는 합의의 효력이 아니라, 피고에게 실질적인 채권자 지위를 부여하는 묵시적 약정과 그에 기초한 담보권의 효력이다.
이 점에서 제3자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근저당권이 유효해진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마. 어느 한쪽에 한 변제는 다른 채권자에게도 효력이 있다
불가분채권관계에서는 채무자가 형이나 피고 중 어느 한쪽에 유효하게 변제하면, 그 변제 범위에서 양쪽 모두에게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환송심은 형이 받은 경매 배당금과 골프회원권의 대물변제 가액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에서도 공제하였다.
법원이 인정한 계산은 다음과 같다.
- 대여원금: 230,000,000원
- 9.까지의 이자: 70,446,636원
- 공제할 금액: 대물변제 가액 13,000,000원과 경매 배당금 167,959,460원
- 이자에 먼저 충당한 후 남은 원금: 119,487,176원
따라서 피고가 불가분채권자라는 이유로 이미 형에게 변제된 금액까지 다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 잔존채권의 지급청구와 근저당권 말소의무를 함께 인정하였다
피고는 불가분채권자로서 이 사건에서 인정된 잔존 대여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었다. 피고의 자금 출연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한편 채무가 남아 있으므로 원고의 무조건적인 근저당권 말소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거래가 종료되었고 잔존채무액에 다툼이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법원은 그 원리금을 지급받은 후 근저당권을 말소하도록 명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본소는 전부 기각된 것이 아니라 잔존채무의 선이행을 조건으로 일부 인용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가. 불가분성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채권자인지 채무자인지 먼저 구별한다
여러 채권자 중 한 사람이 전액을 청구할 수 있는 문제와 여러 채무자 중 한 사람이 전액을 책임지는 문제는 다르다. 청구의 근거와 효과를 각각 나누어 제시해야 한다.
나. 등기 명의뿐 아니라 실질적인 채권 귀속을 입증한다
대여금의 출처, 차용증·어음의 수취인,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담보 관련 각서, 회계장부와 변제금의 입금 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채무자가 근저당권 명의자에게도 채무를 부담하려 했는지, 그 명의자가 자신의 권리로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 변제 상대방과 변제의 공동 효력을 약정에 명확히 정한다
불가분채권관계를 형성하려면 각 채권자의 청구권뿐 아니라, 어느 채권자에게 변제하더라도 그 범위에서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도 소멸한다는 점을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수령 위임과 혼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라. 채권자별 회수내역을 합산하여 중복 청구를 방지한다
일부 채권자가 받은 현금, 경매 배당금, 대물변제 등을 모두 반영하여 잔존채무를 산정해야 한다. 채권자들 사이의 내부 정산 문제와 채무자가 부담하는 대외적인 채무액은 구별된다.
마. 새로운 담보의 제공과 기존 담보의 말소를 구별한다
추가 담보를 제공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근저당권이 당연히 소멸하지 않는다. 담보를 대체하려는 거래라면 기존 담보의 말소 대상과 시기, 조건을 별도로 명확하게 합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