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2010년 10월 14일 선고 2010도387 판결
외환은행 은행장·부은행장이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뱅크로부터 그들이 보유한 외환은행 구주의 매각협상을 위임받아, 해당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판결이다.
판단의 핵심은 내부적 신임관계에 따른 사무처리자의 지위이다. 해당 배임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거나, 은행장·부은행장의 주식매매계약 체결 대리권까지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대법원 2024년 1월 4일 선고 2023다225580 판결
주식매매계약의 협상·체결 과정에 관여한 변호사가 대리인인지,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사자에 불과한지가 문제 된 판결이다.
대법원은 본인에게 최종 결정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자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보았다. 변호사를 사자에 불과하다고 본 원심의 이유는 수긍하지 않았지만, 쌍방자문에 대한 동의 등을 근거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결론은 유지하였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09년 12월 29일 선고 2008노3201, 2008노3330 판결: 외환은행 구주매각 협상을 수행한 은행장·부은행장의 주주들에 대한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하였다.
- 서울고등법원 2023년 2월 9일 선고 2022나2039292 판결: 변호사가 본인의 지시·승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판단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9년 6월 22일 선고 99도1095 판결
2010도387 판결이 인용한 판례로서, 배임죄의 사무처리자 지위는 내부적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며, 제3자에 대한 대외적 권한이나 포괄적인 사무 위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법리의 근거이다.
대법원 2004년 2월 13일 선고 2003다43490 판결
2023다225580 판결이 인용한 판례로서, 의사 또는 관념의 통지와 같은 준법률행위에 대한 대리 규정의 유추적용과 대리행위의 현명에 관한 법리에 관련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680조: 위임계약의 성립.
- 민법 제681조: 수임인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 민법 제114조 제1항: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대리행위의 효력.
- 민법 제115조: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의 효력.
- 민법 제116조 제2항: 본인의 지시에 따른 대리행위에 관한 규율.
- 민법 제124조: 자기계약·쌍방대리의 제한.
- 형법 제355조 제2항: 배임죄.
-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 및 제2항: 이해가 대립하는 사건의 수임 제한과 법률사무소에 대한 적용.
사실관계
외환은행 구주매각 사건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뱅크는 외환은행 주주였고, 외환은행 은행장·부은행장은 이들이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의 매각협상을 맡았다. 쟁점은 은행 경영진이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주들의 재산상 이익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는지였다.
대법원은 협상에 관한 위임을 근거로 은행장·부은행장의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하였다. 다만 외환은행 법인 자체가 민사상 위임계약의 당사자인지, 은행장·부은행장만이 개인적으로 수임하였는지를 배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주식양도 사건
동일한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주식매매계약의 양쪽 당사자를 위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에 매도인 측 변호사가 대리인에 해당하여 쌍방대리의 제한을 받는지, 아니면 본인이 결정한 내용을 전달한 사자에 불과한지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변호사의 역할을 단순한 사자로 본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쌍방자문에 대한 사전 또는 사후 동의 등을 인정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법리
수임인과 대리인은 서로 다른 판단 대상이며, 한 사람이 두 지위를 함께 가질 수 있다
수임은 위임인과 수임인 사이에서 어떤 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지의 문제이다. 대리는 행위자가 한 의사표시의 법률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는지의 문제이다.
따라서 수임인과 대리인은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다. 주식매각 업무를 맡은 사람이 협상 지원만 수행할 수도 있고, 일정한 범위의 대리권까지 부여받아 수임인과 대리인의 지위를 함께 가질 수도 있다.
협상업무의 수임만으로 계약체결 대리권까지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는다
주주가 대표이사에게 주식매각 협상, 매수인 물색, 자료 제공 또는 계약서 검토를 맡겼다면, 그 범위에서 위임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 위임만으로 대표이사가 주주를 구속하는 최종 매매계약을 체결할 권한까지 취득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임의대리에서 대리권을 부여하는 수권과 사무처리를 맡기는 위임은 법적으로 구별된다. 다만 반드시 별도의 위임장이나 수권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동일한 계약이나 당사자의 언행을 통하여 사무처리 위임과 대리권 수여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고, 수권은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따라서 검토할 사항은 서류의 명칭보다 맡긴 업무의 내용과 주주를 구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 행위의 범위이다.
대외적 대리권이 없어도 배임죄의 사무처리자 지위는 인정될 수 있다
2010도387 판결은 배임죄의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하는 데 제3자에 대한 대외적 권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를 주식매각에 적용하면, 대표이사에게 최종 계약체결권이 없더라도 주주의 위임을 받아 매각조건을 협상하는 등 주주의 재산상 이익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였다면, 그 범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다음 두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 사무처리자 지위의 인정: 주주를 위하여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하는가.
- 배임죄의 성립: 임무위배행위, 재산상 이익의 취득, 본인의 손해, 고의 등 나머지 요건도 충족되는가.
외환은행 사건은 전자를 인정하였지만 해당 배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 결론을 유지하였다. 또한 모든 민사상 수임인이 곧바로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는 취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최종 승인권과 대리인의 지위는 양립할 수 있다
2023다225580 판결이 보완하는 부분이다.
주주가 최종 승인권을 보유하거나 협상 담당자가 주주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담당자가 대리인이 아니라 단순한 사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자는 본인이 이미 완성한 의사표시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반면 대리인은 본인을 위하여 자신의 의사표시를 한다. 대리인도 본인의 지시에 따라 활동할 수 있으므로, 지시·승인의 존재만으로 둘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판결은 상대방의 합리적인 시각에서 보이는 대외적 모습을 중심으로 다음 사정을 종합하도록 하였다.
- 행위자가 표시한 자격·지위·역할
- 실제 수행한 업무
- 부여된 권한과 재량
-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이나 자격
- 보수와 비용의 규모
따라서 ‘자문역’이라는 명칭이나 ‘최종 결정은 주주가 한다’는 문구만으로 판단을 끝낼 수 없다. 다만 대리인처럼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존재하지 않는 대리권이 당연히 생기는 것은 아니며, 대리권의 범위나 표현대리의 요건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판결의 ‘자신의 이름으로’라는 표현은 의사표시의 주체를 설명한다
2023다225580 판결의 표현은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대리인이 자신을 주식의 매도인으로 삼아 계약한다는 뜻이나, 반드시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본인이 완성한 의사를 그대로 전달하는 사자와 구별하는 취지이다.
또한 본인을 위한다는 표시인 현명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므로, 계약서에 ‘대리인’이라는 문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리행위를 부정할 수 없다.
수임인 지위와 대리인 지위에 따라 검토할 책임도 달라진다
수임인의 관점에서는 맡은 사무를 적절히 처리했는지, 위임인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는지가 문제 된다.
대리인의 관점에서는 그 의사표시가 권한 내에서 이루어졌는지, 본인에게 효력이 귀속되는지, 쌍방대리의 제한에 저촉되는지가 추가로 문제 된다.
2023다225580 판결은 변호사의 쌍방 수임과 관련하여,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한 쌍방대리행위의 효력을 인정하려면 본인의 허락이 필요하고, 유효성을 주장하는 측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 허락에는 묵시적 허락이나 사후 추인도 포함된다.
이는 쌍방대리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한 판단으로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실무적 유의점
주식매각 업무를 대표이사나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때에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두 판결을 결합한 법리적 쟁점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주식매각 업무를 수행한 자의 법적 지위는 주주와의 내부적 사무처리 관계와 상대방에 대한 대외적 권한관계를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 협상 위임에 따른 사무처리자 지위는 계약체결 대리권 없이도 인정될 수 있다. 한편 대리인 여부는 실제 역할과 권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므로, 주주에게 최종 결정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대리인 지위를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