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은 계약교섭에 관여한 변호사가 사자에 불과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당사자가 쌍방자문에 사전 또는 사후 동의하였다는 판단을 받아들여, 주식양도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고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따라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지만, 대리와 사자의 구별에 관한 원심의 법리까지 승인된 것은 아니다.
하급심
매수인의 청구를 인용하여, 매도인들이 각 매매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주식을 매수인 계좌로 이전하는 전자등록절차를 이행하도록 명하였다.
제1심은 매도인 측 변호사가 본인의 지시·승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고 스스로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리인이 아닌 사자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매도인 측이 같은 법률사무소의 쌍방자문에 동의하였거나 사후 동의하였다고 보았다.
제1심의 판단을 대체로 인용하여 매도인들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의 판단과 구별할 부분
관련 판례
- 대법원 1984. 4. 10. 선고 83다카316 판결 본인을 위한 대리행위라는 표시는 반드시 정형적인 문구로 할 필요가 없고, 행위의 표시와 주변 사정에 따라 대리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
-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3490 판결 채권양도통지와 같은 준법률행위에도 대리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 본인을 위한 행위라는 표시가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대리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 대법원 1998. 8. 21. 선고 96도2340 판결,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변호사법상 일반 법률사건에는 이미 발생한 분쟁뿐 아니라 새로운 권리의무관계의 발생에 관한 사건도 포함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14조 제1항 대리인이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 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한다.
- 민법 제115조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대리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한다.
- 민법 제116조 제2항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따라 특정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를 규정한다. 대리인도 본인의 지시를 받으므로, 지시에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사자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과 관련된다.
- 민법 제124조 본인의 허락 없이 동일한 법률행위에서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 변호사법 제3조 변호사의 직무에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가 포함됨을 정한다.
-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제2항 상대방으로부터의 수임 제한과, 일정한 공동 운영 형태의 법률사무소를 하나의 변호사로 취급하는 기준을 정한다.
-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에 관한 처벌 규정으로, 대법원은 ‘일반 법률사건’의 범위를 설명하면서 인용하였다.
사실관계
회사 지배주주 가족이 경영권 주식을 매각하기로 하였다
피고들은 낙농제품 제조·판매회사의 회장, 그 배우자와 손자로서 보통주식 합계 378,938주, 지분율 52.63%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가 제품 관련 논란으로 비판을 받자 회장은 주식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자문사를 선임하였다. 매각자문사의 소개로 사모펀드 운용사 측과 협상을 시작하였고, 해당 운용사가 운용하는 투자목적회사인 원고가 매수인이 되었다.
같은 법률사무소의 서로 다른 변호사들이 양측을 자문하였다
매수인은 2021년 5월 11일 법률사무소에 주식매매계약의 체결·이행에 관한 자문을 의뢰하였다. 매도인들도 같은 달 17일 매각자문사를 통해 같은 법률사무소의 다른 변호사들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하였다.
양측 변호사들은 실무회의, 계약서 초안 작성과 수정, 계약서 교환 등에 관여하였다.
매도인 측 변호사는 계약서 초안을 보고하고, 매도인의 지시·승인에 따라 거래종결 시기, 진술·보장, 손해배상책임 등 계약 조항을 검토·수정하였다.
주당 매매가격은 대표매도인이 직접 협상하였다
매수인 측은 처음 주당 70만 원을 제시하였다. 대표매도인은 이후 희망가격을 높여 제시하였고, 최종적으로 주당 82만 원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총매매대금은 310,729,160,000원, 약 3,107억 원으로 정해졌다.
이처럼 주요 가격조건의 협상과 최종 결정은 대표매도인이 직접 하였고, 변호사는 법률적 검토와 계약서 작성·수정에 관여하였다. 이러한 역할 분담이 대리와 사자를 구별하는 핵심 쟁점이 되었다.
매도인이 날인한 계약서의 서명페이지를 변호사가 교환하였다
2021년 5월 27일 대표매도인은 자신과 가족들의 처우에 관한 서면 확인을 받은 뒤 계약서 서명페이지를 교환하라고 지시하였다.
매수인 측이 고문위촉제안서와 확인서를 보내자 매도인 측 변호사는 이를 매도인 측 실무자에게 전달하였다. 이후 교환 지시를 받아 대표매도인이 날인한 계약서의 서명페이지를 교환함으로써 계약이 체결되었다.
매도인들이 주식 이전을 거절하면서 쌍방대리를 문제 삼았다
매수인이 확인실사를 마치고 거래종결을 요구하였으나, 매도인들은 가족의 처우와 외식사업부 처리 등을 둘러싼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주식을 이전하지 않았다.
매도인들은 같은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자문한 것은 쌍방대리와 변호사법상 수임제한 위반이므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하였다.
매수인은 매매대금 지급과 동시에 주식을 이전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리
대리인은 의사표시를 하고, 사자는 이미 완성된 의사표시를 전달한다
대리와 사자의 기본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본인이 확정한 계약서를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사자에 가깝다. 반면 일정한 권한 아래 상대방과 조건을 조정하거나 본인을 위하여 법적 의미가 있는 의사표시를 한다면 대리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최종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다는 사정은 결정적 기준이 아니다
하급심은 변호사가 본인의 지시·승인에 따랐고 스스로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대법원은 이 접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리인도 본인의 지시를 받아야 할 수 있고, 일정한 사항은 본인의 승인을 얻도록 권한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사정만으로 사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 계약의 최종 체결 여부를 본인이 결정하였다.
- 주요 가격조건을 본인이 직접 협상하였다.
- 변호사가 계약서 수정안을 본인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
- 계약서에 본인이 직접 서명·날인하였다.
상대방의 합리적 시각과 실제 수행한 역할을 함께 살펴야 한다
대법원은 대리와 사자의 구별을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로 보면서, 상대방의 합리적 시각에서 행위자가 어떻게 보였는지를 중심으로 다음 사정을 종합하도록 하였다.
- 대리인·자문변호사 등 자격과 역할을 어떻게 표시하였는지
- 실제로 어떤 업무와 의사표시를 수행하였는지
- 일정한 범위의 권한이나 재량을 부여받았는지
- 그 업무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자격이 필요한지
- 지급되는 보수와 비용의 규모가 어떠한지
따라서 ‘자문’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사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위가 대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인 교섭행위의 내용과 권한을 확인해야 한다.
명시적인 대리인 표시가 없어도 대리행위가 될 수 있다
대리인이 본인을 위해 행동한다는 표시인 ‘현명’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상대방이 여러 사정상 본인을 대신하여 이루어진 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명시적으로 “대리인으로서 통지한다”는 문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리행위를 부정할 수 없다. 의사나 관념의 통지와 같은 준법률행위에도 대리 규정이 유추적용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같은 법률사무소의 쌍방자문에도 이익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대법원은 계약 체결·이행에 관한 자문이 이미 발생한 분쟁을 처리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임제한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보았다. 새로운 권리의무관계를 형성하는 계약도 일반 법률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변호사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하나의 변호사로 취급되는 법률사무소에서는 담당 변호사를 양측별로 나누었다는 사정만으로 쌍방대리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쌍방대리행위의 사법상 효력은 본인의 허락 여부를 따져야 한다
대법원은 수임제한을 위반한 쌍방대리행위에는 민법 제124조가 적용되어 원칙적으로 무권대리행위가 되지만, 본인의 허락이 있으면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허락은 명시적인 사전 허락뿐 아니라 묵시적 허락이나 사후 추인으로도 가능하다. 그 허락이 있었다는 사실은 쌍방대리행위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다만 이는 쌍방대리행위와 계약의 사법상 효력에 관한 판단이다. 이를 당사자가 동의하면 변호사의 모든 직업윤리상 문제가 당연히 해소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의 계약은 사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동의가 인정되어 유지되었다
대법원은 변호사가 사자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수긍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매대상 주식이 확정되어 있었고, 대표매도인이 핵심 가격조건을 직접 협상·결정하면서 매각자문사를 통해 쌍방자문에 사전 또는 사후 동의하였다는 사정을 인정하였다.
이에 계약의 효력을 유지하였다. 가족 처우 등에 관하여 매도인들이 주장한 별도의 확약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되지 않아, 매도인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 최종 승인권 유보와 대리권 부여를 구별해야 한다. “최종 결정은 의뢰인이 한다”는 문구만으로 교섭 담당자가 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권한을 행위별로 명확히 해야 한다. 조건 협상, 계약서 수정, 통지 수령, 서명페이지 교환 등에 관하여 어느 범위까지 권한이 있는지 정할 필요가 있다.
- 상대방에게 표시한 역할과 실제 업무가 일치해야 한다. 위임계약의 내부 문구뿐 아니라 이메일, 회의, 수정안과 통지 내용도 판단자료가 된다.
- 쌍방자문에 관한 설명과 동의는 문서로 남겨야 한다. 이 사건에서 묵시적·사후 동의가 인정되었다고 해서 단순한 침묵만으로 언제나 동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 하급심의 ‘사자’ 판단을 확정 법리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그 판단을 바로잡으면서도 별도의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유지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