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2. 18. 선고 2023구합60018 판결〔사용인겸직불허취소청구의소〕
리걸테크 회사의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를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으로 보아 소속 변호사의 겸직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하였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은 이 판결에 제시되어 있다. 법원도 주요판결로 공개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25. 9. 25. 선고 2025누6423 판결〔사용인겸직불허취소청구의소〕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두35483 판결〔사용인겸직불허취소청구의소〕
피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여 겸직불허처분을 취소한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다만 대법원이 별도의 실체적 판결이유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하의 구체적인 법리는 항소심이 인용하고 대법원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제1심 판단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하급심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8. 8. 21. 선고 96도2340 판결
변호사법에서 정한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은 법률상 권리·의무에 관하여 다툼이나 의문이 있거나 새로운 권리의무관계의 발생에 관한 사건 일반을 의미한다.
‘그 밖의 법률사무’에는 법률효과를 발생·변경·소멸시키거나 보전·명확하게 하는 사항의 처리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행위도 포함된다.
다.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두10446 판결
취소소송에서 행정청이 처분사유를 추가하려면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동일성은 법률적 평가 이전의 구체적인 사회적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관련법령
가. 변호사법 제38조 제2항 — 겸직 제한
변호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경영하거나 영리법인의 이사 또는 사용인이 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사건은 변호사의 리걸테크 회사 사용인 겸직허가에 관한 사건이다.
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비변호사의 유상 법률사무 취급 등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률사건에 관하여 법률상담,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자동작성 서비스가 그중 ‘사건에 관한 법률 관계 문서 작성 또는 그 밖의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하는지였다.
다. 변호사법 제34조 제1항 — 사건 소개·알선·유인의 대가 수수 금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대가를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고 특정 변호사에게 당사자 등을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자동작성 기능과 별도로 플랫폼이 유료 변호사 서비스를 연결하는 구조와 관련된 조항이다.
라. 피고의 겸직허가 및 신고규정·지침
판결은 「겸직허가 및 신고규정」 제8조와 「겸직허가 및 신고지침」 제5조 제1항 제4호부터 제6호를 검토하였다.
해당 지침은 비변호사의 변호사 업무를 조장할 우려, 변호사법 또는 변호사윤리 위반 우려, 변호사법 제34조에 위반되는 제휴·동업 등을 겸직불허 사유로 정하고 있었다.
판결문과 관계 법령 별지는 위 변호사법 조항에 ‘구법’ 표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 표기를 따른다.
사실관계
가. 변호사의 리걸테크 회사 겸직 신청
원고 A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서 2021. 9. 29. 피고 지방변호사회에 리걸테크 회사인 C 주식회사의 사원 겸직허가를 신청하였다.
C회사는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가 아닌 일반 주식회사로서, 2019년경부터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하며 내용증명, 지급명령, 계약서, 고소장 등의 자동작성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플랫폼 회사에 대한 형사처벌 사건이 아니라, 그 회사에서 겸직하려는 변호사에 대한 불허처분의 취소소송이다.
나. 자동작성 서비스의 실제 작동 방식
이용자가 원하는 문서 유형을 선택하면 미리 마련된 표준서식이 제시되고, 질문에 답하거나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내용과 문장 모듈이 서식의 공란에 반영되었다.
법원이 확인한 핵심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표준서식은 개별 이용자의 사건을 접하기 전에 가정적인 사례를 기초로 마련되어 있었다.
- 이용자의 답변은 검토·수정 없이 그대로 문서에 반영되었다.
- 이름을 넣을 곳에 숫자를 입력하더라도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였다.
- 회사나 시스템이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적합성을 판단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이용자가 종이 서식집에서 필요한 양식을 골라 빈칸을 채우는 작업을 전산화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다. 자동작성 기능과 유료 부가서비스의 구분
플랫폼에는 자동작성 외에도 다음 서비스가 있었다.
자동작성 서비스는 처음에는 유료였으나, 법원은 2021년 1분기에 무료로 전환된 것으로 보았다.
반면 변호사 검토서비스는 기본 25만 원, 긴급 검토 32만 원 등으로 유료 제공되었다. 문서의 다운로드·인쇄 등에도 구매한 포인트를 사용하도록 하는 구조가 확인되었다.
자동작성 기능의 무료 제공과 플랫폼 전체의 수익사업 여부는 서로 다른 문제였다.
라. 지방변호사회의 불허처분
피고는 2021. 11. 8. 겸직을 불허하였다.
피고는 이용자가 정보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나머지 내용을 작성하여 법률문서를 완성하므로,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서식 판매와 다르고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원고는 회사가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사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처분의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마. 소송 중 추가된 유료서비스 알선 주장
피고는 소송에서 자동작성 서비스가 이용자를 유료 변호사 검토서비스 등으로 연결하는 구조도 문제 삼았다.
법원은 실제로 그러한 알선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당초 처분은 자동작성 자체가 법률사무 취급이라는 이유로 이루어졌고, 유료서비스 알선 사실은 처분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차이가 처분사유 추가의 허용 여부를 가르는 쟁점이 되었다.
법리
가. 법률문서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과 법률사무를 취급한다는 것은 구별된다
내용증명, 계약서, 고소장, 정관 등은 법률 관계 문서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러한 문서의 서식을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 제공자가 개별 사건에 관한 문서를 작성하거나 법률사무를 취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법원은 구체적·개별적 사안을 대상으로 하거나 적어도 그와 연관된 법률사무의 처리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 사건이 이미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계속 중일 필요는 없지만, 일반적인 서식 제공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표준서식의 공란을 채우는 작업을 보조하는 기능은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가 미리 표준서식을 마련하고, 이용자가 필요한 내용을 입력하여 문서를 완성하였다.
시스템이 이용자의 개별 사안을 판단하거나 입력을 검토·수정하지 않았으므로,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는 주체는 이용자라고 보았다.
따라서 문서가 자동으로 생성되고 제공되는 서식의 종류가 많더라도, 그 기능이 이용자의 서식 작성 작업을 편리하게 하는 데 그친다면 법률사무 취급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 개별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추론·평가가 개입하면 판단이 달라진다
법원은 허용 범위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소를 구별하였다.
- 이용자의 구체적·개별적 사실관계 파악
- 적용 법규의 검토
- 법적 추론이나 평가
- 입력 내용의 법적 적합성 검토와 수정 권고
특히 시스템이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검토·수정하거나 그러한 과정을 예정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판단 표지가 된다고 보았다.
다만 판결의 논의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이 개입하는 검토·수정에 관한 것이다. 이를 모든 기술적 편집이나 단순한 오탈자 교정까지 곧바로 법률사무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라. 생성형 AI의 개별 문서 작성은 이 사건의 단순 자동작성과 구별된다
법원은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그에 맞는 법률문서를 선택·작성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서식의 디지털화를 넘어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생성형 AI에 관한 부분은 실제 심판대상 서비스의 작동 방식과 구별하여 허용 범위의 한계를 추가로 설명한 판단이다. 특정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유죄판결이나 모든 AI 활용을 금지한 판단은 아니다.
또한 ‘법률사무에 해당한다’는 판단과 ‘변호사법 위반이 성립한다’는 판단도 구별해야 한다. 후자에는 비변호사에 의한 취급인지, 경제적 이익과의 관계가 있는지 등 나머지 요건의 검토가 필요하다.
마. 변호사 검토서비스의 알선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이용자의 개별 사정을 토대로 문서를 검토·수정하는 서비스는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플랫폼 회사가 이를 알선하였는지에 관해서도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알선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 회사가 포인트를 판매하고 이용대금을 우선 수령하는 구조
- 자동작성 화면에서 유료 변호사 검토서비스로 연결하는 배너
- 문서를 실제 활용하기 위한 유료서비스 이용 유도
- 회사가 검토서비스에서 아무런 수익을 얻지 않는다는 증거의 부족
따라서 이 판결은 자동작성에 관한 판단을 근거로 변호사 연결·결제·수익구조까지 적법하다고 인정한 판결이 아니다.
바. 알선 주장은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달라 추가할 수 없었다
당초 처분사유는 회사가 자동작성 기능을 제공하여 직접 법률사무를 취급하였다는 것이었다.
소송 중 추가된 사유는 회사가 자동작성 기능을 통하여 유료 변호사 서비스를 알선하였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양자가 기본적인 사회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당초 처분서에 변호사법 제34조와 제109조 제1호를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알선 사실까지 처분사유에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알선에 관한 의문이 있더라도, 이를 새로 추가하여 이 사건 처분을 적법한 것으로 유지할 수 없었다.
사. 무료라는 이유만으로 승소한 사건은 아니다
원고는 자동작성 서비스가 무료라는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처분취소의 핵심 근거는 서비스에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검토·수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법원은 유료 부가서비스와 결제 구조를 별도로 살폈다. 따라서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면 변호사법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 플랫폼의 기능을 나누어 평가해야 한다
표준서식 제공, 문서 자동작성, 개별 법률검토, 변호사 연결, 결제 및 수익배분은 각각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자동작성 기능이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고 하여 나머지 기능까지 일괄적으로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 실제 작동 방식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서비스 명칭보다 입력 정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물에 반영되는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도 부적합한 입력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되었다. 분쟁에서는 서비스 화면, 질문과 응답 구조, 알고리즘의 처리 과정, 수정·권고 기능의 존재 여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 변호사가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의 법률사무 취급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원고가 변호사이고 플랫폼에 변호사 검토서비스가 있다는 사실과, 일반 주식회사인 운영회사가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대가를 받는지는 구별된다.
계약 체결 주체, 실제 법률판단 주체, 이용대금의 귀속 및 변호사 연결의 대가관계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라. 처분서의 구체적 사유와 소송 중 주장을 대조해야 한다
처분청이 동일한 법률조항을 근거로 들더라도, 소송에서 새롭게 주장하는 행위가 당초 처분사유와 다른 사회적 사실관계에 기초한다면 추가가 제한될 수 있다.
이 사건은 서비스의 실체적 성격뿐 아니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가 승패에 영향을 미친 사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