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2010년 10월 14일 선고 2010도387 판결
외환은행의 신주발행과 기존 주주들의 구주매각 과정에서 은행 경영진 및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누구에 대하여 배임죄상 사무처리자의 지위에 있었는지가 문제 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구주매각 협상에 관한 위임관계에 기초한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하였다. 다만 금융정책국장의 신주발행 관련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배임 부분에서는 임무위배행위와 손해 또는 그 위험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 결론을 유지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주요 피고인 3명의 배임 부분 무죄가 확정되었다.
하급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년 11월 24일 선고 2006고합1352, 1295(병합), 1351(병합) 판결
첨부된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주요 피고인들의 배임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09년 12월 29일 선고 2008노3201, 2008노3330 판결
항소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 등을 심리하여 배임 부분에 다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은행장과 부은행장에 대해서는 기존 주주들로부터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구주매각 협상을 위임받은 관계를 인정하였다. 금융정책국장에 대해서도 수출입은행의 구주매각에 관한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하였다.
다만 항소심은 금융정책국장이 신주발행 과정에서도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의 주식가치 희석을 방지할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의 법리 판단을 바로잡았다. 임무위배행위를 부정한 무죄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아 파기하지는 않았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9년 6월 22일 선고 99도1095 판결
이 사건 대법원이 사무처리자 지위에 관하여 참조한 판례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는 대내적인 신임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대외적인 권한이나 포괄적인 사무위탁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신임관계는 법령·법률행위·관습·사무관리 등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2004년 5월 13일 선고 2002도7340 판결
신주발행 관련 대표이사의 업무는 회사의 사무이고, 대표이사가 그 지위만으로 일반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이나 기존 주식가치를 보전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이 신주발행과 구주매각의 사무 귀속을 구별하는 근거로 인용하였다.
대법원 2008년 6월 26일 선고 2006도2222 판결
이 사건 대법원이 공무원의 정책적 판단과 배임책임을 구별하면서 참조한 판례이다. 직무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하여 사무를 처리하였다면, 결과적으로 국가 등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관련 법령
형법 제355조 제2항: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배임죄를 규정한다.
형법 제356조: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배임죄를 범한 경우의 가중처벌 근거이다.
상법 제382조 제2항: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이사가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원심 판단의 근거이다.
민법 제680조: 일방이 상대방에게 사무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위임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681조: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규정한다.
국유재산법(2001. 12. 31. 법률 제6560호) 제32조 제5항: 원심이 국유재산 관리·처분의 위임·위탁과 감독관계를 검토하면서 인용한 규정이다.
위 법령의 연혁 표시는 원심 판결문 방식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공적 감독관계를 근거로 금융정책국장이 신주발행 과정에서 특정 은행이나 주주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본 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신주발행과 구주매각이 결합된 은행 인수
외환은행은 자본확충을 추진하면서 론스타와 협상하였다. 2003년 8월 27일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신주를 주당 4,0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같은 날 기존 주주인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뱅크는 보유 구주 일부를 론스타에 주당 5,400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거래들을 통해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취득하였다.
따라서 하나의 경영권 인수거래 안에 외환은행 자신의 자본조달 사무인 신주발행과 기존 주주들의 재산처분 사무인 구주매각이 함께 존재하였다.
은행 경영진이 기존 주주들의 매각협상도 수행
외환은행의 은행장과 부은행장은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매각을 설득하고, 신주 가격뿐 아니라 구주 가격에 관한 대응 제안서도 작성하였다.
이들은 재정경제부와 코메르츠뱅크에 제안 내용을 보고하고 그 의견을 반영하여 가격 등을 수정하였으며, 이후 론스타와 세부 가격조건을 협상하였다.
코메르츠뱅크는 이러한 협상을 중단시키거나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았고, 협상 결과를 수용하여 본계약까지 체결하였다.
금융정책국장을 통한 수출입은행의 가격협의
외환은행 경영진은 수출입은행 보유 주식의 매각 가능성과 가격조건을 금융정책국장을 통해 확인·조율하였다. 수출입은행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접촉하여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주요 거래조건 합의서와 본계약에 서명하였다.
반면 금융정책국장이 코메르츠뱅크의 구주매각 사무까지 위임받았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었다.
검사의 배임 주장과 법원의 판단
검사는 경영진과 금융정책국장이 공모하여 신주를 저가로 발행하고 구주를 저가로 매각함으로써 외환은행과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우선 각 피고인이 누구의 어떤 사무를 맡았는지를 구별하였다. 그다음 실제 임무위배행위와 손해 또는 그 위험이 있었는지를 심리하여 배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법리
수임인 해당 여부는 대외적 대리권보다 대내적 신임관계가 핵심이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주체를 판단하면서, 본인과의 내부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 본인을 대리하여 최종 계약에 서명할 권한
- 재산처분 전반을 포괄하는 위임
- 명시적인 위임계약서나 위임장
가격협상이라는 한정된 사무만 맡았더라도, 그 사무가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위하여 처리하도록 맡겨진 것이라면 배임죄상 사무처리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
묵시적 위임은 보고·의견 반영·협상 수행·결과 수용의 경위에서 인정될 수 있다
원심은 은행 경영진이 코메르츠뱅크로부터 명시적인 협상 위임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위임을 인정하였다.
- 코메르츠뱅크에 가격 제안 내용을 보고하였다.
- 코메르츠뱅크의 의견을 받아 가격을 수정하였다.
- 코메르츠뱅크를 대신하여 론스타와 세부 조건을 협상하였다.
- 코메르츠뱅크가 그 협상 결과를 수용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법원도 이를 수긍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협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위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주주의 의사를 전달받아 협상에 반영하는 구체적인 사무처리 관계가 존재하였다는 점이다.
사무처리자의 지위는 사람별·본인별·거래별로 구별한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인정한 관계는 다음과 같다.
위 표는 이 사건 당시 법령과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다.
은행 경영진이 구주매각에서 기존 주주들의 사무처리자로 인정된 것은 은행 임원이라는 지위 때문이 아니라, 주주들의 매각협상을 별도로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구주매각 협상의 위임이 신주발행 사무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다
신주발행과 구주매각이 함께 협상되고 일괄 타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서로 다른 사무이다.
구주매각 협상을 맡았다는 사정으로 신주발행 과정에서도 그 주주의 재산보전 사무를 처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신임관계가 인정되는 사무의 범위와 문제 된 행위를 서로 대응시켜야 한다.
이 점에서 대법원은 금융정책국장이 수출입은행의 구주매각 협상에 관여한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신주발행에 관한 사무처리자 지위까지 인정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공적 감독권한이나 정책적 관여만으로 특정인의 수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정책국장이 은행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협상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외환은행이나 모든 주주의 사무처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금융정책국장의 일반적인 업무집행은 국가·정부·국민을 위한 공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외환은행에 대한 사무처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공무상 감독·정책수행 관계와 특정 주주의 재산처분을 맡은 위임관계는 구별해야 한다.
수임관계의 인정과 배임죄의 성립은 별개의 판단이다
사무처리자 지위가 인정되더라도 곧바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맡겨진 사무의 내용에 비추어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 본인에게 손해 또는 그 위험이 발생하였는지,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추가로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구주매각 협상의 수임관계는 인정되었지만, 자본확충의 필요성, 협상절차, 가격의 적정성 등을 종합한 결과 배임 부분은 무죄가 되었다.
실무적 유의점
위임장 유무보다 실제 사무처리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매각협상 이메일, 제안서 보고, 가격수정 지시, 협상 경과 공유, 최종 승인 등의 자료가 묵시적 위임을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청구·고소 단계에서 ‘누구의 어떤 사무인지’를 특정해야 한다. 회사의 자금조달 사무와 주주의 주식처분 사무를 구분하고, 피고소인이 각각 어떤 근거로 이를 맡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거래에 관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손해도 위임사무에 맞추어 특정해야 한다. 신주 저가발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구주 저가매각으로 인한 매도주주의 매각대금 부족은 구별된다. 원심도 구주매각의 수임관계를 인정하면서, 공소사실이 구주매각대금과 공정한 매도가액의 차액에 해당하는 손해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주주에 대한 의무 부분은 개정 상법과 구별하여 활용해야 한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의 신주발행 관련 판단을 현재 거래에 그대로 적용하려면 개정법의 적용 여부와 배임죄상 사무처리자 요건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 사건이 보여주는 묵시적 위임의 인정과 위임사무 범위의 구별은 독립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