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합’이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구성원이 단체의 채무를 직접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결론 출자·손실분담·이익배당·탈퇴 시 지분환급 규정이 있더라도, 독립된 조직과 다수결 운영, 구성원 변경에도 존속하는 실체를 갖추면 비법인사단이다. 이 경우 단체의 어음채무는 단체에 귀속되며,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지급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8다15438, 2006다37465

해당판결

대법원 1992. 7. 10. 선고 92다2431 판결〔약속어음금〕
여수선어중매조합을 민법상 조합으로 보아 구성원들에게 약속어음금 지급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해당 단체가 비법인사단의 실체를 갖추었으므로, 어음금 지급책임은 단체에 귀속되고 구성원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환송심 결과와 그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하급심
광주지방법원 1991. 11. 28. 선고 89나1359 판결
원심은 조합원들의 출자·손실분담, 이익배당 및 탈퇴 시 지분환급 규정 등을 중시하여 해당 단체를 민법상 조합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조합장을 통하여 이루어진 어음행위는 조합원 전원을 대리한 행위라고 보아, 피고 조합원들이 공동발행인으로서 어음금을 합동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단체의 법적 성격에 관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8다15438 판결

앞서 검토한 비교 판례이다. 비법인사단인 주택조합에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대표권의 포괄적 위임에 따른 계약의 효력과 사실상 대표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합의 책임을 구분하였다.
대상 판결은 단체의 채무가 구성원 개인에게 귀속되는지를, 위 판결은 대표권의 하자와 단체의 불법행위책임을 중심으로 판단하였다는 차이가 있다.

나.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7465 판결

법인 내부의 의결에 찬성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구성원 개인에게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지위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개인이 별도로 불법행위에 가담하여 부담하는 책임을 구별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위 판례들은 대상 판결이 직접 인용한 선행판례가 아니라, 함께 비교할 관련 판례이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703조

민법상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한다. 대상 판결이 민법상 조합과 비법인사단을 구별하면서 직접 제시한 규정이다.

나. 민법 제275조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경우 총유로 한다는 규정이다. 비법인사단의 재산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관련 조문이며, 대상 판결이 직접 적용하여 판단한 조문과는 구분된다.
위 규정에 관하여 대상 판결에는 별도의 구법 표시가 없다.

사실관계

가. 선어 중매인들이 영업 지원과 상호부조를 위하여 단체를 설립하였다

여수선어중매조합은 1968. 1. 22.경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여수공판장에서 선어 중매영업을 하던 중매인들 중 약 50명이 가입하여 조직한 단체였다.
이 단체는 법인격을 취득하지 않았지만, 독자적인 명칭과 사무소를 가지고 정관 및 여러 내부 규정을 두었다.
주요 사업은 판로 개척, 조합원의 경제적 지위 향상, 자금융자, 공동구매, 공동시설 운영, 친목 및 상호부조 등이었다.

나. 총회와 집행기관을 두고 다수결로 운영하였다

조합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총회가 정관 변경, 해산, 가입·제명, 임원 선임, 경비 부과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였다.
조합장·부조합장·이사·감사 등으로 구성되는 ‘역원회’도 두었다. 총회와 역원회는 원칙적으로 다수결에 따라 의결하였다.
조합재산의 관리, 자금 인출, 조합원에 대한 융자, 회계연도 및 결산보고 등에 관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었다.

다. 조합원에게 출자·손실분담·배당·지분환급에 관한 권리와 의무가 있었다

조합원은 가입금과 경비를 부담하고, 매상고의 일정 비율을 ‘신인금’ 명목으로 납입하였다.
조합의 손실과 사업경비는 조합원들이 분담하되, 부과금액·방법·시기 등은 총회에서 정하였다. 일부 수입은 신인금 납입 실적에 따라 배당하였고, 탈퇴 사유에 따라 기금이나 조합재산에 관한 지분을 환급하는 규정도 있었다.
이러한 구성원별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이 원심이 민법상 조합으로 판단한 주요 근거였다.

라. 단체 명의의 어음에 관하여 구성원 개인들이 지급청구를 받았다

조합장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 대표자격을 표시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
어음 소지인인 주식회사 여수상호신용금고는 단체의 구성원인 피고 46명을 상대로 어음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따라서 핵심은 단체를 위하여 이루어진 어음행위가 구성원 전원의 어음행위가 되는지, 아니면 단체 자체의 행위로 귀속되는지였다.

법리

가. 민법상 조합과 비법인사단은 명칭보다 단체의 실질에 따라 구별한다

대법원은 두 유형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단체성의 강약을 제시하였다.
민법상 조합은 구성원들이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하기로 하는 계약관계에 기초한다. 단체적인 제약은 있지만 구성원 개인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인적 결합체이다.
반면 비법인사단은 구성원 개인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조직을 갖추고, 그 조직을 통하여 계속 활동하는 단체이다.
따라서 이름에 ‘조합’이 들어간다고 해서 민법 제703조의 조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관의 명칭뿐 아니라 실제 조직과 운영을 확인해야 한다.

나. 비법인사단의 실체는 조직·의사결정·계속성·재산관리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대법원이 제시한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판단 요소확인할 내용
고유한 목적단체 자체의 목적과 사업이 정해져 있는가
규약사단적 성격의 정관이나 규약을 갖추었는가
조직총회 등 의사결정기관과 대표자 등 집행기관이 있는가
다수결 운영기관의 의결과 업무집행이 다수결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가
단체의 계속성구성원의 가입·탈퇴 등 변경에도 단체 자체가 존속하는가
주요 사항의 확정대표방법, 기관 운영, 자본 구성, 재산관리 등이 정해져 있는가
이 사건 조합은 이러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자체에 비추어 보더라도 비법인사단의 실체가 명백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출자·배당·지분환급 규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상 조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은 구성원들이 자금을 출연하고 손실을 분담하며, 수익을 배당받고 탈퇴 시 지분을 환급받는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단체의 목적사업을 고려하더라도, 독립된 조직과 운영체계를 갖춘 비법인사단이라는 성격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 판결의 중요한 의미는 구성원별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사실과 단체의 사단성이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배당이 있으므로 민법상 조합이다” 또는 “탈퇴 시 지분을 환급하므로 비법인사단이 아니다”라는 방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라. 내부적인 손실분담의무와 외부 채권자에 대한 직접 채무는 구별된다

이 사건 정관에는 조합원들이 조합의 손실이나 사업경비를 분담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외부 어음 소지인이 구성원 개인에게 어음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단체 내부에서 구성원이 경비를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외부 채권자에게 직접 채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부 분담 규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외부 채권자가 구성원을 곧바로 채무자로 취급할 수는 없다.

마. 비법인사단의 어음채무는 단체에 귀속되고 구성원에게 당연히 귀속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어음행위로 인한 지급책임이 구성원과 구별되는 조합 자체에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처럼 조합장을 통하여 이루어진 행위를 곧바로 조합원 전원을 대리한 행위로 보아 구성원들을 공동발행인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원심대법원
단체의 성격민법상 조합비법인사단
어음행위의 이해조합원 전원을 대리한 행위단체에 귀속되는 행위
구성원의 지위어음의 공동발행인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발행인이 되지 않음
개인의 지급책임인정부정
다만 비법인사단이라는 판단이 법인격을 취득하였다는 뜻은 아니다. 법인격은 없지만, 이 사건 채무의 귀속에서 단체와 구성원을 구별한다는 취지이다.

바. 개인의 별도 책임까지 일괄적으로 면제한 판결은 아니다

이 판결은 구성원이라는 지위만으로 단체의 어음채무를 개인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성원이 별도로 어음을 발행하거나 보증하였는지, 개인적인 채무부담 약정을 하였는지,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비법인사단의 구성원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사. 대표자의 포괄적 위임이 언제나 유효하다는 판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판결의 사실관계에는 조합장으로부터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어음을 발행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이 판결의 핵심 판단은 민법상 조합인지 비법인사단인지, 그에 따라 구성원 개인이 어음금 지급책임을 부담하는지였다. 대법원은 이 점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판결을 대표권의 포괄적 위임이 일반적으로 유효하다는 근거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앞서 검토한 2008다15438 판결의 대표권 위임 문제와는 쟁점을 구분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단체의 이름보다 정관과 실제 운영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조합·협회·회 등의 명칭만으로 법적 성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관, 총회 의사록, 임원 선임자료, 회원 가입·탈퇴 규정, 회계자료 등을 통하여 독립된 조직과 계속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나. 채권자는 단체와 구성원 중 누구를 채무자로 삼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단체 명의로 거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원 개인의 재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개인에게도 책임을 부담시키려는 거래라면 개인의 별도 채무부담 의사와 그 법적 근거가 확인되어야 한다. 단체의 내부 손실분담 규정만으로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 구성원 개인을 상대로 청구할 때에는 개별 책임의 근거를 특정해야 한다

청구원인을 단순히 “그 단체의 회원이다”라는 사정에 두어서는 부족하다.
개인 명의의 어음행위, 보증, 채무인수, 별도 약정 또는 불법행위 가담 등 어떤 근거로 책임을 묻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라. 이익배당이나 지분환급 규정만을 결정적인 분류 기준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이 사건은 그러한 경제적 규정들이 존재하더라도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단체의 목적, 조직, 다수결 운영, 구성원 변경에 따른 존속 여부 및 재산관리 체계를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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