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7465 판결〔손해배상(기)〕
체비지 매각을 실행한 조합장과 이에 가담한 상임이사·감사의 책임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내부 의결에 참여한 다른 이사와 대의원들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 부분은 파기환송하였다.
일부 파기환송 판결이며, 환송심 결과와 그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하급심
원심은 체비지 매각을 실행하거나 협의한 임원뿐 아니라, 관련 의결에 참여한 이사와 대의원들도 원고의 채권을 침해하거나 조합장의 불법행위에 가공·방조하였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내부 의결 참여와 불법행위 가담을 구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사·대의원들에 대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1두11021 판결
토지구획정리조합 대의원회의 권한에 관한 참조판례이다. 대상 판결은 법령과 정관이 대행을 금지하지 않은 체비지 처분방법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대의원회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 1966. 5. 17. 선고 66다586 판결
대상 판결이 가처분에 위반한 행위로 피보전권리를 침해한 경우의 불법행위책임과 관련하여 참조한 판결이다.
체비지대장의 명의변경을 금지하는 가처분의 대물적 효력과 관련된 참조판례이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가처분만으로 제3자의 권리취득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보았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35조 제1항
법인의 대표자가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법인이 배상책임을 부담하며, 대표자 자신의 손해배상책임도 면제되지 않는다.
나. 민법 제760조 제1항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에서 대표자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임원의 책임을 인정한 직접적인 근거이다.
다.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2000. 1. 28. 법률 제6252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8호, 제27조 제3항
체비지 등의 처분방법에 관한 총회의 의결권한과 대의원회의 총회 권한 대행에 관한 규정이다.
라.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시행령(2000. 8. 2. 대통령령 제16933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8조
대의원회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없는 사항을 정한 규정이다.
구법의 괄호 표기는 판결 이유에 기재된 문구를 따랐다.
사실관계
가. 원고는 조합에 체비지 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회사이고, 피고들은 조합의 임원·대의원 등이다
원고 회사는 토지구획정리조합과 체결한 위수탁계약에 따라 기성금을 지급받을 지위에 있었다.
계약은 기성금을 원칙적으로 체비지로 지급하되, 원고의 요청이 있으면 현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고 정하였다. 체비지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사업비 등에 충당하기 위하여 확보하는 토지이다.
판결이 인정한 조합의 채무액은 2,876,887,920원이었고, 이를 약정된 단가인 1㎡당 252,000원으로 환산한 체비지 면적은 11,416.2㎡였다.
이 사건은 원고가 조합 자체에 계약 이행을 청구한 사건이 아니라, 체비지 매각에 관여한 조합장·이사·감사·대의원 등 개인들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은 사건이다.
나. 체비지 명의변경 금지 가처분에도 조합장이 토지를 매각하였다
원고는 체비지대장의 소유자 명의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을 받았고, 그 결정은 2001. 9. 21.경 조합에 송달되었다.
그런데 조합장인 피고 1은 상임이사인 피고 5, 감사인 피고 6·7과 협의하여 2001. 10. 24.부터 2002. 12. 20.까지 체비지를 매각하였다. 이어 가처분에 위반하여 체비지대장의 소유자 명의를 매수인들로 변경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매각과 명의변경이 가처분으로 보전된 원고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다. 다른 이사와 대의원들은 매각에 관한 내부 의결에 참여하였다
대의원인 피고 9부터 피고 20까지와 이사인 피고 2·3·4도 체비지 매각에 관한 의결에 참여하였다.
다만 대법원이 확인한 참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일부 의결은 가처분 결정 전에 이루어졌다.
- 가처분 결정 후에는 이미 실행된 매각에 관한 보고를 받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전원의 동의’ 형식으로 기존 매각을 승인하였다.
- 잔여 체비지 매각 문제를 조합장 등 집행부에 일임하였다.
이들의 행위가 매각을 직접 실행하거나 구체적인 집행에 협의한 임원들의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라. 대법원은 실제 집행 가담자와 내부 의결 참여자를 구별하였다
대법원은 조합장과 상임이사·감사에 대해서는 가처분 이후의 매각에 관한 책임을 인정하였다.
반면 다른 이사와 대의원들의 행위는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상 내부 의결행위를 넘어 제3자에 대한 위법한 가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이사·대의원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법리
가. 여기서 ‘사원’은 직원이 아니라 법인의 구성원을 뜻한다
판결이 말하는 ‘사원’은 근로자로서의 직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단을 구성하고 그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을 뜻하며, 이 사건에서는 조합의 구성원과 의결기관에 참여한 대의원·이사 등의 책임이 문제 되었다.
판결의 초점은 법인 내부의 의사형성에 참여한 개인에게 법인의 대외적 행위에 따른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가에 있다.
나. 법인의 책임과 대표자·사원 개인의 책임은 각각 판단해야 한다
대표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법인에 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대표자 자신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자 개인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면 대표자도 책임을 부담한다.
사원 역시 대표자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하였거나 이에 가담하였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대표자와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법인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법인의 구성원이나 의결 참여자 모두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각 개인이 불법행위에 어떻게 관여하였는지를 따로 판단해야 한다.
다. 의결에 찬성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침해나 방조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원총회·대의원총회·이사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법인 내부의 행위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어떤 안건에 찬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 제3자의 채권을 직접 침해하였다고 보는 것.
- 대표자의 불법행위에 가공하였다고 보는 것.
- 대표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하였다고 보는 것.
의결과 이후의 집행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결 참여자 개인의 공동불법행위책임까지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라. 내부 의결을 넘어 위법한 가담에 이르렀는지는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다.
이 요소들은 종합적인 평가 기준이다. 의결권한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책임이 인정되거나, 실제 집행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법인 내부행위의 범위를 넘어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마. 의결권한이 있는 대의원회 구성원도 당연히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법령과 조합 정관을 검토하여 대의원회에는 체비지 매각에 관한 의결권한이 있다고 보았다. 반면 이사회에는 해당 의결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대의원들의 책임을 곧바로 인정하지 않았다. 권한의 존재 외에 실제 의결 내용, 집행에 미친 영향, 매각 경위, 원고와 조합 사이의 분쟁 및 관련 소송 경과 등을 함께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권한의 존재와 그 권한을 행사한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은 별개의 판단 단계라는 점을 보여 준다.
바. 사후 승인·전원 동의·집행부 일임도 이 사건에서는 책임 인정에 부족하였다
대법원은 이사·대의원들이 이미 이루어진 매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전원 동의로 승인하고 잔여 매각을 집행부에 일임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조합장과 공동하여 직접 원고의 채권을 침해하거나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보지는 않았다.
다만 이 판결을 사후 승인이나 집행부 일임은 언제나 책임이 없다는 의미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승인이나 일임의 실질이 구체적인 권리침해를 적극적으로 요구·유도하고 실행을 뒷받침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판결의 기준이다.
사. 실제 집행에 협의·가담한 상임이사와 감사의 책임은 인정되었다
조합장인 피고 1은 가처분을 위반하여 매각과 명의변경을 실행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였다.
상임이사인 피고 5와 감사인 피고 6·7은 조합장과 협의하여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가담한 사람으로 평가되어 민법 제760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이 인정되었다.
이들의 책임은 상임이사나 감사라는 직함만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불법 집행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아. 책임 주체뿐 아니라 책임이 인정되는 매각의 범위도 구분하였다
대법원은 가처분 결정 전에 매각된 일부 체비지에 대해서는 당시 원고에게 이전할 토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조합이 다른 체비지도 보유하였으며, 현금 지급 가능성과 기성금 액수에 관한 다툼도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였다.
그 결과 해당 매각 당시 원고에 대한 이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그 부분의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도 파기하였다.
따라서 조합장·상임이사·감사에 대하여 모든 매각의 책임이 그대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 8의 상고는 법정기간 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로 기각되었다. 이를 의결 참여자의 책임에 관한 실체적 판단 사례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 회의록의 찬성 표시만으로 공동불법행위를 주장해서는 부족하다
책임을 묻는 측에서는 각 피고가 무엇을 제안하고 요구하였는지, 위법한 집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한다.
회의 참석과 찬성 사실 외에 발언 내용, 집행 지시, 사전 협의, 거래 상대방과의 연락, 명의변경 관여 등 개별적인 행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 기관의 권한과 개인의 실제 행위를 나누어 정리해야 한다
정관과 법령에 따른 기관의 권한을 먼저 확인한 다음, 각 구성원이 그 권한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였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권한 없는 기관의 의결이라는 사정도 하나의 판단 요소이지만, 개인이 별도로 불법행위를 실행하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면 의결권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다. 가처분 위반을 실행한 사람과 관련 보고를 받은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가처분에 위반하여 명의변경을 실행한 행위의 위법성과, 그 전후의 내부 의결에 참여한 사람의 책임은 별도로 판단되었다.
집행자의 불법행위가 명확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보고를 받거나 의결에 찬성한 사람 모두에게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라. 이 판결은 제3자에 대한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직접 다룬 것은 외부 채권자가 임원·대의원 개인에게 청구한 불법행위책임이다.
법인에 대한 임원의 내부적 책임이나 다른 법률에 따른 별도의 책임까지 모두 부정한 판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인용할 때에는 단순한 내부 의결 참여만으로 제3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와 그 예외인 위법한 집행에 대한 실질적 가담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