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1999. 7. 27. 선고 99다19384 판결〔손해배상(기)〕
조합원이 주장한 손해는 재개발조합의 공사비 부담 증가에 따라 발생한 간접손해이므로, 민법 제35조에 따른 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의 상고가 기각되어 청구기각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1998. 5. 29. 선고 97가합26914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원심
서울고등법원 1999. 2. 23. 선고 98나31860 판결은 공사비 인상이 조합 정관에 따른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고, 부당한 인상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다. 대법원과 원심의 판단 차이
원심은 공사비 인상행위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그에 앞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조합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직접손해인지를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간접손해라는 점을 간과하였으나 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6093 판결
대상 판결이 구성원의 직접손해와 단체의 손해에 따른 간접손해를 구별하는 법리와 관련하여 참조한 판결이다.
나.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8다15438 판결
앞서 검토한 비교 판례이다. 비법인사단인 주택조합의 사실상 대표자가 가입계약을 체결하고 분담금을 받았으나 가입자들이 조합원 지위를 얻지 못한 사안에서, 민법 제3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두 사건은 조합의 법적 성격뿐 아니라, 피해자가 주장하는 손해가 발생한 구조에서도 차이가 있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35조 제1항
법인은 이사 기타 대표자가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
나. 도시재개발법 제13조
대상 판결이 피고 재개발조합의 법인격에 관한 근거로 명시한 조문이다.
다. 도시재개발법 제21조
대상 판결이 재개발조합에 민법상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근거로 명시한 조문이다.
대상 판결은 법령명을 ‘도시재개발법’으로 표시하고, 특정 개정 전 법률이라는 괄호 표기를 두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에 없는 개정일이나 법률번호를 임의로 추가하지 않고 원문 표기를 유지하였다.
사실관계
가. 피고는 도시재개발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그 조합원이다
피고는 서울 구로구 일대의 기존 불량건물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주택개량 재개발조합이다. 1992. 4. 15. 서울특별시로부터 재개발사업 인가를 받았으며, 원고는 피고 조합의 조합원이었다.
대법원은 피고를 도시재개발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민법상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단체라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앞서 검토한 2008다15438 판결의 지역주택조합과 달리, 이 사건 피고는 비법인사단이 아니다.
나. 시공사가 변경되면서 평당 공사비가 93만 원에서 185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피고의 전신인 재개발조합은 1988. 11. 26. 한국건업 주식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면서 평당 공사비를 93만 원으로 정하였다.
계약에는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에 관한 물가상승률이 5% 이상인 경우 그 인상분에 따라 공사비를 상향 조정한다는 약정이 있었다.
이후 피고는 새로 선정된 시공사인 벽산건설 주식회사와 1993. 3. 18. 공사비를 평당 185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해당 기간의 도매물가상승률은 21.2%였다. 이를 당초 공사비에 반영하면 평당 1,127,160원이었으므로, 실제 합의한 185만 원은 이 금액과 당시 주택분양가원가연동제시행지침상의 건축비 상한가격을 초과하였다.
다. 공사비 인상에 관하여 총회와 대의원회의 의결이 있었다
조합 정관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하면서, 일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대의원회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합원 총회는 1992. 5. 17. 공사비 인상 안건을 대의원회가 구성하는 소위원회에 위임하기로 의결하였다.
대의원회는 1993. 2. 25. 대의원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비밀투표를 실시하여 평당 공사비를 185만 원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과정을 정관에 따른 적법한 절차로 보았다.
라. 원고는 공사비 인상 등으로 자신이 부담하게 된 금액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조합장이 시공사에 부당하게 공사비를 과다 인상해 주어 자신의 부담이 증가하였다고 주장하며, 조합장 개인이 아니라 피고 조합을 상대로 다음 금액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분양가 인상 차액은 1995. 1. 25. 공람 당시 제시된 131,751,000원과 1996. 2. 24. 재공람 당시 제시된 152,700,000원의 차액이다.
위 금액들은 원고가 손해라고 주장한 청구액이며, 법원이 배상할 손해로 인정한 금액은 아니다.
법리
가. 조합원도 대표자의 불법행위로 직접 손해를 입으면 조합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조합원이 조합장 등 대표기관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직접 손해를 입었다면, 도시재개발법 제21조와 민법 제35조에 따라 조합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의 쟁점은 조합원에게 청구 자격이 있는지 일반적으로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그 조합원이 주장하는 손해가 직접손해인지, 조합의 손해에서 파생된 간접손해인지에 있다.
나. 조합이 입은 손해 때문에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 것은 간접손해이다
대표기관의 행위로 조합이 과다한 채무를 부담하게 되면, 일차적으로 손해를 입는 주체는 조합이다. 그 결과 사업비를 분담하는 조합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은 이처럼 조합의 손해를 매개로 조합원에게 발생한 경제적 불이익을 간접손해로 보았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손해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조합장의 부당한 공사비 인상 → 조합이 시공사에 부담할 공사비 증가 → 조합원이 분담할 비용 증가
대법원은 이러한 간접손해는 민법 제35조에 따라 조합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손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조합원의 부담액이 구체적인 금액으로 산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직접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가 누구에게 먼저 발생하고 어떤 관계를 거쳐 원고에게 미쳤는지가 판단의 핵심이다.
다. 원고가 주장한 세 항목 모두 조합의 비용 증가에서 파생된 손해로 판단하였다
원고는 공사비 추가 부담, 국공유지 불하대금 분납이자, 분양가 인상 차액을 구분하여 청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청구 전체의 실질을 조합의 공사비 채무가 증가함에 따라 조합원이 분담할 비용이 증가하였다는 주장으로 파악하였다.
이에 따라 어느 항목도 이 사건에서 민법 제35조에 따라 조합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직접손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분양가 인상이나 이자 부담은 언제나 간접손해라는 일반론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발생 원인과 청구 구조에 따른 판단이다.
라. 원심은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하였고, 대법원은 손해의 성격을 이유로 청구를 배척하였다
두 판결의 판단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대법원은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간접손해 문제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 청구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법원이 공사비 인상 과정의 적법성이나 금액의 적정성을 모두 심리하여 승인한 판결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마. 정관에 따른 의결이 있었다고 모든 불법행위책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은 이 사건에서 정관에 따른 의결 절차와 부당한 인상이라는 점에 대한 증거 부족을 근거로 불법행위 성립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핵심 법리는 적법한 의결만 있으면 과다한 공사비도 항상 허용된다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조합원이 주장하는 손해가 간접손해라는 이유로 청구를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총회나 대의원회 의결이 있으면 대표자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당연히 면제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바. 앞선 비법인사단 사건과는 조합의 법적 성격과 손해 발생 구조가 다르다
두 사건의 결론이 달라진 이유를 법인과 비법인사단의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조합 자체의 손해가 구성원에게 파급된 경우인지, 대표자의 행위로 거래 상대방이 직접 손해를 입은 경우인지가 중요한 차이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청구에 앞서 손해의 귀속 주체를 구분해야 한다
대표자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주장만으로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조합 재산의 감소나 조합 채무의 증가가 문제라면, 먼저 조합 자체의 손해인지 검토해야 한다. 조합의 손해를 조합원별 지분이나 부담 비율로 나누어 계산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조합원 개인의 직접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 조합 자체의 피해 회복과 조합원 개인의 피해 회복을 구분해야 한다
조합 자체가 손해를 입었다면 조합에 귀속되는 손해배상청구권과 그 행사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반면 조합원 개인이 배상을 청구하려면 조합의 손해가 파급된 것에 그치는지, 개인의 권리나 재산이 별도로 직접 침해되었는지를 특정해야 한다.
다만 이 판결이 조합장 개인의 책임이나 조합의 가해자에 대한 청구를 실제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해당 청구의 성립 요건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다. 피고가 누구인지에 따라 판결의 적용 범위를 정확히 한정해야 한다
이 사건 피고는 조합장 개인이나 시공사가 아니라 재개발조합 자체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민법 제35조에 따라 간접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이를 근거로 조합장이나 시공사의 모든 책임까지 부정되었다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
라. 상고기각을 원심의 모든 이유에 대한 승인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원심과 다른 이유로 청구기각 결론을 유지하였다.
홈페이지나 소송서면에서 인용할 때에는 “공사비 인상의 적법성이 대법원에서 확인되었다”고 정리하기보다, “조합의 공사비 채무 증가로 인한 조합원의 추가 부담은 간접손해이므로 조합에 대한 민법 제35조상 배상청구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정리하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