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직원의 배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업무용 컴퓨터 검색이 정당행위로 인정된 사례

핵심 결론 직원의 배임 혐의를 구체적·합리적으로 의심할 사정이 있고 긴급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혐의 관련 검색어로 열람 범위를 제한한 업무용 컴퓨터 조사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대표이사의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 사례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7도6243, 2003도4732, 2015도3898

해당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전자기록등내용탐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대표이사인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비밀번호로 보호된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정보를 검색한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배임 의심 정황, 긴급한 확인 필요성, 제한된 검색 범위 등을 종합하여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07. 3. 28. 선고 2007고정220 판결
피고인이 다른 직원들과 공모하여 비밀장치가 설정된 전자기록의 내용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항소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07. 7. 5. 선고 2007노318 판결〔전자기록등내용탐지〕
비밀번호가 설정된 하드디스크는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검색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무죄의 이유는 비밀장치나 검색행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 행위가 정당화되었기 때문이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개별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대법원이 인용하였다.

나.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행위의 동기·목적, 수단·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을 고려하여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항소심이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도3898 판결

앞서 정리한 트로이컷 형사사건이다. 보안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비밀자료를 동의 없이 수집·열람한 행위에 대하여 정당행위와 긴급피난을 부정하였다.
이 사건과 비교하면 구체적인 범죄 혐의에 대한 제한된 조사인지, 일반적인 보안 목적 아래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한 것인지가 중요한 차이로 드러난다.

관련법령

가.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형법 제316조 제2항

비밀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내용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알아내는 행위에 관한 규정이다.

나. 정당행위

형법 제20조

법령에 의한 행위, 업무로 인한 행위, 그 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다. 이 사건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이다.

다. 무죄판결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 무죄를 선고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항소심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이를 적용하였다.
판결은 위 조문에 별도의 구법 표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판결 표기에 따라 기재하였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경쟁회사 설립

피고인은 컴퓨터 관련 솔루션 개발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해자는 그 회사에서 근무하던 영업차장이었다.
회사의 시스템사업부장이었던 직원은 2006. 2. 13.경 사직서를 제출한 뒤, 재직 중이던 2006년 3월 초경 대표이사에게 알리지 않고 회사와 같은 내용의 사업을 하는 경쟁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는 2006. 3. 31. 퇴직하였다.
대법원 판결은 이 경쟁회사를 ‘어헤드원’으로 표시하였다.

나. 소스코드와 거래처 유출을 의심할 구체적인 정황

피해자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다른 직원은 회사에 계속 남겠다고 하였다가, 2006. 4. 10. 경쟁회사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 직원이 그 약 일주일 전에 회사 주력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요청하여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대표이사는 퇴직한 사업부장과 잔류 직원들이 회사의 핵심자산을 경쟁회사로 이전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이어 거래처들로부터 피해자가 전 사업부장과 함께 방문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는 설명을 들었다.
기존 회사가 사업을 철수하고 추진하던 사업을 경쟁회사에 넘기기로 하였으므로, 경쟁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러한 설명은 거짓이었다. 따라서 대표이사의 의심은 단순한 풍문에 머물지 않고 소스코드 확보 경위와 거래처들의 구체적인 설명에 기초하고 있었다.

다. 직원에게 먼저 확인하였으나 부인·회피

대표이사는 피해자에게 거래처들의 설명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답변을 회피하였다. 대표이사는 피해자가 사용하는 업무용 컴퓨터에 관련 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지시하였다.

라. 비밀번호가 설정된 업무용 컴퓨터를 혐의 관련 검색어로 조사

2006. 4. 20.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은 다른 직원들이 피해자가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분리하여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였다.
그 후 경쟁회사 명칭인 ‘어헤드원’이라는 단어로 검색되는 정보만 열람하고 관련 메신저 대화와 이메일 등을 출력하였다.
이 사건 컴퓨터는 회사 소유의 업무용 컴퓨터였다. 대법원 판결의 ‘개인용 컴퓨터’라는 표현을 직원 개인 소유의 사적 컴퓨터라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마. 검색 결과와 관련 배임사건

검색 결과 다음과 같은 자료가 발견되었다.
  • 회사 고객에게 경쟁회사 명의로 보낸 견적서.
  • 회사가 추진하던 계약을 경쟁회사 명의로 체결한 계약서.
  • 경쟁회사 명의로 계약을 빼돌렸다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
  • 회사 고객에게 경쟁회사 명의의 견적서를 보낸 이메일 송신자료.
대표이사는 이를 근거로 피해자를 업무상배임죄로 고소하였다.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피해자는 별도 사건에서 2007. 6. 27.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고, 당시 항소심이 계속 중이었다. 그 배임사건의 최종 확정 여부까지 이 판결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바. 입사 당시 보안서약

피해자는 입사 당시 회사 업무와 관련된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 사업 관련 산물에 관한 권한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를 제출하였다.
법원은 이를 업무용 컴퓨터와 자료에 대한 회사의 관리·감독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고려하였다.

법리

가. 업무용 컴퓨터도 비밀번호로 보호되어 있으면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항소심은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을 권한 없는 사람의 접근을 방지하거나 어렵게 하는 장치가 마련된 기록이라고 해석하였다. 물리적인 잠금장치뿐 아니라 비밀번호나 지문인식 등도 포함된다.
이 사건에서는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었고, 이를 우회하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분리하여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였다. 따라서 비밀장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 소유의 업무용 컴퓨터라는 이유만으로 직원이 설정한 비밀장치의 보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 무죄의 핵심은 정당행위에 따른 위법성 조각이다

법원은 비밀장치가 된 기록을 기술적 수단으로 검색한 행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다고 보았다.
판단 요소이 사건에서 인정된 사정
조사 목적회사의 핵심자산과 거래처 유출 여부 확인 및 손해 방지
혐의의 구체성소스코드 확보 후 경쟁회사 이직, 거래처들의 구체적인 설명
긴급한 필요거래처와 무형자산이 실제로 이전되고 있는지 신속히 확인할 필요
사전 확인피해자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물었으나 부인·회피
조사 범위경쟁회사 명칭으로 검색되는 혐의 관련 정보에 한정
업무 관련성회사 소유의 업무용 컴퓨터와 업무상 산물에 관한 보안서약
조사 결과거래처 유출을 뒷받침하는 견적서·계약서·대화자료 발견
대법원도 이러한 판단을 수긍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다. 단순한 의심만으로 직원 컴퓨터를 열람할 수 있다는 판결이 아니다

공소사실에는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법원이 정당행위를 인정한 기초는 단순한 소문보다 구체적이었다.
검색 전부터 소스코드 제공 경위, 경쟁회사 설립·이직 관계, 거래처들의 설명이 있었고, 피해자에게 확인을 요구한 과정도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조사 전에 이미 범죄 혐의를 구체적·합리적으로 의심할 근거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라. 혐의와 관련된 범위로 검색을 제한한 점이 중요하다

대표이사는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내용을 전부 열람하지 않았다. 경쟁회사 명칭이라는 특정 검색어를 사용하여 혐의 관련 자료로 범위를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명시적으로 고려하였다. 조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사적인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화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인했다면, 수단·방법의 상당성과 법익균형성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마. 보안서약은 포괄적인 사생활 열람 동의와 다르다

이 사건 보안서약은 회사 자산의 무단 사용 금지와 업무 관련 산물의 회사 귀속에 관한 내용이었다.
법원은 이를 여러 판단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하였을 뿐, 보안서약서가 있으므로 모든 이메일·메신저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업무용 자료에 대한 감독 필요성과 개인의 비밀 보호를 함께 고려한 개별적인 판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바. 조사 후 위법행위가 발견되었다는 결과만으로 조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고객 유출 자료가 발견된 사정도 참작하였다. 그러나 그 사정만으로 정당행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판결은 조사 이전의 구체적인 혐의, 긴급성, 업무 관련성 및 검색 범위의 제한을 함께 판단하였다. 따라서 사후에 비위자료를 찾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초의 무제한 조사가 소급하여 적법해진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사. 앞선 트로이컷 사건과의 차이

구분이 사건: 2007도6243트로이컷 사건: 2015도3898
조사 계기특정 직원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보안 강화 및 해킹·정보유출 방지를 위한 시험운영
대상혐의가 있는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직원들의 이메일·첨부문건 등
범위 제한경쟁회사 명칭으로 검색되는 혐의 관련 정보로깅 기능을 통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열람
긴급성회사 자산·거래처 유출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 인정사전 동의 없이 전면 운영할 급박한 필요 부정
대체 방법직접 확인을 시도했으나 피해자가 부인·회피한 사정 고려로깅 제외 또는 동의한 직원만을 대상으로 시험운영 가능
결론정당행위 인정, 무죄 확정정당행위 부정, 일부 비밀자료에 대한 유죄 확정
두 사건은 모두 회사 업무와 관련된 정보 접근이지만, 혐의의 구체성, 조사의 필요성 및 범위 제한에서 차이가 있다.

실무적 유의점

가. 조사 개시 당시의 객관적인 근거를 남겨야 한다

거래처의 설명, 자료 반출 정황, 소스코드 요청 내역 등 조사 전에 확보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불신이나 추측과 구체적인 비위 혐의를 구별하는 자료가 된다.

나. 조사 범위를 혐의와 연결하여 제한해야 한다

검색어, 대상 기간, 관련 거래처와 파일 유형 등을 혐의에 맞추어 정하고 실제 조사도 그 범위 안에서 진행했는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경쟁회사 명칭을 이용한 제한적 검색이 핵심 근거였다.

다. 회사 소유권과 대표이사의 감독권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

회사 소유의 장비와 감독권은 판단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비밀장치의 존재, 정보의 성격 및 조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라. 이 판결의 무죄 범위를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

이 사건은 대표이사의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에 대한 무죄 확정사례이다. 직원의 별도 업무상배임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는 의미도 아니고, 수집자료의 모든 소송상 증거능력이나 다른 법률상 책임을 일괄적으로 판단한 사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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