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하급심
제1심인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7. 6. 14. 선고 2016고정382 판결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네 차례에 걸쳐 CCTV를 비닐봉지로 가린 행위를 모두 업무방해죄로 인정하여 각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였다.
원심인 전주지방법원 2018. 1. 12. 선고 2017노881 판결은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CCTV 설치에 위법한 측면이 있더라도 회사의 시설물 관리 업무는 보호할 가치가 있고, 다른 구제수단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촬영 차단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정당행위 여부는 행위별로 구별해야 한다고 보았다. 전체 카메라 51대를 가린 초기 두 차례의 행위와 달리, 정식 가동 후 근로자의 작업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만 선별하여 가린 후기 두 차례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일부 파기 대상과 나머지 유죄 부분에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 있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인 전주지방법원 2024. 7. 17. 선고 2023노1028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초기 두 차례의 전체 카메라 차단행위는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였다.
- 후기 두 차례의 선별적 차단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의 재상고 및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정당행위의 판단 요소로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및 보충성을 제시한 판례이다. 이 사건 대법원이 정당행위의 기본 판단 기준으로 직접 인용하였다.
정당행위 여부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며, 긴급성과 보충성은 수단의 상당성을 판단하는 고려요소로 참작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다른 구제수단의 존재만으로 정당행위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화된 권리침해와 대응 방법을 함께 평가하는 근거로 인용되었다.
위법하게 게시된 회의 소집공고문을 제거한 행위의 정당성이 문제 된 사건이다. 정당행위 인정은 해당 행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형사처벌할 정도의 위법성이 없다는 의미임을 밝혔다. 이 사건 대법원도 그 취지를 직접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적법 요건을 정한다. 제1호는 정보주체의 동의, 제6호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위한 수집·이용 요건이다. 판결문에서는 구법 표시 없이 인용하였으나, 여기서는 현행법과 구별하여 표시하고 행위 당시 조문에 연결하였다.
- 형법 제20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 규정이다. 선별적 촬영 차단행위에 대한 무죄 판단의 근거이다.
- 형법 제314조 제1항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근거이다. 카메라를 가려 촬영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든 행위가 위력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에 관한 규정으로, 피고인들이 함께 실행한 업무방해행위에 적용되었다.
-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14호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으로 정한다. 보안 목적의 설비라도 실질적인 근로자 감시 효과가 있으면 적용될 수 있다.
사실관계
회사는 중·대형 트럭과 버스 등을 제조하는 사업자로, 약 1,350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공장을 운영하였다. 공장은 울타리와 경비시설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불특정 다수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었다.
회사는 자재 도난과 화재가 발생하자 시설물 보안과 화재 감시를 목적으로 CCTV 51대를 설치하였다. 외곽 울타리 주변에 32대, 공장 내 주요 시설물에 16대, 출입구에 3대가 설치되었다. 내부 시설물과 출입구를 촬영하는 카메라는 근로자의 작업 모습과 출퇴근 장면을 담았고, 아는 사람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이 수집되었다.
회사는 근로자들의 동의나 노사협의회 협의 없이 설치를 진행하였다. 노동조합은 이에 항의하였고, 근로자 1,026명의 서명을 받아 설치·운영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노동조합 간부인 피고인들은 처음 두 차례에는 전체 카메라 51대를 가렸다. 이후 회사가 정식 가동을 시작하자 근로자의 작업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 12대와 14대만 각각 선별하여 가렸다. 카메라를 철거하거나 파손하지는 않았다.
노사는 촬영 각도와 운영시간 등을 협의하였으나, 작업 현장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야간에만 가동하자는 노동조합의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법리
일반적인 판단 기준
출입이 통제되는 사업장에서 식별 가능한 근로자의 영상을 수집하려면 일반적인 개인정보 수집·이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회사에 시설 보안이나 화재 예방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동의 없는 촬영이 곧바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이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하는지는 이익의 구체적 내용과 성격, 영향을 받는 사람의 규모, 수집 정보의 종류와 범위,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대체수단의 존재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노사협의회 협의 대상인 근로자 감시 설비는 설치 명목보다 실제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주된 목적이 시설 보안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가 있다면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CCTV 설치·운영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의 시설물 관리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지는 않는다. 촬영 차단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와, 권리침해에 대응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는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회사가 내부 시설물과 출입구를 촬영한 행위는 다수 근로자의 작업 및 출퇴근 모습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이었다.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고, 주간에는 다른 방법으로 보안·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도 없었다. 대법원은 회사의 이익이 근로자의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초기 두 차례의 차단은 CCTV가 아직 작동하지 않았거나 시험가동 중인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실질적인 근로자 감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외곽 카메라 32대까지 모두 가렸다는 점에서 정당행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 후기 두 차례의 차단은 정식 가동으로 개인정보 침해가 현실화된 뒤, 작업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만 선별하여 이루어졌다. 피고인들은 카메라를 훼손하지 않고 임시로 가렸으며, 촬영시간 제한 등 대안을 제시하면서 협의를 계속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개인정보 침해의 사후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당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받아들여 후기 두 차례의 행위에 무죄를 선고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 CCTV 설치 전에는 촬영 구역별로 공개된 장소인지, 근로자가 식별되는지, 작업·출퇴근 장면이 수집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안용’이라는 명칭만으로 적법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 동의 없이 정당한 이익을 근거로 촬영하려면 도난·화재 위험의 구체적 자료와 함께 촬영 범위·시간의 필요성, 대체수단 검토 결과를 남겨야 한다. 경비 강화, 센서 설치, 촬영 각도 조정, 야간 가동 등 덜 침해적인 방법의 검토가 중요하다.
- 근로자 개인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와 노사협의회 협의는 구별하여 진행해야 한다. 노사협의회 협의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개인의 동의나 다른 적법 근거가 당연히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 설치·운영 계약과 지침에는 촬영 목적, 카메라 위치·각도, 가동시간, 영상 접근권한, 보관·삭제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실제 설정이 그 내용과 일치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 촬영 차단행위에 관한 분쟁에서는 차단 시점, 대상 카메라, 기간, 훼손 여부, 협의 경과, 대체방안 제시 여부를 행위별로 입증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전체 차단과 선별적 차단의 차이가 유·무죄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