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의신탁이 무효라도, 수탁자가 신탁자에게 자발적으로 넘겨준 등기는 유효할 수 있다

핵심 결론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신탁자에게 자발적으로 이전해 준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면 유효하다. 수탁자에게 직접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지와 이미 마친 등기가 유효한지는 구별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4다6764, 2018다284233

해당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6764 판결〔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
  • 재판 결과: 상고기각
  • 확정 여부: 미확인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실명전환 유예기간 경과 후 명의신탁자에게 자발적으로 마쳐 준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하여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의 소를 각하한 원심의 결론은 유지하였지만, 그 법률상 이유는 청구별로 구분하여 수정하였다.
하급심
구분판결확인되는 내용
제1심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3. 4. 25. 선고 2002가단17551 판결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 취소
항소심대전지방법원 2003. 12. 19. 선고 2003나4776 판결원고에게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
제1심의 사건번호와 선고일은 첨부된 항소심 판결에 기재된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97. 5. 1.자 97마384 결정 실명전환 유예기간이 지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면, 그 약정의 해지를 원인으로 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명등기를 하라는 공법상 의무가 명의수탁자에 대한 사법상 등기청구권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8다284233 전원합의체 판결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제3자가 권리를 취득한 경우,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직접 금전반환청구와 신탁자 앞으로의 직접 이전등기청구는 구별된다.

관련법령

사실관계

가. 원고가 토지를 매수한 뒤 다른 사람에게 전매하였다

원고 A는 1994. 10. 16. 매도인 D로부터 아산시에 있는 임야 10,512㎡를 9,000만 원에 매수하였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A는 이 토지를 단독으로 매수한 뒤 B에게 전매하였다. B는 자신의 처남 C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A를 통하여 D에게 C 앞으로 직접 이전등기를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당사자의 지위는 다음과 같다.
당사자법원이 인정한 지위
원고 AD로부터 토지를 매수한 뒤 B에게 전매한 사람
피고 B최종 매수인이자 명의신탁자
피고 CB의 처남이자 명의수탁자
피고 D최초 매도인
이 사건에는 중간 매수인인 A가 존재한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설명할 때 D가 처음부터 B에게 직접 토지를 매도한 것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나. 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신탁자 앞으로 이전되었다

D는 1994. 12. 31. C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토지는 이후 분할되었고, 그중 이 사건의 대상이 된 토지는 9,136㎡였다. C는 2002. 5. 8. 이 토지에 관하여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대법원은 이 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인 C가 명의신탁자인 B에게 자발적으로 마쳐 준 등기로 보았다.

다. 원고는 공동매수한 토지라고 주장하였다

A는 자신과 B가 매매대금 9,000만 원을 절반씩 부담하여 토지를 공동으로 매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B가 토지 전부를 자기 명의로 이전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아 다음과 같이 청구하였다.
  • B와 C에 대해서는 D를 대위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 D에 대해서는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토지 중 2분의 1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라. 법원은 공동매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매매계약서의 매수인이 A 단독으로 기재되어 있고, 잔금 영수증의 상대방도 A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B가 등기비용과 세금을 부담하고 등기권리증을 보관하였으며, 분할된 일부 토지의 공공용지 협의취득 보상금도 수령한 사정 등을 종합하였다.
그 결과 A와 B의 공동매수가 아니라, A의 단독매수 후 B에 대한 전매와 B·C 사이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하였다. 대법원도 이러한 사실인정을 받아들였다.

법리

가.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와 매매계약의 효력은 구별된다

이 사건의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다. 법정 유예기간이 경과하면서 B와 C 사이의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C 명의의 등기는 무효가 되었다.
그러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계약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이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 효력까지 부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 사건에서도 A의 단독매수와 B에 대한 전매라는 매매관계가 인정되었다. 무효인 명의신탁약정과 유효하게 남아 있는 매매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나. 명의신탁자는 제3자 보호 규정에 의하여 보호받는 사람이 아니다

B는 C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한 당사자이다. 따라서 C로부터 등기를 이전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를 대항할 수 없는 제3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B 명의의 등기를 유효하다고 본 근거도 제3자 보호 규정에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이미 마쳐진 등기가 유효한 매매관계에 따른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다. 수탁자가 자발적으로 마쳐 준 직접 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할 수 있다

일반적인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유효한 매매계약에 따른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그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무효인 등기를 말소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권리관계를 전제로, 명의수탁자가 자발적으로 명의신탁자에게 바로 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그 등기는 결국 실체관계에 부합하여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최종 매수인인 B 앞으로 C가 자발적으로 이전등기를 마쳤으므로, B 명의의 등기는 유효하다고 보았다.
이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유효하게 되살린다는 뜻이 아니다. 유효한 매매관계에 따라 권리를 취득할 사람 앞으로 이미 등기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평가한 것이다.

라. 직접 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문제와 이미 마친 등기의 효력은 별개이다

이 판결을 근거로 명의신탁자가 언제든 명의수탁자에게 자기 앞으로 직접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구분검토할 내용
수탁자가 등기 이전을 거부하는 경우신탁자가 누구에 대하여 어떤 청구권을 갖는지, 매도인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해야 하는지
수탁자가 신탁자에게 자발적으로 직접 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이미 마친 등기가 유효한 매매관계 등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지
대상판결이 판단한 것은 두 번째 문제이다.
따라서 직접 이전등기를 요구할 청구권이 인정되는지와 이미 완료된 직접 이전등기가 유효한지는 각각 판단해야 한다.

마. 대법원은 청구별로 각하와 기각의 문제를 구분하였다

B 명의의 등기가 유효하므로 D는 더 이상 토지의 소유자가 아니다. 따라서 D에게는 B나 C 명의의 등기를 말소해 달라고 청구할 소유권에 기초한 권리가 없다.
아울러 대법원은 D의 A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A의 D에 대한 이전등기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에 따른 소송상 처리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청구대법원의 판단원심 결론의 처리
B·C를 상대로 D를 대위하여 제기한 등기말소청구A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않아 채권자대위소송의 당사자적격이 없음소 각하 유지
D를 상대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청구에 이유가 없음원칙적으로 청구기각 대상이나, 원고만 상고하였으므로 소 각하 유지
원심은 원고가 토지를 되찾더라도 다시 B에게 이전해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B·C에 대한 소는 피보전권리 부존재에 따른 당사자적격의 문제로, D에 대한 청구는 본안상 이유가 없는 문제로 구분하였다.
다만 D에 대한 청구를 소 각하에서 청구기각으로 변경하면 원고에게 더 불리해진다. 원고만 상고한 사건에서는 이러한 변경을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각하 결론을 유지하였다.

바. 기존 ChatByun 칼럼과의 연결

ChatByun의 「실명등기 의무가 있어도, 무효가 된 명의신탁을 해지하여 이전등기할 수는 없다」는 유예기간 경과로 무효가 된 명의신탁약정의 해지를 원인으로 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해당 칼럼은 실명등기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법상 등기청구권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사건은 유효한 매매관계를 전제로 수탁자가 신탁자에게 이미 자발적으로 마쳐 준 등기의 효력을 판단한다. 등기를 신청하거나 청구할 법적 근거와 이미 마친 등기의 실체관계 부합 여부를 구별하면 두 판단은 모순되지 않는다.
ChatByun의 「명의신탁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았다면, 신탁자가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담보 설정으로 발생한 이익을 신탁자가 직접 반환 청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해당 칼럼은 직접 금전반환청구가 인정된다고 하여 신탁자 앞으로의 직접 이전등기청구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구분한다. 이 사건 역시 직접 이전등기청구권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판결이 아니다. 수탁자가 자발적으로 이전등기를 완료한 경우 그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하여 유효할 수 있다는 판단이므로, 두 칼럼은 청구권과 등기 효력의 차이를 설명하는 자료로 연결된다.

실무상 유의점

가. 공동매수인지 전매인지부터 확인한다

매수대금을 부담한 경위, 매매계약서의 당사자, 영수증, 등기비용 부담, 등기권리증 보관 및 보상금 수령 내역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장한 공동매수가 인정되지 않고, 단독매수 후 전매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사실인정이 원고의 지분이전 청구와 채권자대위 청구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

나. 직접 이전등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유효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수탁자가 자발적으로 이전해 준 등기가 유효한 매매관계에 따른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사안을 전제로 한다.
기초가 된 매매관계의 유효성, 최종적으로 권리를 취득할 사람, 등기 이전의 경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등기를 넘겨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하자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 채권자대위소송에서는 피보전권리의 존부를 먼저 확인한다

다른 사람 명의의 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요건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보전하려는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채무자가 상대방에게 행사할 권리를 보유하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B 명의의 등기가 유효하다는 판단에 따라 그 전제가 무너졌다.

라. 상고기각만 보고 원심의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였더라도 원심의 판단 이유를 수정하거나, 불이익변경금지 때문에 원심의 주문만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 사건을 소개할 때에는 원심의 소의 이익 판단, 대법원의 당사자적격 판단, 본안상 청구기각 사유 및 불이익변경금지의 적용을 구별하여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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