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도3687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사업추진비 대여의 외관과 달리 실제로는 회사 업무와 무관한 개인에게 자금을 빌려준 것이라고 인정하고, 불확실한 담보 취득과 사실상 대주주의 양해만으로 배임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 2002. 6. 28. 선고 2001노2961 판결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배척하고 유죄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피해금액 전액 배상, 피고인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하였다.
다. 서울지방법원 2001. 11. 1. 선고 2001고합1 판결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제1심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716 판결
배임의 고의와 같은 내심의 사실은 관련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부수적이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주된 것이라면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되었다.
나.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도2781 판결
회사의 임원이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면, 사실상 대주주의 양해를 얻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의 손해나 배임의 고의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되었다.
관련법령
가. 업무상배임과 가중처벌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356조
- 형법 제355조 제2항
나. 감경 및 집행유예
위 법령명은 항소심 판결의 표기를 따랐다. 제공된 판결에는 해당 법률에 관한 ‘구법’ 표시나 개정 전 법률을 특정하는 괄호가 없어 임의로 추가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대여의 외관
심급별로 익명 표시가 다르므로, 이하에서는 항소심 판결의 표시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서류상으로는 B가 청과물 저온저장창고를 신축하고, D가 그 공사를 도급받는 조건으로 B에 사업추진비 15억 원을 대여하는 거래였다.
그러나 법원은 실제로는 D의 영업과 무관한 C 개인에게 회사자금을 빌려주면서, 회계처리를 위해 법인 B에 대한 사업추진비 대여로 꾸민 것이라고 인정하였다.
나. 피고인은 정상적인 공사수주 목적의 대여라고 주장하였다
A는 건설회사가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매입비·인허가비·분양비 등의 사업추진비를 먼저 대여하고, 향후 공사수주에 관한 연고권을 확보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개발사업팀의 긍정적인 사업성 보고를 받고 대여를 결정하였고, B의 주식 15만 주를 담보로 취득하였으므로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이었다고 항변하였다.
A의 주장은 결국 정상적인 사업추진비 대여였으나 예상과 달리 B가 도산하여 손해가 발생하였을 뿐, 배임의 고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다. 실제 사업계획과 부지의 사업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법원은 위 주장의 전제가 되는 사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 B는 청과물 저온저장창고를 신축할 사업시행계획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 공사도급협약서상 창고 예정부지는 개발제한구역이자 자연녹지지역으로서 해당 대규모 건물신축이 불가능한 토지였다.
- 실무자들은 사전에 B를 방문하거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접촉하지 않았다.
- 현장조사, 사업타당성 검토 및 사업시행자의 자산·회수가능성 조사 등 통상적인 절차가 생략되었다.
특히 실무자들은 A로부터 C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려는데 회계처리가 어려우므로, 형식적으로 B에 빌려주는 모양을 갖추는 서류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진술과 객관적인 거래 경위를 종합하여 가장된 대여의 실질을 인정하였다.
라. 공사예상비용을 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부풀려 기재하였다
1997년 4월 15일 작성된 청과물 저온저장창고 신축계획안에는 공사예상비용이 50억 원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실제 공사도급협약서에는 300억 원으로 기재되었다.
항소심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인정하였다. 실무자들은 5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15억 원을 사업추진비로 제공하는 것이 거래관행상 부자연스럽다고 보아, B와 협의하지 않고 15억 원의 자금지원이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로 공사예상비용을 증액하여 기재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서 작성 경위는 단순한 사업성 판단의 착오가 아니라, 개인에 대한 자금대여를 회사의 사업거래처럼 보이게 하려는 외관 조성이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다.
마. 담보는 받았지만 그 가치에 대한 실사가 없었고, 대여조건도 불명확하였다
D가 취득한 유일한 담보는 비상장회사 B의 주식 15만 주였다. 그러나 B의 자산상태에 관한 실사를 하지 않아 주식의 자산가치와 담보로서의 회수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회사 간 거액의 자금거래임에도 이자율과 이자지급방식 등 차용조건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통상 D가 사업추진비를 지원할 때에는 어음을 발행하거나 사업시행자 보유 어음에 배서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는데, 이 사건에서는 현금과 유사한 D 명의 당좌수표를 직접 지급하였다. 법원은 이 역시 통상적인 업무처리와 다른 사정으로 고려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담보가 전혀 없었던 대여가 아니라, 담보의 실질적 가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주식만 받은 대여라는 점이 중요하다.
바. 대여 후 관리가 없었고, 명의도 다른 회사로 변경되었다
D는 B에 사업추진비를 빌려주었다고 하면서도, B에 원금이나 이자 지급을 독촉하거나 저온저장창고 신축사업의 진행 상황을 확인한 흔적이 없었다.
이후 1997년 10월 13일에는 공사도급협약서와 대여금약정서상의 명의를 B에서 C가 대표이사로 있는 J회사로 변경하였다.
J회사는 자본금 5,000만 원에 영업실적이 전혀 없는 영세한 회사로서 해당 신축사업을 시행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A는 별도 실사 없이 명의를 변경하도록 지시하였다.
법원은 실제로 B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여였다면, 사업수행능력이 없는 다른 회사로 명의를 바꾸어 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다만 판결은 이러한 명의변경을 배임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판단한 것이며, 민사상 채무인수의 유형이나 효력을 별도로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사. 피해금액은 전액 배상되었으나 유죄판단은 유지되었다
항소심은 A가 피해금액 전부를 D에 배상하였고, 이 사건으로 A 자신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는 유죄를 부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형을 감경하는 사정으로 고려하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감형된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법리
가. 사업추진비라는 명목보다 실제 대여 상대방과 목적이 중요하다
건설회사가 공사수주를 위해 사업추진비를 선대여하는 관행 자체를 위법하다고 본 사건은 아니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실제 사업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회사 업무와 무관한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법인에 대한 사업추진비 대여로 위장한 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공사수주를 위한 정상적인 선투자가 실패한 사례와 구별된다. 사업의 실재, 수주 가능성, 심사절차 및 거래 상대방의 실질을 확인하여 판단한 사례이다.
나. 배임의 고의는 거래 전후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하면서 고의를 부인하더라도, 법원은 고의와 관련된 간접사실의 연결관계를 통해 이를 판단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들이 서로 결합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종합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과 임무위배의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2002도3687
다.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손해 위험이 해소되지 않는다
비상장주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담보가치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 업무와 무관한 개인대여를 위장한 거래에서, 자산상태 실사도 없이 가치가 불확실한 주식만 담보로 취득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형식적 담보 취득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판단하였다.
핵심은 담보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실제 가치와 회수가능성이 검토·확보되었는지이다.
라. 대표이사 자신이 이익을 얻지 않아도 제3자에게 이익을 주면 배임이 성립할 수 있다
업무상배임은 행위자 자신뿐 아니라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
항소심은 A가 개인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유죄를 유지하였다. 회사자금을 제공받은 C에게 이익을 주고 D에 손해 위험을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 이득이 없었다’는 사정과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동일하지 않다.
마. 사실상 대주주의 양해는 회사에 대한 배임책임을 없애지 않는다
대법원은 회사 임원이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면, 사실상 대주주의 양해를 얻었다고 하여 회사의 손해나 배임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하였다.
이는 대표이사의 자금집행 의무가 대주주 개인의 의사에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법인격을 가진 회사에 대한 의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 판결에서 직접 판단한 것은 사실상 대주주의 양해이므로, 이를 주주 전원의 동의나 정식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까지 모두 판단한 사건으로 확대하여 표현하는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