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수인의 이행거절과 토지수용에 따른 위험부담

핵심 결론 매수인이 잔금 지급과 계약 이행을 거절했더라도 토지수용에 따른 위험이 곧바로 매수인에게 이전되지는 않는다. 매도인이 수령지체를 주장하려면 현실제공이나 구두제공이 필요하다. 이 사건은 기지급 대금 4억 3,000만 원의 반환의무를 인정하고 이율 부분만 파기자판하여 확정되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1다79013, 2002다59610, 2013다94701, 2010다15615, 2010다15622

해당판결

가. 청구별 판단 결과

구분최종 판단
기지급 매매대금 반환매도인은 승계참가인에게 430,000,000원 지급
위 원금에 대한 2001. 4. 14.부터 2003. 5. 31.까지의 이율연 5%
위 원금에 대한 2003. 6. 1.부터 완제일까지의 이율연 20%
위 범위를 초과하는 지연손해금해당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그 부분 항소 기각
매도인의 나머지 상고기각
소송총비용매도인 부담
종결 형태일부 파기자판 및 나머지 상고기각으로 확정

나. 대상판결과 확정 경과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1다79013 판결〔부당이득금반환〕
대법원은 매도인이 이미 받은 계약금과 1차 중도금 합계 4억 3,000만 원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의 위헌결정과 개정에 따라 지연손해금 이율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직접 재판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파기자판 확정사례이다.
위 연 20%는 이 사건 확정판결에서 정한 이율이다.
[비공개 판결문] 대법원, 2004. 3. 12., 2001다79013, PDF 2쪽·6쪽.
하급심

가. 제1심

수원지방법원 2001. 4. 3. 선고 2000가합12030 판결
항소심 판결에 기재된 제1심 판단에 따르면, 매수인은 토지거래허가가 불가능하여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라는 이유로 기지급 대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어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되었고, 지정해제 전에 불허가로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토지수용은 제1심 판결 선고 후에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수용으로 인한 후발적 이행불능과 위험부담이 핵심 쟁점이 되었다.

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1. 11. 2. 선고 2001나23791 판결
항소심은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가 수용되어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매수인의 수령지체나 이행불능에 대한 귀책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승계참가인에게 4억 3,000만 원과 이자·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항소심이 정한 이율 중 일부는 대법원의 파기자판으로 변경되었으며, 최종 지급 범위는 앞의 표와 같다.
[제공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01. 11. 2., 2001나23791, PDF 1쪽·3~6쪽.

관련판례

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에 관한 판례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610 판결
대상판결이 채권자 귀책사유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참조한 판례이다. 채권자의 작위·부작위가 채무 이행을 방해하였고, 이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의칙상 비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94701 판결
같은 기준을 재확인하였다. 상대방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직무 수행을 방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감독기관의 명령과 지시에 불응할 수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폈다. lx.scourt.go.kr

나. 석명권 행사의 한계에 관한 판례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39742 판결
대법원 1998. 4. 28. 선고 98다4712 판결
대상판결이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참조한 판례들이다.
법원은 불명확한 주장을 정리하도록 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독립된 공격방어방법을 제시하고 그 제출을 권유할 수는 없다.

다. 근로계약에서의 위험부담에 관한 판례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15615, 2010다15622 판결
해고가 무효인 경우에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 때문인지가 임금청구의 판단 요소가 된다. 매매계약과 사안은 다르지만 민법 제538조 제1항의 적용 요건을 구체적으로 심사한다는 점에서 관련된다.
[공개 칼럼] ChatByun의 「해고가 무효라도 임금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가 — 근로제공 의사와 사용자의 귀책사유」

관련법령

가. 민법 제537조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 그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는 매도인이 해당 채무자이고, 그 이행을 받을 매수인이 채권자이다.

나. 민법 제538조 제1항·제2항

제1항 제1문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 제2문은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를 규정한다. 이러한 경우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제2항은 위 경우 채무자가 자기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채권자에게 상환하도록 한다.

다. 민법 제400조·제460조

민법 제400조는 채권자지체를, 제460조는 변제제공의 방법을 규정한다.
변제제공은 원칙적으로 현실제공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채권자가 미리 수령을 거절하거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수령을 최고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라. 민법 제741조·제748조·제749조 제2항

민법 제741조는 부당이득반환의 근거이고, 제748조는 수익자의 선의·악의에 따른 반환 범위를 정한다. 제749조 제2항은 선의의 수익자가 패소한 경우 소 제기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보는 규정이다.
항소심은 이러한 규정을 토대로 반환 원금에 가산할 이자를 판단하였다.

마. 민사소송법 제136조

법원의 석명권에 관한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위험부담에 관한 주장에 별도의 손해배상채권에 의한 상계항변이 포함되어 있는지 법원이 확인하여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바. 개정 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어 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본문
대법원 판결문에 표시된 법령의 명칭과 개정 연혁이다.
이 조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 부분에 대하여 2003. 4. 24. 위헌결정이 있었고, 대법원은 이를 반영하여 원심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조정하였다.
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제3조제1항본문의법정이율에관한규정(2003. 5. 29. 대통령령 제17981호로 개정된 것) 본문
대법원은 개정된 법률과 위 규정에 따라 2003. 6. 1.부터 적용할 이율을 연 20%로 정하였다.
[비공개 판결문] 대법원, 2004. 3. 12., 2001다79013, PDF 3~6쪽.

사실관계

가. 매수인은 계약금과 1차 중도금만 지급하였다

매수인 회사는 1997. 10. 17. 매도인으로부터 토지를 13억 380만 원에 매수하였다.
계약금 1억 3,000만 원과 1차 중도금 3억 원은 지급하였으나, 선이행의무가 있는 2차 중도금 2억 원과 잔금 6억 7,38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지급액은 4억 3,000만 원, 미지급액은 8억 7,380만 원이었다.

나. 매수인은 사업승인 문제를 들어 대금 반환을 요구하였다

계약 당시 토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었으나 1998. 1. 31. 지정이 해제되었다.
그 후 매수인이 공동주택 사업승인 가능 여부를 질의하자 관할 행정청은 용수 공급, 농지전용, 도로계획 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매수인은 공동주택 사업승인을 조건으로 계약하였으나 그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며 기지급 대금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매도인은 사업승인이 계약의 조건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미지급 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토지거래허가와 공동주택 사업승인은 서로 다른 문제이다. 이 사건의 최종 반환의무는 사업승인이 어려워 계약이 처음부터 무효라는 이유로 인정된 것이 아니다.

다. 계약이 존속하던 중 토지가 수용되었다

한국토지공사는 2001. 4. 12. 매도인을 피공탁자로 하여 수용보상금 490,433,300원을 공탁하고, 다음 날 토지를 수용하였다.
법원은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용이 이루어져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았다.
매도인은 그때까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수령을 최고하는 등 현실제공이나 구두제공을 하지 않았다.

라. 반환채권을 양수한 사람이 소송을 승계하였다

매수인은 소송 계속 중인 2001. 2. 16. 자신에게 대여금채권을 가진 승계참가인에게 4억 3,000만 원의 반환채권을 양도하였다.
수용 후 항소심에서는 민법 제537조에 따른 반환을 주장하였고, 양도통지는 준비서면의 송달로 2001. 8. 17. 매도인에게 도달하였다. 승계참가인은 소송에 참가하고, 매수인은 매도인의 동의를 받아 소송에서 탈퇴하였다.
[제공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01. 11. 2., 2001나23791, PDF 2~3쪽.
[비공개 판결문] 대법원, 2004. 3. 12., 2001다79013, PDF 2~5쪽.

법리

가. 쌍방의 책임 없는 이행불능이면 이미 받은 대금도 반환하여야 한다

민법 제537조에 따라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게 되면, 매도인은 원칙적으로 반대급부인 매매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이미 대금을 받았다면 이를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어지므로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던 중 토지수용으로 이행불능이 발생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위험부담 법리에 따라 기지급액 전부의 반환을 인정하였다.

나. 대금 지급 거절만으로 수용에 대한 채권자 귀책사유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민법 제538조 제1항 제1문이 적용되려면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대방의 이행이 불가능해져야 한다.
매수인이 자신의 중도금·잔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과,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데 책임이 있는 것은 구별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매수인의 지급 거절을 토지수용에 따른 이행불능에 관한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확고한 수령거절이 있어도 위험을 이전하려면 이행제공이 필요하다

채권자가 급부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표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무의미한 이행제공까지 반복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수령지체를 이유로 민법 제538조 제1항 제2문을 적용하여 상대방에게 대금을 청구하거나 이미 받은 대금을 보유하려면 현실제공이나 구두제공이 필요하다.
구분이 판결이 구별한 내용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하는 문제상대방의 확고한 수령거절로 구두제공조차 필요하지 않을 수 있음
수령지체를 이유로 위험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문제현실제공 또는 구두제공이 필요함
이 사건 매도인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준비한 다음 매수인에게 이를 수령하도록 최고하였어야 한다.
그러한 제공을 하지 않았으므로 매수인이 수령지체 중이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제공의 구체적인 정도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신의칙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한다.

라. 계약이 이미 해제되었다는 주장은 사실심에서 제시하여야 한다

매도인은 상고심에서 과거의 통지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 주장이 상고심에서 처음 제시되었고, 원심까지 매도인이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계약이 존속하던 중 수용으로 이행불능이 되었다는 원심판단이 유지되었다. 이 판단을 특정한 해제통지는 언제나 효력이 없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마. 위험부담 주장과 손해배상채권에 의한 상계항변은 별개이다

매도인은 매수인이 수령지체에 있으므로 민법 제538조에 따라 미지급 대금에서 수용보상금을 공제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위험부담 규정의 적용을 구하는 주장으로 해석하였다.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별도의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였고, 그 채권으로 반환채권을 상계한다는 항변까지 포함된다고 보지 않았다.
법원이 당사자에게 그러한 독립된 상계항변을 제시하도록 권유할 의무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실체법상 전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항변이 제출되었는지와 법원의 석명 범위가 문제 된 것이다.

바. 반환 원인이 달라진 경우 채권양도의 범위는 당사자의 의사와 경과를 살핀다

최초 양도계약 당시 주장하던 반환채권과 이후 토지수용으로 발생한 반환채권은 형식적으로는 별개의 채권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대법원은 양도통지가 수용 후 이루어진 점, 양도인과 양수인의 진정한 의사, 승계참가와 소송탈퇴 등 소송의 진행 경과를 종합하였다.
그 결과 수용으로 발생한 반환채권도 승계참가인이 양수한 것으로 보았고, 수용 후 다시 양도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구체적인 양도 의사와 소송 경과에 관한 판단이므로, 최초 양도계약이 이후 발생하는 모든 반환채권에 당연히 미친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공개 판결문] 대법원, 2004. 3. 12., 2001다79013, PDF 3~5쪽.

실무적유의점

가. 대금 지급 최고와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제공을 구별하여야 한다

매수인에게 잔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사실만으로 매도인이 자신의 등기의무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였는지, 준비 완료를 통지하였는지, 수령과 동시이행을 요구하였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남겨야 한다.

나. 상대방의 이행거절만 믿고 계약관계를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거절하더라도 계약이 종료되었는지, 이행제공을 통하여 수령지체가 성립하였는지는 별도로 검토하여야 한다.
수용 등 후발적 이행불능이 발생하기 전의 계약 상태와 당사자의 조치가 대금 반환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다. 위험부담·손해배상·상계의 요건사실을 각각 주장하여야 한다

반대급부 청구권이 존속한다는 주장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법적 근거가 다르다.
손해배상채권으로 반환채권을 상계하려면 손해배상채권의 발생 원인·금액과 상계 의사표시를 명확히 제시하여야 한다. 법원이 위험부담 주장만으로 별도의 상계항변까지 구성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라. 반환채권의 발생 원인이 바뀌면 양도 범위와 통지를 점검하여야 한다

계약 무효를 전제로 양도한 반환채권이 소송 중 후발적 이행불능에 따른 반환채권으로 변경되는 경우, 양도계약이 이를 포함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대상 채권을 특정하여 양도관계를 보완하고 그 통지까지 명확히 하여야 한다.

마. 확정금액은 대법원 주문을 기준으로 정리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항소심이 인정한 원금은 유지되었지만 이율과 적용 기간이 변경되었다.
집행이나 정산에서는 항소심의 연 25%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법원이 확정한 2003. 5. 31.까지 연 5%, 2003. 6. 1.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구분을 적용하여야 한다.
같은 또는 유사한 사안을 다룬 다른 글
해고가 무효라도 임금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가 — 근로제공 의사와 사용자의 귀책사유 함께 인용한 판례 2001다79013 공로퇴직금 지급을 전제로 한 퇴직 신청을 일반사직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 함께 인용한 판례 2010다15615
이 글이 다룬 조문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