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효인 과세처분의 취소소송도 세금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킨다

핵심 결론 무효인 과세처분에 따라 납부한 세금의 반환청구권은 납부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다만 과세처분의 취소·무효확인소송도 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므로 시효를 중단시킨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판결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부당이득금〕
대한민국의 상고를 기각하여 국가의 환급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소멸시효는 취소판결 확정일부터가 아니라 세금 납부일부터 진행하지만, 먼저 제기한 과세처분 취소소송으로 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이유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하급심
서울고등법원 1991. 7. 25. 선고 91나1693 판결
원심은 과세처분을 취소한 판결이 확정된 1990. 7. 27.부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쟁점원심대법원
과세처분의 당연무효 여부당연무효라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강압적으로 작성된 자료에 근거한 처분으로서 당연무효라고 판단
소멸시효 기산점과세처분 취소판결 확정일세금의 납부 또는 징수일
시효 항변을 배척한 이유판결 확정일부터 계산하면 시효가 완성되지 않음납부일부터 시효가 진행하였으나 과세처분 취소소송으로 중단됨
결론국가의 환급의무 인정원심의 결론을 유지하고 국가의 상고 기각

관련판례

가. 이 사건에서 폐기한 판례

대법원 1987. 7. 7. 선고 87다카54 판결
무효인 과세처분으로 납부한 조세의 반환청구권은 오납일부터 시효가 진행하고, 과세처분에 대한 행정쟁송절차나 판결은 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취지의 판례이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판례를 명시적으로 폐기하였다. 다만 오납일부터 시효가 진행한다는 기산점 법리는 유지하고, 과세처분에 관한 소송의 시효중단 효력을 부정한 부분을 배척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나. 적용 범위를 제한하여 변경한 판례

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1500, 1501 판결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에 대한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례이다.
이 사건에서는 그 법리가 과세처분에 관한 행정소송과 해당 처분으로 인한 오납금 반환청구권 사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견해를 변경하였다.
모든 행정소송에 대하여 관련 민사채권의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발생과 시효 기산점에 관한 판례

관련법령

관련법령이 사건에서의 의미
민법 제741조무효인 과세처분에 따라 국가가 받은 세금의 부당이득반환
민법 제166조 제1항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원칙
민법 제168조 제1호청구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
국세기본법 제51조국세환급금에 관한 규정
국세기본법 제54조국세환급금 및 국세환급가산금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
행정소송법 제1조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
이 사건에서 문제 된 환급청구권의 시효기간은 5년이다. 판결의 참조조문에는 위 규정을 “구법”이나 특정 개정 전 법률로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임의의 개정 전 문구를 덧붙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강압적으로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세금이 부과되었다

원고 회사는 고등교과서주식회사이고, 피고는 대한민국이다. 나머지 원고들은 원고 회사로부터 환급채권 일부를 양수한 사람들이다.
검인정교과서 관련 조세포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회사 간부들을 연금하는 등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하였다. 회사 간부들은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탈세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확인서·진술서 등을 작성하였다.
국세청은 이러한 자료 등을 토대로 매출누락과 대표이사·주주들에 대한 상여·배당이 있었다고 보았다. 또한 주주들에게 조사 결과에 따른 소득신고를 강권하면서, 불응하면 개인업체에 대한 강력한 세무조사나 형사입건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 결과 작성된 확인서·명세서·각서 등이 과세자료로 사용되었다.

나. 회사는 세금을 납부한 후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에 따르면 회사에 대하여 1984. 6. 1. 자 51개 과세처분, 1984. 7. 10. 자 71개 과세처분이 이루어졌다.
회사는 세금을 납부하고, 국세기본법상 전심절차를 거쳐 서울고등법원 87구396호로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행정소송에서는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무효를 선언하는 의미의 취소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판결은 1990. 7. 27.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다. 회사와 환급채권 양수인들이 국가에 반환을 청구하였다

원고들은 1990. 9. 1. 대한민국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이 환급의무를 인정한 금액은 납부한 본세·방위세·불납부가산세와 국세환급가산금을 합한 5,745,535,181원이다. 이는 원고 회사와 환급채권 일부를 양수한 사람들에게 반환할 금액의 합계이다.

라. 국가는 과세처분이 처음부터 무효였다는 점을 들어 시효소멸을 주장하였다

국가는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면 반환청구권도 세금 납부 당시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그때부터 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 국가는 1984. 6. 15.부터 시효가 진행하여 1990. 9. 1. 소 제기 전에 5년이 지났다고 항변하였다.
이 사건의 특징은 국가가 과세처분의 유효성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분이 처음부터 무효였으므로 반환청구권도 일찍 발생하였고, 이미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납부일부터 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였지만, 앞서 제기한 행정소송의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하여 반환책임을 유지하였다.

법리

가. 강압적으로 작성된 과세자료에 근거한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

대법원은 과세자료가 수사기관이나 과세관청의 억압적인 강요로,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 없이 작성되었다면 진정한 과세자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한 자료에 터 잡은 과세처분의 하자는 중대하다. 나아가 과세관청이 자료 작성에 직접 관여하여 그 경위를 알고 있었다면, 과세관청과의 관계에서 그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았다.
또한 선행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이므로, 원심이 그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다.

나. 무효인 처분에 따른 반환청구권은 납부 당시 발생한다

과세처분이 처음부터 무효라면 국가는 조세를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다. 따라서 납세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세금을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때 발생하고 확정된다.
후에 과세처분의 무효를 선언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그때 비로소 반환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소송 형식이 취소소송이었다는 점도 이를 바꾸지 않는다.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판결은 이미 존재하던 무효를 확인하는 것이므로, 그 확정일을 최초의 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

다. 무효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사실상 장애에 해당한다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법률상 장애란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거나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경우처럼, 법률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 다음 사정들은 이 사건에서 법률상 장애로 인정되지 않았다.
  •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지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사정
  • 반환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사정
  • 이를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었다는 사정
  • 처음부터 취소소송과 반환청구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사정
따라서 이 판결을 “과세처분의 무효가 판결로 확인될 때까지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정리하면 결론을 잘못 이해하게 된다.

라.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도 반환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

이 판결의 핵심은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범위이다.
대법원은 재판상 청구가 반드시 해당 금전의 지급을 직접 청구하는 소송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라도, 이를 통하여 권리를 실현하려는 것이고 권리 위에 잠자는 상태가 아님을 표명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시효중단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
판단의 핵심은 선행소송과 후행청구 사이에 단순한 관련성이 있는지가 아니라, 선행소송이 후행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지이다.

마. 과세처분의 효력과 조세 반환청구권은 표리관계에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행정소송과 반환청구권 사이에 다음과 같은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 과세처분 취소·무효확인소송은 실질적으로 조세채무의 존부를 다투는 성격을 가진다.
  • 과세처분이 유효한지에 따라 납부한 조세를 국가가 보유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 과세처분의 효력과 환급청구권의 존부는 서로 표리관계에 있다.
  • 과세관청을 상대로 한 소송과 국가를 상대로 한 반환청구는 실질적으로 동일 당사자 사이의 양면적 법률관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납금 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제기한 과세처분 취소·무효확인소송은 반환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

바. 시효 기산점과 시효중단을 구분하여 원고를 보호하였다

이 사건의 판단 구조는 다음과 같다.
판단 단계대법원의 결론
반환청구권은 언제 발생하는가세금 납부 또는 징수 시
언제부터 시효가 진행하는가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때
무효 여부를 몰랐다는 사정으로 기산점이 늦춰지는가그렇지 않음
먼저 제기한 과세처분 취소소송에 어떤 효력이 있는가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중단
국가의 시효소멸 항변이 인정되는가인정되지 않음
즉, 대법원은 기산점을 늦추는 방법이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진 재판상 권리행사의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을 보호하였다.

사. 반대의견도 납부일부터 시효가 진행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였다

반대의견은 과세처분의 당연무효와 납부일부터의 시효 진행에는 동의하였다. 견해가 갈린 부분은 과세처분에 관한 행정소송이 별개의 민사상 반환청구권까지 중단시키는지였다.
반대의견은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과 국가에 금전 반환을 구하는 소송은 대상과 당사자가 다르므로, 전자의 제기를 후자의 재판상 청구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반면 다수의견은 형식적인 소송 구분보다 기본적 법률관계와 반환청구권의 실질적인 연결관계를 중시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가. 무효를 확인받은 날과 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날을 구분해야 한다

무효인 처분이나 법률행위에 따라 금전이 지급되었다면, 무효가 나중에 판결로 확인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반환청구권의 시효 기산점이 판결 확정일로 미뤄지는 것은 아니다.
반환청구권의 발생 시점과 이를 확인한 판결의 확정 시점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나. 선행소송이 후행 금전청구의 실현수단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선행소송을 근거로 시효중단을 주장할 때에는 다음 사항이 중요하다.
  • 선행소송에서 다툰 법률관계가 무엇인지
  • 그 판단이 후행 반환청구권의 존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 선행소송이 해당 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치는 당사자와 청구 범위가 무엇인지
단순히 같은 사건에서 비롯된 소송이라는 사정만으로 모든 관련 채권의 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다. 행정소송의 제기와 행정상 불복절차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이 재판상 청구로 인정한 것은 과세처분에 관한 소송의 제기이다.
전심절차를 거쳤다는 사실도 사건 경위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를 근거로 모든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에 동일한 재판상 청구의 효력이 있다고 정리해서는 안 된다. 각 절차의 시효에 관한 효력은 적용 법률에 따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라. 앞선 부동산 판례의 ‘시효 불진행’과 구분해야 한다

판례권리행사의 형태시효에 관한 판단
76다148 전원합의체 판결매수인이 부동산을 인도받아 사용·수익이전등기청구권의 시효 불진행
98다32175 전원합의체 판결인도받은 부동산을 전매하고 점유를 승계전매 후에도 이전등기청구권의 시효 불진행
이 사건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반환청구권의 기본적 법률관계인 과세처분의 효력을 소송으로 다툼납부일부터 진행한 반환청구권의 시효가 재판상 청구로 중단
세 판결 모두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중시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진행하는 시효를 소송으로 중단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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