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표자가 법인에 대한 불법행위에 가담한 경우, 법인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하는가

핵심 결론 대표자가 법인에 대한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면, 그 대표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다는 것만으로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이 있는 다른 임원·사원·직원 등이 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안 때부터 진행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4126 판결〔손해배상(기)〕
불법행위에 가담한 조합장의 인식을 조합의 인식으로 보아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였다.
조합의 이익을 보전할 권한이 있는 감사들이 비리를 적발한 1993. 11. 30.을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판단하였다.
대전고등법원 1999. 9. 30. 선고 98나7986 판결〔손해배상(기)〕
환송심은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조합장과 직원들의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다. 다만 신의칙에 따라 책임액을 제한하였으며, 신원보증인들에 대해서는 조합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였다.
환송심 판결의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하급심

가. 제1심

대전지방법원 1996. 8. 28. 선고 95가합5039 판결.

나. 환송 전 항소심

대전고등법원 1998. 6. 24. 선고 96나6361 판결.
조합장이 직원들의 인삼 부당 출고를 당시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조합도 손해와 가해자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손해배상청구권은 소 제기 전에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았다.

다. 환송심

대전고등법원 1999. 9. 30. 선고 98나7986 판결.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효 완성을 부정하고, 환송된 청구 부분에 관하여 추가로 배상을 명하였다. 환송 전 판결에서 이미 인정되어 분리 확정된 배상 부분은 환송심 심판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78. 7. 11. 선고 78다626 판결, 대법원 1978. 9. 26. 선고 78다835 판결 및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다35771 판결
대상 대법원 판결이 담보물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의 범위와 발생 시기에 관하여 참조한 판례들이다.

나. 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23271 판결

환송심이 대환의 실질과 기존 채무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면서 참조한 판례이다.

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2611 판결

사용자가 피용자의 업무상 불법행위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신의칙상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리와 관련된 판례이다.

라. 대법원 1977. 6. 7. 선고 76다1853 판결

환송심이 사용자의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판단하면서 참조한 판례이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3년 단기소멸시효와 그 기산점에 관한 규정이다.

나. 민법 제750조, 민법 제760조

담보물의 부당 출고 및 이를 방조한 행위에 대한 불법행위·공동불법행위책임과 관련된다.

다. 민법 제2조

환송심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하여 배상책임을 제한한 신의칙과 관련된다.

라. 농업협동조합법 제47조, 제48조, 제57조 및 제57조의2

대법원이 감사의 권한과 조합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판단하면서 제시한 당시 조문이다.

마. 신원보증법 제4조 제1호

환송심이 직원의 업무상 불성실한 행위에 관한 사용자의 고지의무를 판단하면서 적용한 당시 조문이다.
농업협동조합법과 신원보증법의 위 조문은 판결 당시 조문번호이다. 판결문에는 특정 개정 전 법률이라는 괄호 표시가 없으므로, 판결에 없는 개정일·법률번호를 임의로 추가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원고 조합은 인삼을 담보로 대출하고 이를 창고에 보관하였다

원고는 지역농업협동조합으로서 법인이다. 환송심에서는 종전 조합이 다른 조합과 합병되어 원고 조합으로 된 사실이 반영되었다.
조합은 인삼상인들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판매를 위탁받은 인삼을 담보로 시가조사표상 가격의 약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하였다. 인삼은 조합 창고에 보관하였다.
원칙적으로 조합이 인삼을 판매해야 했지만, 상인들이 시세를 더 잘 알고 장기 보관하면 변질될 우려가 있어 상인들에게 출고하여 판매하도록 하는 방식도 사용하였다.
다만 출고하려면 대출금을 상환받거나 다른 인삼을 담보로 추가 입고받아야 했다.

나. 직원들은 대출금 회수나 대체 담보 확보 없이 인삼을 출고하였다

환송심 판결의 표시를 기준으로 당사자들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당사자지위와 역할
원고 조합인삼을 담보로 대출한 채권자이자 피해 법인
피고 C조합장. 부당 출고를 알면서 묵인·방치
피고 D전무. 담보물 관리 및 부당 출고에 관여
피고 E판매계 담당 서기. 담보물인 인삼을 관리·출고
망 F 및 피고 L피고 E의 신원보증인
피고 G·H·I·J·K사망한 신원보증인 F의 상속인
환송된 부분에서 문제 된 부당 출고는 1990. 5. 20.경부터 1991. 8. 24.까지 이루어졌다. 인삼은 합계 14,424근, 시가 합계 394,822,000원이었다.
조합장 C는 부당 출고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 감사들이 1993년 자체감사를 통하여 비리를 적발하였다

조합의 감사들은 그동안 비리를 모르고 있었다.
1993년 11월 중순경 조합장 C의 감사요청을 받은 뒤, 같은 달 23일경부터 30일까지 자체감사를 실시하여 인삼 부당 출고 사실을 적발하였다. 감사들은 이를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군지회와 도지회에 보고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였다.
원고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날은 1995. 5. 9.이다.
따라서 부당 출고 당시부터 시효가 진행하면 일부 청구는 3년이 지났지만, 감사가 비리를 적발한 때부터 진행하면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라. 환송심은 배상을 일부 인정하면서 책임액을 제한하였다

환송심은 시효 항변을 배척한 뒤, 환송된 청구 부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환송심에서 추가로 인정한 책임
조합장 C와 담당 서기 E연대하여 1억 3,000만 원
전무 D위 1억 3,000만 원 중 1억 원에 관하여 C·E와 연대책임
신원보증인 L 및 망 F의 상속인들청구기각
1억 3,000만 원과 1억 원을 합산하여 2억 3,000만 원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D의 책임은 C·E가 부담하는 1억 3,000만 원 중 일부에 중첩된다.
위 금액은 환송심에서 추가로 인정한 원금이며, 환송 전에 이미 분리 확정된 배상 부분과는 별개이다.

법리

가. 담보가치 침해에 따른 손해는 담보권 실행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담보물을 권한 없이 멸실·훼손하거나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대법원은 그 손해가 담보 목적물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하는 피담보채권액으로 정해지며, 피담보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하여 담보권을 실행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손해 발생 시점을 장래의 대출금 미회수 확정일이나 담보권 실행 시점으로 미룰 수는 없었다.
다만 손해가 발생한 시점과 법인이 손해·가해자를 알았다고 평가되는 시점은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의 파기 이유는 손해 발생이 늦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인식 주체를 잘못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나. 법인의 인식은 통상 대표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하지만, 가담한 대표자에게는 예외가 인정된다

법인의 손해배상청구권에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
그러나 대표자가 법인에 대한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면 법인과 대표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그 대표자가 자신과 공범들을 상대로 법인을 위하여 배상청구를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해당 이해상반 관계에서는 대표권도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가담한 대표자의 인식만으로 법인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대표자의 지위 자체가 모든 업무에서 상실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가담한 불법행위에 관한 법인의 권리행사에서 이해상반이 발생한다는 취지이다.

다.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이 있는 사람의 인식이 중요하다

대법원은 다른 임원·사원·직원 등이 다음 요건을 갖춘 경우를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이 있을 것.
  •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을 것.
이 사건에서는 당시 농업협동조합법상 감사가 감사를 실시하고 부정 사실을 총회에 보고하며, 조합을 대표하여 조합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권한을 가진다는 점이 중요하였다.
대법원은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직원도 직무상 조합의 이익을 보전할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있고, 당시 법상 일정한 동의를 얻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조합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직원 누구든 소문을 들으면 시효가 시작된다는 뜻도 아니고, 반드시 새 대표자가 취임해야 시효가 시작된다는 뜻도 아니다. 그 사람의 권한과 실제 인식의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라. 이 사건의 기산점은 감사가 비리를 적발한 1993. 11. 30.이다

대법원은 감사들이 자체감사를 마치고 비리를 적발한 1993. 11. 30.을 기산점으로 판단하였다.
구분환송 전 원심대법원 및 환송심
인식의 기준이 된 사람불법행위에 가담한 조합장조합의 이익을 보전할 권한이 있는 감사
기산점1990∼1991년의 부당 출고 당시1993. 11. 30.
1995. 5. 9. 소 제기의 효과일부 청구는 3년 경과3년 이내 제소
판단시효 완성 인정시효 항변 배척
다만 모든 사건에서 감사 종료일이 자동으로 기산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때 감사들이 비리를 적발하여 권리행사가 가능한 정도로 알았다고 인정된 것이다.

마. 형사고발이나 유죄판결 확정을 기다려 시효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형사절차와 별개인 민사상의 제도라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형사소추 여부나 형사재판 결과를 기준으로 시효 기산점을 정하지 않는다. 법인의 권리를 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손해와 가해자를 이미 알았다면,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시효 진행이 늦춰지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형사판결 확정일이 아니라 자체감사를 통해 비리를 적발한 날을 기준으로 삼았다.

바. 대환이나 추가 담보 제공만으로 기존 손해가 회복되었다고 볼 수 없다

환송심은 장부상 기존 대출금이 회수된 것으로 처리되어 있더라도, 실질이 신규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대환이라면 손해가 현실적으로 회복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채무자가 일부 금액을 변제하거나 부동산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손해 전액을 공제하지 않았다. 잔존 대출금, 담보물의 실제 가치, 해당 변제가 어떤 채무에 충당되었는지를 함께 검토하였다.
특히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은 실제 회수액이나 담보물의 시가와 동일하지 않다. 채권최고액 상당을 그대로 손해액에서 공제할 수는 없다.

사. 환송심은 업무 관행과 조직의 관리상 문제를 고려하여 배상책임을 제한하였다

환송심은 부당 출고가 위법하다는 점과 별도로 배상액의 범위를 검토하였다.
조합에서 유사한 출고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졌고, 여러 차례 감사에서도 지적되지 않았으며, 피고들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고려하였다. 조합장이 적극적으로 실행하기보다 방조하였고, 나중에 직접 감사를 요청한 점도 반영하였다.
이에 따라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신의칙상 책임액을 제한하였다.
관행이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 아니라, 위법성과 책임을 인정한 후 배상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아. 신원보증인의 책임은 시효가 아니라 조합의 고지의무 위반 때문에 부정되었다

담당 서기 E의 신원보증인들은 1991. 4. 6. 신원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조합장 C는 그보다 앞서 E의 부당 출고를 알고 있었다.
환송심은 조합이 이러한 사정을 신원보증인들에게 고지했어야 하고, 고지하였다면 이들이 보증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아 책임을 부정하였다.
여기서는 조합장의 인식이 고지의무 판단에 반영되었다. 이는 단기소멸시효에서 가담한 대표자의 인식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과 판단 목적이 다르다.
즉, 법인이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을 판단하는 문제와 법인이 신원보증인에게 위험을 알려야 하는 문제를 구분한 것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손해 발생일과 인식일을 별도로 정리해야 한다

담보가치가 훼손된 날, 대표자가 이를 안 날, 감사나 비가담 임직원이 이를 안 날을 각각 특정해야 한다.
손해가 이미 발생하였다고 해서 가담한 대표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곧바로 단기소멸시효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나. 인식한 사람의 권한과 가담 여부를 함께 입증해야 한다

누가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람이 불법행위에 가담했는지, 법인의 이익을 보전할 직무상·법률상 권한이 있었는지, 배상청구가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을 알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감사보고서, 내부 보고, 조사 요청, 이사회·총회 자료, 고발장 등은 이러한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다. 형사절차의 진행과 민사상 시효 관리를 분리해야 한다

형사수사나 재판에서 책임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이유만으로 민사상 시효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의 핵심도 형사판결 확정 여부가 아니라 법인의 권리를 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언제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는지에 있다.

라. 시효 항변 배척이 전액 배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시효 항변이 배척된 뒤에도 신의칙상 책임 제한과 신원보증인의 고지의무 문제가 별도로 심리되었다.
따라서 소송에서는 시효뿐 아니라 실제 손해, 변제·회수 내역, 책임 제한 사유 및 보증책임의 요건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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