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은 피고 재단법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피고가 시공회사의 레미콘 대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고, 등기되지 않은 정관상 대표권 제한을 이유로 보증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는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사례이다.
하급심
대구고등법원 1991. 6. 13. 선고 90나4724 판결
피고 재단법인이 시공회사의 레미콘 대금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정관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표권 제한이 등기되었다는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75. 4. 22. 선고 74다410 판결
정관상 재산처분에 필요한 의사결정 절차와 대표권 제한의 대외적 효력을 구별한 선행 판례이다.
이 사건에서는 대표권 제한을 등기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인용되었다.
나. 대법원 1987. 11. 24. 선고 86다카2484 판결
사단법인의 채무인수에 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제한은 대표권 제한이며, 그 제한이 등기되었다는 주장·입증이 없다면 결의의 흠결을 이유로 제3자에게 채무인수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다8558 판결
앞서 정리한 재단법인의 기본재산 변경허가에 관한 비교판례이다.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기본재산에 편입된 부동산을 반환하는 것은 정관변경을 초래하므로, 반환에도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법률상 요구되는 정관변경 허가와 정관이 정한 대표권 제한은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결론을 기본재산 처분허가가 필요 없는 것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60조 — 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대항요건
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제한은 등기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이다. 판결은 여기서 보호되는 제3자를 정관 규정에 관하여 선의인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나. 민법 제49조 — 법인의 등기사항
민법 제49조 제2항 제9호는 이사의 대표권을 제한한 때에는 그 제한을 등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정관에 제한을 기재하는 것과 그 제한을 등기하는 것은 별개의 절차이다.
위 조문들은 판결에서 별도의 ‘구법’ 표시 없이 인용되었으므로, 판결의 표기에 따라 기재하였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의 관계
원고는 레미콘 공급업체인 주식회사 보림콘크리트이고, 피고는 재단법인 대구 애락보건병원이다.
피고로부터 도로포장공사를 도급받은 시공회사는 경원건설 주식회사이다.
각 당사자의 지위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레미콘을 직접 매수한 당사자로서가 아니라, 시공회사의 대금채무를 연대보증한 자로서 책임을 부담하였다.
나. 레미콘 공급과 재단법인의 연대보증
경원건설은 피고의 도로포장공사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레미콘을 원고로부터 구입하였다.
원심은 피고 재단법인이 원고에 대하여 경원건설의 레미콘 대금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대법원도 이러한 사실인정을 수긍하였다.
판결문에는 보증금액이나 보증서의 구체적인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다. 정관이 요구한 채무부담 절차
피고 정관 제10조는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에 채무를 부담시키는 계약을 체결할 때 다음 절차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었다.
- 이사회의 결의
- 노회와 설립자의 승인
- 주무관청의 인가
피고는 이러한 절차의 흠결을 이유로 연대보증계약의 효력을 다투었다.
라. 대표권 제한의 등기에 관한 주장·입증 부재
정관에 위와 같은 제한이 있다는 점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그 대표권 제한이 등기되어 있다는 주장·입증은 없었다. 대법원은 이 점을 근거로 피고가 원고에게 정관상 절차의 흠결을 주장하여 보증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가. 채무부담에 결의·승인을 요구하는 정관 규정은 대표권 제한이다
법인의 대표자가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 이사회 결의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은, 대표자가 대표권을 행사하는 방법과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노회·설립자의 승인과 주무관청의 인가를 요구하는 정관 조항도 함께 법인 대표권의 제한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외적 효력은 민법 제60조의 등기 요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나. 정관에 규정되어 있어도 등기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정관은 법인의 내부 조직과 업무처리 기준을 정한다. 그러나 정관에 대표권 제한을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그 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60조에 따라 대표권 제한을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등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관상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과 그 흠결을 이유로 거래 상대방에게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별개이다.
다. 등기되지 않은 대표권 제한은 상대방이 알고 있었더라도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은 원고가 정관 규정에 관하여 선의인지 악의인지와 관계없이 피고가 그 제한을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
여기서 ‘악의’는 상대방이 정관상 제한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도덕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하였다는 뜻이 아니다.
따라서 이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상대방이 정관을 읽었거나 승인절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등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이 판결은 대표권 제한의 인식에 관한 판단이다. 통모나 대표권 남용 등 별개의 무효사유까지 모두 배제한 판결은 아니다.
라. 정관상 절차 위반만으로 연대보증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연대보증 사실이 인정되었고, 정관상 제한이 등기되었다는 주장·입증이 없었다.
따라서 피고는 이사회 결의나 승인·인가 절차의 흠결을 들어 원고에게 보증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었다.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의 보증책임 판단을 유지하였다.
마. 법률상 허가 요건과 정관상 대표권 제한은 구별해야 한다
앞서 본 기본재산 처분 사건과 이 사건은 모두 ‘허가’ 또는 ‘인가’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그 법적 근거가 다르다.
따라서 이 사건을 “재단법인이 주무관청의 인가 없이 어떤 계약이든 유효하게 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 정관과 법인등기사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대표권 제한의 존재는 정관으로, 그 제한의 대외적 대항 가능성은 등기 여부를 통하여 확인해야 한다.
법인이 계약의 효력을 다투려면 단순히 정관 조항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제한의 등기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나. 거래 상대방에게 정관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관을 교부하거나 승인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여 상대방이 이를 알게 되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미등기 대표권 제한에 대항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재단법인이 제한을 대외적으로 주장하려면 정관 정비와 별도로 필요한 등기를 갖추어야 한다.
다. 보증책임과 내부 책임은 구별해야 한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보증책임이 인정된다는 사실이 대표자의 내부 절차 위반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은 대표자 개인의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한 사건이므로 볼 수 없으며, 그러한 내부 책임은 별도의 요건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라. 다른 법적 형태의 단체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 사건 피고는 민법상 재단법인이다.
주식회사나 비법인사단의 내부 의사결정 위반 문제에는 적용 법률과 상대방 보호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악의의 상대방도 보호된다’는 결론을 모든 단체에 일률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