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대법원 판결
대법원 1997. 3. 25. 선고 96다51271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원고의 상고는 기각하고, 피고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계약금으로 교부한 당좌수표가 지급되지 않았는데도 계약금 채무가 소멸한 것으로 판단한 부분이 파기 이유이다.
나. 파기환송심 판결 — 확정
대전지방법원 1997. 7. 16. 선고 97나3161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로부터 분양대금 전액인 87,682,647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는 제1심의 결론이 유지되었다.
사용자가 알려준 확정 경과에 따라 파기환송심 확정 사례로 정리한다.
다. 제1심 및 환송 전 항소심
관련판례
가. 표현대리를 주장하는 상대방의 선의·무과실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는 상대방에게 대리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 데 대한 과실이 있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와 관련하여 인용되었다.
나. 분양중개와 대리권 수여의 구별
대법원 1970. 2. 24. 선고 69다2011 판결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2190 판결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2190 판결
분양중개를 부탁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체결이나 대금 수령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인용되었다.
다. 계약체결 대리권과 계약해제 대리권의 구별
매매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있었다고 하여 계약을 해제하거나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권한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이다.
관련법령
가. 대리권 및 표현대리
나. 대금 지급 및 동시이행
다. 그 밖의 책임에 관한 규정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에는 민법 제125조, 민법 제118조, 민법 제460조, 수표법 제12조가 기재되어 있다. 나머지는 판결에서 다룬 쟁점의 이해를 위한 관련 규정이다. 판결에 구법 표시가 없어 임의로 구법 문구를 덧붙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 — E는 누구의 대리인이었는가
F 주식회사와 G 주식회사는 G가 분양 희망자를 모집하여 알선하고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F가 G에 분양대금의 8%를 중개수수료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E는 피고 측에 대해서는 분양 희망자를 연결하는 중개인이었고, 원고에 대해서는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대리인이었다. 피고를 대신하여 분양대금을 받을 권한까지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나. 계약 체결과 원고의 대금 교부
원고는 1994. 7. 26. 오피스텔 1층에 있던 E의 분양사무실을 방문하여 계약금 명목으로 30,000,000원을 교부하였다. 원고는 E에게 자신의 도장 사용을 허락하면서 분양계약 체결을 맡겼다.
E는 1994. 8. 2.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 측 대리업무를 수행하던 F 주식회사의 과장 D와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분양대금은 87,682,647원이었다.
환송심이 인정한 원고의 E에 대한 교부 내역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원고가 E에게 돈을 맡긴 사실과 피고가 분양대금을 지급받은 사실은 별개의 문제였다.
원고는 소송에서 86,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며 1,682,647원만 추가로 지급하면 된다고 청구하였다. 다만 판결이 구체적으로 인정한 E에 대한 교부액은 위 표의 82,500,000원이므로, 두 금액을 동일한 인정 사실로 기재해서는 안 된다.
다. 피고에게 전달된 것은 지급되지 않은 당좌수표
E는 계약 체결 당시 계약금 명목으로 액면금 3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피고 측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다음 날 그 수표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피고 측 D는 E로부터 분양계약서를 돌려받고 원고 명의의 포기각서를 받은 다음, 수표에 사선을 긋고 반환하였다.
피고는 이를 근거로 분양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E가 원고로부터 계약을 해제할 권한까지 받았다는 증거는 없었다.
라. 원고와 피고의 주장
원고는 E가 분양사무실을 운영하고 분양사업본부 대표이사라는 명함을 사용하였으므로, E에게 지급한 돈을 피고에 대한 유효한 대금 지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해제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분양대금 전액을 지급받기 전에는 이전등기를 해줄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마. 파기환송과 확정된 결론
환송 전 항소심은 표현대리 등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도, 30,000,000원의 당좌수표 교부는 계약금 지급에 갈음한 것으로 보았다. 그 결과 나머지 57,682,647원의 지급과 이전등기의 동시이행을 명하였다.
대법원은 수표 교부 자체로 계약금 채무를 소멸시키기로 하는 특약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파기하였다.
환송심은 분양대금 전액이 미지급 상태라고 보아, 87,682,647원 전액의 지급과 이전등기의 동시이행을 인정하였다.
법리
가. 중개권한과 대금 수령대리권은 구별된다
분양 희망자를 모집하고 계약 체결을 알선할 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분양자를 대신하여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금을 받을 권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E의 업무는 분양 희망자를 F 주식회사에 연결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었다. 계약서 작성과 분양대금 수납은 F 주식회사가 직접 관리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E에게 돈을 맡겼더라도, 피고의 수령대리인이 아닌 사람에게 교부한 돈이라는 점에서 피고에 대한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나.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 — 권한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대리권의 부존재를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 과실도 없어야 한다.
법원은 다음 사정에 주목하였다.
- 계약서 작성과 대금 수납을 F 주식회사가 직접 관리하였다.
- E가 발행한 영수증은 피고나 F 주식회사 명의가 아닌 E 개인 명의였다.
- 통상적인 계약 절차도 분양 희망자를 F 주식회사 사무실로 안내하여 피고 명의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 원고가 피고나 F 주식회사에 확인하였다면 E에게 대금 수령권한이 없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따라서 E의 사무실이나 명함만 믿고 수령권한을 확인하지 않은 원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아 표현대리를 부정하였다.
분양 현장에서 활동하였다는 외관만으로 대금 수령권한에 대한 신뢰가 언제나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다.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 피고로부터 받은 기본대리권의 부재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그 전제로 본인이 부여한 기본대리권이 있어야 한다.
E는 피고 측으로부터 분양중개를 부탁받았을 뿐, 분양계약 체결에 관한 기본대리권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민법 제126조에 의한 표현대리도 성립하지 않았다.
여기서 원고가 E에게 계약체결 대리권을 주었다는 사실은 피고의 표현대리책임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원고가 부여한 대리권과 피고가 부여하였는지가 문제 되는 대리권은 본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라. 계약체결 대리권이 있다고 계약해제 대리권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E는 원고로부터 분양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받았다. 그러나 그 권한만으로 이미 체결된 계약을 합의해제하거나 원고의 계약상 권리를 포기할 권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 측이 E로부터 계약서와 원고 명의의 포기각서를 받았더라도, E에게 해제권한이 있었다는 증명이 없으면 원고에 대한 합의해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대금 지급의 효력은 부정되었지만, 계약 자체는 합의해제되지 않고 존속하였다.
마. 수표 교부와 기존 채무의 소멸은 구별된다
수표를 교부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기존 채무의 소멸 여부가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는 수표를 받는 것만으로 계약금 채무를 소멸시키기로 한 특약이 인정되지 않았다. 수표도 실제 지급되지 않았으므로 계약금 30,000,000원은 변제된 것으로 볼 수 없었다.
이 부분이 대법원이 환송 전 항소심을 파기한 직접적인 이유이다.
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명의대여자책임·사용자책임도 부정
원고는 표현대리 이외의 법리로도 피고의 책임을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용자책임 주장에 관한 원심의 판단 누락을 지적하면서도, 피용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환송심은 예비적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이미 확정되었고, 주위적 이전등기청구만 심판대상으로 남았다고 정리하였다.
사. 최종 결론은 계약 무효나 이전등기청구 전부 기각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분양계약의 효력이 유지되었으므로 피고의 이전등기의무도 인정되었다. 다만 피고에 대한 유효한 대금 지급이 인정되지 않아 분양대금 전액을 지급받는 것과 이전등기를 하는 것이 동시이행관계에 놓였다.
환송심 주문이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이유도 제1심에서 이미 이러한 동시이행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원고의 이전등기청구 자체가 전부 배척된 사건으로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실무적 유의점
가. 대리권은 본인과 행위별로 확인해야 한다
누구의 대리인인지부터 확인한 다음, 계약체결권·대금 수령권·계약해제권을 구분해야 한다. 계약을 대신 체결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금을 지급하거나 해제합의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나. 대금 지급에서는 수령권한과 실제 귀속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분양사무실, 직함, 명함보다 위임장, 계약서의 납부계좌, 영수증 발행 명의 및 분양자의 확인이 중요하다. 중개인에게 돈을 맡겼다는 자료만으로 분양자에 대한 지급 사실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다. 수표를 받았다면 교부의 취지와 결제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수표 수령 사실과 실제 대금 지급 사실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특약이 있는지, 수표가 실제 결제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라. 이 판결은 중개인 자신의 반환·배상책임을 판단한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은 원고가 분양자인 피고에게 이전등기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E에게 맡긴 돈의 반환이나 E 자신의 손해배상책임은 별개의 청구 문제로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