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6,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한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06. 9. 28. 선고 2005가합14340 판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7. 10. 9. 선고 2006나102521 판결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다음 금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 원금 6,000만 원
- 이에 대하여 **2005. 11.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위 연 20%는 당시 판결에서 적용한 이율이다.
관련판례
가. 계약체결 대리권과 계약해제 등 권한의 구별
계약을 대리하여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계약해제 등 일체의 처분권이나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권한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이다.
앞서 정리한 96다51271 판결이 계약체결권과 합의해제권을 구별하였다면, 이 사건은 계약체결권과 반환금 수령권을 구별하였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나. 기본대리권의 존재 시점과 표현대리 규정의 중첩 적용
대법원 1970. 2. 10. 선고 69다2149 판결
대법원 1979. 3. 27. 선고 79다234 판결
대법원 1979. 3. 27. 선고 79다234 판결
과거에 대리권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민법 제126조를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대리권 소멸 후 민법 제129조의 표현대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권한을 넘는 행위에 대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다. 정당한 이유의 판단 기준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문제 된 대리행위 당시의 제반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한다.
관련법령
가. 대리권의 범위와 소멸
나. 표현대리
다. 무권대리와 추인
사실관계
가. 원고는 자금을 제공하고, C는 고철수거 거래를 연결하였다
원고 거성종합환경 주식회사는 파지·고철·재활용품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고물상인 C와 다음과 같은 사업구조를 약정하였다.
원고가 C를 통하여 철거업자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철거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철 등의 수거권을 취득한 다음, 그 수익을 C와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C가 거래를 주도하였지만, 계약상 권리자는 C 개인이 아니라 원고 회사였다.
나. 첫 번째 거래 — 종로구 철거현장의 고철수거권과 6,000만 원
C는 2004. 11. 23. 피고와 사이에, 서울 종로구의 주상복합건물 철거공사에서 발생하는 고철 등 재활용품을 원고가 철거·수집하여 가져가고 그 대가로 6,000만 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었다.
- 계약자: 피고
- 수급자: 원고 회사
- 수급자 보증인: C
원고는 다음 날인 2004. 11. 24. 피고의 은행계좌로 직접 6,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하급심은 이 금원을 ‘차용금’이라고 표현하면서 반환의무를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고철수거계약의 ‘계약금액’으로 설명하였다. 사실관계는 자금 제공과 고철수거권 취득이 결합된 거래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여기서 6,000만 원은 통상적인 매매계약에서 해약금으로 지급하는 일부 계약금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 두 번째 거래 — 광명시 철거현장의 고철수거권과 별도 2억 원
C는 2004. 12. 9.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와 광명시 재건축 철거현장에 관한 별도의 고철수거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2억 원을 송금하였고, 피고는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이후 원고 대표이사 I 명의의 근저당권과 가등기가 설정되었다.
그러나 피고는 철거공사를 수주하지 못하여 고철수거권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피고는 2005. 8. 31. 원고로부터 위임받은 H 법무사에게 2억 원의 자기앞수표를 교부하였고, 담보등기도 말소되었다.
이 2억 원은 반환된 별도 거래대금으로, 이 사건에서 청구한 6,000만 원과 구별된다.
라. 문제 된 6,000만 원은 C에게 지급하고 개인채권으로 정산하였다
피고는 첫 번째 거래의 6,000만 원도 이미 반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C로부터 영수증을 받았고, 2005. 3. 11.에는 6,000만 원을 변제받았다는 내용의 계약철회서도 받았다.
그러나 원고는 C에게 반환금을 수령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다투었다.
마. 소송에서는 계약당사자와 반환금 수령권한이 쟁점이 되었다
원고는 소장 부본의 송달로 고철수거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6,000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순차적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실제 거래상대방은 원고가 아니라 C이다.
- 원고가 계약당사자이더라도 대리인 C에게 이미 변제하였다.
- C에게 실제 수령권한이 없더라도 표현대리가 성립한다.
- 원고가 C의 수령행위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
항소심은 이를 모두 배척하였고, 대법원이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법리
가. 거래를 진행한 사람과 계약당사자는 다를 수 있다
피고는 원고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모든 거래를 C와 진행하였다는 이유로 C가 계약당사자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서상 당사자가 원고로 표시된 점, 원고가 직접 송금한 점, 별도 거래의 차용증에도 C가 원고의 대리인으로 표시된 점, 담보설정 및 2억 원 반환 경위 등을 종합하여 계약당사자는 원고와 피고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C가 실무를 전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반환채권을 C 개인의 채권으로 취급할 수는 없었다.
나. 계약체결 대리권은 반환금 수령권한까지 당연히 포함하지 않는다
특정 계약의 체결만을 맡긴 경우, 대리인이 그 계약을 체결하면 원칙적으로 위임 목적이 달성되어 기초적 내부관계가 종료되고 대리권도 소멸한다.
그 사람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권한까지 계속 보유하는 것은 아니다.
-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의해제할 권한
- 계약상 권리를 포기하거나 정산할 권한
- 계약 해소에 따른 반환금을 수령할 권한
-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권한
이 사건에서 C가 원고를 대리하여 두 차례 계약을 체결하였고 수익배분 관계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6,000만 원을 반환받을 권한까지 위임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였다.
이는 모든 계약체결 대리권이 언제나 체결 즉시 소멸한다는 뜻은 아니다. 계속적인 관리·이행·정산까지 위임하였는지는 수권의 내용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다. 민법 제126조의 기본대리권은 문제 된 행위 당시에 존재해야 한다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원칙적으로 현재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 그 권한을 넘은 경우에 성립한다.
과거에 적법한 대리인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아무런 대리권이 남아 있지 않은 시점의 행위에 곧바로 민법 제126조를 적용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 판단해야 할 시점은 2004년 계약체결 당시가 아니라, 2005년 C가 피고로부터 반환금을 받은 당시였다. 법원은 그때 C에게 원고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라. 대리권이 소멸했더라도 민법 제129조와 민법 제126조의 중첩 적용은 가능하다
대법원은 기본대리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표현대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법리상 다음과 같은 검토가 가능하다.
따라서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와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중첩하여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러한 법리적 가능성이다. 실제로 피고의 표현대리 항변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마. C에게 반환금 수령권한이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도 부족하였다
피고는 C가 계약체결, 담보설정 요구 및 별도 2억 원의 반환 과정에 계속 관여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관여만으로 C에게 6,000만 원의 반환금을 받을 권한이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별도 2억 원 거래에서도 C가 반환 현장에 참석하였지만 실제 수령자는 원고가 위임한 H 법무사였다. 거래를 연결하고 반환을 요구하거나 현장에 참석하는 행위는, 반환금을 직접 수령할 권한과 구별된다.
바. 별도 거래의 약속어음에 관한 사정으로 이 사건 수령행위의 추인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는 2억 원 거래 당시 C를 수취인으로 한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는데도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C의 수령권한을 인정하거나 그 행위를 추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다음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 원고가 C를 수취인으로 한 약속어음의 존재를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었다.
- 설령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별개인 6,000만 원 반환금 수령행위를 추인하였다고 볼 수 없었다.
추인은 문제 되는 구체적인 무권대리행위에 대한 승인이므로, 다른 거래에서 보인 태도를 근거로 포괄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사. 지급과 정산 사실이 있어도 원고에 대한 채무는 소멸하지 않았다
피고가 C에게 실제 5,100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를 상계 처리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었다. 그러나 C에게 원고를 대신하여 이를 수령·정산할 권한이 없고 표현대리나 추인도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그 처리를 원고에게 주장할 수 없었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6,000만 원 반환채무는 전액 남았다.
다만 이 판결의 중심은 수령대리권과 표현대리의 부정이다. 피고의 C에 대한 개인채권을 이용한 상계의 독립적인 요건을 상세히 판단한 판결로 확대하여 설명해서는 안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 반환할 때 수령권한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계약을 체결한 사람에게 돈을 돌려주면 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환 시점에 본인의 수령 위임이 있는지, 반환받을 계좌와 정산 범위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나. 영수증이나 계약철회서만으로 본인에 대한 변제 효력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문서의 작성자가 반환금을 받을 권한이 없다면 영수증이나 계약철회서를 받았더라도 본인에 대한 채무가 남을 수 있다. 문서의 존재와 작성자의 권한은 별개의 입증 대상이다.
다. 대리인 개인의 채권·채무를 본인의 반환채권과 섞지 않아야 한다
본인에게 반환할 돈을 대리인 개인과의 공사대금 등으로 정산하려면 본인의 동의와 해당 정산권한을 확인해야 한다. 거래를 주도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채권까지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 여러 거래에 관여했다는 사실보다 각 행위의 권한을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의 C는 계약체결, 담보설정 및 반환 협의에 관여하였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모든 거래의 반환금을 수령할 포괄적 권한이 인정되지는 않았다. 계약별·행위별·시점별로 대리권을 나누어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