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다33087 판결은 발기인이 회사의 성립을 조건으로 다른 발기인·주식인수인 또는 제3자로부터 일정한 재산을 매매 형식으로 양수하기로 한 계약을 재산인수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계약 당시에는 원시정관이 작성되지 않아 발기인 자격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장래 설립될 회사를 위하여 재산취득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로 그 회사의 발기인이 되었다면 재산인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87. 9. 8. 선고 87다카371 판결은 회사 설립 전에 발기인들이 체결한 계약이면 재산인수에 해당할 수 있지만, 회사 설립 후 대표이사가 체결한 계약이라면 사후설립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계약이 언제, 누구에 의하여 체결되었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50215 판결은 설립 중 회사가 성립하기 전 발기인이 취득한 권리·의무는 발기인 개인 또는 발기인조합에 귀속되고, 이를 설립 후 회사에 귀속시키려면 양수나 채무인수 등 별도의 이전행위가 필요하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290조 제3호는 회사 성립 후 양수할 것을 약정한 재산의 종류·수량·가격과 양도인의 성명을 정관에 기재해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발기인이 과대평가된 재산을 회사에 취득시키거나 현물출자에 관한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회사의 자본충실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변태설립사항에 관한 규정이다.
상법 제375조는 회사 성립 후 일정한 기간 내에 회사 성립 전부터 존재하던 영업용 재산을 일정 규모 이상의 대가로 취득하는 사후설립을 규율한다.
판단기준
1. 회사 설립 전에 구속력 있는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재산인수는 원칙적으로 회사 설립 전에 체결된 계약이다. 따라서 단순한 협상이나 사업계획이 아니라 목적재산과 대금 등 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관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설립 전에 성립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회사 설립 후 회사 명의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더라도, 이미 설립 전에 목적물과 대금이 확정되어 있었다면 설립 전 계약의 이행 또는 재확인에 불과할 수 있다.
반대로 설립 전에는 협상만 진행되었고 회사 설립 후 대표이사가 계약조건을 새로 확정하였다면 재산인수가 아니라 회사 성립 후의 재산취득계약으로 보아야 한다.
2. 발기인이 장래 설립될 회사를 위하여 계약했는지
계약 체결자가 발기인이고, 계약의 경제적 효과를 발기인 개인이 아니라 장래 설립될 회사에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판단할 때에는 다음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계약서에 매수인이 설립 예정 회사로 표시되었는지
상대방이 장래 설립될 회사를 위한 계약임을 알고 있었는지
회사 설립을 계약의 효력발생 조건으로 정했는지
회사가 설립 후 매매대금을 지급하도록 약정했는지
회사가 목적재산을 직접 양수하도록 정했는지
재산이 설립될 회사의 핵심 영업재산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는지
재산이 장래 회사의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 당시부터 회사가 재산을 취득하고 대금채무를 부담하도록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3. 계약 체결 후 실제로 발기인이 되었는지
계약 체결 당시 원시정관이 작성되지 않아 형식상 발기인 자격이 없었더라도 재산인수에 해당할 수 있다.
장래 회사를 설립할 의사로 재산취득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그 후 실제로 정관에 발기인으로 기명날인하고 주식을 인수하여 발기인이 되었다면, 그 계약은 상법 제290조 제3호의 재산인수에 해당한다.
따라서 계약 체결 당시의 명목상 자격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목적, 회사 설립과의 연속성 및 계약 체결자가 실제 발기인이 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4. 특정 재산을 유상으로 취득하는 계약인지
재산인수는 회사가 특정 재산을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하는 계약이다. 부동산·기계·설비·특허권·영업용 자산 등 회사의 자산이 될 수 있는 재산이 대상이 된다.
계약의 명칭이 매매계약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실질이 특정 재산의 유상취득이라면 재산인수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단순한 사무실 임대차, 설립절차에 필요한 용역계약, 자금차입, 계속적 물품공급계약 등은 원칙적으로 특정 재산을 양수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재산인수와 구별된다.
5. 현물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계약인지
발기인이 재산을 출자하고 주식을 취득하면 본래 현물출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물출자에 관한 조사절차를 피하기 위하여 회사 설립 후 매매 형식으로 재산을 이전하고 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였다면 재산인수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91다33087 판결도 발기인이 부동산을 현물출자하기로 하면서 회사 설립 후 회사와 발기인 사이의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로 한 약정을 재산인수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계약의 명칭보다 거래의 실질과 현물출자 규제를 우회하려는 구조인지를 살펴야 한다.
6. 재산인수와 발기인의 개인적 취득을 구별해야 한다
발기인이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재산을 취득한 후 장래 별도의 합의를 거쳐 회사에 양도하기로 한 경우라면 최초 계약 자체는 재산인수가 아닐 수 있다.
특히 설립 중 회사의 실체가 갖추어지기 전에 발기인이 체결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발기인 개인 또는 발기인조합에 귀속된다. 그 권리·의무가 회사 설립만으로 당연히 회사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며, 설립 후 별도의 계약인수·채무인수 또는 양도행위가 필요하다.
다만 처음부터 회사가 성립하면 그 회사가 재산과 대금채무를 직접 인수하도록 확정적으로 약정하였다면, 발기인 개인 명의로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인수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7. 재산인수와 사후설립을 구별해야 한다
재산인수는 회사 설립 전에 발기인이 회사 성립을 조건으로 체결한 계약이다. 반면 사후설립은 회사가 설립된 후 대표이사가 회사 명의로 체결한 재산취득계약이다.
양자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핵심이다.
재산취득에 관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언제 성립했는지
계약을 발기인이 체결했는지, 설립 후 회사의 대표이사가 체결했는지
회사 설립 후 계약서가 작성되었더라도 설립 전에 이미 구속력 있는 약정이 성립하였다면 재산인수이고, 설립 전에 협상만 있었을 뿐 설립 후 대표이사가 새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사후설립 또는 통상적인 회사의 재산취득에 해당한다.
재산인수에 해당하는 경우의 효력
재산인수에 해당하면 재산의 종류·수량·가격과 양도인의 성명을 원시정관에 기재해야 한다. 이를 기재하지 않은 재산인수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회사가 설립된 후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단순히 계약을 추인하거나, 회사가 재산을 사용하고 대금 일부를 지급한 것만으로 무효인 재산인수계약이 당연히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 설립 후 당사자들이 새로운 재산취득계약을 체결하고 상법 제375조의 사후설립 요건이 적용되는 경우 그 요건을 갖춘다면, 새로운 계약에 따라 회사가 재산을 취득할 수 있다. 이는 종전의 무효인 재산인수계약을 소급하여 추인하는 것이 아니라 설립 후 별개의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다.
결론
회사 설립 전 체결된 계약이 재산인수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의 명칭이나 매수인 표시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발기인 또는 이후 발기인이 된 사람이 장래 설립될 회사를 위하여 회사 성립을 조건으로 특정 재산을 유상 취득하고, 회사가 설립 후 그 재산과 대금채무를 직접 인수하도록 확정적으로 약정하였다면 상법 제290조 제3호의 재산인수에 해당한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계약 체결 시점과 당사자, 발기인 지위, 회사 설립과의 연속성, 목적재산과 대금의 확정 여부, 설립 후 회사의 권리·의무 승계 구조 및 현물출자 규제의 우회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