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가. 종전 소유자의 계약상 말소청구권을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
근저당권설정자인 종전 소유자도 설정계약의 당사자로서 피담보채무의 소멸을 이유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공탁금 수령에 따른 채무 소멸을 인정한 최종 판결
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다38953 판결〔근저당권말소〕
환송심은 채권자가 잔존 차용원리금 전액이라는 취지로 공탁된 금원을 별다른 이의유보 없이 수령함으로써 피담보채무가 전액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여 채권자인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확정 여부: 파기환송 후 원고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청구 인용 확정.
하급심
가. 제1심 — 원고의 말소청구 인용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1991. 9. 18. 선고 90가합10313 판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에게 두 건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도록 명하였다.
나. 환송 전 항소심 —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청구 배척
서울고등법원 1992. 12. 30. 선고 91나52134 판결
근저당권 말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소유자 또는 말소로 직접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는 등기부상 이해관계인이라고 보았다.
원고는 이미 부동산을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주었으므로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전원합의체는 이 판단을 바로잡았다.
다. 환송심 — 계약상 말소청구권과 피담보채무 소멸을 인정
서울고등법원 1994. 6. 24. 선고 94나11226 판결
환송심은 원고에게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기한 말소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였는지를 심리하였다.
그 결과 피고가 공탁금을 이의유보 없이 수령하여 차용원리금채무가 전액 소멸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이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관련 판례
가. 소유권에 기한 말소청구와 계약상 말소청구의 구별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말소를 구한 전소와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말소를 구한 후소는 청구원인이 다르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가 참조한 판례로서, 동일한 등기의 말소를 구하더라도 그 근거가 물권인지 계약상 권리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나. 이의유보 없는 공탁금 수령과 공탁원인의 수락
피공탁자가 아무런 이의를 유보하지 않고 공탁물을 수령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탁자가 주장한 공탁원인을 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공탁금을 수령할 때에는 금액뿐 아니라 공탁원인에 기재된 법률관계와 수령의 의미까지 확인해야 한다.
다. 묵시적인 이의유보가 인정된 경우
채권자가 공탁금을 일부 변제로 충당한 뒤 잔액을 청구하는 내용으로 청구취지를 감축하고, 그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다음 공탁금을 수령한 사안에서 묵시적인 이의유보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의유보가 반드시 명시적인 문구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소송에서 채무액을 다투고 있는 것과, 해당 공탁금을 일부 변제로 수령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은 구별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214조: 현재 소유자가 소유권에 기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
- 민법 제369조: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저당권도 소멸한다는 부종성.
- 민법 제487조: 변제공탁의 요건과 채무를 면하는 효과.
종전 소유자의 말소청구권은 현재 소유자의 소유권을 대신 행사하는 권리가 아니라, 자신이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기초한 권리이다.
사실관계
가. 원고는 두 차례 돈을 빌리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원고 A의 배우자 C는 원고를 대리하여 사채알선업자 F를 통하여 피고 B에게 돈을 빌렸다. F는 피고의 대리인이었다.
차용 내역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1989. 9. 27.자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같은 날 자신의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6,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이후 먼저 빌린 1,000만 원의 원리금 일부를 연체하자, 그 잔존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1989. 12. 14. 채권최고액 990만 원의 근저당권을 추가로 설정하였다.
나. 차용금 일부를 기존 담보채무 정리에 사용하도록 맡겼다
원고의 배우자는 5,300만 원을 차용한 직후 그중 4,900만 원을 알선업자 F에게 지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사용하도록 하였다.
- 기존 근저당권자들에 대한 채무 변제 또는 변제충당: 4,260만 원
- 기존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비용: 140만 원
- 사채중개료: 500만 원
이후 원고는 F가 기존 채무의 상환에 사용해야 할 돈 중 12,245,000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그 금액에 관하여 소비대차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차용원금을 줄여 계산하였다.
이처럼 당사자 사이에서는 차용원금, 이미 변제한 금액 및 남은 원리금의 범위가 다투어졌다.
다. 채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한 뒤 원고는 부동산을 매도하였다
원고가 원리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피고는 1990. 3. 5. 두 근저당권에 기하여 부동산 임의경매를 신청하였다.
원고는 그 후인 1990. 4. 1.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1990. 4. 9.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말소청구를 할 당시 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이 점이 환송 전 항소심에서 청구를 배척한 이유였고, 전원합의체에서 계약상 말소청구권의 존속 여부가 문제 된 배경이었다.
라. 원고는 두 차례 변제공탁을 하였고 피고는 이를 수령하였다
첫 번째 공탁에 관하여 피고는 이의를 유보하지 않고 수령하였고, 그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소멸하였다는 점도 명백히 다투지 않았다.
주된 분쟁은 두 번째 공탁금 38,256,000원의 수령 효과였다.
마. 두 번째 공탁은 ‘일부 변제’가 아니라 ‘잔존채무 전액’이라는 취지였다
원고는 두 번째 공탁 당시 자신이 부담하는 원리금과 기존 변제액을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반면 피고는 1990. 6. 11. 현재 원리금이 7,400만 원이고, 이미 받은 돈은 579만 원에 불과하므로 아직 68,210,000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위 원고의 계산은 공탁원인을 구성한 원고 측 주장이다. 법원이 그 원금 산정과 공제 내역을 모두 독립적으로 정당하다고 확정한 것과는 구별된다.
바. 피고는 일부 변제로 받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이의유보가 인정되지 않았다
피고는 두 번째 공탁금을 채권의 일부로 수령한다는 이의를 유보하였으므로 채무가 남아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환송심은 피고가 공탁금을 수령하면서 공탁공무원이나 원고에게 일부 변제로 받는다는 등 별다른 이의유보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였다.
당시 제1심 소송에서 피고가 공탁 취지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탁금 수령에 관한 이의유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가. 소유권을 넘겨주어도 설정계약에 따른 말소청구권은 남을 수 있다
전원합의체는 근저당권 말소를 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구별하였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당사자는 피담보채무가 소멸하여 근저당권이 소멸하면,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설정등기의 말소를 요구할 수 있다.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계약상 권리까지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전원합의체는 이에 어긋나는 종전의 대법원 1962. 4. 26. 선고 4294민상1350 판결을 폐기하였다.
나. 종전 소유자는 현재 소유자를 대위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로 청구한다
이 사건 원고는 매수인의 소유권에 기한 말소청구권을 대위행사한 것이 아니다.
원고 자신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당사자라는 점을 근거로 피고에게 직접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였다.
따라서 청구원인은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설정계약 체결, 그에 따른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피담보채무 소멸에 따른 근저당권 소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다. 전액 변제 취지의 공탁금을 이의유보 없이 수령한 효과가 문제 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계산한 금액을 공탁하였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원고는 공탁원인에서 잔존 원리금 전액을 변제하는 것임을 밝혔고, 피고는 그 공탁금을 일부 변제로 받는다는 이의유보 없이 수령하였다.
환송심은 피고가 원고의 공탁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아 차용원리금채무가 전액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최종 대법원 판결도 이를 수긍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스스로 전액이라고 기재하여 공탁하기만 하면 실제 채무액과 관계없이 채무가 소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탁원인과 채권자의 수령 행위를 함께 보아야 한다.
라. 소송상 다툼의 계속과 공탁금 수령에 관한 이의유보는 구별된다
채권자가 소송에서 더 많은 채권액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공탁금을 일부 변제로 수령한다는 의사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소송상 주장만으로 이의유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97다37784 판결에서는 공탁금을 일부 변제로 충당하고 잔액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후 공탁금을 수령한 사정에 따라 묵시적인 이의유보를 인정하였다.
판단의 초점은 해당 공탁금의 수령과 관련하여 잔존채권을 유보한다는 의사가 상대방에게 드러났는지에 있다.
마. 말소청구권의 존재와 피담보채무의 소멸은 별도로 판단되었다
두 대법원 판결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전원합의체가 종전 소유자의 말소청구권을 인정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한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환송심이 공탁 및 수령 경위를 심리하여 채무 소멸을 인정하였고, 그 판단이 재상고심에서 유지되면서 말소청구 인용이 확정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가. 매도인도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기한 직접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근저당권 말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매도인이 해당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당사자인지, 담보채무가 소멸하였는지, 설정계약상 말소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과거에 소유자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등기의 말소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당사자라는 지위가 근거였다.
나. 공탁금을 받기 전에 공탁원인과 계산서를 확인해야 한다
채권자가 주목할 부분은 공탁금 액수만이 아니다.
공탁서에 채무 전액의 변제, 일부 변제, 계약해제에 따른 반환 등 어떤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탁자의 계산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돈만 수령할 경우에는 그 수령의 의미를 명확히 남길 필요가 있다.
다. 잔존채권을 주장하려면 수령에 관한 이의유보를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금액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공탁금을 수령하려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취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이 공탁금은 채권의 일부 변제로 수령하며, 공탁자의 채무 전액 소멸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고 나머지 원리금 및 지연손해금 청구권을 유보합니다.
공탁금 출급청구서와 채무자에게 전달하는 서면 등에 일관된 의사를 표시하고, 그 제출·도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의유보가 당연히 인정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라. 공탁일과 수령일, 수령 당시 의사표시를 구분하여 입증해야 한다
채무자는 공탁서만으로 검토를 끝내지 말고 공탁금 수령 사실과 이의유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채권자는 출급청구서, 이의유보 문구, 채무자에게 보낸 통지 및 소송서면의 송달 시점을 확보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두 번째 공탁일은 1990. 6. 11.이었지만 실제 수령은 1991. 5.경이었다. 법원은 피고의 수령 행위와 그 당시 이의유보 여부를 근거로 채무 소멸을 판단하였다.
마. 청구원인을 소유권과 계약상 권리로 구분하여 작성해야 한다
현재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와 종전 설정자의 계약상 말소청구는 법적 근거가 다르다.
소장에서는 원고의 지위와 청구권의 근거를 명확히 특정해야 한다. 기존 말소소송이 있었다면 전소의 청구원인과 판단 범위를 확인하여 기판력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바. 기존 ChatByun 칼럼과의 연결
ChatByun의 「상환주식의 공정시장가격 산정과 일부 공탁의 효력 — 지연손해금의 발생·감액 및 변제충당」은 채권자가 이의를 유보하고 일부 공탁금을 수령한 경우의 변제 효과와 잔존채무 계산을 다룬다. 이 사건과 함께 보면, 전액 변제 취지의 수령과 일부 변제로서의 수령을 구분하는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ChatByun의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아도, 연체차임을 공제한 보증금을 받았다면 말소에 승낙해야 한다」는 담보되는 반환채무가 소멸한 뒤에는 담보권의 존속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다만 그 사례에서는 추가 지연손해금의 발생 여부까지 심리하였으므로, 공탁금 수령 사실만으로 모든 담보채무가 소멸한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