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년 4월 9일 선고 2025누6951 판결 —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하급심·상고·확정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처분 중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온라인 판매·거래처 제한 및 대리점 경영간섭에 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대법원 2026두31036 사건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원심이 확정되었다.
총 과징금 2,071,000,000원 중 189,000,000원만 유지되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1년 12월 24일 선고 99두11141 판결 참고가격이나 희망가격의 제시를 넘어, 그 가격을 준수하도록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부수되면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성립한다는 법리.
- 대법원 2011년 3월 10일 선고 2010두9976 판결 거래지역·거래상대방 제한의 부당성은 목적, 거래형태, 상품 특성, 시장 상황, 제한 정도 및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법리.
- 대법원 2009년 10월 29일 선고 2009두11218 판결 여러 위반행위에 대한 하나의 과징금납부명령 중 일부만 위법하고 그 부분의 금액을 구분할 수 있으면, 해당 부분만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에서 인용되었다.
관련 법령
※ 공정거래법의 구법 표시는 판결문 별지 2 ‘관계 법령’을 기준으로 하였다. 본문과 각주에는 개정일·법률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별도 표기가 있다. 대리점법과 그 시행령에는 판결문이 개정 전 법률을 특정하지 않아 임의의 구법 표시를 붙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자동차용품 제조업자와 전속대리점의 거래구조
원고 A회사는 연료첨가제, 엔진오일, 유리막 코팅제 등 자동차용품을 제조·판매하는 중견기업이었다. 제품은 대리점, 대형마트, 온라인 직영몰·판매업체 등 여러 경로로 유통되었다.
대리점들은 원고와 연간 단위의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제품을 공급받아 주유소·카센터·세차장·온라인 판매업체 등에 다시 판매하였다. 원고의 제품 공급과 판촉 지원은 대리점의 사업 유지에 중요한 요소였다.
이 사건의 주요 유통단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대형마트 등을 기준으로 연료첨가제에서 약 88~90%, 글래스케어에서 약 45~57%의 점유율을 보였다. 전체 유통시장의 점유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법원은 경쟁사와의 격차 등을 근거로 원고가 상당한 시장지위를 가진다고 보았다.
저가판매 제품의 공급 대리점을 추적하고 가격 수정을 요구
원고는 권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정해진 유통경로를 벗어나 판매하는 행위를 ‘난매’로 관리하였다.
이를 위해 제품에 부착된 비표, 즉 생산·출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식별표시를 활용하였다. 온라인에서 저가로 판매되는 제품을 직접 구매한 뒤 비표를 조회하면, 어느 대리점에 공급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원고는 공통 유통제품 G의 온라인 지도가격을 시기별로 13,000원, 14,000원, 15,000원 등으로 정하고, 이를 밑도는 판매업체를 모니터링하였다. 공급 대리점이 확인되면 가격 수정을 요구하고, 대리점에 발주 중지·판촉 지원 중단·프로모션 제외 등의 불이익을 예고하였다.
공정위는 이를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판단했지만, 법원은 대리점의 2차 판매가격과 온라인 판매업체의 소비자가격을 나누어 강제성을 검토하였다.
대리점 전용제품의 온라인 판매와 특정 업체에 대한 공급을 제한
원고는 연료첨가제 H와 유리막 코팅제 F를 대리점 전용제품으로 출시하고, 대리점의 직접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재판매할 업체에 대한 공급도 금지하였다.
대표적인 조치는 다음과 같다.
- 2019년 7월 대리점에 온라인 판매금지와 위반 시 발주 중지 방침을 공지하였다.
- 온라인 판매제품의 비표를 조회하여 공급 대리점을 확인하고, 판매 중단과 재고 회수를 요구하였다.
- 위반 대리점에 출고 정지, 3개월간 판촉 지원 중단, 프로모션 제외 등을 고지하였다.
- 2022년 12월에는 온라인 판매업체에 대한 판매 중단과 관련 대리점에 대한 H제품 출고 정지를 지시하였다.
별도로 원고는 저가판매를 하거나 온라인 판매정책을 위반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업체를 대리점들에게 알리면서, 그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지 말라고 요구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조치가 대리점의 판매경로와 거래처 선택을 사실상 제한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주문시스템을 통해 대리점의 재판매 내역을 확보하고 손익자료도 요구
대리점들은 원고의 판매관리시스템인 BSM을 통해 제품을 주문·발주하였다. 이 시스템에는 원고로부터의 구매·재고 정보뿐 아니라 대리점이 다른 거래처에 판매한 품목·수량·금액 등도 입력하도록 되어 있었다. 원고 직원은 이를 상세히 열람할 수 있었다.
원고는 2016년경부터 BSM 활용도를 장려금 지급기준에 반영하였다. 2020년부터는 대리점과 BSM 데이터 구매약정을 체결하고, 입력되는 모든 정보를 월 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 약정은 대리점 거래계약과 함께 작성되었다. 법원은 대리점을 운영하려는 사업자가 사실상 정보제공 약정을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보았다.
원고는 2019년 7월 22일부터 2023년 4월 18일까지 별도의 손익자료도 요구하였다. 수집 대상에는 다음 정보가 포함되었다.
- 매출이익, 장려금·판촉 지원금 등 영업외 이익
- 고정비 등 영업비용
- 영업사원 수, 1인당 급여·매출
- 임대료, 세금, 차량 유지비, 판촉비
수집한 자료는 대리점장 회의 발표자료와 원고 영업팀의 내부 자료로 활용되었다. 서울고등법원-2025누6951
법리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의 강제성은 가격결정권을 제한받는 사업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법원은 가격을 정하거나 수정을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해당 사업자가 그 가격을 따르도록 현실적인 실효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있었는지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거래단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졌다.
온라인 판매업체는 원고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고, 여러 대리점이나 도매상에서 필요에 따라 제품을 매입하는 독립사업자였다. 특정 대리점이 공급을 거절해도 다른 매입처를 찾을 수 있었으며, 실제 가격 수정 요청에 불응한 사례와 장기간 저가판매가 계속된 사정도 확인되었다.
따라서 원고가 대리점을 압박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압박이 다음 단계의 온라인 판매업체에 대한 가격 강제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직접 계약이 없는 사업자에 대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언제나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거래단계까지 강제력이 전달되었다는 입증이 부족했던 것이다.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거래처 제한은 별도의 구속조건부 거래로 성립한다
온라인 판매업체에 대한 가격 강제와 달리, 원고의 대리점에 대한 구속력은 인정되었다.
대리점은 원고에게서 제품을 공급받아야 하고, 판촉 지원에 의존하며, 매년 재계약해야 했다. 이러한 관계에서 반복된 출고 정지·지원 중단 예고는 실제 제재가 엄격하게 집행되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사실적·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였다.
법원은 경쟁제한성과 부당성도 인정하였다.
- 온라인 판매를 차단하면 같은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자 사이의 가격경쟁이 제한된다.
-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기회가 줄어든다.
- 해당 제품은 사용법이 간단하여 반드시 오프라인 설명이나 전문기술이 필요한 제품으로 보기 어려웠다.
- 대리점 전용제품이라는 명칭이나 브랜드 이미지 보호만으로 온라인 판매금지를 정당화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인정되지 않아도, 판매경로와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는 독립하여 위법할 수 있다.
합리적 이유 없는 손익자료 요구는 대리점법상 경영활동 간섭에 해당한다
법원은 대리점법 제10조 제1항 및 대리점법 시행령 제7조 제2호에 따른 판단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특히 대리점의 마진율이 드러나면, 대리점은 향후 공급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법원은 이러한 점에서 손익자료가 대리점의 독립적인 영업활동과 협상력에 관계되는 정보라고 보았다.
원고가 정보를 구매한다는 약정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급했더라도, 대리점이 약정을 사실상 거부하기 어렵고 요구 범위에 합리적 필요성이 없다면 위법성이 해소되지 않는다.
정보를 실제로 불리하게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위법한 요구가 될 수 있다
공정위는 원고가 일부 대가를 지급했고, 정보를 활용하여 대리점 마진을 삭감한 실제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정보 제공 요구 자체의 위법성을 인정하였다. 실제 불이익에 사용했는지는 제재의 정도와 관련하여 고려될 수 있지만, 합리적 이유 없는 정보제공 요구가 허용되는 근거는 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손익자료 요구의 중지·재발방지뿐 아니라, 원고가 대리점의 거래처별 판매금액을 확인할 수 없도록 6개월 이내에 BSM을 변경하고 보고하라는 명령도 유지되었다.
실무적 유의점
- 가격통제 사건은 거래단계별로 분석해야 한다. 누구의 판매가격을 지정했는지, 누구에게 불이익을 가할 수 있었는지, 그 압박이 다음 단계까지 전달되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 대리점 전용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온라인 판매를 금지할 수는 없다. 제품 특성, 서비스 필요성, 경쟁 및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
- 데이터 구매계약에도 실질적인 선택권과 수집 필요성이 요구된다. 대가 지급이나 서명만으로 과도한 정보요구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 주문·재고관리에 필요한 정보와 대리점의 이익·비용 정보는 구분해야 한다. 수집항목과 본사의 열람권한을 목적에 필요한 범위로 설계해야 한다.
- 이 판결을 가격통제 전반의 적법성을 인정한 사례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가격 강제의 입증 부족으로 일부 처분이 취소되었지만, 판매경로 제한과 경영정보 요구에 대한 위법 판단은 유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