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조건부 리베이트와 경쟁사업자 배제의 판단 기준

핵심 결론 높은 구매비율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리베이트로 경쟁사 제품의 구매를 어렵게 하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될 수 있다. 원가 이하 판매의 증명은 필수적이지 않지만, 상품·기간별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를 증명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3두14726, 2002두8626, 2007두22078, 2004두1483, 2009두11218, 2016두44186

해당 판례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3두14726 판결
시정조치등취소청구[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인 배타조건부 리베이트 제공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 등이 문제 된 사건]
  • 원고·상고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 원고·피상고인: 한국퀄컴 유한회사(조직변경 전: 한국퀄컴 주식회사) 외 1인
  • 피고·피상고인 겸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3. 6. 19. 선고 2010누3932 판결
  • 대법원 결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의 패소 부분 중 RF칩 조건부 리베이트에 관한 과징금 납부명령 부분 파기·환송. 퀄컴의 나머지 상고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는 모두 기각.
하급심
서울고법 2013. 6. 19. 선고 2010누3932 판결
원심은 퀄컴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일정 구매비율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가 배타조건부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제조사가 경쟁사 제품의 구매를 늘리면 상당한 리베이트를 잃게 되므로, 명시적인 독점구매 의무가 없더라도 경쟁사 제품으로의 구매전환을 어렵게 하는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모뎀칩과 RF칩 리베이트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퀄컴에 대한 관련 처분을 유지하였다.
반면 한국퀄컴 유한회사와 퀄컴씨디엠에이테크날러지코리아 유한회사에 대해서는 해당 위반행위를 할 지위나 가까운 장래에 독자적으로 위반행위를 할 우려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취소하였다.
대법원은 모뎀칩 관련 판단과 국내 법인들에 대한 시정명령 취소를 유지하였다. 다만 RF칩 중 엘지전자에만 리베이트를 제공한 기간의 부당성 판단은 잘못되었다고 보아, RF칩 관련 과징금 부분을 파기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아래는 행위 종료 당시의 관련 조문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법을 표시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문 자체에는 개정 기준일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다음 조항은 로열티 할인 병행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근거로 판결 본문에 언급되었다.

사실관계

가. 퀄컴의 사업과 시장지위

퀄컴은 CDMA 이동통신 관련 특허기술을 보유하면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모뎀칩과 RF칩을 공급하였다. 주요 거래상대방은 삼성전자, 엘지전자, 팬택 등이었다.
퀄컴의 국내 CDMA2000 방식 모뎀칩 판매시장 점유율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약 98~100%에 달하였다.
퀄컴은 제조사들이 전체 칩 수요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자사에서 구매하면 리베이트를 지급하였다. 자사 모뎀칩을 장착한 휴대폰에 대해서는 특허기술 사용료인 로열티도 할인하였다.

나. 엘지전자에 대한 리베이트 조건

퀄컴은 2000년 7월 1일 엘지전자와 다음 조건을 정하였다.
  • 전체 모뎀칩 수요량의 85% 이상이면서 연간 650만 개 이상을 퀄컴에서 구매할 것
  • 전체 IF/RF칩 수요량의 55% 이상을 퀄컴에서 구매할 것
  • 조건 충족 시 연간 최소 357만 5,000달러에서 최대 2,000만 달러를 지급할 것
2004년 7월 1일부터는 모뎀칩 구매비율 85%·90%·95%와 RF칩 구매비율 75%·85%·95%의 조합에 따라 전체 모뎀칩 및 RF칩 구매액의 3~5%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따라서 엘지전자는 모뎀칩 구매조건과 별개 상품인 RF칩 구매조건을 함께 충족해야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다. 삼성전자에 대한 리베이트 조건

퀄컴은 2004년 9월 27일 삼성전자와 다음 조건의 약정을 체결하였다.
  • 분기별 전체 CDMA 표준 모뎀칩 수요량의 70% 이상이면서 최소 500만 개 이상을 퀄컴에서 구매할 것
  • 구매량과 구매비율에 따라 분기당 최소 450만 달러에서 최대 1,000만 달러를 지급할 것
  • CDMA2000 방식 모뎀칩 수요량의 80% 이상을 구매하면 최초 1년간 추가 리베이트를 지급할 것
2005년 하반기에는 전체 CDMA2000용 칩셋 수요량의 95% 이상을 퀄컴에서 구매하는 조건의 리베이트도 제공하였다.

라. 모뎀칩 구매와 로열티 할인의 결합

퀄컴은 자사 모뎀칩을 사용한 수출용 휴대폰에 낮은 로열티율을 적용하였다. 휴대폰 한 대당 로열티 상한도 다음과 같이 달리 정하였다.
  • 퀄컴 모뎀칩을 사용한 경우: 20달러
  • 다른 사업자의 모뎀칩을 사용한 경우: 30달러
제조사가 경쟁사 모뎀칩으로 구매를 전환하면 칩 구매 리베이트와 로열티 할인이라는 복수의 혜택을 잃을 수 있는 구조였다.

마. 리베이트 상실과 구매전환의 어려움

제조사들은 먼저 정해진 가격으로 칩을 구매한 다음, 구매비율 조건을 달성한 뒤 리베이트를 받았다. 최초 칩 가격도 장차 리베이트가 지급될 것을 전제로 협의되었다.
따라서 경쟁사 제품의 구매를 늘려 기준비율에 미달하면 예상했던 상당한 리베이트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퀄컴의 내부 분석에도 이러한 리베이트 상실이 경쟁사로의 구매전환에 장애가 된다는 취지가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거래구조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법리

가. 법적 강제력이 없어도 배타조건부 거래가 될 수 있다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조건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 거래상대방과 합의하여 설정한 경우도 포함된다.
조건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지 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할 필요도 없다.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면 큰 경제적 혜택을 잃게 되어 사실상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높은 구매비율을 충족해야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구조도 배타조건부 거래의 형식적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형식적 요건 충족과 거래의 부당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나. 부당성은 경쟁제한의 의도·목적과 객관적 우려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리베이트라고 하여 당연히 위법한 것은 아니다. 리베이트는 구매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정상적인 경쟁수단이 될 수도 있다.
부당성을 인정하려면 시장의 독점을 유지·강화하려는 의도나 목적과 함께, 객관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리베이트의 지급구조, 구매전환 시 상실하는 이익, 거래상대방의 수와 비중, 거래기간, 경쟁사의 진입 가능성, 제품의 다양성 및 최종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종합해야 한다.

다. 구매비율 조건과 소급적 지급구조는 구매전환을 제약할 수 있다

일정 구매비율을 달성하면 기존 구매물량 전체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구조에서는 경쟁사 제품을 조금 더 구매한 결과 잃는 혜택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가 더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더라도 구매자가 거래처를 바꾸지 못할 수 있다. 모뎀칩과 RF칩의 구매조건을 연결하거나 로열티 할인까지 결합하면 구매전환의 불이익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개별 칩의 표시가격만 비교해서는 이러한 거래의 경쟁제한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라. 원가 이하 판매의 증명은 필수요건이 아니다

조건부 리베이트는 낮은 가격 자체뿐 아니라, 기존 혜택의 상실을 통해 구매전환을 막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약탈적 가격설정에 적용되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리베이트 적용 후 가격이 원가 이하라는 점을 반드시 증명해야만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제한성 입증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는 신뢰할 수 있는 원가·비용자료와 경제분석을 제시하여 사실상의 구속력이나 부당성에 관한 증명을 반박할 수 있다.

마. 모뎀칩 리베이트의 부당성은 인정된다

대법원은 퀄컴의 매우 높은 시장점유율과 리베이트 상실에 따른 구매전환의 어려움, RF칩 구매조건 및 로열티 할인과의 결합을 고려하였다.
리베이트 제공 무렵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경쟁사 모뎀칩 사용비율이 하락하였고, 퀄컴이 제출한 경제분석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증명을 뒤집기에 부족하였다. 소비자 가격 인하 등 후생 증대에 기여했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모뎀칩 리베이트의 부당성을 인정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바. RF칩 리베이트는 거래상대방과 기간을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은 2005년 7월 1일부터 2006년 12월 31일까지 엘지전자와 함께 삼성전자 또는 팬택에도 RF칩 리베이트가 제공된 기간의 부당성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엘지전자에만 리베이트를 제공한 다음 기간은 달리 판단하였다.
  • 2000년 7월 1일부터 2005년 6월 30일까지
  • 2007년 1월 1일부터 2009년 7월 15일까지
원심은 엘지전자가 국내 휴대폰 제조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전제에서 최소 40%의 시장봉쇄 효과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기록상 엘지전자의 2006~2008년 해당 휴대폰 판매시장 점유율은 약 21.6~25.9%였다.
또한 삼성전자의 비퀄컴 RF칩 사용비율이 증가했고, 퀄컴의 국내 RF칩 시장점유율도 상당히 하락하였다.
대법원은 설령 엘지전자의 RF칩 구매점유율이 40%라고 가정하더라도, 퀄컴에서 구매한 전량이 리베이트 때문에 발생한 구매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거래상대방의 점유율을 그대로 시장봉쇄율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사. 로열티 할인과 모뎀칩 리베이트는 결합하여 평가한다

대법원은 로열티 할인에 관한 시정명령을 모뎀칩 리베이트와 로열티 할인이 결합된 일련의 배타조건부 거래를 금지하는 취지로 해석하였다.
원심이 로열티 차별을 판단하면서 관련상품시장을 기술제공시장으로 본 점에는 잘못이 있었지만, 일련의 배타조건부 거래의 부당성이 인정되므로 시정명령이 적법하다는 결론은 유지하였다.

아. RF칩 시정명령은 유지되지만 RF칩 과징금은 전부 취소 대상이다

일부 기간의 RF칩 리베이트가 위법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간의 위법한 RF칩 리베이트가 인정되므로, 그러한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은 유지된다.
반면 과징금은 다르게 판단하였다.
외형상 하나의 과징금이 부과되었지만 모뎀칩 부분과 RF칩 부분을 구분하여 산정할 수 있었으므로, 적법한 모뎀칩 과징금까지 취소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RF칩 리베이트라는 하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재량행위이고, 그 산정에 포함된 일부 기간의 위반행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RF칩 리베이트에 관한 과징금 납부명령은 전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앞선 정리에서 위법성이 부정된 기간의 과징금만 산술적으로 제외하면 되는 것처럼 설명한 부분은 이와 같이 바로잡는다.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3두14726 판결

결론

대법원은 모뎀칩 리베이트와 로열티 할인에 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유지하였다.
RF칩 리베이트는 일부 기간의 부당성만 인정되었지만, 위법한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은 유지하였다. 다만 RF칩 리베이트 관련 과징금 납부명령은 전부 취소되어야 한다고 보아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한국퀄컴과 퀄컴씨디엠에이테크날러지코리아에 대한 시정명령을 취소한 원심판단도 유지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리베이트는 할인율뿐 아니라 구매비율 조건, 소급 적용 범위 및 경쟁사 전환 시 상실하는 총혜택을 검토해야 한다.
  • 여러 상품의 구매조건과 특허료 할인이 결합되면 전체적인 구매전환 비용을 분석해야 한다.
  • 원가 이상으로 판매했다는 사정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 시장봉쇄 효과는 상품·거래상대방·기간별로 나누어 입증해야 하며, 거래상대방의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봉쇄율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 일부 행위의 위법성이 부정되더라도 시정명령과 과징금의 취소 범위가 같지는 않다. 과징금은 위반행위별 분리 가능성과 재량판단의 단위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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