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원재료 공급거절과 경쟁제한성의 판단 — 포스코의 시정명령·과징금 취소 사건

핵심 결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원재료 공급을 거절하여 경쟁업체에 불이익을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지위남용이 되지는 않는다. 독점을 유지·강화하려는 의도와 객관적인 경쟁제한의 우려가 증명되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그 증명이 부족하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모두 취소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2두8626, 2013두14726

해당 판례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 [시정조치명령등취소청구]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포스코
  • 피고,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 보조참가인: 현대하이스코 주식회사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환송 전 원심: 서울고법 2002. 8. 27. 선고 2001누5370 판결
  •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08. 4. 24. 선고 2007누32718 판결
환송 전 원심은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지 않은 행위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으로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포스코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인정하면서도, 거래거절의 부당성에 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포스코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4월 12일 포스코에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총비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담하도록 하였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3두14726 판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서도 독점을 유지·강화하려는 의도와 객관적인 경쟁제한의 우려를 중심으로 부당성을 판단하였다. 거래상대방에 대한 개별적인 불이익을 넘어 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관련 법령

파기환송심은 관계 법률을 “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명시하였다. 아래에서는 그 표기를 반영하되, 1997년과 1998년의 거래거절에 적용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1999년 개정 전 법률로 구분하였다.
① 시장지배적 지위와 남용행위
② 거래거절의 구체적 유형
③ 1997년과 1998년의 거래거절 당시 시장지배적 사업자 해당 여부
당시에는 시장점유율과 시장규모 등의 요건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고시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사실관계

① 포스코는 원재료 공급자이면서 냉연강판시장의 경쟁사업자였다.
냉연강판은 열연코일을 상온에서 압연하여 생산하는 철강제품이다. 냉연강판을 생산하려면 원재료인 열연코일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제선·제강에서 열간압연과 냉간압연까지 이어지는 생산설비를 갖추고, 열연코일과 냉연강판을 모두 생산하였다. 당시 국내에서 열연코일을 생산하는 사업자는 포스코가 유일하였다.
반면 현대하이스코 등 냉연강판 제조업체들은 열연코일을 외부에서 구매하여 냉연강판을 생산하였다. 따라서 현대하이스코에 포스코는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사업자인 동시에 완제품시장의 경쟁업체였다.
② 포스코는 기존 업체에는 공급하면서 현대하이스코에는 공급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1973년 열연코일 생산을 시작한 후 기존 냉연강판 제조업체에 열연코일을 공급하였다. 1977년에는 직접 냉연강판 생산에도 진입하였다.
현대하이스코는 1999년 냉연강판공장을 완공하여 해당 시장에 진입하였다. 포스코는 기존 업체인 연합철강과 동부제강에는 원료 공급을 계속하면서 현대하이스코에는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이 인정한 2000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포스코의 경우 국내 열연코일시장에서 자가소비분을 포함하여 79.8%, 국내 냉연강판시장에서 58.4%였다. 현대하이스코의 국내 냉연강판시장 점유율은 11.1%였다.
③ 현대하이스코는 요청량과 공급방식을 조정하며 공급을 요청하였다.
  • 1997년 8월 6일: 1998년 5만 톤, 1999년 63만 톤, 2000년 82만 톤의 공급을 요청하였다.
  • 1998년 6월 1일: 시험가동 등을 위한 합계 20,545톤의 공급을 요청하였다.
  • 1998년 10월 10일: 1998년 12월과 1999년 1월에 필요한 합계 15,500톤의 공급을 요청하였다.
  • 2000년 12월 22일: 전체 필요량 중 일부라도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 2001년 2월 14일: 냉연용 신규 배정이 어렵다면 강관용으로 공급하는 물량을 냉연용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포스코는 이러한 요청에도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지 않았다.
④ 현대하이스코는 수입을 통해 원료를 확보하였다.
현대하이스코는 일본 등으로부터 열연코일을 수입하면서 운임·관세·하역비 등 추가비용을 부담하였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의 어려움, 원료 혼용에 따른 생산성 저하, 긴 운송기간, 환율변동 위험도 발생하였다.
국내 구매처가 없다는 점은 외국 공급업체와 거래조건을 협상할 때에도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는 실제로 필요한 원료를 수입하여 냉연강판을 생산·판매하였고,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순이익을 올리는 등 정상적인 사업활동을 하였다. 공장 완공 시점인 1999년과 판결이 정상조업·수익 실적으로 주목한 2001년 이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가 원재료 공급을 거절하여 냉연강판시장의 경쟁사업자인 현대하이스코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2001년 4월 12일 다음 처분을 하였다.
  • 경쟁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열연코일 공급거절로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
  • 신문 공표명령
  • 과징금 1,640,200,000원, 즉 16억 4,020만 원의 납부명령
공표명령은 헌법재판소의 2001헌바43 결정 취지에 따라 2002년 3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문구를 직권 변경하였다. 파기환송심이 심판한 대상은 이러한 변경이 반영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이었다.

법리

① 관련시장을 획정한 후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경쟁관계를 평가할 상품시장과 지역시장을 정해야 한다.
상품시장에서는 상품의 기능·효용, 수요와 공급의 대체가능성 등을 고려한다. 지역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에 따라 구매자가 다른 지역으로 구매처를 바꿀 수 있는지, 운송비와 수입장벽 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핀다.
이 사건에서는 자동차냉연강판용 열연코일만을 별도 상품시장으로 구분하지 않고 열연코일 전체를 하나의 상품시장으로 보았다. 지역적 범위도 아시아 전체로 확대하지 않고 국내시장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 모두 포스코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하였다.
② 개별 거래거절 시점에 따라 적용 법률을 구분한다.
다섯 차례의 공급거절은 각각 독립된 거래거절행위로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1997년과 1998년의 세 차례 거래거절에 대해서는 1999년 개정 전 규정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포스코는 당시 국내 열연코일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었고, 해당 시장의 연간 국내 공급금액은 1,000억 원 이상이었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고시되어 있었다.
2000년과 2001년의 거래거절에 대해서도 높은 시장점유율, 국내 유일의 열연코일 생산자라는 지위,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과 높은 진입장벽 등을 고려하여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하였다.
③ 신규 거래의 개시를 거절하는 행위도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포스코는 거래거절 규제에는 기존 거래의 중단만 포함되고 신규 거래의 개시를 거절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래거절에는 기존 거래를 끊는 행위뿐 아니라 새로운 거래관계의 형성을 거절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기존 냉연강판 제조업체에는 공급하면서 현대하이스코에는 공급하지 않았으므로, 특정 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이라는 점도 인정하였다.
따라서 처분 취소의 이유는 신규 거래거절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 아니었다. 거래거절의 부당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④ 거래상대방의 불이익과 시장의 경쟁제한을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거래거절로 특정 사업자가 사업상 어려움을 겪거나 추가비용을 부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부당성이 인정되려면 다음 두 요소가 필요하다.
  •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여 독점을 유지·강화하려는 의도나 목적
  • 객관적으로도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점
거래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은 판단자료가 되지만, 그 불이익이 시장의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⑤ 경쟁제한의 우려와 의도·목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증명해야 한다.
경쟁제한 효과의 예로는 가격 상승, 생산량 감소, 혁신 저해, 유력한 경쟁사업자 수의 감소, 상품 다양성 감소 등이 있다.
이러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였음이 증명되면 행위 당시에도 경쟁제한의 우려와 의도·목적이 있었다고 사실상 추정할 수 있다.
현실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위법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거절의 동기와 방식, 시장의 특성, 대체 공급처, 상대방의 불이익, 가격과 생산량의 변화 등을 종합하여 경쟁제한의 우려를 판단해야 한다.
⑥ 원재료시장과 가공제품시장 사이의 경쟁상 영향도 살펴야 한다.
원재료시장에서 이루어진 공급거절이 해당 원재료를 사용하는 완제품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포스코의 열연코일시장 지배력이 냉연강판시장의 신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데 이용되었는지가 문제 되었다.
따라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한 시장과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나는 시장이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⑦ 신규 공급거절과 기존 공급중단은 경쟁상 영향이 다를 수 있다.
기존 업체에 공급하던 원료를 끊어 생산능력을 축소시키는 경우와, 신규 진입 업체에 처음부터 공급하지 않는 경우는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신규 공급거절도 대체 공급처가 없어 시장진입을 실질적으로 막는 경우 등에는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현대하이스코가 수입으로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고 정상적인 생산·판매를 지속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경쟁제한의 우려에 관한 자료의 부족을 함께 고려하였다.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
⑧ 파기환송심은 불이익을 인정하면서도 경쟁제한성의 증명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현대하이스코가 수입비용과 거래의 불안정성 등 상당한 불이익을 입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다음 사정도 함께 확인하였다.
  • 현대하이스코가 수요에 맞추어 열연코일을 수입하였다.
  • 냉연강판 생산·판매를 계속하면서 순이익을 올렸다.
  • 포스코의 거래거절 이후 국내 냉연강판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자료가 없었다.
  • 거래거절 당시 그러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는 자료도 부족하였다.
이에 따라 현대하이스코의 개별적인 불이익만으로 공급거절의 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포스코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고 특정 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을 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지위남용을 구성하는 부당성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처분은 위법하다는 결론이다.
⑨ 반대의견은 부당성의 인정 범위를 더 넓게 보았다.
이홍훈·안대희 대법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이 외형상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였다면 부당성을 추정하고, 사업자가 이를 뒤집거나 정당한 사유를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박시환 대법관은 부당성을 경쟁제한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는 데 반대하였다.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규제하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과 같은 의미로 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

결론

대법원은 포스코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현대하이스코가 입은 불이익만으로 경쟁제한의 우려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경쟁제한의 우려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2001년 4월 12일자 시정명령과 과징금 16억 4,020만 원의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였다. 취소 범위에는 변경된 신문 공표명령도 포함된다.
이 사건의 핵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원재료 공급의무가 일률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거절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데 있다.

실무상 유의점

  • 거래거절의 시기별로 적용 법률을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법 개정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 시장지배적 지위, 특정 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 부당성을 각각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앞의 두 요건이 인정되어도 부당성은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
  • 추가비용과 거래상 불이익을 주장할 때에는 그것이 시장진입·생산량·가격·혁신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결해야 한다.
  • 대체 공급처는 실제 조달 가능한 물량·품질·비용·안정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수입처가 존재하거나 상대방이 흑자를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 지위남용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하여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까지 당연히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적용되는 규제유형과 판단기준을 구분해야 한다.
같은 또는 유사한 사안을 다룬 다른 글
비료 입찰담합의 관련시장 획정과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한 과징금 산정 함께 인용한 판례 2002두8626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조건부 리베이트와 경쟁사업자 배제의 판단 기준 함께 인용한 판례 2002두8626
이 글이 다룬 조문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