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2. 18. 선고 2025나208573 판결〔조합장지위확인의소〕
항소심은 유언대용신탁에 민법상 유언의 방식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신탁등기를 마친 수탁자의 소유권 취득을 인정하고, 신탁계약이 무효이므로 수탁자에게 조합장 자격이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 2026. 4. 9. 선고 2025다220827 판결로 상고가 기각되어 원심이 확정되었다. 다만 대법원은 별도의 실체 판단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아래의 구체적인 법리 설명은 제1심과 항소심의 판단을 기준으로 한다.
항소심 판결문 · 대법원 판결문
하급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7. 3. 선고 2024가합75626 판결
제1심은 남편이 아내의 지분을 신탁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해당 부동산의 단독 소유자가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남편이 소수지분권자이므로 조합장 자격이 없다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1심 판결문
관련 판례
-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이전된다.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제1심이 소유권 귀속의 근거로 인용한 판례이다.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5262 판결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사업시행인가와 관련한 토지 등 소유자의 자격 및 동의자 수를 산정할 때에는 위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해당 판결의 법리를 조합장 선임 자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구별하여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9. 9. 24.자 2009마168, 169 결정 정비사업조합과 조합장·임원 사이의 선임·해임 등을 둘러싼 관계는 사법상 법률관계라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 위탁자 사망 후 수탁자를 유일한 수익자로 정한 부분은 무효이지만, 그 사정만으로 생전 자익신탁 부분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신탁의 소유권 귀속과 이익 귀속을 구별하기 위한 보충 비교판례이다.
관련 법령
- 신탁법 제2조 신탁의 정의와 수탁자의 재산 관리·처분 관계를 정한다.
- 신탁법 제3조 제1항 신탁의 설정 방법으로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계약, 위탁자의 유언 등을 구별하여 정한다.
- 신탁법 제59조 위탁자의 사망 시 수익권을 취득하거나 사망 후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도록 하는 유언대용신탁을 규정한다.
- 신탁법 제5조 신탁 목적의 위법성 및 일부 목적이 무효인 경우의 효력을 정한다.
- 신탁법 제36조 수탁자의 신탁이익 향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수탁자가 공동수익자 중 한 사람인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
- 신탁법 제37조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자신의 고유재산과 구별하여 관리할 의무를 정한다.
- 민법 제1060조 및 민법 제1065조 유언의 요식성과 법정 방식을 정한다.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 제1항 조합 임원의 소유 요건과 공유자 중 최다지분 소유 요건 등을 정한다.
사실관계
가. 남편은 자신의 지분 외에 아내의 지분을 신탁받았다
남편 C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취득하였다가 아내 G에게 증여한 후, 아내로부터 일부 지분을 다시 증여받았다.
신탁계약 체결 직전의 소유관계는 남편 17%, 아내 83%였다.
남편과 아내는 2023. 12. 5. 아내 소유의 83% 지분에 관하여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남편은 다음 날 신탁을 원인으로 해당 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나. 계약은 생전과 사후의 수익자를 나누어 정하였다
계약에 따르면 남편은 수탁자로서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운용·개발·재건축 등의 사무를 수행하였다. 수익권은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위 비율은 신탁된 아내의 83% 지분에 관한 수익권 비율이다. 남편이 원래 보유하던 17% 지분까지 포함한 아파트 전체의 소유지분 비율이 아니다.
또한 위탁자 사망 후 수익권이 발생하는 시점과 신탁이 종료되어 원본을 이전받는 시점도 구별된다.
다. 조합원은 신탁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조합장 자격을 다투었다
남편은 2024. 2. 24.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으로 선출되었다.
다른 조합원인 원고는 신탁된 83% 지분을 여전히 아내의 소유로 보아야 하므로, 남편은 17%의 소수지분권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에서는 신탁계약이 유언의 방식을 갖추지 않았고, 상속개시 전 상속포기 약정과 조세포탈·임원 자격 제한 회피 목적을 포함하며,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주장도 하였다.
법리
가. 유언대용신탁은 생전 계약으로 성립하는 신탁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항소심은 이 사건 계약이 유언대용신탁에 해당하더라도 신탁법에 따른 신탁계약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위탁자 사망 후의 재산 승계를 정한다는 사정만으로 그 계약을 민법상 유언이나 유증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신탁법 제3조 제1항은 계약에 의한 신탁과 유언에 의한 신탁을 각각의 설정 방법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생전 계약으로 설정하는 유언대용신탁과 유언으로 설정하는 유언신탁을 구별해야 한다.
항소심은 이러한 구별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이 민법 제1065조부터 제1070조까지 정한 유언 방식 중 하나를 충족하여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계약의 성립·효력 요건이나 신탁법의 제한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효력을 판단하는 출발점이 신탁계약이라는 의미이다.
나. 사후 수익권을 정하였더라도, 수탁자의 소유권 취득은 생전에 이루어진다
신탁등기를 마치면 부동산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이전된다. 위탁자가 생전 수익자라는 이유로 소유권까지 위탁자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이러한 소유권 이전의 법리가 유언대용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다음 두 시점을 구별해야 한다.
- 남편이 수탁자로서 아내의 83% 지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 2023. 12. 6.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
- 남편과 자녀들이 사후 수익자로서 권리를 갖게 되는 시점: 계약에서 정한 위탁자의 사망에 따른 시점
위탁자의 사망은 사후 수익권의 발생과 연결된다. 수탁자가 그때에야 비로소 소유자가 되는 구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어도 신탁재산이 고유재산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수탁자의 소유권 취득과 수탁자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수탁자는 신탁 목적과 계약에 따라 재산을 관리해야 하고, 신탁재산을 자신의 고유재산과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남편 명의로 아파트 전체에 관한 소유권이 모였지만, 재산의 성격은 구별된다.
따라서 법원이 조합장 자격 판단에서 남편을 단독 소유자로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신탁받은 83% 지분까지 남편이 자유롭게 소비하거나 자기 이익을 위해 처분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라. 사후 수익자를 지정한 것을 상속개시 전 상속포기로 볼 수는 없다
원고는 남편이 원본 수익권을 갖지 않고 자녀들이 원본 수익권자로 지정된 점 등을 들어 상속개시 전 상속포기 약정이라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계약 제8조에서 남편을 사후 수익 수익권자로, 자녀들을 원본 수익권자로 지정한 것을 남편의 사전 상속포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조항은 신탁에서 발생하는 권리를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부여할 것인지 정한 것이다. 이를 남편이 장래 아내의 상속인 지위에서 갖게 될 권리를 포기한 약정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수탁자와 수익자의 지위를 어떻게 결합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은 수탁자를 유일한 사후 수익자로 정한 부분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이 사건 계약은 남편에게 수익 수익권을, 자녀들에게 원본 수익권을 나누어 부여하였다. 따라서 수탁자가 사후의 유일한 수익자인 구조와는 구별된다. 이는 관련 판례를 통한 비교 설명이며, 첨부 항소심이 신탁법 제36조 위반 여부를 별도의 쟁점으로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마. 세 부담의 경감이나 조합장 자격 취득만으로 신탁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신탁을 통하여 남편의 증여세 부담이 경감되거나 조합 임원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포탈이나 법률 규정의 회피를 목적으로 한 무효의 신탁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보았다.
통정허위표시 주장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이는 신탁을 이용하면 언제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거나, 자격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 주장된 사정과 제출된 증거만으로 신탁의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제1심도 재건축사업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외부인이 임원으로 선출되기 위해 신탁으로 자격의 외관만 만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달리 판단할 여지를 남겼다.
이 사건 남편은 배우자와 해당 부동산을 장기간 소유·거주하였고, 기존에도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으로 활동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함께 고려하였다.
바. 수탁자의 소유권 인정이 모든 정비사업상 자격 판단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5262 판결은 사업시행인가와 관련한 토지 등 소유자의 자격 및 동의자 수를 산정할 때 위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법원은 그 판결이 사업시행인가라는 공법상 처분의 요건에 관한 판단인 반면, 조합장 선임은 사법상 법률관계라는 점에서 사안을 구별하였다.
따라서 수탁자가 민사상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원칙과, 개별 법령의 목적에 따라 위탁자를 기준으로 특정 자격을 판단하는 것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한편 남편은 2018. 2. 6.부터 일부 지분을 소유하였으므로, 2024. 2. 24. 조합장 선임 당시 5년 이상 소유 요건도 충족하였다. 법원은 나머지 지분을 신탁받은 때부터 소유기간을 새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 기존 ChatByun 칼럼의 유류분 판단과도 구별하여 이해해야 한다
ChatByun의 「가족을 수탁자로 한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은 사후수익자가 유언대용신탁을 통하여 무상 취득한 재산을 유류분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그 칼럼에서 신탁을 통한 무상승계를 사인증여 또는 유증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한 것은, 사후수익자가 받은 경제적 이익을 유류분 계산에 반영하기 위한 설명이다. 유언대용신탁의 성립에 민법상 유언 방식을 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 사건의 판단 대상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신탁계약이 유효하다는 판단과 사후수익자의 무상취득을 유류분 산정에 반영하는 판단은 양립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이 유류분 적용까지 배제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무상 유의점
- 소유권과 수익권을 구별해야 한다. 수탁자 명의의 등기, 생전 수익권, 사후 수익권, 신탁 종료 후 원본 귀속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 유언대용신탁과 유언신탁을 구별해야 한다. 계약으로 신탁을 설정했는지, 유언으로 신탁을 설정했는지에 따라 방식의 검토가 달라진다.
- 신탁재산과 고유재산을 구별해야 한다. 수탁자가 기존 지분을 보유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신탁받았더라도, 두 재산의 관리와 이익 귀속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 수익자 구성과 변경·종료 조항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수탁자를 유일한 수익자로 정하는 경우에는 신탁법상 제한을 확인해야 한다.
- 계약의 개별 조항까지 모두 일반적으로 유효하다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계약에는 유언과의 관계를 정한 조항도 있었으나, 항소심이 유언의 제한·철회와 관련한 모든 조항의 효력을 독립적으로 판시한 것은 아니다.
- 조합장 자격, 과세, 유류분은 각각의 판단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신탁계약의 유효성만으로 이들 문제가 일괄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