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은 수탁자를 유일한 사후수익자로 지정한 부분이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신탁계약 전부를 무효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생전 자익신탁 부분의 효력과 신탁 종료 후 잔여재산 귀속권리자의 지정 여부를 추가로 심리하도록 하였다.
환송심: 전주지방법원 2025. 1. 23. 선고 2024나4585 판결 — 확정
환송심은 생전 자익신탁 부분이 유효하고,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인 피고를 잔여재산 귀속권리자로 지정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문 · 환송심 판결문
하급심
환송 전후의 차이는 사후수익자 지정 부분의 유효성에 있지 않다. 그 부분은 일관되게 무효로 판단되었다. 달라진 것은 무효의 범위와 신탁 종료 후 잔여재산의 귀속에 관한 판단이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3. 1. 27.자 2000마2997 결정〔신탁재산관리방법변경신청〕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36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이 신탁재산의 관리방법을 변경하면서 수탁자의 처분·관리권 행사에 위탁자의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제한을 가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이다.
이 사건 환송심은 당초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처분권 제한을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와 위 결정을 구별하였다.
여기서 구 신탁법 제36조는 신탁재산 관리방법의 변경에 관한 규정으로, 수탁자의 이익향수금지를 정한 현행 신탁법 제36조와는 다른 규정이다.
관련 법령
사실관계
가. 위탁자는 자녀를 수탁자이자 유일한 사후수익자로 지정하였다
E는 2018. 7. 5. 자신이 소유하던 부동산에 관하여 자녀 D와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은 위탁자 생전에는 E 자신을 수익자로 하고, E 사망 후에는 수탁자인 D를 유일한 수익자로 정하였다. D는 2018. 7. 26.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계약의 목적은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나. 위탁자 사망 후 수탁자는 부동산을 고유재산으로 전환하였다
E는 2020. 12. 3. 사망하였다. 상속인은 자녀 여섯 명으로, 원고 A·B·C, 피고 D 및 F·G이고 법정상속분은 각 1/6이었다.
D는 2020. 12. 8.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 된 뜻의 등기와 신탁등기의 말소등기를 마쳤다.
다. 다른 자녀들은 신탁 전부가 무효라며 상속지분의 이전을 청구하였다
원고 세 명은 신탁계약이 무효이므로 부동산은 E의 상속재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D에게 각 1/6 지분에 관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D는 사후 타익신탁 부분이 무효이더라도 생전 자익신탁 부분은 유효하고, 자신이 신탁 종료 후 귀속권리자로 지정되었으므로 부동산을 취득한다고 다투었다.
법리
가. 수탁자를 유일한 사후수익자로 정한 부분은 무효이다
대법원은 신탁의 기본 구조에서 판단을 시작하였다.
신탁은 수탁자가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운용하는 법률관계이다. 수탁자는 신탁재산의 권리·의무 귀속 주체가 되지만, 그 권한은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수탁자가 유일한 수익자가 되면 수탁자가 자기 이익만을 위하여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조가 사실상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않아 신탁의 효력을 인정할 실익이 없다고 보았다.
신탁법 제36조는 수탁자의 이익향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수탁자가 공동수익자 중 한 사람인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한다.
따라서 다음 두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 위탁자가 생전 수익자를 겸하는 경우: 이 사건의 생전 자익신탁과 같이 허용될 수 있다.
- 수탁자가 유일한 사후수익자가 되는 경우: 신탁법 제36조 및 신탁법 제5조 제2항에 위반하여 해당 부분이 무효이다.
생전에는 위탁자, 사후에는 수탁자가 각각 수익자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두 사람이 공동수익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위탁자 사망 후 수탁자만이 신탁의 이익을 전부 누리도록 정하였다는 점이 문제 되었다.
나. 일부 무효의 범위는 신탁법 제5조 제3항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환송 전 항소심은 사후 타익신탁 부분이 무효이므로 민법 제137조에 따라 신탁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신탁법 제5조 제3항이 정한 일부무효의 판단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신탁법 제5조 제3항에 따라 신탁 전부를 무효로 하려면 다음 중 하나가 인정되어야 한다.
- 무효인 목적과 나머지 목적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 분리할 수 있더라도 나머지 목적만으로 신탁을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이러한 사유를 전부 무효를 주장하는 원고들이 주장·증명하도록 하여 심리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사후수익자 지정의 무효만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생전 자익신탁 부분까지 무효로 해야 할 구체적인 사유를 추가로 주장·증명해야 한다.
다. 환송심은 생전 자익신탁의 목적이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환송심은 생전 자익신탁 부분과 사후 타익신탁 부분을 분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생전 자익신탁은 E의 부양·치료·요양 비용을 확보하고 주거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후 타익신탁은 E가 사망한 후 재산을 승계할 사람을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부분은 목적이 다르고, 계약에서도 수익자와 수익권의 내용을 각각 달리 정하였다. 따라서 사후 타익신탁 부분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E의 생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신탁관계까지 무효로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환송심은 생전 자익신탁만 유지하는 것이 E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고 볼 사정도 인정하지 않았다.
계약에서 생전 수익권이 소멸하고 사후 수익권이 이어지도록 정하였다는 사정도 분리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았다. 환송심은 해당 사후 타익신탁 부분 자체가 무효이므로, 그 조항을 근거로 신탁 전체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라. 유효하게 남은 생전 자익신탁은 위탁자의 사망으로 목적을 달성하여 종료한다
사후 타익신탁 부분이 무효이고 생전 자익신탁 부분만 유효하다면, 남아 있는 신탁의 목적은 위탁자가 살아 있는 동안 그를 위하여 재산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처럼 사후 타익신탁 부분이 무효이고 생전 자익신탁 부분만 남는 경우의 판단이다. 유언대용신탁이 언제나 위탁자의 사망과 동시에 종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신탁의 종료와 잔여재산 이전의 완료는 구별된다. 신탁법 제101조 제4항은 잔여재산이 귀속될 사람에게 이전될 때까지 신탁이 존속하는 것으로 보고, 그 사람을 수익자로 본다.
환송심은 이러한 존속 간주를 이유로 무효인 사후 타익신탁까지 함께 존속한다거나, 생전 자익신탁과 사후 타익신탁을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도 배척하였다.
마. 수탁자를 유일한 사후수익자로 정하는 것과 잔여재산 귀속권리자로 정하는 것은 구별된다
대법원은 수탁자를 신탁 종료 후 잔여재산의 귀속권리자로 정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명시하였다.
이 사건의 핵심은 수탁자가 갖는 다음 두 지위를 구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사후수익자 지정 부분이 무효라도, 별도의 잔여재산 귀속 약정에 따라 같은 사람이 재산을 취득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귀속권리자를 정하지 않았다면, 대법원이 제시한 이 사건의 법리에 따라 잔여재산은 유효하게 남은 생전 자익신탁의 수익자인 위탁자에게 귀속되고 상속재산에 편입된다.
수탁자가 최종적으로 재산을 취득할 수 있는지는 사후수익자 지정의 효력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신탁 종료 후의 귀속 조항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바. 환송심은 ‘위탁자 사후 수익자’라는 문구를 피고를 지정한 귀속 약정으로 해석하였다
이 사건 신탁계약 제16조는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신탁기간 만료로 신탁이 종료되는 경우 귀속권리자를 위탁자 사후 수익자로 한다.”
원고들은 사후수익자 지정이 무효이므로 위 조항도 피고의 재산 취득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다.
환송심은 계약 전체와 위탁자의 의사를 종합하여 ‘위탁자 사후 수익자’라는 표현은 수탁자인 D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계약에서 위탁자 사후 수익자로 지정한 사람은 D였다.
- E는 생전에는 자신을 위한 부양·개호 비용을 확보하고, 사망 후에는 D에게 부동산을 귀속시키려는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 수탁자를 신탁 종료 후 귀속권리자로 정하는 것은 대법원 법리에 따라 허용된다.
따라서 환송심은 사후수익자 지위의 유효성과 구별하여, 위 조항에 잔여재산을 D에게 귀속시키려는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계약 문언에는 ‘신탁기간 만료’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환송심은 이 사건 귀속 조항이 신탁 목적 달성 등 다른 종료사유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였다.
신탁은 계약에서 정한 종료사유 외에도 법정 종료사유에 따라 종료될 수 있고, 그 경우에도 위탁자가 정한 귀속권리자를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이 종료사유를 구별하지 않고 귀속 절차를 정한 점도 고려하였다.
이는 이 사건 계약의 문언과 목적을 종합한 해석이다. 모든 신탁계약에서 사후수익자 지정이 당연히 귀속권리자 지정까지 포함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사. 환송심은 나머지 무효 주장도 각각 배척하였다
특히 처분동의권을 유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신탁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송심은 위탁자의 생전 생활을 보장하려는 계약 목적과 명시적인 처분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판단하였다. 법원이 사후적으로 신탁재산 관리방법을 변경하려던 대법원 2003. 1. 27.자 2000마2997 결정과는 사안을 구별하였다.
아. 최종적으로 인정된 것은 귀속 약정에 따른 재산 취득이다
환송심은 다음과 같은 법률관계를 인정하였다.
- D를 유일한 사후수익자로 정한 부분은 무효이다.
- E를 수익자로 하는 생전 자익신탁 부분은 유효하다.
- 생전 자익신탁은 E의 사망으로 목적을 달성하여 종료하였다.
- 계약에서 D를 잔여재산 귀속권리자로 지정하였다.
- 따라서 부동산은 D에게 귀속되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공동상속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각 1/6 지분 이전등기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
D의 최종 취득 근거는 유효한 생전 자익신탁의 종료와 잔여재산 귀속 약정이다. 신탁계약 전체나 유일한 사후수익자 지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결과가 아니다.
자. 기존 ChatByun 칼럼과는 다음과 같이 연결된다
ChatByun의 「유언대용신탁의 법적 성격 — 생전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사후의 수익권을 정하는 신탁계약」은 유언대용신탁의 계약적 성격과 생전의 소유권 이전을 다룬다.
이번 사건은 그 계약 중 일부에 무효사유가 있을 때 나머지 신탁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종료 후 재산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구체화한다. 계약으로 성립하는 신탁이라는 설명과 신탁법상 이익향수금지·일부무효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서로 연결된다.
ChatByun의 「가족을 수탁자로 한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은 유효한 신탁을 통하여 가족에게 무상으로 귀속된 이익을 유류분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이번 사건의 청구는 신탁 전부의 무효와 공동상속을 전제로 한 진정명의회복청구였다. 유류분 반환청구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D의 재산 취득이 인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유류분 문제까지 배제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재산의 귀속과 유류분 산정은 구별하여 검토해야 한다.
실무상 유의점
가. 사후수익자와 잔여재산 귀속권리자를 각각 명시해야 한다
사후수익자 지정 조항과 신탁 종료 후 귀속 조항을 구별하고, 귀속권리자의 인적 사항 및 귀속 비율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사후수익자에게 귀속한다’는 표현만 사용하면 수익자 지정의 무효가 귀속 조항의 해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나. 신탁 목적과 각 부분의 독립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생전의 주거·부양·치료 목적과 사후의 재산 승계 목적, 각각의 수익자 및 수익권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이러한 구별이 생전 자익신탁 부분의 독립적인 유효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다.
다. 종료사유별 잔여재산 귀속을 정해야 한다
기간 만료, 목적 달성, 합의 종료 등 종료사유에 따라 귀속권리자가 달라지는지 명시해야 한다.
이번 환송심처럼 계약 목적에 따른 해석으로 결론이 정해질 수 있으므로, 문언 단계에서 적용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 전부 무효를 주장하려면 일부무효의 예외사유까지 입증해야 한다
수탁자를 유일한 사후수익자로 지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체 신탁등기를 무효로 돌릴 수는 없다.
생전 부분을 분리할 수 없는 이유 또는 생전 부분만 유지하는 것이 위탁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사정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별도의 귀속권리자 지정이 존재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마. 청구원인을 재산 귀속 구조에 맞추어 정해야 한다
신탁 전부가 무효인 경우, 유효한 신탁이 종료된 경우, 유효한 무상승계에 유류분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청구의 근거와 상대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신탁 전부의 무효를 전제로 한 상속지분 등기청구가 배척되었다는 점을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