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범죄 목적으로 설립한 유한회사의 설립등기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

핵심 결론 대포통장 유통 목적으로 설립했더라도 유한회사 설립의 법정 요건과 절차를 갖췄다면, 설립등기는 ‘불실의 사실’이 아니므로 불실기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도7729, 2019도9293, 2019도13217, 2001도5414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7729 판결
죄명: 사기방조·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업무방해·전자금융거래법위반

관련판례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도9293 판결
대포통장 유통 목적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했더라도 상법상 설립요건과 절차를 갖춘 이상 설립등기 자체를 불실기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판결입니다.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9도13217 판결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안에서 회사설립등기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의 관계를 판단한 판결입니다.
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1도5414 판결
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죄는 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가 증명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기재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관련법령

형법 제228조 — 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

형법 제229조 — 불실기재 공정증서원본 등의 행사

상법 제169조 — 회사의 의의

상법 제170조 — 회사의 종류

상법 제172조 — 회사의 성립

상법 제176조 — 회사의 해산명령

상법 제549조 — 유한회사의 설립등기

상업등기법 제26조 — 등기신청의 각하

상업등기규칙 제156조 — 유한회사 설립등기의 첨부정보

형사소송법 제325조 — 무죄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은 유한회사를 정상적으로 영업할 목적이 아니라, 회사 명의의 금융기관 계좌를 개설한 다음 이를 이른바 ‘대포통장’으로 유통할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피고인은 유한회사 설립에 필요한 정관을 작성하고 출자 전액을 납입했으며, 이사 등 임원의 취임승낙을 증명하는 자료를 첨부하여 회사설립등기를 신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인등기부에 회사의 설립사항이 기록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회사를 실제로 운영할 의사가 없었고 회사의 인적·물적 조직이나 영업의 실질도 갖추지 않았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회사를 설립한 것처럼 허위신고를 하여 법인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 공전자기록 등 행사죄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핵심쟁점

대포통장 유통 등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실제 영업을 할 의사가 없었던 경우, 그 회사의 설립등기를 형법 제228조의 ‘불실의 사실’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사항이 문제 되었습니다.
회사설립의 주관적인 목적이 불법하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지
설립 당시 인적·물적 조직이나 영업의 실질이 없으면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회사설립등기의 불실 여부를 객관적인 설립요건과 주관적인 운영 의사 중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법리

1.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228조 제1항의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는 공무원에게 진실에 반하는 허위신고를 하여 공전자기록에 권리·의무관계상 중요한 사항에 관한 실체관계와 다른 사실을 기록하게 한 경우 성립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신청인의 목적이 불법하거나 신청 과정에 일부 하자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인등기부가 증명하는 회사의 설립 또는 등기사항 자체가 객관적인 진실에 반해야 합니다.

2. 회사설립에는 준칙주의가 적용된다

상법은 회사설립에 관하여 준칙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법령이 정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고 설립등기를 마치면 회사는 법인으로 성립합니다.
유한회사의 사원이 회사를 설립할 의사로 정관 작성, 출자 이행, 임원 선임 등 법정 절차를 거쳐 설립등기를 마쳤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한회사는 상법상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3. 범죄 목적만으로 회사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회사를 실제 영업이 아니라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설립했다는 사정은 회사설립자의 주관적인 동기 또는 목적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법인등기부는 회사설립자의 내심이나 실제 영업 목적까지 공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설립 당시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의사가 없었거나 회사의 법인격을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설립등기를 불실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상법 제176조 제1항 제1호가 설립목적이 불법한 회사에 대하여 법원이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불법한 목적의 회사 역시 일단 회사로 성립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4. 설립 당시 영업의 실질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

상법상 회사설립요건에는 설립 당시부터 영업에 필요한 인적·물적 조직을 모두 갖추거나 정관상 목적사업을 즉시 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회사는 설립등기를 마친 후 인력과 시설을 갖추어 영업을 개시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설립 당시 영업의 실질이나 조직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부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5. 설립등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설립등기의 불실 여부는 설립등기 당시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관이 실제로 작성되고 출자가 이행되었으며 임원 등재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가 존재했다면, 임원이 실제로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없었다거나 정관상 사업을 영위할 계획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등기사항이 허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

대법원은 피고인이 회사 명의 계좌를 개설하여 대포통장으로 유통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상법상 유한회사를 설립할 의사로 다음 절차를 실제 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정관 작성
출자 전액 납입
이사 등 임원 선임
취임승낙 자료 제출
회사설립등기 완료
이에 따라 유한회사는 상법상 유효하게 성립했고, 회사설립등기는 객관적인 실체관계에 부합하므로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불실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인의 상고는 상고제기기간이 지난 후 제기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함께 기각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및 그 행사 부분에 관한 판단입니다. 대포통장의 양도·대여나 범죄 이용에 관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방조 또는 업무방해 등 다른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까지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회사의 설립 목적이 불법한지와 회사설립등기의 기재가 객관적으로 허위인지를 구별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회사가 범죄에 이용되었거나 정상적인 영업 실체가 없다는 결과만으로 설립 당시의 법인등기까지 소급하여 불실기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가 성립하려면 정관 작성, 출자 이행, 임원 선임 등 등기부가 표시하는 설립사실 자체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진실과 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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