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9다266409 판결 — 가등기말소.
피고들의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 제주지방법원 2018. 11. 29. 선고 2017가단52193 판결 각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취소하고, 가등기와 그에 기한 본등기의 말소를 명하였다. 본등기는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가등기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을 이유로 한 채권자대위청구에 따라 말소하도록 판단하였다.
- 제주지방법원 2019. 8. 14. 선고 2018나14281 판결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특히 가등기를 유용하기로 한 합의는 새로운 매매계약의 이행방법을 정한 것이므로,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로 취소되면 그 합의도 함께 취소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다51919 판결 가등기와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명백히 다른 것이 아니라면,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사해행위 요건을 판단한다.
-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4다24960 판결 가등기와 본등기의 원인행위가 명백히 다르지 않은 경우, 제척기간도 가등기의 원인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본등기가 나중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제척기간이 새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4787 판결 가등기 유용 합의에 따른 부기등기를 마친 사람은 그 합의로 소유자의 말소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 소유자를 대위하는 채권자도 원칙적으로 같은 제한을 받으며, 채권자 자신의 선행 가압류라는 독자적인 사정을 소유자의 권리처럼 주장할 수는 없다.
관련법령
- 민법 제162조 제1항: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이 사건에서 종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 여부와 관련된다.
- 민법 제166조 제1항: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 민법 제404조 제1항: 채권자가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채권자대위권.
- 민법 제406조 제1항: 사해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 및 수익자·전득자의 선의에 관한 규정.
- 민법 제406조 제2항: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의 제소기간.
사실관계
가. 2004년 매매예약에 따라 가등기가 설정되었다
채무자 A는 2004. 3. 15. B와 두 부동산에 관한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는 가등기를 마쳐 주었다.
대상은 제주시 소재 임야의 일부 지분인 제1부동산과 서귀포시 소재 임야인 제2부동산이었다.
당사자들은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2004. 8. 30. 매매가 완결되는 것으로 정하였다. 법원은 그때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10년의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고, 이를 보전하던 가등기도 말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고는 A에 대한 확정된 지급명령상의 채권을 양수하였다
나라종합금융의 파산관재인은 A를 상대로 10억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그 지급명령은 2007. 11. 11. 확정되었다.
원고 회사는 위 채권을 양수하였으며, A에 대한 채권양도통지도 이루어졌다.
다. A는 새로운 매수인들에게 부동산을 팔면서 종전 가등기를 활용하였다
A는 종전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피고들과 별도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등기부상으로는 B의 가등기를 피고들에게 이전하는 부기등기를 한 다음, 그 가등기에 기하여 피고들 명의의 본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법원이 인정한 거래의 실질은 피고들이 B의 기존 등기청구권을 양수한 것이 아니었다. A에게서 부동산을 새로 매수하면서,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법으로 이미 효력이 소멸한 가등기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처럼 기존 등기를 새로운 권리관계를 위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을 등기의 ‘유용’이라고 한다.
라. 본등기 이후 압류·가압류 등기가 말소되었다
새로운 매매계약 당시 A는 채무초과 상태였다. 부동산에는 다수의 압류·가압류가 있었고, 제1부동산에는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도 있었다.
피고들이 종전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를 마치자, 가등기 이후에 이루어진 압류·가압류 등기가 말소되었다.
원고는 각 매매계약의 사해행위취소와 본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면서, A를 대위하여 종전 가등기의 말소도 함께 구하였다.
법리
가. 가등기 날짜보다 가등기와 본등기의 원인이 같은지가 중요하다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를 마쳤다는 형식만으로 사해행위 판단 시점이 언제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2004년의 매매예약은 A와 B 사이의 거래였고, 2015년·2016년의 매매계약은 A와 피고들 사이의 새로운 거래였다.
따라서 사해행위 여부는 종전 매매예약 당시가 아니라 A와 각 피고가 새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나. 제척기간도 새 매매계약을 대상으로 판단한다
피고들은 오래전에 가등기가 이루어졌으므로 사해행위취소의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취소 대상은 2004년의 매매예약이 아니라 2015년·2016년의 새로운 매매계약이었다. 따라서 5년의 기간은 해당 매매계약일부터, 1년의 기간은 채권자가 그 매매계약의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기준은 본등기의 접수일 자체가 아니라 본등기의 원인이 된 매매계약이다. 법원은 피고들의 제척기간 경과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소멸한 권리는 예약완결권이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다
이 사건에서는 매매예약을 체결한 뒤 10년 동안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등기의 효력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당사자들이 정한 2004. 8. 30.에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매매가 완결되었고, 그에 따라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매매예약완결권의 제척기간과 예약 완결 후 발생한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구분해야 한다.
라. 가등기 유용 합의도 매매계약과 함께 취소되었다
피고들은 A가 가등기 유용에 동의하였으므로 A 자신도 가등기 말소를 요구할 수 없고, A를 대위하는 원고 역시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유용 합의를 새로운 매매계약의 이행방법, 즉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방편에 관한 합의로 보았다. 독립된 별개의 거래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로 취소되면 그 계약에 포함된 유용 합의도 함께 취소되므로, 피고들은 그 합의를 들어 원고의 대위말소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 본등기와 가등기의 말소 근거는 다르다
본등기는 새로운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로 취소됨에 따라 원상회복의 대상으로 말소된다.
반면 종전 가등기는 새로운 매매계약 때문에 처음 설정된 등기가 아니다. 따라서 새 매매계약의 취소만으로 그 말소 근거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는 종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여 가등기가 말소되어야 했고, 그 말소를 막던 유용 합의도 매매계약과 함께 취소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가 A의 말소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었다.
바. 매매대금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선의가 인정되지는 않았다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고, 수익자가 선의임을 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압류·가압류의 피보전채권액이 매매대금보다 많았던 점, 피고들이 이러한 등기 상태를 알고 매수한 점, 통상적인 소유권이전 방식 대신 효력이 소멸한 가등기를 활용한 점 등을 종합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들의 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사. 가등기 유용 합의가 유지된 기존 사례와 구별된다
ChatByun의 「소유권등기를 마쳤어도 취득시효로 선행 가압류까지 없앨 수는 없다」에서는 가등기 유용 합의에 따른 소유권등기가 유지되고, 선행 가압류등기의 회복에 대한 승낙의무가 인정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유용 합의를 포함한 새로운 매매계약 자체가 사해행위로 취소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두 사례는 모순되지 않는다. 유용 합의가 존재하는지뿐 아니라, 그 합의가 포함된 거래를 채권자취소권으로 취소하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실무상 유의점
- 등기부상 원인과 실제 계약관계를 대조해야 한다. ‘가등기 이전’이라고 표시되어 있어도 기존 권리를 양수한 것인지, 소유자와 새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지는 계약서와 대금 지급관계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 세 가지 기간을 구분해야 한다. 예약완결권의 행사기간, 완결 후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제척기간은 기산점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
- 가등기 유용 합의의 내용과 취소 범위를 특정해야 한다. 새 매매계약의 이행방법인지, 별도의 독립된 거래인지에 따라 주장과 청구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 사해행위취소청구와 채권자대위청구를 나누어 구성해야 한다. 이 사건처럼 본등기는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종전 가등기는 채무자의 말소청구권을 대위하여 말소를 구하는 구조가 필요할 수 있다.
- 말소사항이 포함된 등기기록까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등기부뿐 아니라 종전 압류·가압류, 가등기 이전 부기등기, 본등기 및 직권말소 내역을 확인하여 거래의 효과와 수익자의 인식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