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조된 담보대출을 알고 이자를 납부하면 추인이 될 수 있다 — 추인과 손해배상청구권은 별개

핵심 결론 아들 등이 서류를 위조하여 받은 담보대출을 알고, 소유자가 추가 대출로 그 이자를 납부한 행위를 묵시적 추인으로 인정하였다. 다만 담보대출의 효력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만으로 위조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3499, 2001다44291

해당판결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7다3499 판결〔근저당권말소등기등〕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한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여 근저당권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결론이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중 추인의 법적 성격과 추인 후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단을 바로잡으면서도, 판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급심
수원지방법원 2016. 12. 16. 선고 2015나42503 판결
원심은 원고의 후속 대출과 이자 납부를 근거로 피고의 추인 항변을 받아들였다. 또한 추인으로 근저당권 설정행위가 더 이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쟁점원심대법원
추인의 법적 성격무권대리의 추인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한 추인
추인의 인정 여부인정인정
추인 후 손해배상책임추인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추인이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음
근저당권 말소 여부원고 주장 배척피담보채무 전액 소멸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론 유지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64. 6. 2. 선고 63다880 판결

권리자가 무권리자의 처분을 사후에 추인할 수 있다는 법리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이 인용한 선행 판례이다.

나.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44291 판결

무권리자가 타인의 권리를 처분한 경우에도 권리자는 그 처분을 추인할 수 있으며, 추인은 명시적·묵시적으로 할 수 있고 무권리자 또는 거래상대방 어느 쪽에 하여도 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130조 — 무권대리

대리권 없는 사람이 타인의 대리인으로 체결한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
이 사건에서는 무권리자의 처분을 권리자가 추인한 경우에도 당사자들의 이익상황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이 규정을 유추 적용하였다.

나. 민법 제133조 — 추인의 효력

추인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계약 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다만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대법원은 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한 추인에도 이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원칙적으로 계약 체결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이 권리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민법 제750조 — 불법행위책임

위조 등 위법행위로 손해를 발생시킨 사람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된다.

라. 민법 제756조 — 사용자책임

직원의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사용자가 부담하는 배상책임과 관련된다.
민법 제130조와 제133조는 판결의 직접 참조조문이고, 민법 제750조와 제756조는 판결 후반부의 손해배상 쟁점과 관련된 조문이다. 해당 판결은 이들 규정을 구법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 — 토지 소유자인 어머니와 금융기관

원고는 평택시에 있는 2,882㎡ 토지의 소유자이자 소외 1의 어머니이다. 피고는 경기남부수산업협동조합이다.
원고의 아들인 소외 1은 피고 조합의 직원이었다. 아들의 친구인 소외 2도 피고 조합에서 근무하였고, 당시 지점장이었다.

나. 제1대출 — 아들과 지점장이 서류를 위조하여 실행한 담보대출

아들과 지점장은 공모하여 원고 명의의 대출거래약정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위조하였다.
이를 이용하여 2012. 5. 18. 원고 소유 토지에 다음과 같은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았다.
구분제1대출 및 근저당권
대출금230,000,000원
서류상 채무자원고
근저당권자피고 조합
채권최고액322,000,000원
설정 경위아들과 지점장이 원고 명의 서류를 위조하여 실행
원고는 이후 두 사람을 사문서위조·사기 등으로 고소하였고, 두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 원고가 대출과 근저당권 설정 사실을 알게 된 경위

제1근저당권 설정 후 원고에게 등기완료통지가 이루어졌다.
대출이자가 연체되자 피고는 원고에게 기한의 이익 상실 예고통지와 이자 납부 독촉을 하였고, 2012. 11. 16.에는 임의경매 실행예정 통지를 발송하였다. 원고는 2012. 11. 19. 이를 직접 수령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통지 경위에 비추어 원고가 자신의 토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대출이 실행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라. 제2대출 — 원고가 직접 계약하여 제1대출의 이자를 납부

원고는 2012. 12. 31. 피고 지점을 직접 방문하였다. 대출거래약정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하고, 자신의 토지에 추가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1,4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중 13,237,000원을 제1대출의 이자로 납부하였다.
구분제1대출제2대출
대출금2억 3,000만 원1,400만 원
채권최고액3억 2,200만 원1,680만 원
계약 체결 경위원고 명의 서류 위조원고가 직접 방문하여 자필 서명
이 사건에서의 의미추인의 대상제1대출을 추인하였다고 판단한 후속 행위
즉, 제2대출 자체가 위조된 것이 아니라, 원고가 직접 받은 제2대출금으로 앞선 위조 대출의 이자를 지급한 것이다.

마. 원고의 말소 주장과 손해배상 주장

원고는 제1근저당권과 대출이 위조서류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근저당권 말소를 구하였다.
또한 피고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대출금 2억 3,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피고가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므로 제1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전액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제1대출금 중 1억 4,900만 원은 원고의 토지와 아들 소유 토지에 설정되어 있던 기존 근저당권부 채무의 원리금 변제에 사용되었고, 그 결과 기존 근저당권이 말소된 사정이 있었다.

법리

가. 처분권한이 없는 사람의 행위도 권리자가 사후에 추인할 수 있다

타인의 권리를 처분하려면 권리자이거나 적법한 처분권한이 있어야 한다. 무권리자의 처분만으로는 원칙적으로 권리변동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리자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그 처분을 사후에 받아들일 수 있다. 대법원은 이를 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한 추인으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 명의 서류가 위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알게 된 원고가 이후 해당 거래를 자신의 거래로 받아들였는지가 문제 되었다.

나. 무권대리의 추인과 무권리자 처분의 추인을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을 무권대리의 추인으로 파악한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이 사건은 아들과 지점장이 원고 명의 서류를 위조하여 원고의 재산에 담보를 설정하고 대출을 받은 경우이므로, 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한 추인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권리자가 사후에 법률효과의 귀속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무권대리의 추인과 이익상황이 유사하므로, 민법 제130조와 제133조 등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추인에는 처분 사실에 대한 인식과 그 효과를 받아들이는 의사가 필요하다

추인은 무권리자의 처분이 있음을 알고 하여야 한다. 명시적인 추인서나 확인서를 작성할 필요는 없으며, 후속 행동을 통해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추인을 인정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원고가 등기완료통지, 대출금 관련 통지, 경매 실행예정 통지 등을 통하여 담보대출 사실을 알았다.
  • 이후 원고가 직접 금융기관에 방문하여 새로운 대출과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 새로 받은 대출금 대부분을 기존 담보대출의 이자 납부에 사용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제1근저당권과 담보대출의 효과가 자신에게 유효하게 귀속됨을 인정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단순히 통지를 받았거나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추인을 인정한 사건은 아니다.

라. 추인의 효과는 원칙적으로 최초 계약 당시로 소급한다

무권리자의 처분이 계약으로 이루어졌다면, 권리자의 추인으로 그 계약의 효과는 원칙적으로 계약 체결 당시로 소급하여 권리자에게 귀속된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는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와 담보대출의 효력이 원고에게 귀속되었다.
나중에 새로운 대출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과거 거래가 유효해진 것이 아니라, 그 후속 행위가 과거 거래에 대한 추인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소급효가 발생한 것이다.

마. 추인은 위조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를 뜻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원심은 원고가 추인하였으므로 근저당권 설정행위가 더 이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거래의 효력을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것과, 위조행위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원고가 아들과 지점장을 형사고소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나 피고 조합에 대한 사용자책임에 기한 청구권까지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는 피고의 사용자책임과 특정 손해액을 최종적으로 인정하여 배상을 명하였다는 뜻은 아니다.

바. 손해배상청구권이 남아 있어도 대출채무 전액 소멸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손해액 2억 3,000만 원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출금 중 1억 4,900만 원이 기존 담보채무의 변제에 사용되어 기존 근저당권이 말소되었으므로, 대출금 전액이 곧 원고의 손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1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전액 소멸하였다고 볼 사정도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설명은 잘못되었지만, 근저당권 말소 주장을 배척한 결론은 유지되었다.
여기서 2억 3,000만 원에서 1억 4,900만 원을 뺀 8,100만 원이 확정 손해액이라는 결론도 도출할 수 없다. 기존 채무에는 원고와 아들 소유 토지가 함께 관련되어 있고, 대법원은 원고의 구체적인 손해액을 그 금액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사. 사기를 이유로 추인의 효력을 부정하려면 기망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는 제2대출과 근저당권 설정도 다른 지점장의 기망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취소하였고, 추인의 효과도 소급하여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기록상 그러한 기망행위로 제2대출 등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은 추인과 관련된 행위는 사기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는 일반론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기망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권리침해를 안 뒤의 행동이 묵시적 추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

위조된 담보설정이나 대출을 발견한 뒤, 직접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을 받아 기존 채무의 이자를 납부하면 거래의 효력을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 행위가 임시적인 손해확대 방지 조치인지, 채무를 자신의 것으로 인정한 것인지는 당시의 의사표시와 구체적인 경위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나. 거래효력과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

추인이 인정되어 등기말소가 어려워지더라도, 위조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까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말소청구에서는 추인의 성립과 범위를, 손해배상청구에서는 가해행위·사용자책임의 요건·손해액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다. 대출금의 실제 사용처를 확인해야 한다

명의를 도용하여 실행된 대출이라고 하여 대출금 전액이 곧 피해자의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채무 변제, 담보권 말소 등으로 피해자가 얻은 경제적 효과와 실제 부담을 구분하여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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